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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cle KIST

여름마다 전력대란…‘블랙아웃 공포‘ 우리가 해결한다

 

 

 

 

KIST 도시에너지시스템연구단, 효율적 전기사용 연구개발 박차
전력 절반 신개념 에어컨 개발 ·심야전기 저장 베어링 기술 등 보유

 

"정부의 절전정책에 따라 2-5시 냉방기기사용을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30분 간격으로 최대한 약하게 순차적으로 운전가 정지를 반복하는 등 절전에 적극 협조바랍니다"

 

지난 2011년 9월 15일 전국 순환정전사태 이후 전국이 긴장상태다. 정부기관과 기업 건물에서는 예비전력이 비상일 때 경비실 방송을 통해 절전을 유도하거나, 웬만한 더위에는 에어컨을 틀지 않는 등 다양한 캠페인을 시행 중이다.

 

여름과 겨울만 되면 전력난에 시달리는 이유는 냉난방 가동률이 높아지기 때문. 그렇다면 냉난방에 들어가는 에너지양을 줄이고, 심야 전기를 저장해 낮에 쓰면 되지 않을까?

 

이 같은 기술은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원장 문길주)가 오랜 기간 동안 연구해온 과제 중 하나다. 도시에너지시스템연구단(단장 김서영)은 지난해 에어컨보다 전기 소비율이 낮은 '제습식 냉방시스템'을 개발해 기존 에어컨 대비 전력량을 반으로 줄이는데 성공하여 시범운영을 하고 있으며, 심야 전기를 저장하는 고속베어링을 연구개발해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는 등 효율적인 도시에너지 활용을 위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인간이 만든 과학기술이 좀 더 유익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도시에너지의 효율화를 꿈꾼다는 KIST 박사들을 만나봤다.

 

 

전기에너지 쓸 수밖에 없는 현실…그 대안은?

 

 

우리는 언제부터 블랙아웃(대정전)을 걱정하게 됐을까. 전문가들은 전기부족을 겪는 이유를 '우리 스스로 전기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가스요금은 지난 10년간 2배 이상 올랐지만 전기요금은 거의 오르지 않았으며, OECD 국가 중에서도 우리나라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가장 저렴하다고 알려져 있다. 지난 2010년 기준 OECD 국가 산업용 전기요금은 kWh 당 이탈리아가 0.258 달러, 일본이 0.154달러인데 비해, 우리는 0.058달러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 부담 없이 전기를 쓰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도시에너지시스템연구단 소속의 강상우 박사는 “현대식으로 지어지는 유리벽 건물은 아름다운 외관을 뽐내고 있지만 외부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해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다”면서 “에너지 소비를 부추기는 건물이며, 낮은 전기료를 유지하는 정책 때문에 가스를 사용했던 난방장치들이 싸고 편한 전기사용 장치로 대체되어 전기의 사용이 늘어나게 되었다”라며 전기에너지 사용 증가 원인을 설명했다.

 

그렇다고 전기 값을 당장 OECD 평균에 맞출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산업용 전기 값이 올라가면 제품원가가 오르고, 이는 곧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며 도시에너지시스템연구단 단장인 김서영 박사는 덧붙였다.

 

이에 도시에너지시스템 연구단은 ▲저녁에 생산되는 에너지를 저장해 전력사용시간이 피크시간 때 사용할 수 있는 기술 ▲한 지역이 쓰는 에너지를 스스로 만들어내 사용할 수 있는 자립형 녹색도지 발전 기술 ▲전력소비 대비 효과가 큰 냉난방기술 ▲열에너지와 전기에너지의 효과적 네트워킹 기술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가정용 쓰레기가 에너지로…에너지자립형 도시를 꿈꾼다

 

 

여름이 더 덥고 끈적끈적하게 느껴지는 것은 '습기' 때문이다. 40~60%의 적정 습도만 유지해도 우리는 쾌적함을 느낀다. 이를 활용한 에어컨을 지난해 KIST 도시에너지시스템 연구단 이대영 박사가 연구 개발에 성공했다. 이 박사팀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제습 냉방기술을 도입한 민간용 신개념 냉방제품을 선보였다.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지난 2006년부터 2년간 사업타당성 및 효율성을 종합 검토했으며, 2008년에는 귀뚜라미보일러와 공동으로 기술개발에 매진해 지난해 경기도 용인시 구성읍 LIG 아파트 단지 50세대 규모에 시범운행을 실시하고 있다.

 

이 박사의 제습 냉방기술은 습기를 제거하면서 온도를 낮추는 기술로, 제습제의 수분에 대한 흡착이나 흡수특성을 이용해 낮은 온도에서 주위 공기로부터 수증기를 빨아들여 흡착 또는 흡수하고, 고온에서 이 습기를 공기에 방출하는 제습 사이클을 이용한 것이다. 고온다습한 여름철과 같이 뜨거운 열이 발생할 때 더 효율적이다.

 

 

냉매를 사용하는 기존 에어컨 대신 해당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사용할 경우, 전력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감소시켜 50% 이상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냉매 사용으로 인한 오존층 파괴와 같은 환경오염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연구단은 심야에너지저장기술 개발을 위해 '베어링'을 연구하고 있다. 베어링이란 축이 회전 운동을 할 때 마찰 저항을 작게 하여 운동을 원활하게 해주는 축을 받쳐 주는 기계요소를 말한다.

 

김서영 단장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심야 전기를 저장하기 위해 플라이휠 에너지 저장시스템(입력되는 전기에너지를 플라이휠의 회전 운동에너지로 변환하여 저장하고 필요시 전기에너지로 재출력하는 장치)을 이용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이 베어링이다.

 

김 단장은 "심야전력으로 쇳덩이를 돌리는데 그 안에 베어링 성능이 좋으면 좋을수록 관성에 의해 계속 회전한다. 이 에너지를 전력사용 피크 시간 때 전기로 바꾸면 최대 90%의 효율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 관성을 효율적으로 유지시키기 위한 기술의 핵심이 고속베어링 기술로서 심야전기 저장을 하는 플라이휠용 고속베어링기술 역시 KIST가 오랜 기간 연구한 분야로 다양한 기술을 보유 중이다. 최근에는 한국형발사체에 탑재하기 위해 연구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한국형발사체에 탑재되기 위해서는 산소가 없으면서도 액체산소를 펌핑하기 위해 영하 200도에서 운전되는 등 극한상황에서 회전이 가능해야 한다. 이에 도시에너지시스템연구단은 극저온 회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마찰과 마모를 줄이기 위한 독자적 무오일 베어링(oilless bearing) 기술을 갖고 있으며, '300마력, 1000Hz, 6만 rpm 초고속 PM 전동기의 회전 구현 기술'을 개발해 '2011 지식경제부 주관 신기술 선정 인증'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연구단은 도시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스스로 만들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자립도시 실현을 위해 KIST 물순원자원연구센터와 함께 하수에서 나오는 바이오가스를 효과적으로 포집해 지역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도록 에너지재생센터를 제안중이다.

 

또 쓰레기를 태우는 발열을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에도 집중하고 있다. 강상우 박사는 “여름엔 온수와 난방에 대한 수요가 적어 열병합 발전소 운전률이 매우 낮지만 전기생산후 남는 열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이대영 박사의 제습냉방기술이 널리 보급된다면 열병합발전소의 가동률도 높이고 전기를 이용한 냉방수요도 줄일 수 있어 전기 예비율을 높일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단장도 "과거 열병합 발전소는 배기가스 필터링이 좋지 않아 주민들이 심하게 반대를 했으나 최근에는 청정성이 매우 높아졌다"며 “사고시 원전에 비해 큰 재앙을 야기하지 않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도 이 같은 분산발전에 관심이 높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연구단이 에너지자립도시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폐열 재활용과도 연결된다. 그에 따르면 도시에서 소비되는 전기의 90% 이상이 주로 바닷가에 지어져 있는 원전이나 화력발전소에서 들어오는데 발전소들은 에너지를 만든 후 남는 열을 모두 바다에 버리고 있다. 폐열들은 충분히 재활용 가능하지만 도시로 끌어오는데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 단장은 "아파트 단지나 도시 내에 소형분산발전기 시설을 늘리고 지역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공급하고, 이와 동시에 폐열로 난방수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하여 소형분산발전용 가스의 단가를 싸게 공급하여 발전소에서 공급되는 전기료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렇게 함으로써 에너지자립도시로 가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소형분산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