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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cle KIST

'세계 선도하라' 특명…KIST 파격지원 "부담 반 흥분 반"

 

 

 

KIST, 핵심융합기술 '플래그십 프로그램' 선정…연 최대 25억 투자
Si 기반 3·5족 소자, 도시하수 기반 환경에너지 연구개발 본격화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원장 이병권)가 최근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연구분야에 파격적으로 지원하는 플래그십 프로그램(Flagship Program)을 선정했다.

 

올해 선정된 프로그램은 저전력으로도 사용 가능한 반도체(저전력 미래 대처 실리콘(Si) 기반 3-5족 소자개발, 송진동 차세대반도체연구소 박사팀)와 도시 하수로 에너지를 만드는 시스템(도시하수 기반 환경에너지 핵심융합기술 개발, 이영행 녹색기술연구소 박사팀) 등이다.

 

KIST는 연구소 체제로 각 연구소가 주도해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플래그십 프로젝트 지휘도 연구소 재량에 맡겨진다. 선정된 연구단은 그간 축적한 연구역량을 토대로 국가적 문제해결과 글로벌 이슈 대응을 위한 연구개발을 수행할 예정이다. 연구는 3년간 진행되며 결과에 따라 2단계 사업 연장이 가능하다. 연간 10억~25억을 지원받는다.

 

KIST 창립 50년을 코앞에 두고 선정된 신규 연구사업인만큼 연구자들 어깨가 무겁지만 상용화를 목표로 해당 분야를 선도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Si 기반 3-5족 소자개발에 총 책임을 맡은 송진동 박사는 "인터넷과 컴퓨터의 활용이 커지면서 전력소비도 매년 늘어나는 실정"이라며 "같은 에너지로 10배 이상 동작속도가 빠른 반도체개발을 통해 저전력 시대를 실현시키겠다"고 말했다.

 

도시 하수 에너지 생산 시스템 총 책임자인 이영행 박사는 "음식물쓰레기에서 발생하는 음폐수와 하수 등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며 "음폐수와 하수를 활용해 바이오가스를 대량 생산하여 전력을 만들 수 있는 공정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3-5족 소자‘로 10 나노벽 허문다  

 

KIST의 청정연구동. 파란색 비닐가운과 헤어캡을 쓴 연구진들이 머리카락 하나, 먼지 하나 용납하지 않은 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실에 들어가기 전 청결은 필수. 이곳은 반도체를 연구하는 실험실이다.

KIST는 지난 40여 년간 반도체 관련 연구를 꾸준히 해오면서 스핀트랜지스터 소자 세계최초 구현, 흑린을 이용한 반도체개발 등 다양한 연구성과를 내놓았다. 스핀트랜지스터 관련 논문은 국내 논문 중 가장 많이 인용되어 국내 인용 탑(TOP)을 지키고 있는 성과 중 하나다.

 

 

 

이 성과를 낸 연구자 중 한명인 송진동 박사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저전력 미래 대처 실리콘(Si) 기반 3-5족 소자개발'이 바로 그것. 이 과제는 KIST 플래그십 사업으로 선정되어 실리콘반도체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연구과제 준비로 꽤나 바쁜 시간을 보냈다는 송 박사는 자리에 앉자마자 "전력을 적게 쓰는 반도체 개발은 지금이 기회"라고 말했다.

 

송 박사에 따르면 현재 전력의 30%가량이 컴퓨터를 사용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대로라면 2020년 이후부터 70%이상의 전력소모가 컴퓨터에서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컴퓨터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만들어내고 게임, 디자인, 분석, 정보검색 등 활동의 영역을 넓혀가는 가운데 전력 소모량은 매년 늘어날 것"이라며 "중국의 경우 슈퍼컴퓨터 한대를 돌리기 위해 원자력 발전소를 따로 만들 정도로 컴퓨터가 소모하는 에너지의 양이 많다. 이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고민이자 문제"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반도체는  소자의 축소를 통해 가격감소와 성능향상, 전력감소 등 매년 기술을 진화시켜왔다. 하지만 반도체를 더 이상 줄일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 더 이상 사이즈가 줄어들면 회로 폭이 좁아지면서 전자가 제 길로 흘러가지 못하고 엉뚱한 곳으로 흐르는 등 문제가 생기기 때문. 전문가들은 이를 반도체 산업 마의 벽 '10 나노벽'이라 부른다.

 

 

송 박사는 "Si 반도체 소자를 축소해 성능을 올리면 전력이 증가하는 딜레마에 봉착한 지금 크기 축소보다 근원적인 문제해결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전력을 적게 쓰는 반도체 개발 이유를 설명했다.

 

그 대안으로 송 박사팀이 내놓은 것이 'Si 기반 3-5족 소자개발'이다. 3-5족 반도체는 저전력으로 상용화된다면 현 반도체보다 소모전력이 10분의1로 줄면서도 동작속도가 10배 빠른 반도체 소자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3-5족 반도체는 비용과 복잡한 공정 등으로 연구개발이 쉽지 않다. 이에 송 박사 팀은 재료와 물리, 전자공학, 계산 전문가들과 함께 팀을 꾸렸다.

 

그는 "서로 다른 이종물질을 섞는 과정에서 새로운 현상이 많이 일어나 해석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계산과학과 결합해 미리 일어날 현상들을 짚어가며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괄공정을 통해 진공상태에서 반도체를 개발할 것”이라며 "3년 이내 소자개발을 공식 발표하고 향후 3년 동안 산업 필드에서 직접 생산할 수 있게 연구개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KIST는 반도체 연구를 놓아본 적이 없다. 지금의 반도체를 대체할만한 여러 일을 해온 만큼 이번 연구를 통해 저전력사회가 되도록 연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도시하수처리장에서 친환경에너지를? ‘친환경에너지 생산 및 보급단지’ 만든다

 

우리나라 음식물쓰레기 및 음폐수 처리비용은 연간 20조원으로 알려져 있다. 음식물쓰레기 처리 시 발생하는 음폐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로 악취유발, 환경오염, 처리비용의 급격한 증가 등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도시 발생 하수와 음폐수를 에너지로 활용한다면? KIST 녹색도시기술연구소가 하수와 음폐수에 포함된 유기물을 활용해 바이오가스로 전환, 에너지화하는 기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영행 박사는 유기성 폐수 및 폐기물로부터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연구와 분리막을 이용한 수처리 기술 등을 연구해온 과학자다. 그가 최근 도시하수 기반 환경에너지 핵심융합기술 개발연구를 위해 KIST 녹색도시기술연구소 소속 환경, 에너지, 소재, 기계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한 새로운 융합연구팀을 꾸렸다.

 

이 박사는 각 연구진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과 노하우를 최적화 시켜 융합함으로써 기존 단일기술 중심의 연구와는 차별화된 환경에너지 핵심융합기술을 개발하여 우리나라 실정에 적합한 도시하수처리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음식물쓰레기를 육상 처리 하고 있는데 처리 과정에서 음식물쓰레기 대비 3배 이상의 막대한 양의 음폐수가 발생한다. 음폐수를 처리하기 위해 지자체에서는 전문업체에 의뢰를 하지만 사실상 처리단가가 맞지 않아 전부 처리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대안으로 지자체에서는 발생하는 음폐수 중 일부를 도시하수처리장에 연계하여 처리를 하고 있다.

 

그렇다고 음폐수를 도시하수처리장에 그냥 흘려보내서도 안 된다. 이 박사는 "기존 도시하수처리장의 경우 하수를 대상으로 설계가 되어 있어 하수 발생량 대비 0.01% 이하의 음폐수만 처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 박사는 고효율 바이오가스 생산 반응조를 적용해 하수와 음폐수에서 바이오가스를 만들고, 이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바이오가스를 정제하여 고순도의 메탄가스를 만드는 핵심융합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만들어진 메탄가스를 발전하여 전력으로 전환 및 저장해 실제 우리가 쓸 수 있는 친환경에너지로 만들면 한전 등에 전력을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박사팀은 기존 도시하수처리장의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여 발생 하수의 10%만을 음폐수와 병합처리하여 에너지화가 가능하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그는 "현재 기술로는 발생 하수 대비 음폐수를 0.01% 이하만 처리할 수 있지만 개발된 융복합 시스템을 적용하여 도시하수처리장을 개선하면 하수 대비 음폐수를 0.5% 이상까지 처리하여 에너지화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음폐수를 전량 처리할 수 있는 양"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향후 서울시 상수도연구원과 협업을 통하여 우선적으로 서울시 발생 하수 및 음폐수를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이후 각 지자체에 적용시킬 수 있는 기술 실현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같은 연구는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에너지타운의 에너지와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이자, 주민 기피시설에 개발된 핵심융합기술을 적용하여 발생한 친환경에너지를 지역주민에 공급함으로써 실질적인 주민혜택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박사는 "도시하수처리장을 통해 생산 보급된 친환경에너지가 주민의 경제적 편익 증진에 기여하고,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연구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