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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cle KIST

여친과 함께 KIST에 온 과학자…노벨상에 도전한다

 

 

 

 

세바스쳔 박사, 1천명의 경쟁률 뚫고 'HFSP 프로그램' 선정
"한국 온 이유? 연구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에 반했죠"


 

뇌과학연구실 맨 끝 쪽에 위치한 작은 방. 성인 5명이 들어가면 꽉 찰 이 곳에 1.8m 길이의 작은 트레드밀(러닝머신)이 자리를 하고 있다. 런닝머신에는 요상하게 생긴 장치들이 설치돼 있고, 그 뒤로는 모니터가 연결돼 있다.

 

이 곳에서 실험을 하고 있는 한 남성이 눈에 띈다. 구불구불한 머리에 작은 얼굴, 짙은 쌍커풀이 인상적인 그는 트레드밀을 직접 제작한 캐나다 출신의 세바스쳔 로열 박사다.

 

"이 런닝머신을 뛸 주인공이 누군가요?"
"'쥐'입니다"

 

런닝머신을 뛰는 쥐의 머리에는 8개의 탐침(探針·뇌파 신호를 체크하기 위해 사용하는 특수침)이 꽂혀진다. 런닝머신에는 실리콘 돌출물과 벨크로(찍찍이), 울퉁불퉁한 점이 설치돼 있는데, 쥐가 달리면서 뇌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모니터로 실시간 분석 가능하다.

이 실험기기를 활용해 연구진은 특정 위치를 지날 때 마다 생쥐 뇌(해마)에서 각기 다른 '장소세포'들이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로 실리콘 부분을 달릴 때는 A부분의 장소세포가 강하게 활성화하다, 벨크로 부분을 달릴 때는 B부분 장소세포가 활성화 되는 모습을 포착한 것. 즉 각기 다른 장소세포의 활성화를 통해 자신이 어디있는가를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이 연구결과는 네이처에서 발간하는 신경과학 분야 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지 온라인판에 3월 25일자로 게재됐다.

 

 

 

 

세바스쳔 로열 박사는 한국에 온지 약 1년 6개월뿐이 안 됐지만 다양한 연구성과를 내놓는 주목받는 연구원이다. 그런 그가 최근에는 생명과학분야 다학제, 다대륙간 기초연구프로그램인 휴먼프런티어과학프로그램(Human Frontier Science Program (HFSP))에서 수여하는 2012년도 Young Investigator Grant 수상자로 선정됐다.

 

HFSP는 생명과학 분야 문제 해결에 우수한 연구역량을 가진 다양한 분야의 젊은 과학자들에게 연구비와 펠로우쉽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HFSP 창설 이후 현재까지 60여개국의 약 5,500명 과학자가 HFSP 수상자로 선정돼 연구 지원을 받아왔으며, 이중 16명이 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자세한 내용은 과거 KIST 뉴스 기사를 참고하세요

   http://kiststory.tistory.com/entry/휴먼프런티어-사이언스-프로그램HFSP-2012년-수상자-총회-개최

 

 

그가 한국에 와서 연구를 수행하고 HFSP프로그램에 선정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한국에 온 계기? 여자친구의 권유와 KIST 연구 여건에 끌렸죠"

 

 

세바스쳔 박사는 KIST의 WCI사업의 일환으로 2010년 11월 한국에 오게됐다. WCI 사업은 World Class Institute 의 줄임말로

세계 수준 연구센터사업으로 우수한 외국인 박사들을 유치함으로써 기술 이전과 우수 인재 유치의 목적을 갖고 있다.

 

KIST에 오기 전 세바스천 박사는 미국 하워드휴즈 의학연구소 산하 자넬리아 팜 연구소에 소속돼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친구에게 KIST에 가서 함께 연구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을 받는다.

 

"여자친구가 한국인입니다. 같은 기관에서 비슷한 분야를 연구하고 있었죠. 그런데 어느 날 그 친구가 KIST의 WCI 사업이 있다면서 같이 지원을 하자고 하더군요."

 

현재 세바스쳔 박사와 그의 여자친구는 KIST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고 있다. 이 커플은 공동연구 결과를 세계적 유명저널에 게재할 정도로 KIST 내에서 알아주는 ‘똑똑이’들이다. 하지만 한국에 오기 전까지 세바스쳔 박사는 한국의 문화나 역사 등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영화 올드보이를 감명 깊게 보기는 했지만 한국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어요. 하지만 WCI 사업이 유치과학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자 사업비가 크고, 특히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준다는 것에 그는 큰 매력을 느껴 한국행을 결심했죠. 제가 이전에 몸담고 있던 연구소는 연구비를 따기 위해 연구와 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병행해야했거든요.

부모님 역시 격려해줬어요. 연구생활을 하면서 프랑스와 미국 등을 오고가며 생활했던터라 부모님 역시 한국에서 더 좋은 대우를 받고 연구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HFSP프로그램, '1천명대의 경쟁률' 뚫다

 

 

젊은 과학자들에게 상당한 금액의 사업비를 믿고 지원해주는 HFSP프로그램은 이미 너무나도 유명하다. 그런 그가 HFSP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포스닥 시절의 동료들 덕분이었다.

 

"뉴욕주립대에서 포스닥을 했을 때 알퐁소, 폴, 그리고 저 이렇게 3명이 함께 연구를 했습니다. 지금은 한국, 포르투칼, 런던 등 서로 떨어져있지만 알퐁소가 우리가 하는 연구들이 서로 잘 맞으니 HFSP프로그램에 지원을 해보자고 하더군요. 그렇게 지난 4월 프로젝트에 지원했고, 9월에 선정이 됐습니다."

 

4월 지원할 당시 약 1천명의 지원자들이 몰렸다. 1차 지원에서 선정되는 팀은 100팀. 경쟁률이 높았지만 세바스쳔 박사팀은 그 벽을 뚫었다. 2차 심사인 9월에는 100명의 경쟁자를 뚫고 2012년도 Young Investigator Grant 수상자로 선정됐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기술은 거의 시도되지 않은 최신기술로, 실행계획을 세울 때조차 어려워서 잘 될까 걱정이 됐습니다. 하지만 HFSP프로그램은 위험부담이 크면서도 실용성이 힘든 그런 기초연구과제를 지원해주기 때문에 어려운 부담을 높게 평가하는 등 HFSP프로그램의 목적과 잘 맞아 선정된 것 같아요."

 

 

한 공간에서 쥐의 행동과 뇌의 움직임 파악 한번에 가능

 

 

세바스쳔 박사의 연구과제의 특징은 광학적인 기술을 접목시켰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예전에는 뇌를 연구할 때 해부학적으로 세포 단위로 관찰했으나 세포의 수가 많다보니 연구를 해도해도 끝이 없었다. 그는 이 부분을 광학적으로 자극함으로써 빛으로 이미지를 관찰해 이상현상과 잘못된 부분을 관찰하고자 한다.

 

 

 

그는 "광학적 기술을 접목시켜 쥐가 행동학적으로 이상행동을 하면 바로바로 레코딩할 수 있다"며 "하나의 기구를 통해 쥐의 행동학적인 것을 집중 포착할 수 있는 것이 우리 연구실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연구를 통해 그는 향후 우리가 집에서 학교를 어떻게 찾아가고 기억하는지 풀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치매와 간질 등 원인을 밝히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세바스쳔 박사는 "기초연구이기 때문에 성과가 바로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핵심적 원리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 간질환자 머리에 전자칩을 설치하고, 간질을 일으킬 때 어떤 부분에서 활성화가 일어나는지 포착, 간질이 일어나지 않게 다른 부분에 자극을 주는 그런 기술의 실현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WCI 프로그램은 2014년에 마무리가 된다. 그러나 그는 "KIST의 연구환경과 한국생활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남을 의향이 있다"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