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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Talk/사내직원기자

박웅현 광고감독 창의포럼(04.18)

 

 

 

 

박웅현은 KIST와의 만남을 이질적이라 말했다. ‘자신만 다른 혹성에서 온 것 같다’는 그의 말처럼 그가 착용한 모든 것들이 조금 낯설어 보였다. 그의 파격적인 복장은 광고에 대한 그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광고에서 규칙성과 익숙함은 지옥이고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하는 광고장이의 숙명때문일 것이다.

 

톨스토이의 세 가지 질문

 

박웅현은 자신의 꿈은 개처럼 사는 것이라고 했다. 개는 밥을 먹으면서 어제의 공놀이를 후회하지 않고, 잠을 자면서 내일의 꼬리치기를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 오로지 현재의 일에만 집중한다. 밥을 먹으면서 신문을 보지 않고, 트위터를 하지 않으면 콩나물국의 새로운 맛을 감상할 수 있다고 했다. 개와 밥, 지극히 일상적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가던 강의에 갑자기 레프 톨스토이, 오스카 와일드, 앙랭 드 보통, 앙드레 지드가 등장하면서 광고장이의 인문학 강좌로 돌변했다. 모두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박웅현이 빌려온 이들이다. 톨스토이는 ‘세 가지 질문’ 이라는 소설에서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현재이고,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현재 만나는 사람이며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다’라고 적었다.

 

萬惑 과 不惑

 

인문학적 감수성이 뛰어난 광고장이는 서양의 대문호 섭렵이 조금 부족했던지 이번엔 맹자를 인용했다. 모든 사물의 이치는 나에게 갖추어져 있으니 자신을 반성하여 보아 성실하면 즐거움이 그보다 클 데가 없다.(萬物皆備於我矣 反身而誠樂莫大) 박웅현은 다른 곳에서 답을 찾지 말고 이미 준비되어 있는 삶에서 성의를 다하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이 경구를 해석했다. 박웅현의 40대는 지인들의 다른 삶을 보면서 자신의 삶의 방향이 맞는지 수없이 흔들리는 만혹(萬惑) 시기였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50대의 현재는 일상에서 즐거움과 일의 진정한 의미를 추구하는 불혹이라고 했다. 박웅현은 ‘日常이 聖事‘라고 현재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사람을 향합니다.

 

박웅현 광고의 창의적 영감도 바로 일상의 관찰에서 나왔다. 나의 직접 혹은 간접경험이 아닌 것에서 아이디어를 찾을 수 없다고 했다. 넘어지는 아이를 잡아주려 했던 자신의 경험, 날아가는 풍선을 붙잡아 주려는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 ‘사람을 향합니다’라는 광고를 만들었다. 책에서 우연히 읽은 ‘나는 한 알의 사과를 가지고 파리를 놀라게 하리라’는 세잔의 말이 ‘생각이 에너지’라는 광고의 모티브가 되었다. 박웅현은 美는 보는 사람의 눈 속에 있다고 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는 유홍준 교수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나의 주변 모든 일상에서 창의성의 소재는 존재한다. 다만 그것을 취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취할 수 없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Talents are the talents of the others, 회의는 낚시다

 

나의 일상, 나의 직간접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찾지 못하면 남의 경험을 빌려야 한다. 박웅현은 남의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할 수 있는 회의를 낚시에 비유했다. 훌륭한 아이디어를 낚기 위해 박웅현은 늘 예민한 상태로 회의에 임한다고 했다. 회의가 훌륭한 낚시터가 되기 위해서는 윗사람들이 이야기를 적게해야 하고, 계급장을 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광고의 ABC도 모르는 인턴사원이 회의에서 말한 기존 아파트 광고의 문제점을 재빨리 캐치해서 만들어낸 광고가 ‘진심이 짓는다’라는 광고라고 설명했다.

특강에서는 말하지 않았지만 박웅현이 창의성을 강조하면서 자주 언급하는 경구가 ‘視而不見 聽而不聞’이다. (마음이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고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한다, 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食而不知其味, 대학) 뉴튼의 사과나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도 그것을 해결하려는 간절한 마음이 있었고, 수년간 몰입으로 생각의 임계점에 도달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결과라고 했다. ‘생각의 탄생’이란 책에 따르면 관찰은 생각의 한 형태이고 생각은 관찰의 한 형태라고 정의한다. 결국 창의성은 우리의 생각, 우리의 마음가짐이 있어야 발현된다는 의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