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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cle KIST

몸짱 '하헌필 박사' ‘기술이전’ 꽉 잡은 사연?

 


등산, 테니스, 헬스 등 운동 마니아
저비용 고효율 기능성 촉매 개발기술 개발…관련기술 연속 3건 기술이전 성공

 
하헌필 KIST 다원물질융합연구소 물질구조제어연구단장은 수락산을 1000번이상 오르내렸을 정도로 산을 사랑한다. 아니 운동을 좋아한다는 표현이 더 잘 맞겠다. 테니스, 등산, 헬스 등 다양한 운동을 한 터라 몸이 옹골지다. 식스팩 몸매는 기본이다.

 

운동의 달인 하 박사는 우리나라 환경 촉매 재료 연구 분야 전문가로 최근 연달아 3건의 기술이전을 달성했다. 연구실 단위에서 상용화를 위해 스케일 업(scale up)하는 과정 자체가 엄청난 노력을 요하지만 운동으로 다져진 에너지 덕분에 여러 고비를 뛰어넘을 수 있었다.

 

 

호흡기 질환 일으키는 ‘질소산화물’ 꼼짝마…친환경 탈질촉매 개발

 

 

"질소산화물은 인체 호흡기 질환이나 천식 등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공해물질입니다. 제철소 등에서 많이 배출되는 만큼 동식물에게 무해하게 바꿔주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하 박사팀은 지난해 10월 질소산화물을 제거하는데 필요한 촉매기술의 효율과 내구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데 성공했다. 고가의 텅스텐 등 희소금속을 사용하는 대신 가격이 저렴한 비전이 금속 조촉매를 사용해 질소산화물을 환원하는 친환경적인 탈질촉매를 개발한 것이다.

 

관련 기술은 탈질촉매 전문제조회사인 대영씨엔이에 이전됐으며, 이전된 물질특허를 기반으로 소결로 배연가스 처리용 탈질촉매모듈을 개발했다. 이 탈질촉매모듈은 포스코의 소결로에 장착되는 등 상용화에도 성공했다.

 

 

하 박사에 따르면 철 제조공정 중 가장 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곳은 소결로다. 소결로에는 매연가스, 질소산화물 등 유해가스가 많아 이를 분해하거나 인체에 무해한 물질로 변환해야 한다. 하지만 소결로의 온도는 250도(200도~300도 이하는 저온으로 구분)로 저온이다. 저온에서 촉매 내구성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값비싼 텅스텐이나 몰리브덴과 같은 희소금속을 다량 첨가한 외국산 촉매를 사용해야 했다.

 

이에 하 박사팀은 계산과학기반 촉매설계 기법을 사용하여 기존에 사용하지 않던 저가의 비전이 금속계에서 저온 촉매성능을 높일 수 있는 조촉매 물질을  찾아내었다. 개발된 촉매는 비전이 금속 조촉매를 소량만 첨가해도 모든 촉매특성이 기존 상용되는 촉매에 비해 우수하다는 것이 확인됐다. 관련 물질은 한국, 중국, 유럽에 특허등록 및 출원됐다.

 

하 박사는 “배연가스에 포함된 질소산화물이 탈질촉매모듈이 설치된 룸을 통과하면 우리 몸에 무해한 질소와 물로 변환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하 박사는 최근 이 기술을 한층 더 개선하여 선박에 적용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선박에서도 다양한 유해물질이 배출되고 있다. 하지만 선박연료가 청정연료가 아니다보니 유해가스를 처리하는 것이 쉽지 않고, 처리를 하더라도 기술적인 문제로 엔진설계를 바꿔야하며, 엔진설계를 바꿈으로써 연료연비가 나빠지는 등 단점이 많다.

 

이러한 단점은 탈질촉매모듈을 터보차저(turbo charger) 후단에 장착함으로써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엔진에서 나오는 뜨거운 오염가스가 후단으로 이동하는 과정에 점점 식어 저온영역이 된다. 저온영역 가스를 분해할 마땅한 촉매가 없어 세계적으로 후단에 촉매를 설치하는 것을 포기하고  앞단에 설치하는 시도들이 대부분이다.

 
이에 하 박사는 저온특성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촉매 내구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조촉매를 개발하여 터보차저 후단에 장착할 수 있는 신 촉매를 설계하였다.  
 

그는 “지금까지 선박에서 나오는 매연가스에 대한 규제가 없었으나 국제해사기구(IMO)가 2016년부터 관련 규제법을 시행한다고 공표했다. 규제에 나선다고 하니 전 세계가 관련연구에 뛰어들고 있다“면서 “촉매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 기술이 세계시장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촉매관련 외에도 그는 효율 높은 전기에너지↔열에너지로 상호 변환할 수 있는 열전반도체기술과 공장라인에 쓰이는 펌프의 윤활소재 등을 개발해 국내 뿐 아니라 중국, 태국 등 약 7건의 기술을 이전한 바 있다.

 

 

“융합연구 통해 세계적 아젠다 해결하는 科技 매진하겠다”

 

 

"스케일 업하는 과정에서의 우리는 늘 먼지투성이가 됩니다. 하지만 이 때처럼 보람된 때도 없죠."

 

연구실 수준에서 필요한 촉매의 양은 단 4g이다. 하지만 상용화를 해야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 박사는 개발한 촉매를 상용화하기 위해 1년 동안에 4g에서→100kg→500kg→2톤→12톤으로 늘려나갔다. 규모가 커지다보니 허드렛일들이 많았고 생각하지도 못한 기술적인, 공정관련 장벽들을 헤쳐 나가야만 했다.

 

 

하 박사를 비롯해 연구실 학생들은 매번 먼지투성이가 됐지만 밤 12시가 넘도록 기술상용화를 위해 힘쓸 때가 가장 기뻤다. 그는 “12톤으로 스케일 업 할 때 한 차례 실패도 있었지만 좋은 연구진과 함께 연구한 덕에 결국은 좋은 촉매들이 만들어졌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며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앞으로 하 박사는 "제가 속해있는 다원물질 융합연구소 동료들과 융합연구를 통해 국가적, 세계적 아젠다를 풀어나가는데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 가지 이슈를 해결할 때 한 분야의 전문가보다 여러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융합연구를 해야 다양한 방법과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가 이같이 생각하는 것은 촉매재료개발연구에 매진하고 있지만 사실 원자나 전자의 이동 등을 다루는 열전재료를 전공한 과학자였기 때문이다. 그의 용기있는 변화는 영국 유학시절 담당 교수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

 

 

 

 

"열전재료와 촉매재료는 전혀 이질적인 영역으로 보일 수 있지만 전자의 거동과 원자의 거동 측면에서 살펴보면 공통된 점이 있습니다. 연구분야에 대해 고민 할 때 교수님이 ‘전공의 장벽에 얽매이지 말라, 할 수 있는 것은 해봐야하고 도전해봐야 한다‘고 조언하셨어요. 다양한 분야에 이해가 많아야 다양한 사이언스를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전공과는 다른 분야를 연구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배우면서 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