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iracle KIST

“당신의 미래 행동을 예측한다”…미래 점칠 수 있는 과학기술

 

 
계산과학, 바이오에서 사회현상까지 시뮬레이션 가능
KIST, 관련연구 통해 다양한 기술이전 등


"나 요즘 고민이 많은데 우리 사주나 한번 볼까?"
"그래! 나도 요즘 주변에서 안 좋은 일만 일어나서 걱정스러워. 요 앞 길 사거리에 사주팔자를 그렇게 잘 보는 사람이 있다는 데. 우리 한번 가보자."

신문의 오늘의 운세, 길거리의 타로카드, 사주카페, 아니면 좀 더 전문적으로 들어가서 무속인이나, 노스트라다무스 등과 같은 예언가까지…. 사람들은 이들을 향해 흔히 거짓말쟁이들이라고 치부해버리지만 정작 자기의 앞날이 궁금해질 때는 곧잘 이들에게로 찾아간다. 그래서일까, 데이트 중인 남녀는 농담겸 진담으로 타로카드를 보거나 손금 점을 쳐보기도 한다. 장사꾼은 장사꾼대로 정치인은 정치인대로 데이트 중인 청춘들과 같은 이유로 점집이나 역술가의 집을 기웃거린다.

흔히 미신(迷信)이라고 불리는 이런 행위는 과학적 근거보다는 그저 근사한 확률이나, 혹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인간의 능력에 의해 만들어진다. 하지만 정말 과학적인 근거를 사용해 미래를 점친다면? 우리는 그 방법을 믿어도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과학적으로 미래를 예언하는 기술을 어떤 것일까, 잠시 살펴보기로 하자.


실험 불가능한 현상, 계산과학 하나로 끝!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인간에게 필요한 약, 생필품, 가전기기 등 다양한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더 안전하고, 더 간편하고, 더 가볍고, 더 견고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과학기술자들은 오늘도 끊임없이 실험하고 있다.

그러나 실험이라는 것이 간단히 끝나면 좋겠지만 시간, 자금, 인력, 공간 등 다양한 변수가 필요하다. 이같은 변수들의 결과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과학기술자들은 A라는 소재와 B소재가 만났을 때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어떤 재료들을 합금했을 때 더 튼튼한 제품이 생산될지를 '계산과학' 속 가상세계를 통해 예측한다.

계산과학이란 과학적 이론에 근거를 둔 전산모사를 통해 직접 실험이 불가능한 현상을 컴퓨터 계산을 이용해 모사하거나, 전자 및 원자, 분자 등 가시영역 이하에서 물질의 거동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분야다. 계산과학 없이 나노기술, 단백질연구, 생명과학 등 연구를 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이미 연구의 전 분야에 깊이 스며들고 있다.


계산과학은 1920~30년부터 태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컴퓨터가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절이기 때문에 시뮬레이션이 아닌 펜과 종이로 계산하며 실험하는 게 고작이었다. 당시 계산과학은 지금과 같은 원자와 전자수준 같이 세세히 보는 것이 아니라 큰 시각에서 시작됐다. 일례로 포탄과 미사일 등의 탄도계산을 하는데 사용되기도 했는데, 우라늄과 중성자를 어떻게 배치하고 그 사이에 몇 개의 화약을 심어야 폭발력이 최대가 되는지 등을 계산하는 방법이었다.

그러다 1980~90년 컴퓨터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원자수준에 전자수준으로 계산하는 등 연구 방법이 세밀해져 계산과학 활용 범위도 크게 늘어났다. 한국도 1990년대 중반부터 계산과학을 본격 도입해 지금은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다.


신종플루, 비즈니스 문제 등…단시간 해결 가능



계산과학은 물리, 화학, 생물, 공학 뿐 아니라 이제는 사회의 일반생활에도 사용하고 있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거머쥔 토마스 사전트 뉴욕대 교수와 크리스토퍼 심스 프린스턴대 교수의 거시경제 방법론도 이 같은 실험과정에서 도출됐다.

특히 계산과학은 사회의 이슈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신종 인플루엔자를 예로 들어보자. 계산과학을 통한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신종 플루가 퍼지는 경로와 그 숫자를 파악한다. 그리고 피해가 제일 많이 발생하는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백신을 먼저 맞게 해주면 감염률을 낮출 수 있어 백신을 대량으로 수입하지 않아도 된다.

시뮬레이션 실험에서는 유동인구와 거주인구, 그리고 사람의 성격과 경제적 차이, 한 사람이 하루에 만날 수 있는 사람을 특정한 범위 내로 지정하는 등 다양한 특징을 부여한 후 주어진 환경과 공간에서 이들이 직접 상호작용을 하도록 만들어 현상을 관찰하면 된다.

여기서 과학기술자들은 행위자의 속성과 행동규칙을 수정해 가면서 시늉내기를 반복해 최종적으로 유효성이 확인된 모형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이같이 미시적 행위자의 특성에서 출발해 시늉내기를 통해 상향식으로 거시적 현상의 동역학을 끌어내는 모형을 행위자 기반모형(agent-hasedmodel, ABM)이라고 한다.


행위자 기반모형을 응용해 실제 산업현장의 문제점을 해결한 예도 있다. 채승병·조항현·문희태 KAIST 박사팀의 자료에 따르면 1997년 BiosGroup이라는 회사에서 행위자 기반모형을  활용해 비지니스 현장의 문제 해결한 기록이 있다.

BiosGroup은 미국의 저가 항공사가 급격히 성장하며 항공화물 처리에 어려움을 겪자 항공사 현장 관계자들이 인터뷰와 관찰, 사측이 보유한 운항기록 등을 토대로 행위자 기반 모형을 구축했다. 이후 각 공항에서 화물 처리를 담당하는 현장 관계자를 행위자로 설정해 관행적으로 시행돼 오던 화물처리 규칙과 항공기 운항일정, 각 공항의 화물처리 용량 등을 모형에 반영했다. 그리고 완성된 모형을 이용해 행위자들의 화물처리 규칙을 변화시켜가며 시늉내기를 수행했다.

그 결과 화물처리 규칙에 심각한 맹점이 밝혀졌고, 간단한 화물처리 규칙을 개정하는 해결책을 제시해 현장의 화물처리 시간을 15~20% 경감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렇듯 행위자 기반 모형을 활용한 계산과학은 갈수록 글로벌화되며 복잡해지는 현안에 해결책을 제시해 주고 있어 자연과학, 사회과학, 공학 분야에 걸쳐 주요한 방법론으로 정착돼 가고 있다.


KIST 계산과학센터, 다양한 연구성과로 제품 실용화 앞장서


국내 계산과학의 보급률은 아직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세계적 추세에 따라 다양한 연구기관과 기업이 참여해 연구를 수행 중이다.

KIST(원장 문길주)도 관련 연구를 90년대부터 진행해 왔으며 그것이 쌓이고 쌓여 현재 계산과학센터(센터장 이광렬)라는 이름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과정 이해를 통한 더 나은 기술 개발을 위해 발족했으나 지금은 계산에서 예측 그리고 이해까지 검증할 수 있는 실력을 갖고 있다. 이광렬 센터장을 중심으로 약 40명의 연구진들이 ▲고성능 컴퓨팅 및 바이오 시뮬레이션 ▲표면 및 계면현상 ▲신소재 설계 ▲사회 시뮬레이션으로 나뉘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계산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컴퓨터다. 이에 센터는 2003년 CPU 1024개가 달린 머신을 만들어 세계에서 500번째로 성능 좋은 컴퓨터를 가졌다고 인증을 받은 바 있다. 또 KIST 내부에서도 중점 연구를 잘하는 센터로 2005-2006년 연속 상을 수상했다.


연구 성과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기업과 함께 두부용기를 코팅하는 작업을 같이 했다. 두부는 이동하는 과정에서 공기가 들어가면 안 된다. 이에 탄소를 두부 용기에 적층함으로써 입자를 더욱 촘촘히 하려는 연구를 계산과학으로 풀어냈다. 센터 관계자는 "탄소를 어떻게 적층해야 좋은지 연구하기 위해 탄소를 가로, 세로로도 쏘아보고 강도 등도 설정해 다양하게 시뮬레이션했다"고 설명했다.

또 물이 잘 흡수되지 않도록 부직포를 코팅하는 시뮬레이션을 수행, 최적의 결과를 도출해 기술을 기업에 이전했다. 이 기술은 에어컨이나 공기정화 필터에 사용되고 있다. 바이오쪽으로는 약물 도킹 시뮬레이션 가능한 토종DOC를 만들어 각계 연구자들에게 호평 받은 적도 있다.

이 외에도 SCI 논문 20편 (Nature Research Highlight 1건, Soft Matter Cover Image 1건, Soft Matter Top 10 Most Read Paper 1건 등), Non-SCI 논문 3편, 특허 출원 10건, 특허 등록 7건, 프로그램 등록 4건, 기술이전 1건 (1.5억원+a)등 다양한 연구성과를 도출해냈다.

2010년부터는 사회 시뮬레이션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통해 서울시에서 신종플루가 어떻게 퍼지는지, 빠른 출퇴근을 위해 어떤 방법으로 지하철 노선을 만들고 바꿔야하는지, 교통 신호 간격은 몇 분이 가장 최적인지, 국민 경제를 구성할 때 정부와 국민간의 투자 비율은 어때야하는지 등 옥스퍼드대학과 한국은행 등과 함께 경제시뮬레이션도 연구하고 있다.

앞으로 센터는 전자·원자·분자 수준의 거대규모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나노 바이오 소시오 시스템 해석기술을 통해 컴퓨팅 기반의 효율적이고 창조적인 연구개발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할 예정이다.

인간이 가상 속 원자의 세계로 들어가 연구하고 실시간으로 결과를 도출해내는 그날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