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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STORY/카드뉴스

[카드뉴스]"스케치는 저에게 제2의 언어입니다"



























"스케치는 건물기획과 설계, 시공, 유지관리 등 우리가 생각한 것을 표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저에게 스케치는 사람들과 대화하기 위한 제2의 언어입니다."


KIST 기념품에 빠지지 않는 그림이 있다. KIST가 첫발을 내디딘 본관모습을 담은 스케치다. 


가느다란 선으로 KIST 특징을 한껏 담아낸 모습. 이 그림을 탄생시킨 주인공은 김정남 건설운영팀장이다.


건축디자인을 전공한 그가 처음으로 스케치를 기념품에 녹여낸 것은 5년 전 동료의 부탁에서 시작됐다. 첫 기념품은 자개로 제작된 메모지케이스로 탄생했고, 이후 마우스패드, 다이어리, USB, 사보 등 다양한 곳에 스케치가 실렸다.


곧게 뻗지 않은 가느다란 선으로 그려진 본관 스케치. 이 스케치엔 어떤 의미가 담겨있을까.


"뼈대를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본관 건물에서 과학기술을 통한 국가 자립의 강인한 마음이 느껴졌다. 건물의 큰 기둥과 분절(分節)을 매력적으로 그리고 싶었다."


KIST 본관은 1960년대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했다. 마감을 하지 않은 콘크리트의 노출, 그리고 거북선 모양을 형상화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김 팀장은 우리나라 과학기술을 주도할 기관의 건축물을 디자인하는데, 과학기술을 시스템으로 이해했다고 해석했다. 위에서 바라본 모습이 마치 톱니바퀴처럼 생겼기 때문.


또 그는 나(KIST 건물)를 지탱하는 뼈(구조물)를 부드러운 살 속에 숨기는 것이 아니라 겉으로 드러냄으로써 강해보이는 건물을 지은 이유를 '과학기술을 통한 국가 자립심에 대한 강한 의지' 라고 해석했다.


그는 "본관 건물의 큰 기둥과 분절 등이 매력적으로 보여 강조해서 그리고 싶었다. 또 강한 이미지 속에 유연함을 표현하기 위해 똑바른 수직보다 자연스러운 선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사실 그의 스케치는 기념품을 만드는 것 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KIST내 건물 기획과 설계, 시공, 유지 보수 등에서 좋은 아이디어 등을 스케치로 표현하기 때문.


자동차로 인한 보도블럭 깨짐을 막기 위해 설치한 조형물, 흡연자를 위해 설치한 흡연부스, 재건축되는 연구동, KIST 연못 주변 산책로 등 KIST에 세워진 많은 건축물들은 김정남 팀장과 건설운영팀의 고민과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김 팀장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디자인은 국제협력관 앞 빨간 조형물이다.


"KIST의 'I'는 옆에서 보면 물음표 모양으로 사람이 앉을 수 있게 돼있고, 앞에서 보면 느낌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연구자들이 수많은 물음에 고민을 하고 느낌표를 찾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 그 주인공이 과학기술자이며 이는 곧 KIST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 외에도 그는 "흡연부스에서 연구자들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바로 회의를 할 수 있게 보드를 설치했다"며 "재건축한 연구동 L4의 디자인은 과거의 이미지를 가져오기 위해 본관건물의 수직과 수평 구조물에서 모티브를 딴 것"이라고 설명했다.


KIST는 연구동의 노후화에 따라 순차적인 재건축을 계획 중이다. 지난 50년간 연구원들이 불철주야 땀을 흘리며 연구했던 현장의 흔적을 어떻게 남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그에게 주어진 새로운 과제다.


그는 "새로운 건물에 속에서 느낄 수 있도록 잔상을 남기기 위해 동료들과 끊임없이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원들이 더 몰입할 수 있는 연구환경을 만들고, KIST에 근무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한 공간을 만드는 일을 위해 시작한 스케치가 몇 년 사이 수두룩하게 쌓였다. 


앞으로도 그는 스케치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는 "KIST건물기획과 설계, 시공, 유지관리 등의 일을 하며 우리가 생각한 것을 표현하는데 스케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저에게 스케치는 동료들, 설계자, 시공자, 건축디자이너 등 업무관계자들과 대화하기 위한 제2의 언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