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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cle KIST

치매 '혈액진단에서 신약' 다음은?…뇌파 진단 도전장





KIST 뇌의약연구단, 치매조기예측·치료제·환자케어 기술개발 주도

통합연구회 '미래선도형 융합연구단' 주도기관 선정

"건강한 백세인생 위한 연구, 우리가 해야 할 일"


존경받는 언어학 교수이자 세 아이의 엄마인 엘리스. 단어가 생각나지 않고 기억을 잃어버린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한 그에게 진단된 병은 알츠하이머(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다. 50세의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에 걸린 그는 최근기억부터 잃기 시작하며 정상생활도 불편해진다. 이런 상황을 받아들인 앨리스는 사라지는 두뇌의 기능을 붙잡으려 발버둥 치는 대신 기억을 잃었을 때를 대비해 자신에게 영상을 남기는 등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고자 노력하는데...


소설 원작이자 영화로도 제작돼 주목 받은 '스틸 앨리스'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시선을 담아낸 작품이다.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와 '내일의 기억',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리멤버' 등에도 알츠하이머 환자가 등장한다. 아무리 완벽한 사람이라도 난치병인 신경퇴행성질환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아프고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는 현실이 반영된 작품들이다.

 

신경퇴행성 질환의 가장 무서운 점은 예방과 조기진단법이 어렵다는 점이다. 증상 이상이 발견됐을 때는 이미 진행이 된 상태인 경우가 많으며, 최근 기억부터 없어지기 시작해 운동기능이 망가지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등 10년간 고통 속에 살다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다.

 

치매를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는 가운데 KIST가 국내 BT, IT 전문가와 함께 알츠하이머 통합 솔루션 연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건강한 백세시대를 위한 연구를 목표로 4개 출연연과 3개의 대학병원, 5개의 대학, 5개의 기업과 함께 ▲치매 조기 진단 ▲인지기능저하를 늦추기 위한 재활치료 ▲치매 원인 규명 ▲ 치료 약물 개발 등 통합솔루션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 연구과제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이사장 이상천)가 지원하는 미래형 융합연구단(고령화 분야)에 지난 11월 선정됐다. 약 6년간 연구비를 지원 받으며, KIST(뇌과학연구소)가 주관기관으로 활동한다.

연구단이 꾸려진 후 수장인 배애님 KIST 뇌의약연구단장을 비롯한 모든 구성원들이 주말을 반납한지 수  개월이 지났다. 몸은 힘들지만 연구 필요성이 절실한 만큼 연구단도 바삐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배애님 단장은 "백세시대가 가까워져왔지만 오래 사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하게 사는 것"이라며 "알츠하이머는 치료비용이 많이 들면서도 적절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으로 사회적 문제가 크다. 알츠하이머에 걸리더라도 최대한 진행을 늦추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연구는 우리의 할 일"이라고 말했다.




빅데이터, 전통한의약 등 다양한 가능성 열고 연구

 

현재 알츠하이머 진단은 주로 문진과 MRI(자기공명영상), PET (양전자 단층 촬영) 등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문진은 정확하고 객관적인 진료가 힘들며, PET 진단법은 우리 몸에 해롭다고 알려진 방사성동위원소를 활용하고 고가이기 때문에 저소득 노인계층에는 접근이 어렵고 진단단계에서 이미 병이 진전된 경우가 많았다.

 

이에 연구단은 뇌파를 측정을 통해 몸에 해롭지 않으면서 알츠하이머 조기진단이 가능한 HMD(Head mounted Display, 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 기기)를 개발할 계획이다.

 

연구단은 최지현 박사를 중심으로 신경과학에 근거해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 어떤 뇌파가 많이 증가하는지 등을 분석해왔다. 환자와 정상인의 뇌파와 시선, 자세, 운동반응 등을 비교해 환자를 조기에 진단한다는 계획이다. 연구에서 나오는 방대한 데이터들은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들과 협동하고, 실제 상용화를 위해 삼성의료원의 환자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진행한다.

 

배 단장은 "HMD는 작고 가볍기 때문에 보건소나 요양원 등에 설치해 노인들이 쉽게 접근해 테스트할 수 있을 것"이라며 "HDM 보급은 알츠하이머환자 조기진단율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치매가 발견된 뒤 현저히 떨어지는 인지능력 진행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연구는 KIST 로봇·미디어연구소와 힘을 합친다. KIST는 다양한 휴머노이드타입 로봇과 환자의 치료를 위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환자와 주변환경을 인식해 지능적으로 동작하는 로봇을 개발 중이다.

 

이 기술을 활용해 알츠하이머환자 케어 로봇을 개발하여, 인지재활훈련 친구이자 환자의 응급상황을 인식하는 간병보조역할을 가능토록 한다. 최근 노부부와 독거노인이 늘어나는 가운데 환자케어를 해 줄 사람이 많이 부족하다. KIST는 로봇을 활용해 치매환자 케어와 치료 등이 어느 정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를 치료할 치료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배애님 단장에 따르면 현재 시판되는 약은 인지기능을 조금 개선시키는 증상완화약물로 근본적인 치료는 어려운 상태다.

 

그는 "근원적 치료가 되지 않는 치매의 원인을 찾고 그 원인을 신규타겟으로 치료제를 만드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의학연구원과 전통한의학을 기반으로 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연구도 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동물모델을 통한 연구는 생명연과 뇌연구원과 손을 잡는다.

 

알츠하이머 기전규명이나 치료기술, 약물개발 등 KIST의 최대 강점이기도 하다. KIST는 오래 전부터 치매, 우울증 등 뇌질환 관련연구를 꾸준하게 해왔다.

 

KIST 뇌의약연구단은 반응성 성상교세포 가바의 생성이 기억장애로 이어지는 사실을 세계최초로 밝혔으며, 타우린과 알츠하이머의 치료 상관관계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밝혀 경구치료제 개발 기반을 마련하고, 알츠하이머 병을 근원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신약후보물질 'EPPS'를 개발한 바 있다. 더불어 뇌파연구를 통해 치매환자와 정상인의 차이점을 밝히고, 혈액으로 치매를 조기진단 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배애님 단장도 컴퓨터시뮬레이션을 통해 신약개발물질을 찾아내거나 신약 탐사기법으로 뇌질환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의 구조를 분석하는 등 30여 년간 다양한 연구를 해온 베테랑이다.

 

그는 "치매 발명 후 진단까지 3.3년이 걸리고 진단 이후 10년 동안 고통 속에서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며 "치매를 완벽하게 고치기 어렵더라도 이를 조기예측하고 인지재활치료를 한다면 중증 치매로 가는 환자를 줄이고 환자 및 가족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임상시험 참여 원해" 절실한 환자들…"치매, 출연연 연구해야"


KIST 뇌의약연구단이 성과를 낼 때면 방방곡곡에서 연락이 온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임상시험이라도 좋으니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는 전화다. 최근 김영수 박사팀이 세계최초 알츠하이머 병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했다는 소식에 어김없이 많은 문의가 있었다.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설명해도 '그래도 좋다'는 말 뿐이다. 환자와 가족들은 모두 절실하다.




연구단은 1단계(3년)에서 4가지 핵심 요소기술과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고 2단계(3년)에서 알츠하이머 병 예측 시스템을 환자에 적용, 치료제 전임상과 임상실험에 돌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구단은 4개 출연연과 3개의 대학병원, 5개의 대학, 5개의 기업이 한 곳에서 연구개발 할 수 있도록 KIST에 거점을 마련 중이다. 참여연구원들이 함께 실험실에서 공동 인프라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그는 "뇌질환 약물치료는 정말 어렵다. 적절한 치료제도 없는 상황으로 앞으로 사회적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기업이 치료제를 쉽고 빠르게 개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뇌질환 치료 등과 같이 리스크가 큰 연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