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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cle KIST

뇌 시대 여는 ‘KIST 뇌과학연구소’를 가다

 

 

 

 

기초에서 엔지니어링까지 유일무이
뇌질환 치료제부터 원인분석 툴·장비 제작까지 원스톱
김동진 뇌과학연구소장 “21세기 뇌 시대 온다”

 

"20세기가 지놈(genome) 시대였다면 21세기는 틀림없이 뇌의 시대가 올 것입니다."

알츠하이머 치매, 우울증 등 최근 사회 속 지병을 치료하기위해 과학자들이 다양한 도전을 하고 있다. 기억장애가 발생하는 새로운 사실을 규명하거나 3차원 뇌지도를 그리기 위해 연구비를 투입하는 등 국내에서도 관련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뇌는 작은 우주라고 불리는 만큼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뇌과학분야를 겨냥해 기초연구에서 엔지니어링을 아우르는 ‘도전적 뇌 R&D’를 선언한 곳이 있다. KIST 뇌과학연구소(공동 소장 데니스 최‧김동진)다.

 

KIST는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뉴로사이언스(NeuroScience, 신경 과학)를 연구하기 시작했으며 2011년 드디어 ▲신경과학 ▲바이오 마이크로시스템 ▲기능 커넥토믹스 ▲뇌 의약 연구단을 한 대 모아 뇌과학연구소를 출범시켰다. 당시 뇌과학분야 교수나 연구자들이 개인차원에서 연구 성과를 내고 있었지만 이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기관은 없었다.

 

뇌질환 치료제에서 진단기술, 이를 실험하기 위한 장비기술까지 뇌과학 전 분야를 아우르는 연구에 도전장을 낸 KIST가 국내 유일무이한 뇌과학연구소로 성장했다. 기초연구에서 엔지니어링까지 전 분야를 섭렵해 융합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

유일종합연구소였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김동진 소장은 “연구소가 전주기적 연구와도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치매를 진단하기 위한 생물학적이고 화학적인 방법을 개발하는 것도, 이를 병원의사들이 사용할 수 있게 장비로 개발하는 것도, KIST내에서 전부 이뤄질 수 있다는 것. 뇌과학연구소는 연구소 전체를 소통의 장으로 꾸미기 위해 한 층에 관련연구자들을 한 대 모으고 한 가운데에 회의실까지 만들었다.

 

뇌과학연구소는 최근 세계 최초로 비신경세포와 관련된 알츠하이머 기억장애 원인을 밝혔으며, 쥐의 뇌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다기능 초소형 맴스(MEMS), 알츠하이병 근원적 치료제를 개발하는 등 연간 NSC급 논문을 5건 이상씩 게재하는 성과를 냈다.

 

김동진 소장은 "이 같은 성과는 최소 3개 연구단의 융합으로 가능했던 일 "이라며 "각 연구단의 융합연구가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3차원 뇌지도·신경조직 칩 등 미개척분야 발굴한다

 

 

김 소장은 20세기가 지놈프로젝트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뇌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울증, 치매 등 뇌질환 등으로 고통 받는 현대인이 늘어나는 가운데 근원적인 치료제를 찾는 일들이 과학적이나 사회적으로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경우도 뇌 연구에 집중해 우수한 인력을 배출하는데 힘쓰고 있다.

 

뇌과학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가운데 KIST 뇌과학연구소는 우수한 논문을 위한 연구를 넘어 실제로 뇌과학의 발전에 기여하여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김동진 소장은 “인류가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임팩트있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목표 지향적 융합연구를 통해 뇌과학연구의 미개척분야를 발굴하고 국제화시키는 것, 연구성과가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아웃컴(outcome)을 도출하는 것이 뇌과학연구소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KIST는 혈액으로 알츠하이머 치매를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연구를 시작했다.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혈중에서 더 정확하고 빠르게 검출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다.

 

영장류를 통한 뇌질한 신약개발연구도 본격화했다. 안전성평가연구소 전북 영장류시험본부와 원숭이를 이용한 뇌질환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협약을 한 것. KIST는 협약을 통해 영장류 뇌질환 공동연구와 영장류를 이용한 독성시험연구를 바탕으로 파킨슨병 등 뇌질환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한다.

 

김 소장은 "살아있는 쥐의 뇌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술 등을 갖고 있는 만큼 영장류를 통한 다양한 연구성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외에 뇌 회로를 유전자와 단백질, 시맵스, 신경회로, 기능시스템을 포함하는 통합적인 지도로 작성하는 ‘3차원 뇌지도’와 3차원 신경조직 미세환경 모사 및 모니터링이 가능한 ‘신경조직 칩’ 등 미개척분야를 발굴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뇌과학 신개척분야 꾸준한 투자 필요

 

 

KIST 뇌과학연구소는 최근 큰 변화를 겪게 됐다. 해외 저명한 과학자들을 유치시키는데 큰 도움이 됐던 세계수준연구센터(WCI) 프로그램이 올해 종료되는 것. WCI 프로그램은 국내 어느 연구조직보다 글로벌함을 가능하게 해줬던 사업 중 하나다.

 

하지만 크게 문제될 일은 없다. 그동안 갖춰놓은 장비와 인프라와 더불어 KIST가 좋아 남기로 한 과학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 과학자들이 WCI소속의 비정규직에서 KIST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 외에 막스플랑크의 그룹장도 KIST에서 공동연구를 하는 등 국제화가 상당히 이뤄진 상태다.

 

물론 해결해야할 문제점도 있다. 한인 과학자로 해외에서 활동하는 신경과학 전문가들이 KIST에서 일을 하기를 자청하지만 수용에 한계가 있는 것. 국내 뇌 연구비는 해외와 비교했을 때 턱없이 부족하고 T/O(Table of Organization, 일정한 규정에 의하여 정한 인원)도 적어 실질적으로 많은 인력들을 들여올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뇌는 인간의 활동과 행동, 생활에 밀접한 관계를 가지면서도 아직 제대로 규명된 적이 없는 신 개척분야라는 점에서 현대 과학자들의 관심이 모아지는 분야다. 또 수학과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 분야는 물론 의학, 공학, 인지과학 등 인간이 갖는 물리적 정신적 기능성의 전반을 심층적으로 탐구하는 응용 학문으로 꾸준한 연구개발이 필요한 만큼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과학자 1호 신희섭 박사에 이어 세계적 신경과학자 데니스 최 박사를 새로운 소장으로 임명한지 1년이 지난 지금 KIST는 제2의 도약을 위해 최근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김동진 소장은 "뇌는 어떤 기능을 인식하고 인지하고 기억을 담아 행동으로 옮기게 해주지만 문제가 생기면 인지가 떨어지고 질병화된다. 이런 것을 해결해주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몇 년 내 인류에 도움이 되는 좋은 연구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데니스 최 박사는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생화학 학사와 약리학 박사, 하버드-MIT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해 생명과학 전 분야에 정통하다. 스탠포드 등 미국 4개 명문대학 교수를 역임했다. 또 사이언스 네이처 등 유명학술지에 170편이 넘는 논문을 게재한 세계적인 학자다.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스토니브룩 의과대학에 소속된 그는 3년간 양국을 오가며 뇌과학연구를 이끌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