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두의 자연 속 과학]자연의 가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책 가운데 하나로 폴 호큰, 에이머리 로빈스, 헌터 로빈스이 저술한 '자연자본주의'를 추천했다. 이 책에서는 현재 이용 가능한 기술과 막 떠오르는 신기술을 활용하면 우리가 환경을 망가뜨리지 않고 오히려 깨끗하게 하면서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자연생태모사기술을 강조하고 있다.

생태학자들이 1997년 네이처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자연 생태계가 인류에게 베푸는 서비스의 가치가 연간 36~58조 달러(4~6경5천조원)에 이르는데 이는 연간 이자에 불과할 정도하다. 왜냐하면 자연 자본 전체의 가치는 400~500조 달러에 이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수자원의 공급, 공기 정화, 쓰레기 처리, 홍수 예방 등의 서비스에 해당되는 가치를 담고 있다.

미국의 우주물리학자 그레그 러플린 교수는 지구의 가치가 300조 파운드(약 545경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지구와 가까운 화성은 1만 파운드, 금성은 1페니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계산했다. 이 식은 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과 질량을 얼마나 가졌느냐에 따라 가치를 결정했다.

우리에게 밝은 빛을 보내주는 태양의 가치는 엄청나다. 태양이 1초 동안 방출하는 에너지는 지구의 전 인류가 약 1천만년 동안 전기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태양이 방출하는 에너지 중 지구에 오는 것은 20억분의 1에 지나지 않지만, 지구가 받는 그 빛을 전력으로 환산하면 매일 약 19경2천조원 이상이 된다는 계산도 있다.

앞에서 보듯이 생태학자와 우주물리학자가 각각 추산한 지구의 가치가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즉 자연을 자본으로 보는 시각과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과는 밀접한 연관성이 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결과다.

자연 자본의 가치를 크게 평가하지 않고 최종 상품에만 관심을 가지는 산업자본주의에 반해 자연자본주의는 4가지의 원칙으로 환경 보전과 경제 발전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첫째로 자원의 생산성을 확실히 높이는 것, 둘째로 재료와 에너지를 순환하고 재사용하는 자연생태계를 모사하는 것, 셋째로 제품이 아닌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직접 공급함으로서 물질사용을 줄이는 것, 마지막으로 파괴된 지구 환경을 살리기 위해 자연 자본에 재투자하는 것 등의 원칙이다.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전 세계 지식인들의 모임인 로마클럽은 '성장의 한계(Limits to Growth)'라는 책에서 더 이상의 성장이 환경에 심각한 위협을 가져올 것임을 경고하며, 지구의 미래를 위해 더 이상의 성장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해 사람들을 큰 충격에 빠뜨렸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ZERI(Zero Emissions Research Institut) 재단의 설립자인 군터파울리는 동경에서 개최된 TEDx 컨퍼런스에서 청색경제(Blue Economy)를 소개했다. 청색경제는 자연 생태계로부터 수많은 정보와 영감을 얻어 인간 생활에 활용함으로서 환경 문제 해결은 물론이고 경제 성장이 동반된 지속가능한 미래 사회 구현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녹색경제는 환경 보호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기업과 소비자에게 많은 비용을 요구하는 문제점을 갖는다. 이에 비해 청색경제에서는 환경을 보호하면서 더 큰 물질적 풍요를 누릴 수 있으며, 청색경제의 핵심은 생태계의 지혜를 활용하는 데 있다. 생태계는 우리의 파괴적인 생산과 소비 모형을 좀 더 생산적인 것으로 바꿔나가는 데 필요한 영감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서 흰개미 집으로부터 냉난방 없이 건물 안의 공기를 끊임없이 신선하게 유지하는 방법, 공기 중의 수분을 포집해 생존에 필요한 물을 공급받는 사막의 딱정벌레 겉날개 표면의 원리, 얼룩말의 줄무늬에서 기계적 통풍장치 없이 표면온도를 낮추는 원리 등은 자연 생태계에서 지속가능성의 힌트를 얻어 산업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로 소개되고 있다.

영국의 왕립기상학회에서 발간하는 '기상학응용' 저널에 발표된 '대기 서비스의 가치'에 대한 논문에 의하면 지구 대기의 가치는 세계총생산(GWP)의 최소 100~1000배에 달한다. 이 논문에서는 의미 있는 한 장의 그림이 소개되고 있다. 우리 속담에 '백문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듯이, 중국에는 '화의능달만언(畵意能達萬言)'이라는 옛말이 있다. 즉 그림 한 장으로 백 마디, 만 마디의 말을 대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구상의 물과 공기의 총량(Adam Nieman).
ⓒ2011 HelloDD.com

아담 니만(Adam Nieman)이 그린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과 공기를 지구의 크기와 비교해 그린 이 그림은 물과 공기의 소중함을 단 한 장으로서 확실하게 인식시켜 주고 있다. 지구의 직경은 약 1만2756km인 반면에 물 총량의 직경은 1390km, 공기 총량의 직경은 1999km로서 부피비율로 물은 약 773분의 1, 공기는 약 260분의 1에 해당한다.

미국의 그린 뉴딜 정책, 우리나라의 녹색성장 정책, 자연자본주의, 블루이코노미 등은 지구환경보호와 세계 경제 발전을 위하여 인류가 공통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추진해 나아가야할 정책과 이념임에 틀림없다. 46억년의 나이를 지닌 지구를 미래에도 지속가능하게 영속시키는 위해 이러한 정책과 이념을 한 걸음 한 걸음 실천해 나아가야 하겠다.


▲김완두 박사
ⓒ2011 HelloDD.com
김완두 박사는 한국기계연구원 나노융합생산시스템연구본부 영년직 책임연구원으로, 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아사업인 '생체모사인공감각계' 사업단장과 '생태모사 청정표면 가공기술개발사업' 총괄책임자를 맡아 자연모사기술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1982년부터 기계연 한 곳에서만 연구를 진행해 오셨던 김 박사는 2003년 연구원 최우수 연구상을, 2008년에는 대한기계학회 기술상과 과학기술훈장을 받기도 했습니다.

김 박사는 '자연 속 과학'을 통해 자연 생태계는 친환경적이고 고효율화·최적화된 시스템임을 알려 줄 계획입니다. 또한 다양한 신비로운 자연생명체의 여러 현상을 바탕으로 인간생활에 활용하는 기술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2011년 0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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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이온가속기가 기초연구 핵심'…인식의 共有가 필요하다
[과학벨트 선정 이후 과제②]정부의 일관된 정책·지속적인 지원 필요
"단계별 이용자 그룹 개발로 효율성 높여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위원회(이하 과학벨트위원회)는 지난달 13일 회의를 통해 과학벨트의 핵심인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의 통합 배치 원칙을 결정했다. 중이온가속기는 기초과학연구원의 중심 시설이라는 점에서 통합 배치는 당연한 결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이온가속기의 이용과 성과 연계에 대한 논의는 아직 많지 않은 편이다. 또 중이온가속기 이용자 그룹은 따로 있다는 생각에 과학기술인들 조차 상당수가 이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고민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는 경우도 있다.

◆중이온가속기, 과학기술 선도와 국가위상 강화위한 존재목적 이해해야

중이온가속기 개념설계 총괄 책임자인 홍승우 성균관대 교수에 따르면 기초과학연구원의 핵심시설인 중이온가속기(KoRIA)는 1.08km²(약 32만평) 용지에 지름 10m의 원형가속기(사이클로트론)와 길이 약 200m의 선형가속기, 실험동과 연구동 10여채로 구성될 전망이다. 상암 월드컵경기장의 10배 정도에 이르는 규모다. KoRIA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형가속기와 선형가속기가 연결된 구조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또 지하 10m깊이에 설치되며 원형가속기는 70KW로 양성자를, 선형가속기는 400KW로 우라늄(U)같은 무거운 중이온을 가속하게 된다. 200MeV(메가볼트)의 높은 에너지로 자연의 거의 모든 이온을 가속할 수 있는 가속기로는 유일하다는 게 홍 교수의 설명이다.

중이온가속기는 물성·재료, 바이오, 화학, 원자력, 원자·분자, 의학, 핵물리 등 다양한 분야의 첨단 연구에 사용될 전망이다. 이제까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희귀 동위원소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실제 일본은 2004년 새로운 핵종을 발견하고 주기율표의 원소번호 113번에 '자포니움'이란 이름으로 올렸다. 또 독일의 '게르마늄', 프랑스의 '프란슘' 등이 대표적인 예다. 새로 발견되는 원소에는 발견한 국가나 도시, 발견자의 이름을 붙일 수 있어 국가 위상 강화에도 큰 몫을 한다.

자연계에서 발견할 수 있는 원소가 1만여 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진만큼 중이온가속기의 역할에 대한 기대는 무한하다. 이에따라 각국의 중이온가속기 건설 경쟁은 치열하다. 현재 미국, 독일, 프랑스, 유럽연합 등에서 앞다퉈 중이온가속기 건설에 뛰어들고 있다.

현재 알려진 KoRIA 활용 방안은 ▲우라늄을 사용하지 않고 방사능 폐기물도 나오지 않는 차세대 원자로 개발을 위한 핵입자 연구 ▲신소재 개발과 단백질 연구 ▲별 안에서 일어나는 핵반응 재현을 비롯해 치료를 위해서도 활용될 전망이다. 올해 11월까지 개념설계를 완료하고 내년부터 상세설계에 들어갈 예정이다.

홍승우 교수는 "기초과학연구의 핵심시설이 중이온가속기다. 바이오·의학 기초연구, 우주원소지도 완성, 재료기초연구 등에서 중이온가속기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이온가속기 지금도 예산 부족인데 지속적인 지원 가능한가

과학벨트 내에 건설될 중이온가속기의 예산은 4600억원 정도다. 중이온가속기 상세설계는 비용만 300억원이 필요하지만 올해 과학벨트사업에 배당된 예산은 100억원에 불과했다. 전체 설계 및 건설을 감안한다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과학기술계에서 과학벨트 선정 이후 중이온가속기가 제대로 설치될 수 있겠는가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현재는 정부정책으로 추진하고 있어 별도 예산이 마련돼 있다지만 그 이후 기존 정부 R&D에 포함될 경우 별도의 독립 예산을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는 누구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도 예산이 부족한데 막대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게 과학기술계가 걱정하는 부분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A 박사는 "지금은 중이온가속기 건립을 위해 대통령이 정부정책으로 예산을 마련해 지원하고 있지만 지원 기간이 끝나면 그냥 정부의 R&D 예산에 포함될 것이다. 그때도 독립 예산 편성이 가능할지 걱정된다"면서 "중이온가속기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예산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연연의 B 박사 역시 "일부에서는 가속기를 사용하는 사람도 별로 없는데 꼭 만들어야 하느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많다"면서 "그러나 중이온가속기는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의 기초과학과 원천연구를 위해 꼭 필요하다. 그럴수록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밀고나야가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의 P 교수는 "2015년까지 완공시키려면 정부의 충분한 지원과 인적자원이 필요하다"면서 "그렇지만 과학계에서도 정부의 지원과 지지를 지속적으로 받기위한 명확한 목표와 성과를 내보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미국이 계획한 중이온가속기(MSU-FRIB)가 성능 면에서 KoRIA와 비슷하지만 현재 진행 상황으로는 한국이 한발 빠르다"면서 "그러나 지금처럼 본래 취지는 사라지고 입지 선정 문제로 우왕좌왕 하다보면 그 위치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며 일침을 가했다.

세계 최대 기초과학연구소인 유럽 CERN의 호이어 사무총장도 올해초 한국을 방문해 중이온가속기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며 중이온가속기를 성공적으로 구축해 나가려면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요구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완성후 논의는 늦어, 중이온가속기 설계부터 단계별 이용자 그룹 모집해야

과학기술인들은 중이온가속기 상세 설계에 앞서 가속기 이용자 그룹이 누구인지 개념부터 확실히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출연연의 H원장은 "중이온가속기를 건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설계당시부터 단계별로 가속기에서 파생되는 기술을 산업체와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를 검토하는 한편 이를 이용할 수 있는 기업을 모집해야 한다"면서 "중이온가속기의 최종 목표는 기초과학연구와 이후 성과를 통한 노벨상을 기대하는 것이다. 따라서 완성된 이후 이를 이용할 수 있는 그룹은 사실 많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중간 중간 이용자 그룹을 개발해 나가야 과학비스니스벨트의 성공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성자가속기도 에너지가 100, 300, 500등의 정도에 따라 이용자 그룹이 따로 있다. 중이온가속기도 중간중간에 이용자 그룹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 가속기를 완성한 다음에 이용자를 찾는다는 것은 자칫 이용 효율도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면서 "상세 설계 시기부터 이용자 그룹을 키울 수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 대학의 E 교수 역시 "지금 과학벨트 입지 문제로 신경전을 펼치고 있어 정작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빠져있다"면서 "기존의 가속기 운영 사례 자료를 토대로 중이온가속기의 효율적인 운용을 위한 계획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원로 과학자는 입지 선정과 관련해 "중이온가속기는 기초과학연구의 중요한 툴 중에 하나다. 따라서 효율적인 이용을 위해 과학기술인의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서는 많은 과학기술인들이 동감을 표시하면서 가능한 한 국내외 연구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연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덕넷 길애경 기자> kilpaper@HelloDD.com      트위터 : @kilpaper

2011년 0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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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연 향한 과학자들의 기대…"연구 안정성 보장이 핵심"
[과학벨트 선정 이후 과제①]"연구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해야"
"5년 안에 연구단 50개 만들기보다 인재 찾아 탄탄하게"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과학벨트입지평가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전국의 165만㎡(50만평) 이상 부지를 가진 후보지 중 입지 조건에 따라 10개 지역으로 압축했다. 오는 12일 회의를 통해 5곳을 선정하고 이달 말쯤 과학벨트 입지를 선정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정계와 각 지자체에서는 과학벨트 입지 유치전이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과학계에서는 이같은 사회 분위기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과학벨트 성공을 위한 논의가 시급한 상황에 본래 취지는 완전히 뒷전으로 밀려나 있지 않느냐는 판단에서다. 이에 대덕넷에서는 과학벨트 선정 이후의 발전 방향과 효율적 활용 방법 모색을 주제로 특별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 편집자 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가 오는 5월 말 입지선정을 앞두고 있다. 과학자들에게는 꿈의 과학 현장이 실현되는 것임에도 이를 바라보는 그들의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과학벨트의 존재 목적은 당연히 한국 과학에 걸림돌로 비유되고 있는 기초과학의 발전이다. 제일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될 사람들 또한 과학자이다. 그러나 과학벨트 유력후보지역 지자체들은 과학 발전이나 주인공인 과학자들의 의견을 듣기보다는 지역경제 발전과 고용유발 효과만을 기대한 채 거점지구 유치에 온 힘을 쏟고 있다. 한마디로 주객이 전도돼 있는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지 올해 4년차. 이 대통령이 내걸었던 공약인 과학벨트가 정치개입 없이 과학자들의 논리와 나라 발전을 위해 진행됐다면 거점지구는 벌써 결정나지 않았을까. 또 연구자들이 바라는 대로 중이온 가속기를 좀 더 빨리 들여왔다면 한국의 과학자들은 어느나라 보다 앞서 가속기를 통해 새로운 연구에 몰두하고 있을 것이다.

더 이상 과학벨트 '유치전'에만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다. 핵심이 되는 기초과학연과 중이온가속기를 어떻게 운영하고 이를 과학과 산업발전에 어떤 방법으로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과학자들의 입을 통해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연구원만 있으면 뭐하나…좋은 인력으로 구성하고, 미래 인재 키워야"

기초과학연에서 가장 먼저 보장돼야 하는 것은 '연구의 자율성'과 '독립성'이라는 것에 대부분의 과학자는 입을 모은다. 또 유행을 쫒는 연구보다 아이디어와 사람 중심 연구에 투자하고, 기초과학연에서 운영될 50개 연구단도 시간에 쫒겨 만들기 보다 적합한 사람을 찾아 제대로 구축해 가자는 이야기가 다수였다.

특히 연구주제에 따라 연구단을 생성하고 소멸시키는 10년 일몰제에 대해서는 '좋은 연구자가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할 것'이라며 연구의 안정성을 담보해 달라는 의견이 나왔으며, 이중(二重)소속제를 통해 기초과학연에서 연구가 끝나더라도 기존 기관으로 복귀해 일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기초과학연의 효율적 운영방안에 대한 과학자들의 고민과 의견들을 직접 들어보자.

"20년 전만해도 학생들 반 이상이 일반 물리를 고등학교 때 배웠었고, 기초과학의 바탕을 가지고 대학에 입학했었다. 그러나 지금 일반 물리관련 수능시험은 3%만 치는 수준으로 매우 낮아졌다. 이런 상황에 우리나라 과학수준이 어떻게 될지 걱정스럽다.

기초과학연을 만들더라도 일할 사람이 없으면 곤란하다. 연구원을 만드는 것이 우리 미래의 담보라면 미래 세대 기초과학 교육까지 연계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방대학과 기초과학연의 연결은 미래 연구자를 키우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들이 이 사업을 건설사업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지방대학 학생들에게 기초과학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을 중요시해야 한다.

또 기초과학연과 기존 연구소와의 인프라 연계도 생각해 봄직하다. 일례로 일본의 리켄이나 독일의 막스플랑크, 프랑스의 CNRS는 전국적으로 연구소망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 나라들은 과학자가 많고 연구 역사가 깊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우리나라에 똑같이 적용하기는 힘들 것이다. 선진국을 따라 하기 이전에 전국적인 연구 조직이 될 수 있도록 고려한 후 시작해야 한다."(고등과학원 김재원 교수)

"과학을 발전시키기 위해 투자할 수 있는 것은 '연구자', '돈', '시설'이 있다. 그러나 우린 지금까지 돈과 시설에만 투자 했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도전하는 사람에 대한 투자가 부족했다. 새로운 아이디어에는 그 연구가 성공할 것 같겠냐고 비판했고 유행연구만 해왔던 잘못을 되돌아 봐야 한다. 이제는 새로운 연구테마를 가진 사람에게 투자 해야 할 것이다."(기업 관계자)

"기초과학연구인력은 2500여명으로 구성하려고 준비 중이나 기초과학만 하는 인력이 그만큼 있을지 의문이다. 때문에 우수 외국 인력을 데리고 오고, 기존 우수 연구자들이 사이트 랩을 맡아 연구해야 한다.

기존 연구자들이 기초과학연의 사이트 랩을 맡아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이중소속제가 필요하다. 이중소속제를 통해 사이트 랩 연구활동이 끝나면 기존 기관으로 복귀하고 자신의 분야를 연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법 상으로 이중소속제는 적용이 안되고 있다."(생명연 A박사)

"연구의 미래 성패는 연구원장과 단장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연구테마 50개를 정하고 단장을 정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처럼 인구가 적은 곳에서 50개를 채우기에는 무리가 있다. 억지로 능력 부족한 사람을 높은 지위에 앉히는 것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그런 점에서 한꺼번에 50개를 하기보다 사람을 찾아, 그 사람이 잘 하는 분야를 할 수 있게 지원한다면 성공의 가능성 또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KIST S박사)

"한국에는 기초연구를 하는 시설이 거의 없기 때문에 국내 연구자들이 해외로 많이 빠져나가 있다. 일만 있으면 한국으로 들어오고 싶어하는 과학자들이 많은데 기초과학연이 이런 역할을 해줘야 한다.

또 기초과학연은 기초과학을 하는 연구자를 키워내야 한다. KAIST나 포스텍 등에서는 사이언스 테크놀러지(돈 되는 기술)를 하고 기초연구는 잘 안하고 있는데, 기초과학연에서 교육을 한다면 상업화가 아닌 정말 기초연구만 하는 그런 사람을 키워내야 한다. 기초과학연구는 돈이 되는 기술도 아니고 당장 산업화할 수 있는 기술들이 아닌 호기심 연구다. 그럴수록 끊임없는 지원이 필요하다."(KISTI J 박사)

◆ "기초과학연, 연구 안정성 담보하지 않으면 아무도 오지 않을 것"

"10년 일몰제는 젊은 과학자들에게 메리트가 없다. 10년 후 이 사업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누가 갈까. 차라리 연구를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반 연구소나 대학을 가지, 굳이 기초과학연에 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 좋은 연구인력을 구성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해달라.

또 운영에 있어서 젊은 과학자들이 연구를 많이 할 수 있는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 지금 내 삶을 보면 연구보다 행정 일이 너무 많다. 연구가 방해 받을 정도다."(울산 과기대 S교수)

"모든 연구자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자기를 희생해서 연구를 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연구 안정성을 부여해주지 않으면 아무리 연구 잘하는 사람도 기초과학연에 발을 들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또 KAIST나 고등과학원의 경우 좋은 처우로 사람들을 데리고 왔지만 언제부턴가 스톱 상태다. 지속적으로 처우를 끌어올려야 좋은 사람을 계속 모을 수 있을 것이다."(고등과학원 관계자)

"기초과학연의 연구는 호기심 충족을 위한 기본 연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출연연은 목적연구를 하고 기초과학연은 기본연구를 중심으로 함으로써 연구분야를 혁신의 모델로 삼아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제안해본다.

예산문제도 어떻게 할지 걱정이다. 지금 대통령이 정부정책으로 지원한다고 하는데 기초연구는 지속 지원이 필요하다. 당장 지원기간이 끝나면 정부 R&D 예산에 포함되는데 그때도 예산 지금이 가능할지 걱정이 된다. 또 기존 사업단 지원과 같은 맥락에 놓고 지원을 줄여서는 안 된다. 안정적인 지원예산 확보도 관건이다."(생명연 A박사)

"기초과학연에는 세계적 수준의 연구단장이 올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노벨상 수상자를 키우는 연구소가 될 것이라고 하지만 세계적 수준의 연구단장의 기준은 뭐며, 노벨상을 위한 연구소는 뭔지 모르겠다. 기초과학연을 세우면 노벨상을 탈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는건 아닌지... 노벨상이란 교육에서부터 사회문화, 거기에 따른 인프라 지원 등 사회가 만드는 것으로, 기초과학연은 노벨상을 위한 곳이 아닌 기초연구를 하는 곳이 돼야 한다.

그리고 이제 정치와 과학은 분리돼야 한다. 과학벨트도 그렇지 않은가. 과학자들과 정책자들의 고민으로 만들어 놓은 안이 전혀 다른 논리로 바뀌는 것 같은데 원래 방침대로 가야 한다. 국가는 밑바탕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과학자는 과학적 결정을, 정책결정권자들은 그 결정을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지 국가가 모든 권한을 결정해선 안 된다. 또 국가의 세금을 가져다 쓰는 만큼 기초과학연을 국민에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운영해야 한다."(생명연 K 박사)

◆ 기초과학연, '정말 연구하는 사람', '열정 있는 리더 필요'

"연구소의 독립성과 연구자의 자율성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리더를 선정하는데 있어 투명하게 객관적으로 수행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연구소의 영향력 있는 사람들은 정부와 줄이 닿아있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투명한 선정방법이 아니라면 독립성도 자율성도 모두 무산될 것이다."(고등과학원 K연구원)

"과학벨트는 원 취지대로 설립돼 지속적으로 운영 발전해야 한다. 특히 사업에 우리 모두가 공감대를 가져야 하는데, 과학자는 물론이고 정부 정책자들이 과학벨트의 중요성과 성공을 위한 내실을 다져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실제 운영은 사람 중심으로 해야 한다. 훌륭한 단장과 원장을 모셔 그 사람에게 자율성, 독립성을 주고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환경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은 지금까지 계속 요구돼 왔고 다른 사업에서도 중요하다고 했는데 과연 기초과학연에선 잘 될까. 이러한 내용도 구조적이나 법적으로 제도됐으면 좋겠다.

또 외국인 과학자 중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사람은 중견 리딩 학자들이다. 열정이 있고 반응력이 있어야 실질적으로 기초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다."(과실연 관계자)

"5년 내에 50개 연구단을 만들겠다는 기초과학연의 계획과 특히 그 반인 25개 연구단을 기존 출연연과 대학 등 외부에 만드는 경우 운영에 대한 세심한 계획이 없으면 기존 연구기관 운영에 어려움을 줄 수도 있다. 또 현재 제시된 기초과학연의 연구테마 유형에서 기초 연구는 대학과 중복되고, 전략형 연구는 출연연에서 하고 있는 연구분야와 중복이 예상된다.

때문에 ▲기초과학발전을 위한 기초과학연과 기존 대학과 출연연의 역할분담 ▲출연연에 설치되는 사이트 랩은 출연연 고유기능이 강화될 수 있게 연구분야와 운영방안 마련 ▲기초과학연 본부에 위치하는 연구단은 기존의 대학·출연연과 중복성이 없는 기초연구를 중심으로 구성 ▲사이트 랩과 프론티어사업단 등 기존 연구 사업과의 차별성 필요 등이 요구된다."(기초연 L박사)

"여러 연구진이 일하는 곳인 만큼 연구분야도 각각 다르기에 환경 조성도 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환경이 좋지 않더라도 좋은 리더나 연구자들이 있다면 알아서 사람들은 몰리게 될 것이다. 좋은 리더들은 그만큼 중요하다. 리더들에게 그들의 의욕이나 리더십 유지, 연구 비전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전권을 맡기고 일을 주관하게 해야 할 것이다."(천문연 M연구원)

"기초과학연은 응용연구를 하는 대덕과 함께 해야 효과가 클 것이다. 응용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기초연구 자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함께해 나가야 시너지효과를 볼 수 있다."(출연연 관계자) 


<대덕넷 김지영 기자> orgHs12345@HelloDD.com      트위터 : @orghs

2011년 05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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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향한 첫 설레임 'TEDx대덕밸리'…"과학 왜 중요할까요?"
7일 UST 대강당서 '과학과 인간' 주제로 개최

 ▲ 김종열 박사가 TEDx대덕밸리 강단에 올라 강연하고 있다.
 ⓒ2011 HelloDD.com

과학을 향한 첫 두근거림이 시작됐다. 대한민국 과학기술 연구개발의 심장이자 미래를 이끌고 있는 대덕연구개발특구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한 'TEDx대덕밸리'가 7일 오후 2시 UST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이날 열린 TEDx대덕밸리 행사에서는 '과학과 인간'을 주제로 퍼뜨릴만한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를 7명의 연사가 참석한 청중들에게 소개했다.

첫 연사로 강단에 선 김종열 한국한의학연구원 체질의학연구본부장은 한국형 맞춤의학인 사상의학에 대해 설명했다. 그가 사상의학을 만난 계기는 조금 특별하다. 자신의 질병이 사상의학에 의해 말끔히 치료된 게 계기였다. 당시 엘리트 공학도였던 그는 지진공학을 연구하던 26세에 한국형 맞춤의학인 사상의학을 만나 매료됐다.

사상의학은 한 마디로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맞춤의학이다. 얼굴 모양으로 질병을 예측할 수 있다는 김 박사는 "한의사들은 환자들이 얼마나 아픈지, 어떻게 아픈지에 대한 판단을 주관적으로 한다. 그래서 표준화가 안 되는 것"이라며 "진단기기를 만들면 정보를 일관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획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객관화된 정보를 가지고 표준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박사에 따르면 진단기기를 이용하면 유비쿼터스 헬스케어가 가능해진다. 태어나자마자 나의 체질을 알 수 있게 되고, 진단에 따라 먹는 것과 입는 것, 운동하는 것 등 모든 것을 체질에 맞춰 적용할 수 있다. 김 박사는 "한국에서 행해지고 있는 체질 맞춤형 예방 의학이 전 세계인에게도 혜택이 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한국의 연구자들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비전들을 응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어 강단에 선 정광화 충남대학교 분석과학기술대학원장은 '왜 분석과학 기술인가'에 대한 주제로 퍼뜨릴만한 가치를 공유했다. 정 원장은 1978년 제1호 여성 유치 과학자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들어간 특구 토박이다. 30년 넘게 분석과학기술만을 연구해왔다.

정 원장에 따르면 분석과학은 일반적인 과학과 차이가 있다. 과학이 자연의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측정을 하고, 실험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해석해서 적당한 모델을 만드는 지식체계를 말한다면, 분석과학은 연구대상 물체를 관찰·측정하고 해석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그는 한 가지 예를 들어 설명했다. 정 원장은 "2008년 광우병 사태 때 미국에서 들어오는 소고기를 호주산으로 둔갑시켜 팔면 어떡하냐는 것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러나 질량분석기를 활용하면 미국산과 호주산의 차이를 알 수 있었다. 업자들이 속일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분석과학기술이 계속해서 발달하게 되면 생활이 편리해지고 건강한 삶의 영위가 가능해진다. 일례로 1901년부터 2009년까지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 중 분석과학분야 수상자는 20%였다. 1914년부터는 85%가 분석장비 개발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 갈수록 분석과학장비 개발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알 수 있다는 증거다.

정 원장은 "현재 우리나라 대형연구시설 예산에 4조 5000억원이 투입되고 있다. 그것도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그런데 수출은 별로 없고 수입이 대부분이다. 그 이야기는 우리 돈이 외국 사람들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쓰여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며 "이중 일부가 우리나라 젊은이들을 위해 쓰여진다면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새로운 분석과학기술을 개발하게 되면 새로운 과학분야가 개척되는 셈이다. 노벨상도 수상할 수 있다. 또한 경상수지 적자를 개선해 경제에 도움도 되고, 고급인력 일자리도 창출될 수 있다"며 "4만불 시대로 올라가려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그 전제조건은 분석과학기술이다. 유능한 인력들을 양성해서 노벨상을 국내에 안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행사에는 김종열 박사와 정광화 원장을 비롯, 강대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휴먼인지환경사업본부장, 정기정 국가핵융합연구소 ITER 사업단장, 구삼옥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무인체계팀장, 홍진규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이선희 UST 학생 등 7명의 연사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했다. 


<대덕넷 임은희 기자> redant645@HelloDD.com      트위터 : @redant645

2011년 05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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