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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news

"행복은 관계" 혜민스님과 대덕과학자의 만남(7.9)

지질자원연서 초청강연…"공짜 바라지 말고 시기질투 말고 말 들어주세요"

 

 ▲ 9일 오후 지질자원연 강당동 2층 선캄브리아기홀에서 혜민 스님의 초청 강연이 열렸다.
 ⓒ2012 HelloDD.com

"힘들면 한숨 쉬었다가세요. 사람한테 치여 상처받고 눈물날 때, 그토록 원했던 일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 나의 사랑이 떠나갈 때, 우리 그냥 쉬었다 가요."

'가장 영향력 있는 트위터리안'으로 꼽히는 혜민스님이 9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원장 이효숙) 강연에서 소개한 글귀다. 

과학기술인의 인문학적 소양을 넓히기 위해 마련된 이번 초청 강연에서 혜민스님은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관계 속에서 행복도를 높이는 방법' 등에 대해 강연했다. 

혜민 스님은 대전에서 가장 맛있는 식당은 어디인지를 묻는 질문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스님은 "가장 맛있는 식당은 주인과 잘 아는 식당"이라며 "주인을 알면 먼저 나를 반겨주고 서비스도 좋고 음식에 대해 얘기해준다. 주인과의 관계 속에서 음식의 의미가 깊어져 더 맛있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혜민 스님은 "이처럼 우리 삶 속에서 행복 성취도는 어떤 결과물이 좋아서만이 아니라 연관 관계 속에서 드러나고 또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강연 중인 혜민 스님.
ⓒ2012 HelloDD.com

스님은 또 한 병원 간호사들이 친구 여러명이 병문안을 온 경우와 그렇지 않은 환자를 비교 분석한 결과를 예로 들며 "친구가 10명 이상 병문안을 온 환자들은 4배 더 빨리 치유되는 걸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친구들의 감정적 응원 덕분에 병의 호전도 빨리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사람도 많고,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데, 대부분 주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고 혼자라고 여기며 외로워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혜민 스님은 또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을까?'란 질문을 청중에게 하기도 했다. 다수의 청중들이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고 답했지만 그의 대답은 달랐다. 

그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 다만 돈으로 행복을 사려면, 다시 말해 돈으로 행복해지려면 돈의 액수와 상관 없이 돈을 주변 사람들을 위해 썼을 때, 고마운 이들을 위해 썼을 때 행복을 살 수 있다"며 "주변사람과의 관계 강화를 위해 돈을 쓰면 행복지수도 7배 정도 높아지고 행복감도 오래간다"고 덧붙였다. 

 

혜민스님은 100%의 보너스를 받는 것과 유사한 행복감를 얻기 위해 나를 인정해주는 친구들과의 만남을 계획하라면서 관계 속에서 행복도를 높이는 방법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행복도를 높이는 방법 첫번째로 "공짜를 바라지 않아야 한다. 인간관계는 끊임없는 주고 받는 것이기 때문에 주고 받기를 잘 하면 인간관계가 돈독해진다는 걸 명심하자"고 말했다. 

이어서 행복도를 높이는 두번째 방법으로 혜민 스님은 "시기·질투를 하지 말아야 한다. 시기·질투는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과 비교할 때 하게 된다"며 "착한 일을 하면 기분 좋은 호르몬이 흐른다는 게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그런데, 옆에서 보기만 해도 비슷한 호르몬이 나오고, 응원까지 하면 더 좋은 반응이 일어나고 주변사람들과의 신뢰가 더 돈독해진다"고 설법했다. 

 

혜민스님의 관계 속에서 행복도 높이는 방법 세번째는 '말을 잘 들어주자'다. 그는 박사학위 공부를 할 때의 자신을 돌아보며 "3일 동안 누구와도 대화를 하지 않은 적이 있다. 누군가의 말을 들어주는 것도 자비행위다"며 "진심을 다해 힘든 친구의 말을 들어주면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아도 상대는 자신의 고민을 스스로 해결한다"며 귀를 열고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줄 것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혜민스님은 주변인과의 관계 속에서 행복도를 높이기 위해 '말을 잘 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이심전심이라는 말도 있듯이 우리에게 그런 문화가 있지만 가만 보면 원하는 것을 명확히 얘기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가 많다"며 "자신의 생각이나 기분을 명쾌하게 표현하는 것도 능력이다. 서운한 것은 서운하다고 당장 얘기해야 큰 문제로 발전하지 않으며 또 서로의 관계가 비틀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혜민스님은 강연 말미에 "요즘 성숙한 사랑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며 "사랑은 하나가 되는 게 아니라 두 개의 기둥이 돼 하나의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둘 사이에 시원한 바람이 통할 수 있는 거리가 있어야 한다. 너무 가까이, 또 너무 먼 것도 아닌 난로같은 사랑이 관계의 기본"임을 피력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이자 미국 햄프셔대 종교학 교수로 재직 중인 혜민 스님은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트위터리안으로 꼽히고 있으며 '한국을 대표할 미래의 지도자 300인'에 선정되는 등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혜민 스님의 초청강연을 듣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지질자원연 강당동 2층 선캄브리아기홀이 가득찼다. 
ⓒ2012 HelloDD.com

<대덕넷 이주원 기자> pinktom@HelloD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