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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cle KIST

고온 견디는 소재개발로 '에너지생산 효율' 높인다

 

 

 

 

[올해의 기관고유사업 평가결과 우수과제 선정] 미래융합기술연구본부
"KIST 이름 가진 독자적 합금 개발하겠다"

 

 

원자력발전소, 화력발전소, 수력발전소, 태양열발전소 등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다양한 발전소가 존재하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전기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발전소는 화력발전소로 총 73기가 가동중이다.

 

화력발전은 석탄이나 액화천연가스를 원료로 사용해 증기를 만들고 이 증기를 통해 터빈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건설기간이 짧은 장점이 있지만 이산화탄소배출량이 많고 화석에너지 자원이 한정돼있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최근 이산화탄소 등의 온실가스 감축이 전 세계적으로 화두인 가운데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이 각광 받기 시작했으나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의 안전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는 투자대비 효율이 낮아 우리가 쓰는 에너지양을 충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환경오염은 줄이면서도 효율이 획기적으로 증가된 에너지원이 개발되지 않는 한 우리는 원자력발전도 화력발전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포기할 수 없다면 효율을 증가시키는 것은 어떨까. 국내의 표준화력발전소의 에너지 전환율은 39%였으나 내열 소재 개발을 통해 발전소의 운전온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면 동일한 화석에너지로부터의 에너지 전환율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 이 같은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한 첫 걸음이 KIST에서 시작됐다.

 

미래융합기술연구본부 정우상 박사팀(심재혁, 서진유, 김동익, 최인석, 이영수 등)이 'A-USC 발전용 고내구성 금속 소재 기술'을 개발한 것. 이 소재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사용 가능한 소재로 증기온도가 700℃ 이상에서 동작하는 증기터빈발전에 사용 가능하다. 이 기술은 KIST 내 기관고유 사업평가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냈다.

 

 

*여기서 잠깐. 기관고유사업이란?


기관 설립목적인 창조적인 원천기술을 연구개발하고, 그 성과를 보급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연구비 예산을 지급받아 기초 및 원천분야를 중점적으로 수행하는 연구. ▲미래원천연구개발사업 ▲개방형연구사업 ▲KIST- Industry Bridge Program ▲역량강화사업 등으로 크게 구분되어있다.


 

이 소재는 목표로 하고 있는 A-USC 발전소의 과열기 부품 이외에도 석유화학공장의 탱크나 크고 작은 파이프 뿐 아니라 석유, 가스등의 에너지 자원 채굴용 플랜트의 고온부 소재에도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의 표준화력발전소의 증기온도는 538℃로 평균 효율은 39%이다. 나머지 61%는 에너지로 변환되지 못하고 열로 분출되는 등 사라져버린다. 증기온도를 538℃→700℃ 로 높이면 에너지 전환효율을 9% 이상 증가시킬 수 있으나 지금까지는 700℃에서 사용 가능한 재료가 개발되지 않았다. 정 박사팀은 실험을 통해 개발한 소재가 A-USC 발전소의 요구 성능을 충족시킴을 확인했다. 정우상 박사는 "538~593℃까지는 기존에 개발되어 온 페라이트계 내열강을 사용할 수 있으나 한 단계 점프를 하기 위해서는 베이스 자체를 바꿔야 한다"며 단련용 니켈계 초합금을 대안으로 내놨다.

 

현재 정우상 박사팀이 연구하는 금속재료도 단련용 니켈계 초합금을 베이스로 하고 있다. 연구팀 관계자는 "순 금속소재 하나만 가지고 좋은 특성을 구현하는 것은 극히 드물기 때문에 필요한 특성을 얻기 위한 적절한 합금 설계 및 제조 공정 개발을 통해 용도에 맞는 요구 성능을 확보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상용화 테스트만 10년…지금 아니면 선진국에 주도권 뺏긴다

 

"소재 제조공정이 열을 이용하는 작업이다 보니 여름에 힘들었죠. 특히 설계 합금의 용해, 주조시 소재의 유동성이 좋지 않아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등 고생했던 기억이 나네요."

 

개발한 합금은 고온에서 용해하여 용탕을 만든 후 금형에 주조해 잉고트를 얻는 과정을 거쳐야한다. 그런데 용탕의 유동성이 낮아 주조시 건전한 잉고트를 얻는 것이 쉽지 않았다.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용탕의 온도를 높이는 것은 금형에 용탕이 융착되기 때문에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 하루에 평균 3개를 주조해야 연구 계획에 차질이 없는데 이틀에 1개뿐이 만들 수 없어 마음만 급했다.

 

생각지 못한 일은 다른 곳에서도 일어났다. 무더운 여름 전력난으로 전기소비가 많은 연구장비를 사용하기 어려웠던 것. 그럼에도 연구를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발전소재 분야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일본을 비롯 유럽, 중국 등 관련 연구가 가속화 돼가고 있기 때문. 지금이 아니면 소재분야 주도권을 다른 나라에 뺏기고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연구를 멈추거나 포기할 수 없었다는 것이 연구진의 의중이다.

 

또 하나는 상용화테스트 기간이 길다는 점이다. 화력발전소는 설계 수명 30년으로 건설된다.  작은 사고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꼼꼼하게 지어질 수밖에 없고 내부에 쓰이는 소재들도 10만 시간 이상을 보증하기 위해서는 최소 3만 시간 이상의 크리프 수명 데이터를 확보해야 사용 가능하다.

 

3만 시간이면 약 3.5년이다. 하나의 데이터를 확보하는데 3.5년이 걸리는 연구에 기업이 순수 투자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 KIST는 상용화를 위한 첫 걸음으로 장시간 크리프 시험을 수행 중이다. 연구실에서 개발된 소재들이 우수한 고온 물성을 갖고 있는 것을 확인하더라도 바로 양산을 통한 상용화가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연구진들은 “데이터가 없으면 발전소 설계하는데 사용이 불가능한 만큼 미래를 내다보고 국내 기술로 발전소재를 상용화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박사팀은 장시간테스트 후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더 좋은 소재를 설계하기 위한 방법을 지속 모색할 방침이다. 연구진들은 "KIST 이름을 가진 독자적인 합금을 개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