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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cle KIST

극미세 세계를 뒤집은 과학자들

 

 

 

 

 서상희 박사 “나노기술, 융합의 기본이자 출발”
우리나라 나노 기술 ‘세계 4위’…시장발전 가능성 대비 정부투자 必
 

좀 더 좋은 자외선 차단제를 만들고 싶다면? 효과가 뛰어난 치료제를 원한다면? 우리는 그 해답을 '나노 기술' 에서 찾을 수 있다.

나노는 그리스어로 난쟁이를 뜻하며, 10억분의 1을 나타내는 단위로도 쓰인다.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크기, 즉 지구와 축구공 크기가 나노다.

 

눈으로는 절대 볼 수 없는 세계를 뒤집어보겠다는 의지는 유독 과학계에서 강하게 느껴진다. 과학자들은 극미세 세계에 대한 탐구를 통해 DNA나 재료 등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나노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관련기술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서상희 KIST 전자재료연구센터 박사는 "나노기술은 또 다른 기술을 만들 수 있는 융합의 기본이자 출발점"이라고 정의했다.

 

나노기술이 접목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서상희 박사에 따르면 자동차, 유리코팅, 자외선·적외선 차단제 등에 나노기술이 들어가 있다. 자외선 차단력을 향상시키고, 타이어의 수명과 정지력을 늘리는 기술바탕에 나노기술이 깔려있다는 것.

 

기존 자외선 차단제의 경우 가시광선을 반사시키는 입자가 커서 발랐을 때 얼굴이 하얗게 보여 두껍게 바르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지만 입자들에 나노기술을 적용시킨 결과 입자를 더 작게 만들어 하얗게 되는 단점을 보완해 자외선 차단효과를 오래가게 만들 수 있었다.

 

안구건조증 치료제를 개선한 사례도 있다. 제형이 불투명하고 입자크기가 균일하지 못해 사용 전에 흔들어 사용해야했던 안구건조증 치료제에 나노기술을 접목한 결과 수시 나노크기의 작은 입자로 개량돼 무색투명이 맑은 제형이 됐다. 이로 부작용 및 사용상 불편사항을 개선했다.

 

 

이 외에도 섬유에 나노기술을 접목하면 섬유의 폭을 수십~수백 나노미터로 줄이며 섬유 사이 공기구멍까지 제어가능하다. 이로 수분과 박테리아, 미세입자는 막으면서도 내부 통기성은 효과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신개념 소재를 만들 수 있다.

서 박사는 "나노기술은 이미 상용화돼 일상생활에 적용되는 것들이 많다. 기존 제품의 성능개선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능을 만들어주기도 한다"면서 나노시장 발전 가능성을 피력했다.

 

미국의 시장조사 업체 BCC리서치는 '세계의 나노섬유 시장 및 기술'보고서와 '세라노틱스의 나노재료'보고서 발행을 통해 2017년 세계 나노섬유 시장이 57,020만 달러가 될 것이라 전망했고, 나노재료시장을 2017년 1,880억 달러로 전망했다. 나노기술에 꾸준한 투자가 필요한 이유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 나노기술종합발전계획을 세워 국가적 차원에서 나노기술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였으며 2011년에는 '나노융합 2020'사업을 출범시켜 나노기술을 상용화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고, 이 외에도 '국가나노기술지도'를 작성해 나노기술개발의 중장기적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또 세계수준의 핵심 원천기술 확보 및 실용화 기술개발을 위해 지난 10년여 년간 국가대형과제 사업인 21세기 프론티어 연구개발사업에 3개의 나노기술 관련 사업단을 포함시켰으며, 최근에는 글로벌 프론티어사업에도 나노기술 관련 연구단을 포함시켜 기술역량을 세계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KIST 연구팀, 다양한 나노기술 개발 통해 원가절감 기여

 

 

서상희 박사는 KIST에서 연구활동을 하며 2002년 발족한 21세기 프론티어사업단의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단 단장으로 10년간 활동했다.

 

사업단에서 개발된 기술은 해외 저명한 학술지에 982건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171건의 특허등록과 433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우리나라 나노기술력을 세계 4위로 끌어올리는 큰 공헌을 한 것. 당시 개발된 '2차전지 양극, 음극 활물질용 나노소재 기술' 등 27건의 기술은 기업으로 이전됐으며 계약금액은 62억 원에 달했다. '탈질 나노 촉매' 등 21건의 상용화 제품이 출시돼 연간 265억 원 이상의 매출효과를 보이고 있다.

 

서 박사가 제일 기억에 남는 연구성과는 석현광 KIST 박사팀의 세라믹 코팅기술이다. 석현광 박사팀은 섭씨 1만5000도의 플라즈마를 이용해 소재를 순간적으로 녹인 다음 부품 표면에 분무하는 방법으로 나노구조 코팅층 형성이 가능한 세라믹 신물질을 개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나노구조 코팅재는 당시(2007년) 반도체 제조장비에 널리 사용되고 있는 이트리아 세라믹 코팅재와 동등한 수준의 플라즈마에 대한 저항성을 가지면서도 경도는 2배, 긁힘 저항성은 10배 향상되고 염소계 화학물질에 대한 반응성은 1/5이하로 감소했다. 또한 균열과 같은 결함이 기존 코팅재에 비해 크게 줄었다.

 

 

서 박사는 이 기술에 대해 "새로운 물질과 공정개발을 통해 상용화가 가능했다"면서 "세라믹코팅으로 반도체 제조장비 내부를 코팅함으로써 장치의 부식을 막아 교체 없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작은 그림에서 큰 그림 이어지는 ‘나노기술로드맵’ 만든다

 

 

서상희 박사는 KAIST에서 석사학위를 공부하면서 동시에 KIST에서 연구를 했다. 서박사는 당시 과학기술처 장관인 최형섭 박사와 최주 박사 지도를 받았으며 KIST에 입소한 후 특수강연구실에서 특수강 제조공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박사학위 연구를 마치고 스텐포드 대학에서 포스트 닥터를 하면서 반도체 단결성 성장분야에 뛰어들었다.

 

이후 KIST로 돌아와 적외선 센서를 국방과학연구소와 공동으로 개발, 국방산업에 큰 기여를 했다. 또 레이저프린트와 광통신기기 등 정보 표시기기에 활용되는 청색 발광다이오드 개발연구도 하였다.

 

젊은 시절 대부분을 KIST에서 보냈고 이제 정년을 4년 앞둔 서상희 박사. 그러나 그는 나노협의회회장으로, 또 KU-KIST융합대학원장으로 활동하면서 반도체 단결정성장연구를 계속 할 계획이다. 그는 "융합대학원 내에서 학연 협동연구가 잘 진행되도록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며 또 "나노협의회에서 우리나라 나노기술을 어떤 방향으로 개발할지 작은 그림에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기술로드맵을 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