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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news

바이오 분야 난제 '당단백질'…'BT+IT'로 풀다(03.16)

 

유종신 KBSI 박사 연구팀, 빅데이터 기반 당단백질 분석 기술 개발
사이언티픽 리포트 온라인판 게재…"GPA 정확도 100% 위해 노력할 터"

 

 

박은희 기자 (kugu99@hellodd.com)


"숲 전체를 보며 나무까지 자세히 보기는 힘들죠. BT는 하나의 생체물질에 초점을 맞추고, IT는 생물학적인 다양성을 예측합니다. BT와 IT의 결합은 숲을 보면서 나무까지도 정확하게 볼 수 있는 거죠."

 

국내 연구진이 융합연구의 장점을 그대로 살려 신속 정확하게 암을 진단할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해 화제다. BT(바이오기술)와 IT(정보기술)가 결합해 그동안 바이오 분야 난제였던 당단백질을 정확하게 분석하게 된 것이다.

 

주인공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원장 이광식)의 유종신 박사 연구팀. 그는 김진영 책임연구원, 박건욱 분석과학기술대학원 박사과정생 등과 함께 인간 혈액 내 당단백질을 정확하고 빠르게 분석할 수 있는 '질량분석 빅데이터 기반 당단백질 분석 신기술'(GlycoProteome Analyzer : GPA)을 개발했다.  

 

유 박사는 "그동안 개별 분자수준에서 이뤄지던 당단백질 분석을 유전체나 단백체 수준으로 대량분석이 가능해져 세포의 변화와 질병을 보다 포괄적으로 관찰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피 한 방울로 '암' 진단 가능…정확도 99%

 

 

▲유 박사가 당단백질에 대한 그간의 연구 발자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질량분석기술에 관한 연구를 하다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며 GPA의 개발 계기를 밝혔다.<사진=박은희 기자>

 

연구팀이 그동안의 연구에서 주목한 것은 '당단백질'. 혈액 내 단백질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당단백질은 다양한 당성분이 결합돼 각종 염증과 암 등 질병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구조적으로 복잡해 분석이 쉽지 않았다.

 

유 박사는 "단백질에 붙어있는  당은 세포의 안테나로 여러 가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단백질에 붙어 있는 당의 종류와 위치가 매우 복잡하고 유전자 정보에 의해 예측되지 않기 때문에 가장 분석하기 어려운 생체화합물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연구팀은 사람 몸에 있는  2만 여개의 단백질과 400여개 당성분의 조합에서 얻어지는 대량의 질량분석 데이터를 예측한 후 실험값과 비교해 찾아내는 GPA를 개발해 당단백질을 빠르고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BT와 IT가 융합된 GPA 기술을 바탕으로 암 특이적인 당단백질 바이오마커를 포함해 세계 최초로 혈액 내 600여개 이상의 다양한 형태를 가진 당단백질을 동시에 확인해 정상인과 암 환자의 차이를 비교했다"고 밝혔다.

 

GPA를 활용하면 당단백질을 단시간 내 발굴이 가능하다고 유 박사는 말한다. "과거 고전 생물학에서는 한 개의 당단백질을 봤다면 현재는 질량분석기로 여러 당단백질을 확인할 수 있는데 GPA를 활용하면 그 정확도를 최대 99%까지 확보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분자 레벨에서 질병 확인이 가능한 만큼 당단백질을 이용한 질병의 조기 진단과 처방이 가능해진다. 그는 "분자 레벨에서의 질병 진단은 환자 자신이 질병발생 여부를 느끼지 못하는 초기단계에서 질병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분자가 변해서 암으로 진행하는데, 분자 단계에서 질병 여부를 알 수 있으니 암 발생을 억제할 수 있는 맞춤형 약 처방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세계 최초 기술…"20년 연구에서 나왔다"

 

"질량분석에 대한 연구는 우리 연구원에서 20년 넘게 했습니다. 질량분석기술에 관한 연구를 하면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도 알게 됐죠. 5년 전부터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져 지금의 결실을 얻게 됐습니다."

 

유 박사는 GPA가 하루아침에 나온 결과가 아닌 오랜 시간 노력에 의한 결실임을 강조했다. 그는 "당단백질을 고분해능 질량분석기를 이용한 연구를 하는 중에 당단백질의 당과 당쇄화 사이트를 한 번에 분석하는 당단백질체 분석 방법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다"며 "고분해능 질량분석 빅데이터 기반 당단백질의 당쇄와 당단백질을 동시에 분석하는 BT와 IT가 융합된 신기술을 개발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당단백질의 당쇄분석은 고전적으로 당분해효소를 이용해 당과 단백질을 분리하는 수준으로 복잡성, 낮은 분석 감도, 데이터베이스 부족 등이 골치를 아프게 했죠."

 

이어 그는 "시중의 당단백질 분석 프로그램의 정확도는 50% 정도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외국 데이터들이 왜 틀리는 지에 대한 분석을 치밀하게 했다"며 "시료를 처리하고 질량분석 데이터를 획득하고 이후 통계처리, 정확도 등 4박자를 맞추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덧붙였다.

 

이런 노력은 정확도 99%라는 결과로 보답됐다. "술을 많이 마시는 한국인의 음주 문화로 인해 간암, 간경화, B형 간염 등에 대한 위험성이 클 것으로 예상돼 간암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는데 당단백질의 정성·정량 분석의 차이가 명확했어요. 특정 당단백질이 정상인보다 간암 환자에 더 많은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런 연구 성과는  지난달 17일 네이처 자매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 온라인판(논문명:Integrated GlycoProteome Analyzer(I-GPA) for Automated Identification and Quantitation of Site-Specific N-Glycosylation)에 고스란히 실렸다.  

 

◆유럽·일본 이어 '3극 특허' 도전…"올해 미국 특허 획득 가능" 

 

연구팀은 올해 '3극 특허' 등록에 도전한다. 특허 강국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 세계화를 꿈꾸겠다는 것. 이미 일본과 유럽에서는 특허 등록을 마쳤으며, 올해 안으로 미국 특허를 획득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이미 기술이전 성과를 거뒀다. 2014년 6월 국내 특허를 당단백질 의약품 분석관련 기업체인 한국질량분석기술(eMASS)에 기술을 이전했다.

 

유 박사는 "국내에서는 특허 등록과 PCT 출원을 마쳤다. 특허 강국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으면 세계 시장 진입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오는 6월 열리는 미국 질량분석학회서 GPA를 소개하고 기술이전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특히 특허 만료가 다가오는 바이오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대한 기대가 높다. 바이오의약품은 70% 정도가 당이 붙어있는 당단백질 의약품이며, 바이오시밀러는 바이오의약품의 일부 약효를 증가시켜 변형해 만든 약이다.

 

그는 "당단백질은 암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되지만 반대로 치료제 역할에도 쓰인다. 당단백질이 약도 독도 되는 것"이라며 "바이오의약품도 바이오시밀러도 당단백질을 정확히 분석하는 기술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분해능 질량분석기와 GPA 기술을 이용하면 당단백질을 대상으로 신약개발 및 바이오시밀러를 포함한 신약평가 등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와 함께 향후 목표에 대해서는 "5~10년 안으로 우리 기술은 많은 분야에서 응용될 수 있으며 다른 나라에서도 연구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우리는 GPA의 정확도를 100%로 발전시키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GPA 개발의 주역들. 연구팀은 올해 유럽, 일본에 이어 미국 특허 획득에도 도전한다. '3극 특허' 등록을 통해 세계에서 인정받는 기술력을 확보하려 한다. <사진=박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