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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cle KIST

“신입직원 교육을 ‘제주도’에서 한다고?”

 

 

 

 

2013 하반기 신입직원 교육 후기(11.6~11.8)

 

글 : 백성은 창의경영팀

 

2013년도 하반기 신입직원 교육은 장소부터 많은 이들의 놀라움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신입직원 교육 일정이 구체화되기 전 우리들은 으레 해병대에 가게 될 줄 알았고, 때문에 나름대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었다. 따뜻한 남쪽 나라 제주도에서, 좋은 숙소에서 그리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2박 3일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출발 전부터 설렘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교육담당자가 아니라 교육생의 입장에서 교육 전체를 조망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도 감회가 남달랐다. 

 

하반기 신입직원 교육은 ‘영원한 청년작가’인 박범신 작가의 창의포럼으로 그 서막을 열었다. 안정이 주는 평화로움 속에서 일부러 부족함과 그리움을 만드는 노력을 지속하라던 박범신 작가의 메시지는 KIST에서 첫 발을 내딛는 우리 신입직원들에게 꼭 필요한 가르침이 아닐까 싶었다. 창의와 발전을 위해 부단한 자기 노력의 필요성을 곱씹으면서 신입직원에게 꼭 필요한 KIST 연구, 행정 전반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첫째 날 : 바다 위에서 14시간 동안 좁아진 우리들 간의 간격

 

 

14시간 동안 배를 타고 제주도에 가면서 배멀미에 시달리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두려움을 들키기나 한 것처럼 인천으로 가는 내내 기상 상태가 좋지 못했다. 그럼에도 인천에 도착해 흡사 타이타닉을 연상시키는 거대 페리 호에 승선하니 온갖 편의시설이 갖추어진 게 꼭 다른 세상에 온 것만 같았다. 간단한 아이스 브레이킹 시간 이후 우리는 개인별 성향을 파악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일련의 게임에 참여했다. 연구·행정동 신입직원들이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다짜고짜 상대의 머리, 어깨, 허리 안마를 하려니 조금은 쑥스럽기도 했다. 

 

 

 3개의 원과 1개의 직선을 가지고 어떤 모양을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사람의 성격을 분류하고 파악했던 일은 첫째 날 밤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다. 스마일, 포도송이, 꼬치 등 다양한 모양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24명 중 단 한 사람만이 스마일을 만들어 냈는데 구성력과 창의력이 돋보여 차기 리더가 될 자질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달리는 자동차 모양을 그려냈던 나는 ‘다른 사람들을 누르고 나아가려는’ 강압적인 리더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그래서 신입직원들이 지양해야 하는 자질을 가지고 있다는 평을 들었다. 무의식이 반영된 그림에서 그런 해석이 가능하다는 사실 자체에 부끄러움과 민망함이 교차할 뿐이었다.
 
특히 멘사퍼즐이었던 ‘강 건너기’ 게임의 경우, 내가 속한 우리 1조는 여유롭게 문제를 풀고 직접 시연을 위해 리허설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우리는 게임의 조건을 정확하게 파악하지도 못한 채 느긋함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었다. 다른 두 팀이 비교적 빠른 시간 내 문제를 해결한 데 비해 우리 1조는 다른 팀이 대놓고 언질을 해줄 때까지 게임 자체를 혼란스러워했다. 덕분에 우리는 다른 팀원들에게 남다른 웃음을 제공해 줄 수 있었다. 

 

게임을 통해 조금 더 가까워진 유대감을 바탕으로 자리를 옮겨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초중고 시절을 제외하고 우리가 다수로부터 롤링 페이퍼를 받을 일이 있을까. 신입직원 서로가 서로에게 인사를 나누고, 짧은 분량의 덕담과 인사말을 각자의 종이에 적어 주었다. 함께한 시간이 아직 짧았지만, 당사자에게 일부러라도 칭찬과 좋은 말을 적어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멋있어요’, ‘인상이 좋으세요’, ‘미인이세요’ 라는 판에 박힌 얘기라도 타인의 눈에 비친 나의 모습을 큰소리로 읽으며 확인하는 순간은 특이할 것 없었음에도 박수를 치며 소리 내어 즐겁게 웃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둘째 날 : 우리끼리 ‘1박 2일’을 촬영한 소중한 시간들

 

 

이따금씩 배가 넘실대는 파도를 탈 때서야 바다 위에서 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전날 하늘을 뒤덮었던 먹구름 대신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제주도에 다가가는 만큼 기분 또한 상큼해졌다. 발에 땅이 닿자마자 우리는 팀별로 모여 순서에 따라 해당하는 명수대로(1명-2명-3명-4명) 맞춰 앉았다 일어나는 게임을 했다. 운동 부족으로 헉헉대던 나는 게임의 블랙홀로 정신없이 앉았다 일어나며 1조가 승리하지 못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었다. 순서를 겨우 외워 3개의 팀 중 2등을 차지했지만, 우리는 모두의 기대를 배반하고 제주도를 가장 크게 도는, 그래서 가장 어려울 수도 있는 코스를 선택했다.

 

초성으로만 이루어진 암호문을 해독한 후 휴대전화와 지갑만을 챙긴 채 정체모를 승합차를 타고 팀별로 이동했다. 제주 지리에 빠삭한 제주 토박이 같았지만 실제로는 서울 홍대 앞에서 거주하는 가이드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제주도의 숨은 명소를 돌며 미션을 해결하는 우리들만의 ‘1박 2일’ 촬영을 시작한 것이다. 특히 우리 1조의 경우, 암호해독, 네비검색, 실시간 현상황 전송, 아이디어 제공 등 각각의 임무를 충실히 해나간 덕에 전체적인 미션 수행이 순조롭고 즐겁게 진행되었다.  

 

 

첫 번째 미션은 최익현 선생의 유배지였던 문방산에서 KIST의 장점을 드러내는 홍보 영상을 제작하는 것이었다. 신선이 놀다갔다는 넓디넓은 바위 계곡에서 나름대로 미션을 수행한 이후 소인국 테마파크로 이동해 다양하고 재미있는 포즈로 개인/단체 사진을 촬영했다. 새로운 장소로 이동할 때마다 암호를 해독해야 하는데 우리 팀의 경우 매우 빠른 시간 안에 문제를 해결해 “이렇게 빨리 풀면 안 되는데..”하며 한숨을 내쉬는 가이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주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을 선택해야 하는 미션을 수행하고자 30여분을 찾아 달려 간 식당에서 우리 팀은 전복뚝배기를 먹으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쌓였던 고단함을 달랬다. 실시간 그룹 채팅을 통해 상대 팀들의 진행 상황을 파악하는 가운데 점심을 먹고 ‘제주 녹차미로공원’에 도착했다. 미로를 헤치며 이리저리 돌아 힘들고 지친 상태인데 미션 플래카드는 보이지 않고, 저녁 만찬은 다가오고 심적, 육체적으로 약간 혼란스러워하는 팀원들도 있었다. 20여분을 헤맨 후 ‘환경보호’라는 글귀 아래 숨어있던 미션 플래카드를 발견하고 1~12월까지 달력사진을 촬영해 미션을 완수해냈다.

 

아침에 진행했던 복불복 게임 때문에 다리는 계속 후들거리는 가운데 다음 미션 장소는 정방폭포에서 영화포스터를 촬영한 후 해녀님들과 한 장의 사진을 남기는 것이었다. 시원한 물줄기 아래 적절히 배치된 바위를 배경 삼아 절대반지를 찾아 떠나는 ‘반지의 제왕’ 영화 포스터를 무난하게 촬영했다.

 

드디어 숙소에 도착해 우리는 금동화 전 원장님의 “후배 연구자들을 위한 진심어린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풍요롭고 좋은 환경에서 연구할 수 있는 혜택을 받은 우리가 ‘승자의 덫’에 빠지지 않고 ‘꿈’을 가지고 노력하고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주옥같은 말씀으로 마음을 채웠으니 이제는 배를 채울 차례였다. 특히 저녁 식사에는 부원장님과 센터장님, 본부장님, 소장님들께서 신입직원을 격려하고자 바쁜 일정을 뒤로 하고 한달음에 달려오셨다. 자기소개 자리에서 신입직원 저마다 KIST에서 펼쳐나갈 개인적인 포부를 밝히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셋째 날 : 바다를 보며 ‘함께’ 걸었던 아름다운 올레 5길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젖히니 바다가 보이는 탁 트인 전경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지난번 해병대 병영체험 때 깔고 잔 군용 담요와는 비교할 수 없는 촉감의 시트 위에서 자고 나니 전날 밤의 숙취와 피로가 많이 가신 듯 했다. 남원포구에서 시작해 바닷길을 끼고 쇠소깍에 이를 때까지 14.7km를 걷는 올레길을 위해 리조트에서 속을 든든히 채웠다.

 

나를 포함한 ‘88트리오’가 선봉에 서서 자유롭게 올레 5길을 걸었다. 제주도에 어울릴법한 노래를 부르며 삼삼오오 참 좋은 제주도 날씨와 풍경을 만끽했다. 민가 주변에 탐스럽게 익어가는 감귤을 보며 흐뭇한 미소도 짓고, 얕은 바닷물에 휘- 속도를 내며 지나가는 이름 모를 물고기도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주인공들이 첫사랑의 기억을 다시금 확인했던 ‘서연의 집’에서 우리 일행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잠시 커피 한 모금 들이키며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걷다보니 어느덧 5시간여의 장정에 마침표를 찍는 쇠소깍에 도착했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쇠소깍에서 신입직원 교육의 공식 일정 또한 별탈없이 잘 마무리 되었다.

 

이번 2013 하반기 신입직원 교육은 KIST가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혜택을 흠뻑 맛보며 KIST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갖가지 게임을 하면서 다양한 성향의 팀원들이 함께 모여 단일한 목표를 달성해나가는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경관을 바라보며 일상의 새로운 ‘쉼표’를 찍기도 했다. 연구·행정부문 신입직원이 따뜻한 남쪽나라 제주도에서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신 원장님과 보직자분들, 그리고 창의경영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따뜻하고 좋았던 기억들을 마음에 담아 교육 담당자로서 교육생들이 원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데 활용하겠다고 다짐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