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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Talk/KIST Opinion

[전자신문] 첨단 신소재가 건설 분야를 만났을 때(다기능구조용 복합소재연구센터 양범주 박사)

 

첨단 신소재가 건설 분야를 만났을 때

 

세계에서 대한민국은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온라인 게임대회에서 연거푸 우승하고, 유수 대기업을 중심으로 반도체와 휴대폰 산업에서 세계를 선도한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의외의 분야에서 1, 2등을 다투는 분야도 있다. 건설과 소재 분야다. 우리나라는 '건설 강국'이다. 한때 세계 최고층 빌딩이던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옛 부르즈 두바이)', 세계 최초의 사장-현수교 복합 방식인 터키의 '보스포루스 대교' 등 세계 최고와 최초 공사가 우리 손으로 시공됐다. 소재 분야에서도 미국, 중국과 더불어 가장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는 나라다. 세계적으로 굵직한 연구를 다수 발표했다.

 

건설과 소재 분야를 융합해 새로운 가치 창출을 이루는 연구가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소재는 산업을 이루는 기본 요소로, 여러 분야와 융합 연구를 할 수 있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건설 분야일까. 우리가 평소에 간과해 온 건설 영역의 잠재적 영향과 무관치 않다. 오늘날 대부분 사람은 일과를 마치고 숙소에서 휴식을 취한다. 업무를 주로 실내에서 수행한다면 하루에 15시간 이상을 '건물 내'에서 지낸다. '건물 외'에서 일과를 보낸다고 해도 대도심 안에 거주한다면 그 사람 또한 건설 시스템 영향 안에 있다. 대도심 정의를 광역시로 가정한다면 2200만명 이상, 총 대한민국 인구의 약 44%가 '건축물의 숲' 안에서 살아간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무심히 지나쳤지만 일반 건물, 도로, 교량에 내포된 건축 소재와 함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의 약 3~7배 이상을 보낸다.

 

건설 소재에 미약하나마 '기능성'을 부여할 수 있다면 영향과 응용처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첨단 소재와 건설 분야의 만남을 주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늘날 나날이 심각해져 가고 있는 미세먼지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태양빛을 통해 공기 중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콘크리트가 개발된다고 상상해 보자. 실내외 온도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옥상, 자동차가 지나가며 생기는 압력을 에너지로 저장하는 도로가 있다면 어떨까. 이런 기술은 오늘날 가격 대비 효율 문제 때문에 아직까지 상용화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를 가로막는 문제가 해결된다면 특별한 동력원 없이 능동, 지속적으로 대중의 삶의 질 증진에 폭넓게 기여할 수 있다. 건설 분야의 매력은 이렇듯 특정 사람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혜택을 주는 '공익성'에 있다.

 

소재와 건설의 만남으로 파생되는 영향은 비단 공익성에만 있지 않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이윤으로 연결될 수 있다. 지난해 10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엘론 머스크의 발표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이 젊은 사업가는 이날 지붕에 쓰이는 기와 모양과 똑 닮은 태양광 패널을 소개했다. 사람들이 비싼 가격과 건물의 디자인을 해친다는 이유로 사용을 꺼린다는 것에 주목했다. 일반 기와보다 더 싸고 튼튼하며 에너지 생산까지 가능한 태양광 지붕 패널을 개발했다. 이 제품은 우리나라와 달리 주택 문화가 발달한 미국이나 유럽에서 선풍적 판매가 예상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태양광 패널이 그리 새로운 기술은 아니라는 점이다. 기존에 소재 차원에서 개발된 기술을 소비자 요구를 찾아 건설 분야에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소비자는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다.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에는 우주에서 온 괴물과 주인공이 도심에서 전투를 벌이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괴물이 등장하면 도시의 건물과 도로는 주인공에게 무기를 전달하거나 적에게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주인공을 돕기 위해 적극적으로 전투에 개입한다. 종종 전문가들은 건설 분야에 기능성을 부여하는 연구를 이러한 전투 신에 비유하곤 한다. 오늘날 건설 분야의 인프라 시스템은 외부 공기에 가장 많이 노출된다. 여기에 기능성을 부여한다면 이를 기반으로 대규모 외부 환경을 적극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우리가 원치 않는 재해와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미래 4차 산업혁명과 연계된 스마트 도시의 가속화를 이루는 조력자 역할을 할 수 있다. 소재와 건설 분야의 융합 연구 및 관련 상용화를 적극 검토해야 할 이유다. 이로 인한 결과는 미래 세대 주역에게 줄 수 있는 값진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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