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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cle KIST

'연구'에서 '춤'까지 만능 재주꾼, KIST 상륙하다


"무대·활동경력 7년, 자신감·인기·건강 UP 춤추면 행복해요"
이미진 연구원과 4명의 남자 박사, KIST 가을운동회서 '댄스삼매경' 


 

5인조 동서양 혼성그룹이 나타나 KIST를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이 일어났다.
때는 2011년 11월 'KIST 가을운동회 탤런트 쇼'. 건강미 넘치는 몸매를 뽐내는 한 여성이 밸리댄스복을 입고 나타나자 그녀를 중심으로 4명의 남성들이 무대위로 올랐다. 다소 진지한 모습이지만 도저히 매칭 안되는 그룹구성에 관람객들은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무대 세팅이 끝나자 흘러나오는 노래는 티아라의 '롤리폴리'. 노래가 시작되자 진지한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무대에 오른 5인조 그룹은 밸리댄스와 함께 개인 댄스 타임까지 가지며 KIST 행사 열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댄스 삼매경에 빠진 이들의 정체는 다름아닌 KIST WCI의 연구원들. 연구를 하는 진지한 모습 속 또 다른 장기를 서슴없이 발휘한 KIST의 댄스 4인방과 팀을 이끈 리더 이미진 연구원을 직접 만나봤다.


무대활동경력 7년 베테랑 댄서…쇼핑몰 무대에서 홈쇼핑 광고까지 출연

이미진 연구원은 KIST내에서 이미 유명 인사다. 지난해 3번이나 KIST 행사무대에서 파워풀하면서도 여성미를 한껏 강조한 밸리댄스를 선보인 덕분이다.

솔로 무대는 물론이요 작년에는 4명의 연구원들과 무대에 섰다. 구성 멤버는 ▲올리버 브라우바흐(독일) ▲브레들리 베이커(미국) ▲존 쿠돌로(가나) ▲류이치 나카지마(일본) 다.

이들은 WCI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외국인 연구자들로 이미진 연구원은 연구장비와 약품을 구매하는 파트에 있다. WCI사업은 교과부 주관으로 정부 출연연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출연연 내 세계 수준의 우수연구자를 초빙해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사업이다.

함께 도와준 남성 연구자들은 춤을 사랑하기는 하지만 전문 댄서는 아니다. 그러나 이미진 연구원은 밸리댄스 7년의 경력과 다양한 경험을 가진 그야말로 베테랑 밸리댄서이다.

"직장을 다니면서 활력소가 필요했어요. 2005년 밸리댄스를 처음 시작했는데 당시 밸리댄스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죠. 그러던 어느 날 원더걸스의 '텔미'란 곡으로 퓨전 밸리댄스를 추는 모습을 보고 관심을 갖게됐고 인터넷 카페 동호회에 가입해 처음 시작하게 됐습니다."

첫 시작은 카페 동호회였지만 동네 문화체육센터에서 본격 밸리댄스를 시작한 그는 남보다 동작을 빨리 외우는 편이었다. 춤이라는게 에너지 소모가 많이 되는 편이지만 그는 빨리 지치지 않았고 몸동작도 유연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고등학교 때는 에어로빅을 배우면서 지도자 자격증까지 취득했단다.

눈에 띄는 실력은 문화체육센터에서도 입소문을 타기 시작, 센터 지인들과 동대문 쇼핑몰에 설치된 무대에서, 또 홈쇼핑 광고에서 밸리댄스를 선보인 적도 있다.

다양한 무대에 선 만큼 재밌는 에피소드도 많다.

"원내에 행사가 있었는데 귀빈들이 많이 모이는 자리였어요. 그날 갑자기 오늘 밸리댄스를 춰주실 수 있냐고 요청이 들어온 적이 있었는데 다행히 화~목은 밸리댄스를 추러 가는 날이어서 옷을 가지고 왔었죠. 메이크업은 못했지만 의상을 입고 춤을 췄고 행사가 끝나고 다음날 많은 분들이 잘 봤다면서 인사도 해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이 연구원은 밸리댄스를 추면서 건강과 다이어트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지만 가장 좋은 점은 '자신감'을 얻은 것이다.

그는 "춤을 많이 추면 자신감이 생긴다. 또 스트레스도 날려버릴 수 있어 좋다"며 "밸리댄스 종류는 터키 밸리, 이집트 밸리, 퓨전 밸리 등 다양한데, 앞으로도 하나씩 배워볼까 한다"고 말했다.

'자신감도 좋지만 뱃살이 고민인 사람들은 쑥스러워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에 그는 "밸리는 상하체를 분리시키며 춤추는 것으로 뱃살이 움직이는 것을 봐야하는데 처음에 배우는 분들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워하시더라. 부끄러우면 처음부터 굳이 허리를 보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KIST 몇몇 식구들은 이 연구원에게 밸리춤 동호회를 만들어 보는게 어떻겠냐고 권유를 하기도 했다. 이 연구원은 "관심은 있지만 용기 내어 오시는 분이 많지는 않다"면서 "밸리댄스가 몸에 잘 맞고 꾸준히 하실 수 있는 분이라면 함께해도 좋을 것 같다. 근력도 생기고 살도 빠지고 관절도 튼튼해지기 때문에 좋은 스포츠"라고 적극 추천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까지 밸리댄스를 그저 야한 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아쉽다고 털어놨다.

"밸리댄스는 처음에 야한 춤이라고 생각되는지 시작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알면 알수록 동작도 어렵고 전통성도 있어 한번 하면 그 매력에 빠져 오래합니다. 그냥 사람을 유혹하기 위한 춤이 아니라 다양한 스타일이 있고 매력이 있는 춤이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외국인 연구자 4인방 "전문댄서 아니지만 무대에 올라간 이유? 댄스가 좋으니까~"

다음은 이미진 연구원과 함께 댄스삼매경에 빠진 류이치 나카지마 박사와 올리버 브라우바흐 박사의 Q&A.

Q. 이미진 연구원과 무대에 서게 된 이유는?
A. (류이치)이미진 연구원이 KIST 내 장기자랑에 나가게됐는데 혼자하는 것 보다 여러명이 나가 분위기를 띄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해 2주간 연습을 했습니다. 춤추는걸 좋아하고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또 무대에 올라감으로써 KIST의 많은 분들을 알아나갈 수 있겠구나 싶었죠.
A. (올리버)저는 강요당해서요 하하하.

Q. 댄스 연습은 주로 어디서 했나?
A. (류이치) 연습실과 연습 시간은 따로 없었지만 점심먹고 춤추고, 일 끝나고 춤추고, 그렇게 시간을 쪼개서 연습을 진행했어요.

Q. 연습하면서 일어난 사건사고는 없었는가?
A.(올리버) 연습하고 있는데 다른 박사가 와서 동영상을 찍어 본인 페이스북에 올렸어요. 그 페이스북 동영상을 본 내 친구들이 한국가서 연구안하고 춤추고 있다면서 농담 하더라구요. 또 춤 동작도 잘 안 맞는다면서 코치도 해주고...오기가 생겨서 더 열심히 노력했던 것 같아요.

Q. 춤을 추면 뭐가 제일 좋은가?
A. (류이치)음악과 댄스는 사람과 사람사이에 좋은 관계를 만들어주는 매개체이자 자기가 가진 고민도 한방에 날려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춤을 좀 추다가 다시 연구를 하면 집중도도 높아지는 그런 느낌도 들었고요. 춤도 추고 연구도 하고 일석이조였죠.

Q. 연습하다가 힘들어서 그만 두고 싶었던 적은 없나?
A. (류이치)한번이라도 그만둬야지 생각한 적은 없어요. 좋은 리더(이미진 연구원)을 만나서 재밌게 했고, 지금도 기회가 있으면 또 추고 싶어요.

Q. 무대 공연이후 KIST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A.(올리버)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시죠. 잘 봤다고 말로 해주시는 분도 있고 멀리서 미소를 보내시는 분들도 계셔세요. 최근 KIST에 스키동호회가 생겨 가입을 했는데 거기 분들이 많이 알아봐 주셨어요. 같이 노래방도 갔는데 롤리폴리 춤도 추고 사진도 찍고, 그런데 찍힌 사진을 보니 완벽하게 동작이 맞아떨어지더라구요.(웃음)

Q. 현재 KIST에서 담당하고 있는 연구분야는?
A. (류이치)WCI에서 뇌회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중 뇌가 학습하고 공포감을 느끼는 등 신경과학을 최신 기술을 이용해 연구 중입니다.
A.(올리버) 뇌가 주변상황을 보고 분석하고 받아들이고 해결하는 것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Q. KIST에 오게된 이유?
A.(류이치) 올리버 박사와 함께 캐나다에서 4년간 연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연구를 마치고 올리버 박사가 먼저 KIST로 떠났죠. 나는 다음에 어떤 연구를 할까 고민하다 KIST에서 해외박사를 초빙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연구분야도 나와 맞는것 같아 올리버 박사가 있는 이 곳에 오게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