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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cle KIST

KIST 스키보드 동호회 첫 출정식


 

KIST에 오랜 시간 근무하는 동안 여러 동호회 활동에 참여해보았다. 산악회, 볼링 동호회, 심지어 피트니스 동호회까지. 겨울만 되어 쌓이는 눈을 보면서 ‘미끄러지는’ 욕심에 사로잡히곤 했던 나는, 왜 스키와 보드에 관련된 동호회는 생기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았다.
올 11월, 통합정보시스템에 눈길을 끄는 공고가 올라왔다. 계산과학센터 이광렬 센터장께서, 스키와 보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보자는 이야기였다. 설원에 반짝이는 햇살같이, 내 눈에 빛이 났나보다. 나는 그 길로 이광렬 박사께 연락을 취했다. “저도 같이 눈에서 뒹굴고 미끌어질래요.”

개인적인 스키 경험이 길지 않아, 괜한 걱정이 앞서 혼자서는 자주 스키장을 찾지 못했다. 스키를 타게 된 것도 KIST에 함께 일하는 직원에게 스키를 배웠기 때문인데, ‘헤비 스키어’가 되는 것도 KIST 덕분이라니. 이래저래 KIST 덕에 내 스키 라이프가 자라는 것 같다.
12월 초에, 드디어 우리 회원들이 모였다. 창단식은, 유서 깊은 우리의 죤슨강당에서 열렸다. 짧았지만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데, 누구라도 당장에 부츠를 신고 스키 플레이트를 장착하고 싶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12월 17일 첫 출정식을 떠났다. 대명비발디파크를 향하는 KIST의 버스는, 총무팀과 모터풀의 도움으로 우리만의 전용버스로 사용할 수 있었다. 7시 반, 아직 칼바람이 가시지 않은 KIST 앞마당에 모인 우리는 설원의 열기를 기대하며 하나둘씩 차에 올랐다. 총무인 나는, 이른 시간에 출발 준비를 하느라 모두가 굶었을 것을 생각하고 여러 음식을 준비했었다. 뜨끈뜨끈한 떡과 시원한 생수는 약방에 감초처럼 빠질 수 없는 간식이었고, 설원에서 소비할 엄청난 체력을 생각해 초코렛도 준비했다. 특히 인기였던 것은, 장비를 빌리느라 기다리는 시간에 사람들의 목을 축여준 귤이었다. 장비를 빌리고 주간권을 끊는 등 번잡스러운 일은 내 차지였지만, 스키 동호회 초대 회장인 이광렬 박사님의 배려와 KIST 총무팀의 할인 약정으로 그나마 편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주간권을 나누어 가진 우리는 삽시간에 각자에 맞는 스키 코스로 흩어졌다. 아무래도 자신에게 맞는 레벨을 잘들 알고 있어선지 금세들 찾아갔다. 우리 동호회를 통해서 스키와 보드를 시작한 사람들은 동호회에서 교육 봉사를 담당한 분들에게 교육을 받았다. 보드 타는 걸 보일 때, 관자들의 눈이 커지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임선도 박사님의 교육 봉사는 그 실력만큼이나 빛났다. 어찌나 열정적으로 배우고, 가르치고, 타고, 또 넘어졌는지 모두의 코가 빠알개져서 돌아왔다.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에 우리는 루돌프 사슴들을 미리 본 셈이다.

점심이 되니, 배가 고파졌다. 순두부찌개와 해장국은 주린 뱃속에 구세주였다. 저절로 하느님 소리가 났지만, 그 소리마저 아까웠는지 우리는 조용히 빠르게 식사를 해치웠다. 사실 이게 스키 동호회의 매력인 듯 싶었다. 열심히 타고, 열심히 먹고.
오후 다섯 시까지 또 정신없는 활강이 시작됐다. 속도감있게 내려오는 스키와 보드의 매력에 빠진 탓인지 모임 시간을 잊은 회원들도 적지 않았다. 회장과 총무로서 모든 회원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우리는, 괜히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아무 사고도 없었다.

사고의 염려로 빳빳하게 긴장했다가 풀린 탓인지 회장님은 특히나 (아주) 배고파하셨다. 그 식욕에 회장님의 인자함이 더해지니, 회장님은 묘안(?)을 내셨다.

“집에 가서 밥 먹지말고, 고기 먹읍시다 다같이.”

다들 기뻐했다. 계획상으로는 모두 각자 집으로 흩어져서 먹기로 했었지만, 설원에서 같이 시간을 보낸 동호회원끼리 식사를 하기로 했으니 그저 좋을 뿐이었다.

기쁨의 도가니를 흥분의 도가니로 업그레이드한 것은, 회장님의 한 마디였다.

“내가 쏠게요.”

다들 광분했다. 역시 동호회 회장님은, 격이 다르다.

KIST는 우리 홈이다, KIST에 버스가 닿자마자 마음은 눈 녹듯 편안해져버렸다. 대명비발디파크를 떠난 버스가 KIST에 도착하기 7시 반쯤 무섭게 우리는 식당으로 향했다. 스키 타는 것 같이 빨리들 갔다. 맛있는 삽겹살을 먹고, 광분한 마음은 노래로 터져 나왔다. 삼겹살과 노래방은 우리들 때문에 행복했을 것이다. 설원의 기쁨이 광란의 밤으로 마무리 져지는 순간이었다.


동호회 창단을 제안한 이광렬 박사님, 동호회에 참여한 회원 한 사람 한 사람뿐 아니라 우리의 설립과 첫 출정에 큰 도움을 준 여러분께 감사를 전하고 싶다. 연말에 창단된 동호회지만, 여러 면에서 아낌없는 지원을 해 준 총무팀 동호회 담당자인 장진이 님과 KIST 버스를 스키 동호회의 안전한 스키 플레이트가 되어 대명비발디파크로 미끄러지듯 즐겁게 움직이게 해 준, 전성득 담당자님께도 감사한 마음 전하면서..

무릎팍 도사에 보니, 그 도사님은 이렇게 외치더라, 자주.
“스키 보드 동호회여, 영-원하라!” 팍팍


 -부원장실 주경숙 행정원





  글 : 부원장실 주경숙 행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