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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Talk/사내직원기자

센터장 워크숍


낯섦과 설렘
 6시가 조금 넘은 시각 여행객들이 배를 타기위해 인천여객 터미널로 모여들었다. 산행차림의 여행객, 자전거 동호회원, 그리고 우리처럼 단체행사를 가는 사람들, 주말 가족여행을 떠나는 사람들, 사연은 모두 다르지만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은 들떠 있었다. 우리 중 몇몇을 제외하곤 이렇게 큰 배를 탄 것은 처음이었고, 14시간 넘게 항해를 해본 경험도 없었다. 더욱 낯선 것은 14시간의 항해를 모두 같은 방에서(여성들을 제외하고)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낯섦으로 인한 불안감과 첫 경험의 설렘이 14시간의 항해 속에 공존하고 있었다.


두건족, 복면족, 보자기족, 머플러족, 머리띠족

저녁노을의 끝자락이 희미하게 수평선에 걸린 시점에 배는 비릿한 기름 냄새를 풍기며 긴 항해를 시작했다. 출항의 여운을 뒤로한 채 낯선 공간이 어색함을 해소하기 위해 ‘First-One-Best'이라는 교류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출연기관인 우리 KIST가 국내 최고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 최고의 위대한 연구소를 지향하는 ’THE KIST, Making New History'와 교류프로그램의 명칭 ‘First-One-Best'이 너무 흡사했다.

지혜와 소통, 화합 3개의 장으로 구성된 교류프로그램은 완벽한 팀워크를 이루어야만 게임을 실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워크숍에 참여한 센터장급이상 주요보직자들은 5개 부족을 상징하는 수건을 받고 그 수건을 두건, 복면, 보자기, 머플러, 머리띠 등으로 활용하여 자신 부족의 특색을 나타냈다. 게임을 시작할 때 마다 파이팅을 외치며 부족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 다른 부족에 게임할 때 집중하지 못하도록 야유를 보내는 모습, 1초 차이로 2위를 한 게임에서 아쉬워하는 모습들은 지금까지 보직자들에게서 보지 못한 모습이었다. 특히 수건으로 아기자기 하게 분장한 그들의 귀여운(?) 모습은 다시는 볼 수 없는 장면일 것이다.


새로운 역사로의 항해

교류프로그램 이후 과도한(?) 음주와 잠자리의 불편함으로 지칠 법도 한데 해돋이가 예정된 6시경이 되자 여기저기서 인기척이 들렸다. 산 혹은 바다에서 해돋이를 본 사람들은 많지만 배에서 그것도 다도해의 섬 사이로 떠오르는 해를 보는 것은 다음 기회를 약속할 수 없는 경험일 것이다. 해돋이 시간은 6시 20분, 그 시간이 지나도록 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구름 주변으로 붉은 빛만 보일 뿐이었다. ‘오늘도 결국 해돋이를 보지 못하는 것인가’ 라는 한숨소리가 들릴 때 쯤 해가 구름을 가르며 힘차게 솟구친다. 매일 떠오르는 해지만 9월 24일 떠오른 해는 우리에겐 낯섦이요, 설렘이요 새로운 역사이다. 구름을 헤치고 반드시 떠오른 24일의 태양처럼 위대한 연구소로 항해하는 KIST도 24일의 태양처럼 반드시 그 목적지로 향할 것이다.

비전올레 30리, 쇠소깍에서 외돌개 까지

올레길 트레킹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고민하던 임환 팀장이 센터/단이 30개임을 착안해서 비전올레 30리(30리는 12Km)라는 작명을 했다. 그런데 올레 6길은 12Km가 넘은 14.4Km였다. 14시간의 항해와 14.4Km의 트레킹이 무리한 여정이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다. 애초 취지에 맞게 2Km를 단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우려하는 목소리의 무게만큼이나 출발지 쇠소깍에서 발걸음은 무거워 보였다. 하지만 땀을 흘려야 제 컨디션을 찾은 운동선수처럼 4Km 중간 휴식지 구두미포구에서 만난 올레꾼들의 모습은 완주도 기대할 만큼 활기차 보였다. 올레길 반 이상을 마친 후 점심식사 일정이 행사 준비팀의 계획된 일정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올레 6길 단축논란은 마침표를 찍었다. 14.4Km, 4시간 동안 올레꾼들은 무엇을 느꼈고 동료들과는 어떤 대화를 나누었을까? 행사 애초의 취지대로 보직자들은 소통의 중요성을 알고 충분한 공감대를 이루었을까? 올레 6길에서 흘린 보직자들의 땀, 동료들과 호흡한 한 걸음 한걸음에 물음의 해답이 있을 것이다.


둘째 날 여정을 마무리하는 저녁식사 자리에서 테이블마다 건배구호가 연이어 이어졌다. 그 중에서 3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원더풀, 뷰티풀, 파워풀’. 건배구호는 ‘우리가 몸담고 있는 자랑스러운 연구소가, 그 속의 구성원 모두가 3풀하는 그런 곳을 만들어 보자.’라는 결의일 것이다. 그런 다짐을 하며 낯섦과 설렘이 교차하는 워크숍의 일정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