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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cle KIST

'밴드그룹'에서 '우주관찰', '여행 작가'까지…"우리는 팔방KIST인~"


천문학을 사랑하는 의사, K-POP에 푹 빠진 미녀, 3인조 외국인 밴드그룹, 한국 여행기를 책으로 펼쳐낸 이집트인 등.

사람들 숫자만큼이나 그들이 즐기는 취미나 특성도 가지각색이다. 바로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장 문길주)가 진행하는 신개념 ODA프로그램인 국제 R&D 아카데미(IRDA: International R&D Academy)의 학생들이다.

KIST IRDA 과정은 2001년 10월 10일 시작해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IRDA 과정생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독일, 가나, 나이지리아, 코스타리카 등 다양한 국적의 개성 뚜렷한 150여명의 학생들로 구성돼 있다.

IRDA과정은 주요 신흥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개도국 과학기술 인력을 대상으로 국가차원의 인력 개발 사업을 추진해, 향후 양국 간의 과학기술 협력 창구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술인력 교육을 매개로 한 선진국-개도국 간 중간자 역할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상 제고에 공헌하고, 시대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이전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인력을 양성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KIST는 단순히 모집에만 그치지 않는다. 우수한 IRDA 과정생을 유치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직접 개도국을 방문해 우수한 인재를 데리고 오기 때문에 공부를 하다가 포기하는 확률도 1~2%정도다. 일반 대학의 외국학생들이 중간에 학업을 포기하는 비율이 20~30%인 점을 감안한다면 경이적인 수치다.

특히 KIST의 IRDA과정은 그냥 씨 뿌리는 형식이 아니라 나무를 튼튼하게 키우는 지원에 초점을 맞춘다. 덕분에 IRDA 과정생들은 졸업 후 자국에서 빠른 시간 안에 직접 열매를 맺는 등 다양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KIST IRDA 과정을 통해 배출된 석·박사는 지금껏 147명(총 21개국). 이들은 졸업 후 자국으로 돌아가 정관계, 학계, 연구계, 산업계 등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는 19개국 118명의 이공계 인재들이 KIST가 보유한 첨단 연구시설과 연구 장비 등을 이용해 다양한 연구와 세미나, 학회 등에 참석하며 공부하고 있다.

10년이라는 긴 역사만큼이나 IRDA 과정생 중에는 특이한 이력을 지닌 학생들이 많다. 공부뿐 아니라 취미까지 자기개성이 통통 튀는 NO.1 IRDA 과정생들을 직접 만나봤다.

천문학을 사랑한 의사 "넓은 시각으로 자기 삶 돌아볼 수 있어"

"제 취미는 별보기에요. 우주 쇼가 있을 때 반드시 장비로 우주를 관찰합니다. 인간과 지구를 넘어 우주를 관찰하면 넓은 시각으로 자기 삶을 돌아볼 수 있어 너무 좋습니다."

 뚜렷한 이목구비로 시원시원하게 생긴 이란의 아프신(Afshin)학생은 약학박사 아버지 밑에서 태어났다. 그의 여동생은 현재 치과선생으로 활동 하고 있으며 그도 이란에서 레지던트 생활을 하며 전문의사의 꿈을 키우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배움에 목말라하던 그는 공부를 더 해야겠다고 결심, KIST IRDA과정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현재 신희섭 뇌과학연구소 박사의 제자로 공포를 지각하는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다.

KIST기숙사에서 제일 오래 살았고, 뇌 연구와 동시에 취미로 우주를 관찰한다는 아프신 학생은 "어릴 때 꿈이 천문학자 혹은 우주비행사였다. 그래서 지금도 장비로 일식사진을 촬영하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우주이야기를 해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하늘을 사랑하는 그에게 우주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또 의사를 포기하면서까지 KIST에 온 이유를 물어봤다.

Q. 의사라는 길을 선택할 수도 있었을 텐데 KIST에 온 이유는?

"의료 자체가 과학에 기반을 두고 있어 항상 더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특히 의사는 하루에 진료할 수 있는 사람 수에 한계가 있으나 연구를 통해 좋은 약을 개발한다면 한꺼번에 많은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선택했다."

Q. 현재 하고 있는 연구는? 

"공포를 지각하는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다. 동물에게 공포를 제어하는 약물을 주어 공포 레벨을 줄이려고 하고 있다. 이 실험을 통해 공황장애, 대인기피증 등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하늘의 별을 보는 것이 취미라고 들었다. 어떤 활동을 하는가? 

"어릴 적 꿈이 우주비행사, 천문학자였다. 얼마 전 일식이 있었는데 장비를 세팅하고 사진을 촬영 하는 등 활동을 했다. 우주를 보고 있으면 내가 사는 삶에서 벗어나 더 넓은 시각에서 세상을 볼 수 있는 철학을 가질 수 있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

Q. 기숙사 생활을 가장 오래했다고 들었다. 기숙사 생활에 만족하는가?

"2007년부터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밖에서 지내기 힘든데 기숙사 시설이 좋아서 만족스럽다. 특히 기숙사에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주방이 있는데 친구들과 같이 요리해 먹는 것을 좋아해서 자주 만들어 먹는다. 기숙사에는 정말 다양한 친구들이 많다. 네팔, 인도네시아, 코스타리카 등. 몇몇 친구들과 함께 'UN'이라는 서클을 만들어 서로의 문화를 배우는 등 즐거운 생활을 하고 있다."

Q. 기숙사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스터디 룸이 있었으면 좋겠다. 팀 웍으로 같이 해야 할 공부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IRDA 최고 브레인 푸르바 학생, 다니던 대기업까지 뿌리치고 KIST에 온 이유는?

구릿빛 피부에 부드러운 미소가 인상적인 생체재료연구단의 푸르바 푸르나마 학생(Purba Purnama, 인도네시아)은 2009년 IRDA 과정에 합류했다.

IRDA 과정생 중 최고의 브레인으로 통하는 그는 '초임계 유체-유기용매 시스템을 이용한 생분해성 고분자 입체 이성질 복합체의 제조방법 및 제조된 고분자 입체 이성질 복합체'를 랩 구성원과 함께 연구해 2010년 4.5 임팩트로 논문 게재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그는 한국에 오기 전 이미 결혼생활을 하고 있었고 대기업의 관리직을 맡는 등 부족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 그가 한국행을 결심한 이유, 또 최고의 브레인으로서 어떻게 공부하는지 등을 물어봤다.

Q. 한국에서 직접 생활하니 어떤가? 오기 전과 후의 이미지가 많이 바뀌었는지?

"한국에 오기 전 까지 만해도 단순히 '영화에서 볼법한 나라'의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직접 생활하다보니 ‘연구 강국’이구나라고 느껴진다. 70년대만 해도 인도네시아가 한국보다 더 잘사는 나라였는데 한국이 이만큼 성장한 이유는 연구개발에 집중한 결과인 것 같다."

Q. 부인, 딸과 함께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가족을 부양하면서도 최고의 성적을 유지하는 공부법은?

"다른 학생들이 잘 때 공부하고 다른 학생들이 공부할 때 자는 방법이 비법이라면 비법이다. 10시에 자고 새벽 3~4시에 일어나 공부를 한다. 실은 더 일찍 자고 싶은데 딸이 놀아달라고 해서 잘 수가 없다."(웃음)

Q. 인도네시아의 대기업에 근무하면서 부족함 없는 삶을 살았다 들었다. 한국 오기까지 결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한국 오기 전 다녔던 분유회사에서 수퍼 바이저로 활동하는 등 조건과 직위가 좋았다. 그래서인지 장모님은 왜 굳이 모험을 하느냐고 나를 말렸다. 하지만 원래 하고 싶었던 일이 연구였기 때문에 먼저 장인어른을 설득시켰고 이후 진심을 담아 장모님과 대화하면서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

Q. 한국생활에서 제일 힘든 점은 무엇인가?

"음식이 제일 어렵다. 인도네시아는 육식을 할 경우 할랄이라는 방식으로 얻은 고기만을 섭취할 수 있는데 한국은 일반적으로 할랄을 시행하지 않기 때문에 외식하기가 쉽지 않다. 또 인도네시아와 달리 4계절이 뚜렷해서 지내기 힘들다."

Q. KIST IRDA과정의 제일 좋은 점은? 

"연구시설도 굉장히 좋고, 다른 학교와 비교했을 때 지원받는 서포트의 양도 2배정도여서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다."

Q. IRDA과정이 끝나고 무엇을 할 것인가?

"포스닥이나 취업 자리를 알아볼 생각이다. 외국에서 3~5년 정도 더 생활하다 본국으로 돌아가고 싶다."


초임계유체연구실 "9명 중 7명 외국인…연구실에 외국인 많아 불편하냐고요? 오히려 즐거워요"
 

독일인 1명, 인도네이시아인 6명, 한국인 2명 등 학생 대부분이 IRDA과정생인 연구실. 바로 김재훈 청정에너지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이 담당하고 있는 초임계유체연구실이다.

초임계유체 기술은 지속가능하며 환경친화적인 청정기술로 추출, 분리, 고분자중합, 코팅, 박막제조, 반도체세정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연구실은 이러한 초임계유체를 기반으로 수소나 바이오디젤 등 에너지 재료들을 만들고 있다.

2008년 당시 이 연구실에는 외국학생이 2명뿐이었지만 기존 학생들의 추천으로 지금은 7명으로 늘어났다.

초임계유체연구실은 외국인 학생도 많지만 연구를 비롯 친목을 다지는 일 또한 단연 최고다. IRDA 과정생에 따르면 주 5회 필수로 정해진 한국어 공부와 토요일 정기세미나 등으로 눈코뜰새없이 바쁘지만 세미나가 끝난 후 연구실 식구들과 회식을 하는 등 친목을 다진다.

즐거운 일도 있는 반면, 외국인이 많아서 힘든 일도 있다. 연구실에 외국학생들이 많다보니 시약주문이나 서류작업, 특허 등을 낼 때 한국어를 구사할 줄 아는 학생들의 일은 배가 된다. 하지만 한국학생들은 불만보다는 이를 즐기고 있다. 포스트닥터로 연구하고 있는 홍승아 씨는 "영어회화도 많이 늘고 다른 나라의 문화도 알게 되는 등 외국학생들과의 연구실생활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7명의 외국인 학생 중 오는 2월 2명의 학생이 IRDA과정을 마치고 졸업을 예정하고 있다. 졸업예정생인 란타 프리다 수산티(Ranta Frida Susanti)학생은 "졸업하고 인도네시아로 돌아가 대학 교수로 활동할 계획"이라며 "졸업하기 전 KIST에서 논문을 하나 더 쓰고 싶다"고 말했다.

김재훈 선임연구원은 "연구실에서 일어나는 자잘한 일 중에는 한국어를 구사해야 풀리는 문제들도 있지만 IRDA 과정생들이 워낙 우수한 학생들이기 때문에 열심히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IRDA과정생과 졸업생 중에는 책을 편찬할 준비를 하는 사람도 있다. 학연운영팀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졸업 한 이집트인 모함드 하산(mohamed hassan)학생은 연구와 동시에 한국 여행을 사랑했던 사람으로, 모국으로 돌아가 '한국여행기' 책을 내기 위해 다양한 여행 자료를 챙겨 모국으로 돌아갔다.

한국 노래를 사랑하는 우크라이나의 이리나 로고자(Iryna Rogoza)학생, IRDA의 최고 미녀 율리아 자루비에바(Iuliia Zarubiieva)학생, 3인조 인도네시아 밴드그룹 등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IRDA 학생들은 셀 수없이 많다.

자신의 연구와 취미를 사랑하는 모든 IRDA 학생들이야말로 그 분야의 최고 NO.1이 아닐까.

IRDA 10주년 기념 컨퍼런스…졸업생 60여명 참석 '국제네트워크 강화'

18일 오전 KIST 국제협력관에 힘찬 박수소리가 울려 퍼졌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가나, 나이지리아, 코스타리카 등 다양한 국적인들 약 150여명이 삼삼오오 모여있는 자리였다.


'KIST IRDA 10주년 기념 국제컨퍼런스'가 막 열리고 있었다. 이날 행사에서는 IRDA과정 졸업생 60여명을 포함한 관계자들이 ▲IRDA 글로벌 파트너십 과제 선정 ▲IRDA 10주년 기념 국제 컨퍼런스 ▲IRDA 10주년 기념 학생 포스터 발표회 ▲IRDA UCC 공모전 등을 진행하며 국제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행사의 꽃인 식사시간이 다가왔다. 그런데 참으로 재밌는 현상이 벌어졌다. 한식, 양식, 할랄음식으로 식사가 나뉘어진 것이다.

학연운영팀 관계자는 "다양한 국가 사람들이 모인 자리이기 때문에 음식도 신경썼다"면서 "IRDA 과정생이나 졸업생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항상 이렇게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이날 발표된 UCC와 학생포스터 최우수상 수상작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주제는 자유였지만 KIST를 소개하는 작품이 대거 올라와 관심을 끌었다.

행사에 참가한 IRDA학생은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으로 국제네트워크까지 강화할 수 있어 뜻 깊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