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iracle KIST

선배들이 말하는 '창업'성공조건…"매력적인 사람 되라"

 

 

  

 

[인터뷰] KIST, 기술창업 전문위원 3인
"창업만큼 재밌는 일 없다…같은 상황이면 재도전할 것"

 

"창업이요? 사실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할 수 있었죠. 고생도 많이 했지만 과거로 돌아간다면 또 도전할 것 같아요."(김의석 박사)

 

"우리 사회는 안정적이면서 좋은 직장을 선호하지만 왜 남이 만들어 주는 직장에만 들어가려고 하나요. 창업은 본인이 원하는 좋은 직장을 자신이 직접 만들 수 있는 기회입니다."(권택민 박사)

 

"학창시절부터 창업을 꿈꿔왔기 때문에 공대에 갔고, 학위이수하며 경영학을 배웠어요. 첫 직장도 창업을 위하여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을 선택했습니다."(장상권 박사)

 

기술창업에 도전하는 3명의 박사가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원장 문길주) 문을 두들겼다. KIST의 기술창업전문위원으로 선정된 이들은 약 3개월간 KIST에 자유롭게 상주하며 연구실 곳곳에서 사업화할 기술을 찾을 예정으로 KIST는 이들에게 성공 창업을 위한 기술과 인프라, 인력 등 다각적 지원을 펼칠 예정이다.

 

박사학위를 가진 이들은 모두 기업을 운영한 경험이 있고, 기술개발 경력이 있다. 그들이 창업에 재도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의석, 권택민, 장상권 박사를 만나 창업의 매력과 조언을 들어봤다.

 

고객 눈은 엔지니어보다 한수 위 “수요자 중심 개발해야”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창업에 뛰어들 수 있었다"고 말하는 김의석 박사는 창업에 오랜 꿈이 있었다. 사회가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그가 과학기술을 공부하는 이유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는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교수생활보다는 기업이나 연구소에서 실생활에 필요한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며 창업을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창업을 시작한지 2달 만에 통장 자금을 거의 다 썼고, 6~7년 동안은 주말도 없이 새벽에 집에 들어갔다. 생활패턴이 달라 같은 집에서 먹고 자는 가족의 얼굴도 그립다고 느껴질 정도로 창업에만 열중했다. 그 결과 개발한 기술은 현재 대기업 영화관에 납품돼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다. 그는 “지난날에 후회가 없다. 고생도 많았지만 보람도 있었기에 다시 돌아간다면 ‘창업’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박사는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고객의 눈은 기술자보다 높다는 것이다. 그는 "완벽한 제품을 개발했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는데, 상용화 단계에서 고객에게 시연한 결과 호응을 이끌지 못했다"며 "고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완성도와 품질을  기대한다. 따라서, 기술자들의 생각에 개발이 끝난 제품도, 많은 경우에는 더 많은 추가 개발을 해야 진정한 상품이 될 수 있다. 고객에 눈에서 제품을 개발할 줄 알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절대적으로 세계시장을 보라"고 조언했다. 그에 따르면 유럽이나 독일 등의 기술 창업사 중에는 각 분야 세계 10위에 손꼽히는 강소기업이 많다. 그 이유는 기술창업은 니치시장으로 세계를 타겟으로 노력한다면 천억 대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만큼 시장이 커지지기 때문이다. 그는 "국내 뿐 아니라 시장을 넓히기 위해 해외를 늘 주시하라"고 강조했다.

 

 

“창업만큼 재밌는 것이 또 있을까”

 

 

장상권 박사는 학창시절부터 창업을 꿈꿔왔다. 공대를 지원한 것도, 박사과정 중에 경영학과 수업을 이수한 것도 창업을 위한 준비과정이었다. 장 박사는 "그 전까지만 해도 기술만 있으면 벤처기업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벤처 기업이라고 해도 기술의 중요성이 1/3이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배웠고 자금과 조직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창업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즐거웠던 기억이 더 많이 떠오른다고 하면서 "창업은 리스크도 따르지만 노력하는 만큼 성과도 거둘 수 있고, 책임도 따르지만 결정도 할 수 있는 것이어서 이만큼 즐거운 일도 없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창업에 적합한 인재는 어떤 모습일까. 장 박사는 '매력있는 사람'이 될 것을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창업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해야한다. 때문에 같이 일하고 싶고, 또 만나고 싶은 사람, 즉 매력적인 사람이 돼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장 박사는 "기업인은 여러 유혹에 놓일 때가 많다"면서 "일반 직장인보다 자신에게 요구하는 도덕적 기준을 높게 가져야 한다. 고객, 직원, 투자자, 협력사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일찍부터 능력과 도덕성을 겸비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창업, 돌파구 제시하는 연습해야”

 

 

권택민 박사도 "내가 만든 제품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쓰여 질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며 "요즘 젊은 사람들이 좋은 직장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왜 남이 만드는 것에 기대를 하는가. 창업은 자기가 좋아하는 직장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처럼 영토가 작고 부존자원이 없는 국가에서는 제조업과 이를 위한 기술창업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창업을 해야 하는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권 박사는 한 가지 조언하고 싶다. 사업계획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일이 진전되더라도 항상 유연성을 갖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연습을 해두라는 것. 그는 "창업에는 늘 변수가 존재하는 만큼 문제가 생겼을 때 돌파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할 줄 알아야한다"며 "이 능력은 창업을 준비하면서 늘 훈련하라"고 말했다.

 

 

창업하고 싶다? "'금융시스템부터 이해하라"

 

 
꿈만 가지고 창업에 뛰어들었지만 그 길은 달지 않았다. 직접 창업에 뛰어든 이들이 느낀 것은 창업을 지원하는 투자시스템은 많은 모순이 있다는 것이다. 자금 마련을 위해 창업자금 설명회에 자주 드나들었지만 벤처지원자금은 제목뿐, 개인이 보증을 서고 빌리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이자는 조금 저렴했지만 당시는 여러모로 창업을 시작하기 좋은 여건은 아니었다. 박사들에 따르면 투자란 어느 정도 리스크를 안고 가야하는데 국내 투자기관은 성공하면 투자비와 벤처 성공 이익을 챙기고, 실패해도 투자비를 챙기려는 여러 가지 조건들을 대표 및 회사에 거는 시스템이 비일비재하다.

 

반면 선진국은 투자가 잘못되면 인정하는 시스템이 대부분이다. 김 박사는 "의사였던 친척이 미국에서 창업을 했고, 1천만 불 정도를 썼는데 잘 안됐다. 그런데도 별 탈 없이 지내고 있다"며 "선진국은 사업하는 과정에서 나쁜 의도의 유무를 따지고 지역사회에 좋은 일을 했다고 평가되면 창업가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시스템이 구축돼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3명의 박사들은 입을 모아 '자금의 중요성', '금융시스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 박사는 "기술, 사람, 자금 셋 중 하나라도 빠지면 창업하기 힘들다"며 "엔지니어들이 간과할 수 있는 것이 자금의 중요성이다. 창업을 하고 싶다면 금융시스템을 이해한 후 도전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권 박사도 "기술창업자들이 잘 모르는 분야이면서 막연한 기대감과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 금융분야"라며 "창업을 한다면 금융시스템부터 알려주고 싶다"고 공감했다.

 

 

 

"사회 성숙된 만큼 향후 창업활성화 기대"

 


IMF 사태로 침체에 빠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김대중 정부가 마련한 것이 정보기술(IT)관련 벤처기업 육성이었다. 당시 벤처기업활성화 대책으로 9천억 원 정도의 지원 자금이 마련됐으며, 창업하는 벤처기업에 3억 원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정책이 발표됐다. 특히 1998년 '벤처특별법'4차 개정을 통해 실험실의 연구자와 교수들이 창업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는 등 다양한 벤처기업 경영환경 개선 정책이 시행돼 1998년 2000개에 불과했던 IT관련 기업이 2001년 1만개 사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벤처기업 지원이 계속되면서 투자자들이 일확천금을 꿈꾸고 과도한 투자를 해 후반기에는 거품이 생겼다. 벤처기업 우대 정책의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지금 박근혜 정부가 다시금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있다. 과거의 경험으로 창업이라고 하면 고개를 흔드는 사람도 있지만 3명의 박사들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우리 사회도 그만큼 성숙했다"며 벤처창업 활성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권 박사는 "당시엔 경험자들이 적었지만 지금은 조언 해 줄 수 있거나 도와줄 수 있는 사람도 많아졌다"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사회도 성숙된 만큼 차분히 실행해 나가면 예전만큼 그리 어렵지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잘못된 지난 벤처기업 육성 때문에 '다시는 안 하겠다'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다. 당시의 잘못된 관행들이 많이 고쳐졌다"면서 "그만큼 창업활성화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하면 대기업과 함께 일하는  경우도 생기는데 불공정거래가 이뤄지지 않도록 사업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벤처기업은 자금이 부족한 약자이기 때문에 이를 보호할 수 있는 조항들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이들은 KIST에서 3개월간 내부 기술을 살피고 사업계획을 세워 창업에 도전할 계획이다. 장 박사는 "KIST는 연구기관으로 사회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고 현재의 기술창업 모델 가능했다고 생각한다"면서 "KIST의 기술로 창업에 성공해 투자금과 이익금을 KIST에 돌려줘 다음 창업가들이 도전할 수 있는 선순환 시스템을 만들겠다. 빠른 시간 내에 좋은 모습 보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박사는 "기술창업은 창업 초기에 상용화를 위한 추가개발 등 자금이 필요한 부분이 많은데 KIST의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완화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수준 높은 연구진들과 함께하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기술을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창업 시 겪었던 각종 애로점에 대한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창업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젊은 연구원 분들도 진취적 도전 정신을 마음껏 발휘해 기술 창업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덧붙였다.

 

김 박사는 "세계경제가 불안한 가운데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직업창출 외에는 대안이 없을 것 같다"며 "그런 면에서 KIST의 제도를 활용해 고용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한편 김의석 박사는 4D극장에 들어가는 모션시뮬레이터 기술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창업해 12년 이상 운영한 바 있으며, 권택민 박사는 특수잉크와 고체잉크 등 화공과 전공을 살린 전도성잉크계통 회사를 창업했다. 장상권 박사는 창업을 통해 휴대폰용 반도체 모듈을 개발해 사업화한 경험이 있으며, 코스닥 상장기업과 삼성 분사기업의 연구소장을 역임했다.

 

또 김의석 박사는 KAIST 석사과정 당시 KIST에서 진행하고 있던 무인항공기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으며, 1987~1988년 KIST에 위촉연구원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권택민 박사는 1985~1988년 KIST 고분자화학팀 근무한 바 있고, 장상권 박사는 KAIST 석사과정(87-89년 재료공학)당시  KIST L0 건물에서 공부했으며, 스핀트로닉스팀과 화합물반도체 관련 협력관계를 이루어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