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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cle KIST

365일 빨간 옷만 입는 과학자 “빨간 셔츠는 나를 표현해주는 옷”

 

 

 

 

레리 코헨 박사, 30년 동안 ‘빨간 셔츠·검은 바지·빨간 양말’
“한국 온 이유? WCI소속 과학자들과 동고동락 연구환경 매력적”

 

 

"♪ 오늘은 또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머리는 또 어떻게 만져야 좋을지
이건 어떠니 또 저건 어떠니 고민 고민 하지마 Girl ♬"

 

가수 이효리가 발매한 노래 'U-GO-Girl'은 그 날 입을 옷과 헤어, 말투에 신경 쓰지 말고 있는 나 자신을 당당하게 보여주자 라는 가사가 담긴 노래다.

 

노래 가사처럼 365일 한 칼라의 셔츠로 나만의 스타일을 고수해 온 과학자가 있다.  KIST 기능커넥토믹스연구단의 레리 코헨 박사다. 그는 빨간 셔츠와 검은 바지, 빨간 양말을 31년동안 고집해왔다.

 

 

동료들과 설립한 벤처회사 이름에도 'RED'를 집어넣을 정도로 그는 '빨간색'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레리 코헨 박사가 이토록 한 가지 칼라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KIST연구실에서 그를 직접 만나봤다.

  

 

“365일 빨간 셔츠만 입냐구요? 딸의 생일엔 핑크색 옷도 입죠”

 

 

레리코헨 박사는 KIST WCI센터사업(World Class Institute/ 세계수준의 연구센터)시작 초기인 2010년 자문을 통해 KIST와 인연을 맺었다. 2011년 6월부터 미국 예일대학교 소속 겸직연구원으로 KIST에 근무 중이다.

365일 빨간 옷만 고집한다는 그는 이미 KIST 내에서도 유명인사다. 인터뷰 당일에도 그는 멋스러운 빨간 칼라의 셔츠와 검은 바지, 그리고 빨간 양말을 신고 있었다.

 

Q. 빨간 셔츠의 박사로 KIST내에서도 유명하다. 특별한 생활습관을 갖게 된 이유는?

A. 백화점에 갔는데 우연하게 빨간색 옷을 입어봤다. 그러자 와이프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칭찬 해줬고, 나 또한 빨간색이 나와 잘 맞는다 생각해 입기시작했다. 그게 1982년의 일이니 벌써 30년 이상 빨간 옷을 입었다.

 

Q .빨간 셔츠를 입는 또 다른 이유는 없나?

A. 정장을 입은 사람에게서 세일즈맨의 느낌이 나듯 옷은 그 사람을 나타내주는 유니폼이 될 수 있다. 나는 빨간 셔츠가 나라는 사람을 보여줄 수 있는 옷이라고 생각한다.

 

Q. 365일 빨간 셔츠만 입기는 힘들 것 같다. 다른 옷을 입는 날은 없나?

A. 딸의 생일에는 핑크색 옷을 입는다.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대표적 색으로 핑크가 손꼽히는 만큼 핑크옷을 입으면 딸을 기쁘게 한다고 생각했기에 시작했다. 지금 딸이 멕시코에 거주하기 때문에 올해엔 핑크색 옷을 입지 못했다. 
 


벤처회사 설립, 회사명에도 ‘RED“?

 

 

그는 같은 분야를 연구하는 3명의 연구진들과 'redshirtimaging(http://www.redshirtimaging.com)'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거창한 벤처회사는 아니지만 스티브잡스가 맨 처음 창고에서 맥을 개발한 것과 같은 개념으로 이윤보다는 연구에 집중을 하는 회사로 키워나가고 있다.

 

Q. 회사명에도 'RED'가 들어간다?

 

A. 회사의 실제 오너가 내가 빨간 셔츠를 좋아한다는 점을 알고는 있었지만 리눅스 프로그램을 배포하는 '레드햇'이라는 회사의 이름에서 영감을 얻어 비슷하게 이름을 지은 것이다. 나를 위해 특별하게 지은 것은 아니다.

회사는 나를 포함 총 3명으로 구성돼 있고, 뇌활동 이미징화를 위해 초당 만개의 프레임을 촬영할 수 있는 고성능 카메라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매년 100만 달러 규모의 판매를 통해 75만 달러의 이익을 내고 있다.

 

Q. 한국에 와 있어 경영에는 참여가 어려울 것 같다. 연구와 회사 경영 노하우가 있다면?

 

A.전체시간의 약 10%만을 경영에 참여하고, 나머지 시간은 연구에 투자한다. 또 멀리 떨어져있더라도 인터넷기술의 발달로 화상채팅을 통해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한국에서 하고 싶은 일? 젊은 과학자들 멘토링하고 싶어”

 

 

보통 인터뷰는 연구진의 개인 룸이나 휴게실 등에서 이뤄진다. 그런데 레리 코헨 박사는 공용 오피스 중에서도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통로에 책상과 컴퓨터 2대를 위치시켜 놓고는 자신의 방이라며 뻥 뚫린 장소에서 인터뷰 할 것을 원했다.

사실 그에게도 개인 공간이 주어졌지만 연구실로 돌려 공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는 공용 오피스에서 생활하는 것이 사람들과 소통하는 창구가 될 수 있으며, 후배 과학자들에게 멘토링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Q. KIST에서의 연구생활을 선택한 이유는?

 

A. WCI 센터사업 시작 초기인 2010년부터 자문 및 공동연구를 수행해 왔으며, 2011년 6월부터 예일대학교 소속 겸직연구원으로 근무 중이다. KIST에서의 연구를 선택한 이유는 WCI 소속 과학자들과 같이 연구할 수 있는 연구환경이 매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Q. 현재 진행 중인 연구에 대해 설명해 준다면?

 

A.현재 뇌가 어떻게 냄새를 인지하는지를 연구 중이다. 생쥐의 경우 후각을 느끼기 위해 3000만개의 세포가 필요하며, 유전자의 10%가 후각을 처리하기 위해 요구되기 때문에 우리의 연구는 초기단계이다. 연구를 위해서는 레이저 자극과 냄새에 반응하는 뇌세포 활동을 광학적으로 기록하는 기술이 요구된다.

또 뇌활동 형광단백질 센서의 기능을 향상시키고, 분자생물학 기법을 이용해 단백질 성능을 개선시키고, 배양된 세포와 신경세포에 이를 테스트 한다. 향후 후각정보처리의 원리 규명 및 뇌활동 광학센서를 개선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Q. WCI사업 종류 후 향후 계획은?

 

A. 2014년 말 WCI사업이 종료되지만 좋은 평가를 통해 사업이 연장되면 KIST에 남아 연구에 참여 하고 싶다.

 

Q. 한국에서 꼭 해보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A. 연구를 수행하며 젊은 과학자를 멘토링하고 싶다. 연구실에서 이뤄지는 멘토링도 좋지만 주말에는 신경과학연구단과 관련된 연구자, 행정원들을 집에 초대한다. 그런 관계를 통해 조언해줄 수 있고 나 또한 간접적으로 도움을 받기도 한다.

 

Q. 달러와 원화가 책상위에 붙어있다?

 

A. 손님들이나 연구자들과 내기 하는 것을 좋아한다. 사회적 이슈나 과학이슈, 혹은 실험과정에서 나오는 현상과 결과물을 주로 다루는데 내기에서 이기면 천 원씩 받아 돈을 전시해 놓는다.

 

Q. 한국생활에 불편함은 없는가?

 

A. 큰 문제는 없고 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엔 한국이 낯설기도 했지만 같이 일하는 과학자들과 센터행정원 덕분에 KIST 생활에도 매우 만족하고 있다. 특히 김동진 뇌과학연구소장, 신희섭 박사, 이창근 박사, 세바스찬 박사, 케이코 다나카 박사, 황은미 박사, 김진현 박사, 박미경 박사, 방혜영 선생, 이미진 선생, 김소영 선생 등에게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