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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Talk/사내직원기자

[창의포럼]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박병수 기자)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빅데이터는 양이 엄청나고(Volume), 속도도 빨라야 하며(Velocity), 여기에 다양성도 있어야(Variety) 하는 소위 ‘3V’로 정의된다. 기업이나 개인이 빅데이터에 주목하는 이유는 데이터 속에 담겨져 있는 사람의 마음, 욕망을 읽어서 미래를 예측하기 위함이다. 모 일간지에 최근 빅데이터의 배신이라는 기사가 게재되었다. 최근 2년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구글이 제공한 독감예측이 실제 결과와 동떨어졌다는 것이 기사의 주요 내용이었다. 수많은 정보 중에서 극소수 검색어만 임의적으로 추출하여 분석한 빅데이터의 자만심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전문가는 오류의 원인을 지적했다. 빅 데이터는 재료에 불과하고 실제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읽는 능력(Data literacy)이라고 한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의 강연내용도 이와 상통하는 것 같다.

 

 

 

데이터에서 욕망을 읽다

 

송길영 부사장은 데이터 마이닝을 통해 사회현상의 인과관계를 추론할 수 있고, 인과관계를 알아야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최근 뉴욕의 범죄감소 이유는 경제성장이나 강력한 치안정책이 아니라 1973년의 낙태 합법화로 범죄환경에서 자라는 아이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송길영 부사장 본인은 데이터를 통해 인과관계를 추론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 실제사례로 추석 후 증가하는 이혼율과 백화점 명품 매출증가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명쾌하게 설명했다. 추석이 되면 한 달 전부터 엄마의 스트레스가 증가하여 명절 2일 전에 폭발한다고 했다. 추석 후에도 엄마의 불쾌감은 1주일 이상 지속되고 한 달이 지나야 원래 감정으로 돌아온다고 했다. 백화점 명품 매출증가는 이런 엄마의 감정을 달래기 위한 아버지의 노력이고, 이혼의 증가는 명절을 둘러싼 부부간의 갈등이 원인이라고 했다. 송길영 부사장은 명절로 인해 증가하는 이혼을 막는 방법은 아내의 스트레스 주기를 살펴서 조심하는 것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은 명절을 보내는 방식을 혁신하는 것이라고 했다. 송길영 부사장은 일상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직장인의 욕망을 커피를 통해 설명했다. 직장인들은 하루 3번의 커피를 마시는데 아침의 모닝커피는 숙취해소를 위해, 점심의 유명커피 전문점의 테이크아웃 커피는 나 아직 살아있다는 위안을 위한 것이고, 오후 4시경의 커피는 상사의 뒷담화를 위한 스트레스 해소용이라 했다.

 

욕망해결을 위한 선택과 집중

 

송길영 부사장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기업의 성공사례를 소개했다. 한 제약회사에서 붓고, 멍들고, 벌레에 물렸을 때 바르는 연고를 개발했다. 이미 타사의 연고가 시장점유율이 높아서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송길영 부사장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다른 기능은 버리고 치료분야에 집중했다. ‘이 있으면 가정폭력이 연상되기 때문에 화장이나 옷으로 감추는 여성들을 주 고객으로 삼아 여성지에 집중적으로 광고했다. 옷으로 가리면 되는 겨울에는 성형시장을 겨냥해서 무색무취해서 얼굴에도 바를 수 있다는 장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연고의 매출은 464%나 증가했다고 했다. 송길영 부사장이 언급한 또 하나의 사례는 차세대 저장장치(Solid state Drive) 관련이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차세대 저장장치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부팅을 신속하게 해주는 것이었다. 기업은 이 기능을 강조해서 홍보했고 1년 만에 시장점유율 꼴찌에서 1등으로 올라선 것이다. 고객이 욕망하는 것을 해결하는 것에 가치를 부여하면 판매는 저절로 따라 온다고 했다. 인간의 욕구(Needs)를 욕망(Desire)으로 바꾸는 것이 본인의 임무라 했다. 기억할 수도 없는 긴 상품명, 백화점 식으로 나열된 제품의 기능 이런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일상 속에 숨겨진 욕망해결을 위한 선택과 집중이 제품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R&D

 

송길영 부사장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면 그에 따라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R&D연구비가 줄어들면 연구소는 과감한 개혁을 해야 한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불편한 진실을 인정하고 과감하게 직면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가 제시한 R&D의 방향도 데이터 분석처럼 명확했다.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R&D를 하라는 것이다. 최첨단 기술력으로 혼을 담아 절대 리모컨을 만들어도 아무도 그 리모컨을 사용하지 않는다. 리모컨에는 단순한 몇 가지 기능만 있으면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데 기술을 너무 많이 담으면 망한다고 했다.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에서도 기술을 빼면서 기업의 가치가 올라갔다고 했다. 경쟁자를 보지 말고 소비자를 보고 그들의 욕망을 분석하고, 그 욕망을 현실화 시키는 기술을 만들면 사람들은 행복해 진다고 했다.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들을 배려하기 위해서 기술을 만드는 것, 기술의 지향점은 곧 인간이라고 했다.

 

 

 

송길영 부사장은 고도를 높여 남들보다 반보 앞을 보면서 통찰력을 가지라 했다. 스티브 잡스의 ‘think different’도 이와 유사한 개념일 것이다. 사유의 집중점은 인간이고,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근본적인 이유(underlying reason)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해야만 하는연구의 출발점도 바로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근원적인 물음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