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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Talk/사내직원기자

김진명 작가 창의포럼(05.16)

 

 

 

창의포럼 강사를 섭외하다 보면 강의를 완곡하게 거절하는 분들이 있다. 인문학이나 예술을 하는 사람들에게 과학기술은 연구하는 KIST는 생소한 영역이라 강의를 진행하기 힘들겠다는 선입견을 가진 분들이 의외로 많다. 김진명 작가도 국가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한 KIST의 아이디어와 연구실적에 대해 늘 경외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어디 내놔도 손색없고 당당한 KIST인들 앞에서 무슨 이야기를 할까 많은 고민을 하며 무대에 섰다고 했다.

 

고스톱과 R&D

 

역사적 사실을 매개로 일본과 중국의 역사왜곡을 치밀하게 파헤치는 베스트셀러 작가의 소설과 관련된 이야기를 기다리던 청중들에게 ‘왜 김진명은 고스톱에 절대강자인가’라는 엉뚱한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김진명 작가는 남이 쓸모없다고 버린 것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無用之用(김진명 작가는 남들이 쉽게 버리는 비의 열을 사랑한다), 고스톱이 벌어지는 현장의 분위기를 장악하는 노력, 서두르지 않는 진중함을 자신의 승리비결이라 소개했다. KIST의 R&D도 본인의 고스톱 전략처럼 無用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내려는 노력과 R&D 과제를 수주하기 위해서 관련기관과의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분위기 조성에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알렉산더와 디오게네스

 

김진명 작가가 정의한 외면의 힘은 돈, 권력, 지위, 지식, 인간관계, 소질 등 밖으로 드러난 것이다. 외면의 힘은 겉은 화려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것만을 추구하다 보면 비참하고 가벼운 존재가 되어버린다고 했다. 행복은 외면의 힘이 아닌 내면의 힘에서 나온다며 알렉산더와 디오게네스의 일화를 소개했다. 외면의 힘은 정복전쟁을 통해 대제국을 건설한 알렉산더가 우위에 있을지 모르지만 햇빛 한줌에서 행복을 찾은 디오게네스의 내면은 더 가치 있는 것이라 했다. 김진명 작가가 정확히 내면의 힘을 정의하지는 않았지만 작가의 말을 종합해보면 내면의 힘은 정의감, 정직함, 검소함 등 선택의 순간에 기준이 되는 삶의 철학 혹은 가치관이 아닌가 싶다. 

 

믿음과 정의감 

 

물질문명, 문명의 이기에서 소외된 현대인들이 느끼는 가장 큰 문제는 외로움과 고독이다. 이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이든 같이 할 수 있는 믿음이 있는 친구를 만드는 것이라 했다. 이런 믿음은 거짓말하지 않는 정직함이 꾸준히 지속될 때 성립하며 세상도 유능한 사람보다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한다고 했다. 김진명 작가가 강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가 정의감이다.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의 실상을 사진으로 접한 후 대학구내 식당의 남이 먹다 남은 밥을 먹으면서도 당당할 수 있었던 것은 기아의 문제를 공감했던 정의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본인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정의감을 발휘했던 경험이 내면의 힘이 되며, 다시 그런 상황이 벌어질 때도 용기 있게 행동하는 원천이 된다고 작가는 말했다. 

 

내면의 힘을 위한 충고 

 

작가는 내면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하고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했다. 사람은 나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늘 손쉬운 방향의 선택을 강요받는다. 바쁘다는 핑계로 일상에 매몰되지 말고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인생의 진정한 스승이 될 수 있는 책을 가까이 하고, 세상의 모든 책을 읽겠다는 각오의 무서운 독서를 주문했다.

얼마 전 연구지원부문 여직원 워크숍 특강에서 김혜남 소장(‘심리학이 서른 살에 묻다’의 저자)은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는 것도 행복이지만 그보다 더 큰 행복은 갖고 있지 않은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내면의 힘 중에서 검소함을 유독 강조하는 김진명 작가도 김혜남의 행복론과 맞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