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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cle KIST

조기발견 불가능? 스티브잡스 사망원인 ‘피 한 방울’로 잡는다

 

 

 

 

 

KIST-아산병원 공동연구…MOU 중개임상연구센터 설치
췌장암 바이오마커·정밀 수술로봇·체내 분해 생체재료 개발

 

 

피 한 방울로 질병을 예측한다면? 신체 내 분해돼 없어지는 나사가 개발된다면? 바늘크기 로봇으로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다면? 상상 속에서 가능했던 미래의료모습이 곧 현실이 될 전망이다.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장 문길주)가 아산병원과 5월 MOU 맺고 공동으로 첨단의료분야 원천기술과 상용화를 위해 공동연구를 수행한다. 각 기관에 랩을 설치하고 중개임상연구센터인 'TRC 센터'를 구축해 상주 연구할 예정으로 더욱 긴밀한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 기관은 먼저 ▲조향바늘형 로봇시스템 기술(Steerable Needle Robot System, 김계리 바이오닉스연구단 박사) ▲생분해성의 금속기술 (Biodegradable Metal, 김유찬 생체재료연구단 박사) ▲나노입자를 이용한 진단기술 (이관희 생체재료연구단 박사) 3개 분야에서 협력해 나갈 방침이다.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이관희 박사는 “TRC센터에서 양 기관이 연구도 공동 수행하지만 공학인이 만든 기술이 병원에서 실제 환자에게 쓰일 수 있도록 하는 중개임상연구센터"라며 ”의료현장에서 쓰이는 기술인만큼 최종 수요자인 의사와 기술을 구현하는 연구자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필요한 기술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재수술 부담은 줄이고 수술 정밀도 높인다

 

 

김유찬 박사는 생체 내에서 분해돼 없어지는 ‘생분해성의 금속소재‘를 연구 중에 있다. 그에 따르면 뼈가 부러질 경우 그 역할을 대신할

생체재료로 티타늄 합금, 코발트 합금, 스테인리스 강 등을 활용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뼈가 재기능을 하게 되면 이를 제거하는 2차 수술이 필요하다.

 

그는 "우리가 개발 중인 생체재료는 몸 속에서 분해되기 때문에 2차 수술을 안 해도 되는 장점이 있다"면서 "생체재료에 뼈의 성장촉진 기능도 부여할 예정이다. 의사와 환자들에게 필요한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에는 뼈 관련 생체재료가 주로 연구돼 왔으나 최근에는 다양한 분야에도 적용하는 추세다. 예를 들면 식도나 담도, 혈관 등이 막혔을 때 뚫어주는 스텐트를 개발할 수도 있고, 암표지자를 생체재료로 표시해 집중적으로 세포를 죽이는 역할도 할 수 있다.

 

김 박사는 “수술 후 제거해야하는 분야에 모두 적용 가능하기 때문에 수술로 인한 환자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분야의 의사들과 논의를 통해 지속적으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조향바늘형 로봇시스템 기술’은 의사가 수술하기 어려운 미세한 조직 등을 제거하거나 치료할 때 사용되는 로봇이다.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수술로봇은 '다빈치'로 손과 유사한 자유도와 입체영상을 갖추고 있어 복강경수술이 가능하다.

 

다빈치의 손 크기는 1cm정도로 1cm 이상 절개해야해 복강경 외 정형외과나 신경외과, 이비인후과 등에는 활용하지 못한다. 이에 김계리 박사는 3mm로 손 크기를 개발하고자 한다.

 

 

 

‘나노입자를 이용한 진단기술’은 피 한 방울로 질병을 진단하고 예방하는 시스템이다. 이관희 박사는 질병 중에서도 췌장암을 진단하는 바이오마커(질병과 관련된 유전자 내의 표지인자로 각종 암, 심혈관 및 노인성 질환 등 질병의 단서를 제공)를 개발할 예정이다.

 

췌장암은 애플의 설립자 스티브잡스의 사망 원인이기도 하다. 이 박사에 따르면 췌장암 증상은 복통과 소화불량, 체중감량 등으로 환자가 스스로 인지하기 어려우며, 췌장은 신체 정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어 내시경이나 초음파로도 조기진단하기 어렵다.

 

그는 "혈액이나 질병을 나타내는 표지자를 검출해 질병을 진단하는데 기존 툴들은 민감도가 좋지 못해 건강검진에서 질병을 검출해내기 힘들다"면서 "우리는 나노입자가 가진 각각의 특성을 활용해 진단기술을 개발하고자 한다. 췌장암과 관련된 극미량의 바이오마커에 나노입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성질을 측정해 진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향후 췌장암뿐 아니라 백혈병과 패혈증 환자 등을 진단하는 기술로도 활용 가능하다. 위의 3개 과제기술은 KIST가 기획, 아산병원의 임상을 하는 의사들이 직접 선정한 기술들이다. 향후 지속적으로 의료현장에서 필요한 과제를 발굴해 공동연구 할 계획이다.

 

 


“아산병원 공동연구에 상당히 열려있어…향후 협력 기대돼”

 

 

 

"의사분들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전화도 주고, 직접 시연해 주기도 한다. 적극적인 모습에 향후 공동연구에 대한 기대가 크다."

 

KIST와 아산병원은 2005년 첫 MOU를 맺고 공동 랩을 설립해 연구 및 심포지엄을 공동 개최해왔지만 제대로 된 센터조직이 없어 실질적인 연구가 이뤄지기 힘들었다. 사실 단순한 문제지만 주차에서 서류 정리까지 조직이 없어 생기는 작은 문제점들은 수월한 교류를 막는 큰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이번 2차 MOU가 획기적으로 개선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각 기관에 센터를 설립함으로써 더욱 활발한 공동연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아산병원 김상윤 교수가 KIST에서 연구를 수행 중이며, 췌장암 조기진단 시스템을 개발하는 이관희 박사와 생체재료를 연구하는 김유찬 박사는 일주일에 2번 서울아산병원으로 출퇴근하며 현장사람들과 직접 부딪히며 일을 할 계획이다.  로봇 시스템을 연구하는 김계리 박사는 아산병원 의사들과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과 수술참관을 통해 임상의 요구를 직접 반영한 시스템을 개발하고자 한다.

 

이관희 박사는  "지나가다가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도 토의를 하고, 세미나를 열 때면 수술복을 입은 채 바로 올 정도로 열정적"이라며 "아산병원이 굉장히 열려있는 상황이다. 적극적인 모습에 향후 공동연구에 기대가 크다"라고 말했다.

김계리 박사도 마찬가지로 "바쁜 일정에도 직접 실험 시연을 보여주는 모습에서 의사분들의 열정이 느껴진다. 우리도 기술이 향후 의료현장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아산병원과 KIST MOU는 28일 KIST 본원에서 열렸다. 양 기관은 ▲상호 교류협력을 위한 일반협약 ▲학·연 협동연구 석·박사 과정 및 석·박사 통합 과정 설치 약정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공동연구를 위해 양기관 각각 직접연구비 5억 내외를 매칭 할 계획이며, 각 연구단은 10명 내외로 구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