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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cle KIST

세계 과학자들 ‘그래핀’에 빠지다…한국도 '숨가쁜 연구戰'

 

 

강철보다 강하고 다이아몬드와 같이 열전도율이 좋은 그래핀 연구 열기
KIST 그래핀 관련 특허 출원 40건

 

 

 

영국의 한 대학교 금요일 밤 실험실. 한 교수가 재미삼아 세상에서 가장 얇은 막 만들기에 도전하고 있었다. 실험 방법은 간단했다. 종이에 연필(흑연)로 낙서를 한 뒤 스카치테이프를 붙였다 떼어내는 간단한 방법이었다.

 

이 간단한 실험은 세계를 깜짝 놀래킬 결과를 가져왔다. 꿈의 신소재 그래핀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발견된 것이다. 실험을 진행한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와 안드레 가임 맨체스터대 물리학과 교수는 2010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는다.

 

그래핀이 발견되기 이전부터 꿈의 신소재에 대한 연구는 이론적으로 과학자들 사이에서 이야기 되고 있었다. 하지만 단일 층 탄소 원자배열을 가지는 그래핀을 만드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것을 이 두 교수가 어린아이의 장난 같은 우연한 실험에서 발견한 것이다.

 

 

강철보다 강하고 다이아몬드와 유사한 '그래핀'

 

 

그래핀은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하고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를 많이 흘릴 수 있으며, 이론적으로 실온에서 전자의 이동도가 Si 보다 100 정도 빨라 종래 최대로 여겨지던 인듐 안티몬을 능가하는  물리적·전기적 특성이 우수한 신소재다. 차세대 반도체·태양전지 등 전자소재는 물론 자동차·항공기 강화 신소재 등 구조재로도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실험을 통해 플라스틱에 0.1%의 그래핀을 넣은 결과 내열성이 30% 향상되고, 1%를 섞으면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

 

그래핀을 이용한 핵심 전자 소자 개발 중에 하나는 캐리어의 높은 이동도와 이동 속도를 가지는 그래핀을 채널층으로 사용해 고속 동작의 RF 회로용 10THz 동작의 전계효과 트랜지스터를 제작하는 것이다. 아직 그 성능이 600GHz를 실현한 화합물 반도체에 의한 고전자 이동도 트랜지스터의 성능에는 불 충분하지만 최근 300 GHz 그래핀 트랜지스터등이 발표되고 있어서 그 실현 가능성이 높게 예상되고 있다.

 


또 현재 가장 열 전도율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진 다이아몬드와 같은 성능을 보이며, 시트 상태로 제작 가능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획기적인 방열 재료를 만들 수 있다. 최원국 계면제어연구센터 센터장에 따르면 이 방열 재료는 LED 사용에 있어서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GaN계열 LED는 열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열을 잘 방출시키는 기술이 필요한데 이를 그래핀을 사용해 고효율 열방출 신소재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그래핀의 밴드갭을 조절하면 지뢰를 탐지할 수 있는 테라헬츠파를  발생시킬 수 있다. 또 고출력이면서 펄스(맥박처럼 짧은 시간에 생기는 진동현상)의 폭이 펨토초(10-15 초)인 레이저를 만들 수도 있는데, 이는 그래핀이 가진 비선형성 광학성질에 의해 가능한 것으로 광통신등의 나노 포토닉스분야의 응용이 가능하다.

 

특히 최근 대중화되고 있는 터치 스마트폰, ATM기,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투명전극 소재의 가격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 센터장은 "이러한 디스플레이에는 투명전극 소재로 ITO(산화인듐주석)코팅 필름이 사용되고 있으나 고가의 수입단가와 수요 대비 공급부족으로 대안연구가 시급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그런데 ITO코팅필름을 대신할 물질로 그래핀이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존재하는 소재보다 여러 가지 우수한 특징을 갖고 있기에 전세계는 그래핀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에 따르면 유럽 연합의 17개국 60여개 기관은 내년부터 10년간 그래핀 상용화에 10억 유로(1조4671억원)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플래그십(Flagship) 프로그램'으로 명명된 이 프로젝트는 현재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을 정도로 대규모 프로젝트로 추진된다.

 

미국은 과학재단 주도로 최근 5년간 2800만 불(3조2000억원)을 이미 지원 중에 있으며, 국방고등연구계획국은 그래핀을 이용한 RF 소자 개발을 위해 올해까지 총 3000만 불을 투자했다.

 

영국은 그래핀 상용화 사업에 900억원을 투입했으며, 덴마크는 약 120억원, 스웨덴은 약 70억원 규모를 R&D에 쏟아붓고 있다. 싱가포르 국립대 역시 그래핀 센터에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하고 연구자 영입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은 산업기술총합연구소(AIST)를 중심으로 그래핀의 기초·응용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KIST, 그래핀 연구 집중…"세계 그래핀 연구 선도할 것"

 

 

 

 

 

한국도 그래핀의 중요성에 대해 강하게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식경제부는 우리의 먹을거리에서 투자해야하는 한 가지 연구분야로 그래핀을 결정한 바 있으며 교육과학기술부는 작년 글로벌 프론티어 사업으로 그래핀을 주 소재로 이용한 연구를 수행 하는 '나노기반 소프트 일렉트로닉스 연구단' 을 선정한 바 있다.

 

글로벌 프론티어는 연구단에 최대 9년간 총 4000억원 이상을 집중 지원하고 연구자가 중심이 되는 연구관리를 통해 우리나라의 차세대 먹을거리가 될 원천기술을 확보하고자 진행되는 프로젝트다.

 

하지만 이런 장점과 투자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래핀의 무궁한 응용성에 대한 연구가 더욱 많이 남아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는 "최근 국내 대기업에서 햇빛에 잘 보이지 않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에 발광효율이 우수한 능동매트릭스 유기발광다이오드(아몰레드) 를 사용하여 문제를 극복한 제품들이 생산된다고 발표하고 있다"며 "하지만 문제는 향후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유리가 아닌 플라스틱으로 표면을 감싸야하는데 아몰레드는 유기물로 수분에 매우 취약해 이를 해결할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플라스틱은 보이지 않는 비어있는 공간이 존재해 물과 산소가 들어가게 됨으로 이 공간을 차단하는 보호층 기술이 필요하다. 최 센터장은 "이 기술은 해외의 바이텍스(Vitex)사만이 보유하고 있어 단가가 비싸기 때문에 이 기술을 극복해 내야한다. 그래서 잘 휘어지며 수분의 투과를 잘 막을 수 있는 보호층 재료로 그래핀이 매우 적합한 재료로 연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해결해야할 부분이 많지만 한국은 그래핀 연구에서 최정상급을 차지하고 있다. 2011년 기준 그래핀 관련 논문 수에서 한국은 중국과 미국, EU에 이어 세계 4위를 차지하고 있다. 핵심 특허 보유 건수에 있어서는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 중 KIST가 보유한 그래핀 국내외 특허 출원은 구조제어된 그래핀 리본의 제조방법과 그래핀 제어 나노흑연이 제조방법, 그래핀 하이브리드 물질 및 그 제조방법 등 총 40건이다.

 

KIST는  미래융합기술연구본부와 국가기반기술연구본부 소속의 ▲계면제어연구센터 ▲광전하이브리드 연구센터와 ▲다원물질융합연구소, 녹색도시기술연구소의  ▲에너지융합연구단 그리고 ▲전북분원등이 그래핀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그래핀 제작 기술 개발과 그 응용분야로 디스플레이용 투명전극대체와 고효율 태양전지용 전극, 리튬 이차전지 용 전극, 강도 및 내굴곡성이 우수한 새로운 복합체 제작, 도핑을 통한 밴드갭 조절, 그래핀 나노 리본을 활용한 초고속 전자소자, 양자점과 그래핀 하이브리드를 이용한 LED, 나노포토닉스 등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KIST가 이 같은 연구분야에서 연구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원 내에 오래 전부터 다이아몬드와 CNT(탄소나노튜브) 등의 나노 카본 연구를 하는 팀이 그래핀 연구에 필요한 기반연구를 튼튼히 해놓은 덕분이었다. 이 기반을 바탕으로 현재 KIST 박사들은 그래핀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최원국 센터장은 "앞으로 유연 면광원용 재료와 소자를 개발할 것"이라며 "여기에 투명전극, 발광소재, 그리고 보호층으로 그래핀과 그 하이브리드 소재를 사용할 것이며 이를 구현하기 위한  필요한 공정을 인쇄기법으로 개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