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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cle KIST

"NMR 사전에 비밀은 없다…세포 하나하나, 다 들여다 보겠어~"

 

 

 

KIST, 900 MHz NMR 장비 보유…세계에서 약 25대 운영
거대 단백질 복합체 구조분석, 농도 낮은 막단백질 분석 등 질병 치료제 개발 가능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원장 문길주)의 L2 연구동. 이 건물을 지나다보면 유리판 아래로 흰 방이 하나 보인다. 흰 방 한 가운데에는 베일에 싸인듯 또 하나의 방이 있다. 여기에는 어마어마한 보물이 있다. 바로 KIST에서 가장 비싸고 커다란 연구실험장비 '900 MHz NMR(900 MHz 핵 자기공명 분광기)'이다.

 

이 장비는 생명과학분야의 주요 핵심 연구장비 중 하나로 KIST에 2006년 12월에 설치됐다.(취득금액 5,600,000달러) 국내에는 KIST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단 두 곳에만 설치 돼있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미국 10대를 비롯 약 25대만이 운영되고 있다.

 

 

 

 

NMR은 분자에 있는 핵과 외부의 자기장 간의 상호작용을 이용해 분자의 구조, 자기적 성질, 화학적 성질을 알아내기 위해 사용하는 장비이다. KIST는 400MHz NMR 3대, 600MHz NMR 1대, 900MHz NMR 1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숫자가 높을수록 성능이 좋다.

 

600MHz가 넘어가는 NMR은 고자기장으로 주로 생체분자(단백질, 효소, 호르몬, 핵산)의 입체구조, 단백질-저분자 결합구조 및 단백질-단백질 결합구조를 규명하는데 필수적으로 사용돼 Bio-NMR로 불리기도 한다. 특히 900MHz은 그 중에서도 초고자기장으로 실제적으로 쓰이는 Bio-NMR중에서도 가장 좋은 해상도와 민감도를 갖고 있어 단백질 복합체 구조분석이나 농도가 낮은 막단백질과 천연물 분석에 우월성을 보여준다.

 

KIST 관계자에 따르면 사람의 질병은 생체분자 구조의 변화에서 오기도 하는데 어떻게 구조를 재배치 하느냐에 따라 병이 더 빨리 나을 수도, 치료될 수도 있다. 이 장비는 이런 결합구조를 규명해 줄 수 있어 암과 병원성 균, 병원성 박테리아 유전자 발현 조절 등 다양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을 개발할 수 있다.

 

 

거대 자석 NMR, 자석 원리로 인체를 들여다 본다

 

 

900 MHz NMR 장비는 커다란 초전도체 영구자석이다. 단면을 보면 원통형 자석 안에는 초전도 코일이 감겨있고, 초전도체를 유지하기 위해 헬륨을 집어 넣어 온도를 낮게 했다. 또 헬륨의 온도 상승을 막기 위해 액체 질소가 그 옆을 차지하고 있다.

이 커다란 자석은 카메라, 휴대폰, 신용카드 등을 못 쓰게 할 정도로 강력한 자기장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철판으로 감싸 관리를 해야한다. 이 것이 바로 방안에 방이 있는 이유다.

 

 

 

왜 하필 자석인가. 우리 몸은 다양한 조직세포 분자들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은 물분자로 돼 있다. 이 물분자를 관측할 때 물을 구성하고 있는 수소원자핵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자성을 띠게 된다. 즉 작은 자석이 되는 것이다.

 

작은 자석을 큰 자석 안에 넣으면 여러 방향으로 난잡하게 있던 원자핵들이 서로 영향을 받아 정렬한다. 이에 전기적 신호를 줘서 작은 자석을 조절, 신호를 일으키고 이 신호를 받아들여 재편집 하는 것이 NMR의 원리다.

 

내부로 들어가니 NMR은 마치 우주선처럼 요상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 장비를 활용해 연구를 수행 중인 김낙균 특성분석센터 선임연구원은 "본래 NMR의 모습은 가운데에 보이는 원통이고 그 옆에 설치된 것들은 연구자 시료를 집어 넣기 위해 발판으로 설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꽤 무거워 보이는 이 장비, 절대 움직여서는 안 된다고 한다. 김 연구원은 "액체질소와 기체헬륨, 자석 등이 흔들리면 신호도 흔들리게 되는데 그럼 결과데이터를 쓰지 못한다"며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을 시켜놨다"고 설명했다.

 

NMR옆에 작은 냉장고가 있었다. 냉장고를 여니 단백질과 핵산, 그리고 실험에 사용되는 NMR 튜브가 들어있었다. 그는 "상온에 두면 단백질과 핵산이 변성돼 냉장고에 보관한다"고 설명했다. 튜브를 하나 들고 NMR맨 위로 올라가 스위치를 누르니 작은 구멍이 하나 열렸다. 그는 "이 곳에 단백질을 넣은 NMR 튜브를 꽂아 실험 할 수 있다"며 "보통 데이터 결과는 장비와 연결된 컴퓨터를 통해 볼 수 있다. 또 최적의 실험 조건을 갖추기 위한 튜닝 작업도 컴퓨터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고장나면 스스로 전화까지…스마트 NMR

 

 

 

 

"NMR안에 액체질소와 기체헬륨이 몇 퍼센트 남았는지 알려주는 시스템이 있다. 만약 질소와 헬륨이 부족하다던지 장비에 문제가 생기면 담당자들이 받을 때까지 스스로 전화를 한다."

 

고가장비인 NMR은 고장이 나면 수리비도 만만치 않다. 때문에 고장을 막기 위해 NMR이 스스로 문제를 감지하고 고장이 날 것 같으면 장비 담당 5명의 박사들에게 자동적으로 전화하는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또 정전사고가 나더라도 NMR을 지속 사용할 수 있도록 예비전원도 구비했다. 물론 한국전력공사가 전기 공급을 중단하더라도 KIST 내부에 발전기가 설치돼 있어 문제는 없지만 이 발전기마저 고장 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따로 마련해 놨다는 설명이다.

 

비싼 장비가 고장 나지 않도록 항상 신중하게 사용하고 있지만 KIST는 이 장비를 활용해 더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KIST 내부에서는 ▲신경과학연구단 ▲테라그노시스연구단 ▲분자인식연구센터 ▲뇌의학연구단 등이 사용하고 있으며 외부에서는 서울대 ▲연세대 ▲KAIST ▲동국대 ▲경상대 ▲건국대 등이 NMR을 활용해 실험하고 있다.

 

김 선임연구원은 "NMR을 활용해 KIST내부에서는 약 13의 논문이 발표됐고 이 외에도 원내외 장비공동활용으로 해외 유명저널에 논문을 게재했다"며 "KIST의 최첨단 장비는 언제든 사용할 수 있으니 좋은 연구주제를 갖고 있는 분들이 와서 같이 상의하고 공동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