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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cle KIST

철의 녹을 채취해 연대 측정한다…가속기동 구축 10개월 그 후

 

  

 

연대측정, 기후변화 추측 등 다양한 연구 진행
바닷속 방사선물질 감시위한 지속 모니터링 실시 예정
"내년 초 'AMS' 일부 오픈해 외부 서비스한다"

 


KIST에 이온빔가속기 연구동이 세워진지 10개월이 지났다. 이 가속기동에는 신약개발 등 첨단 바이오 연구 및 재료분야에 활용 가능한 6MV급 중대형 정전형 이온빔가속기 시설이 설치됐다.

 

기존의 국내 3MV급 이하 가속기가 탄소, 베릴륨 등의 원소만을 이용해 탄소동위원소 분석을 통한 연대측정분야에서의 활용 등에 머물렀다면, 6MV급 중대형 이온빔 가속기는 그동안 분석에 어려움이 많았던 수소(H)에서부터 알루미늄(Al), 염소(Cl), 옥소(I), 칼슘(Ca) 등 무겁고 다양한 방사성 동위원소의 측정이 가능해 기후변화 대응연구와 환경감시기술, 반도체, 신약개발, 소재산업분야 등 폭넓게 활용이 가능하다.

 

지난 10개월간 KIST는 국내 대학, 연구소와 함께 가속기를 활용해 유물의 금속구조를 밝히고, 녹슨 부분을 채취해 연대측정을 하거나 방사성동위원소를 추적자로 이용하는 신약개발, 퇴적층 분석을 통한 고대의 기후복원 등 다양한 분야의 활용을 연구해왔다.

 

내년부터는 빔라인을 더 많이 구축해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들고, 가속기 질량분석(AMS)장치의 일부 기능과 이온빔 분석, 이온빔 개질 등도 서비스할 예정이다.

 

 

 

*여기서 잠깐 국내 가속기 현황은?

 

현재 국내 가속기 시설은 전자빔을 가속하는 포항방사광가속기가 대표적이며 경주에 양성자 전용가속기가 완공된 바 있다. 그 외 원자력의학원, 국립암센터 등에서 치료 및 진단용 싸이크로트론이 활용중이며, KIST와 같은 정전형가속기는 지질자원연구원과 서울대학교에서 운용중이다. 정전형가속기는 다른 방식의 가속기에 비해 재료, 환경, 의료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여 투자비용 대비 활용이득이 우수한 연구장비이다.

 

이온빔 가속기동에 구축된 시설은 6MV Tandetron 및 2MV Pelletron 그리고 400kV급의 정전형 가속기로 총 3대의 가속기에 6개의 이온원이 설치돼 있다. 특히 KIST의 AMS는 기존의 소형가속기로 가능했던 방사성탄소 연대측정만 아니라 6MV 이온빔 가속기에서만 가능한 Cl-36, Al-26, Ca-41, I-129 등의 동위원소 정량기술을 통해 신약개발을 비롯해 의학, 바이오, 고고학, 지구과학, 환경오염 등 다양한 연구 분야에 활용이 가능하다. KIST 6MV 이온빔 가속기의 운전특성을 평가한 결과, 방사성탄소연대측정의 한계를 기존의 5만년에서 6만년까지 확장할 수 있게 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가속기로 원전사고 대비 ‘바닷속 데이터’ 만든다

 

 

10개월 만에 다시 가속기동을 찾았다. 한창 공사 중이던 가속기 주변과 시료관련 연구가 진행될 거라던 2층의 연구실은 정리가 다 되어 이미 실험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지난 기사보기 http://kiststory.tistory.com/804)

 

연구동 오픈식은 2월에 진행됐지만 라인이 구축돼 열쇠를 넘겨받아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된 것은 6월부터였다. 그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했다. 연구동 2층에서 연구를 하는 유병용 특성분석센터 박사는 "TV가 있다하더라도 방송 프로그램이 없으면 TV시청이 불가능 하듯, 가속기가 있더라도 시료가 준비가 되지 않으면 연구할 수 없다"면서 "탄소를 포함하고 있다면 연대측정이 가능하지만 시료마다 처리법이 다양하다. 올 한 해 동안 목탄, 나무, 토양, 조개류 등 시료 처리하는 방법을 마련했고, 실제로 연대측정도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철기유물의 녹슨 부분에서 탄소를 추출해 시료로 제작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철기유물이 많이 발견이 되는데, 유물의 손상을 막기 위해 철기를 단독 연대측정하기 보다 유물 주변품들을 가지고 유출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KIST는 유물과 주변품들도 손상을 입히지 않는 ‘녹’에서 연대측정을 시도하고 있다.

 

그는 “녹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대기중의 이산화탄소가 흡착되어 녹 속의 탄소가 오염돼 오차가 많다는 단점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녹도 철에서 나오기 때문에 연대측정이 가능하다. 녹 속의 탄소를 추출해 유물의 손상을 최소화하자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등과 함께 빙하가 녹으면서 노출된 암석을 통하여 고대 기후변화를 추측하거나 지각운동 때문에 노출된 암석을 통하여 지형의 안정성 연구도 진행 중이다. 그에 따르면 땅 속의 암석이 지진 등으로 외부에 노출되면 그 순간부터 변화가 일어난다. 우리나라의 경우 화강암이 많은데 대부분 석영(quartz, 石英)으로 이뤄져있다. 석영 1g이 우주선을 받으면 질량수 10인 베릴륨 원자(Be-10)가 연간 4~5개 생긴다. 따라서 석영 속에 Be-10 원자가 몇 개가 있느냐에 따라 암석이 얼마동안 노출됐는지에 대한 측정이 가능하다.

 

그는 "빙붕 밑에 있던 퇴적층을 분석하면 빙붕의 진출입 시기를 알 수 있어 고대 기후를 유추할 수 있다"면서 "최근에는 남극의 빙붕 밑에 쌓이는 퇴적물을 가져와 빙붕의 시기와 역사 등을 연구하고 있다. 남극의 과거부터 현재의 온도분포를 알 수 있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 가능하므로 이 같은 유추 데이터를 해석하는 일은 기후변화 연구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BT관련 시료를 위한 새로운 연구실도 구축했다. 소량 방사성 동위원소를 포함한 약을 섭취한 사람의 혈액이나 소변을 시료로 만들어 AMS로 분석하면 어떻게 대사돼 어떤 물질로 분해되고 몸속에 얼마나 오래 머물며, 어느 장기로 많이 이동하는지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속기는 BT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비다. 특히 가속기를 사용한 AMS는 기존의 분석법 보다 1/1000 정도 민감도를 가지고 있어 매우 적은 량의 약을 복용(microdose)하여도 측정이 가능하다.

 

그런데 왜 시료실을 따로 구축을 했을까. 유 박사에 따르면 바이오에 사용되는 약품 혹은 료들은 연대측정에 사용되는 시료에 비하여 방사성동위원소(radioisotope)함량이 진하기 때문에(최대 100만배) 교차오염이 우려된다. 바이오와 연대측정 시료를 같은 기기로 준비했다가는 몇 천 년 오차가 날 수 있기 때문에 따로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 KIST는 바닷물 속에 핵반응의 결과로 발생하는 방사성 동위원소의 분포 데이터 확보를 위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보도된 바와 같이 일본동북지방의 지진과 수반된 지진해일(쯔나미)로 인하여 후쿠시마현의 원자력발전소에서 2011년 봄부터 아직까지 핵물질의 해양유출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원자력 시설의 사고가 아니더라도 한반도는 일본과 중국 등에 인접해 있고, 가까운 21세기 중반까지 중국은 약 500기의 원전을 건설, 운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등 한반도를 중심으로한 극동지역은 수십년내로 전세계에서 가장 원자로가 집중되는 지역이 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그는 "원전을 가동할 때 생기는 인공방사성동위원소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동해바다의 해초류나 생선 등 방사선물질 감시하게 될 것"이라며 "미역과 바닷물의 요오드를 이용해 분석을 할 예정이다. 한반도주변해역에서 운용중인 원자력시설로부터의 인공방사성동위원소의 유출을 감시하고 평가하기위하여 지금의 청정상태의 바다와 비교할 수 있는 데이터를 미리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또 “KIST 내 전통과학센터와 같이 유물의 분석이나 연대측정 등 연계해 새로운 분석법 등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