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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cle KIST

'인간 재생' 꿈꾸는 과학자들..."도마뱀 잘린 꼬리 되살아나듯"

 

 
"선생님! 남편이 갑자기 쓰러졌어요!!"
"심장 혈관이 막혔습니다. 스텐트를 삽입해 혈관을 뚫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 다리가 부러진 것 같아요."
"뼈가 심각하게 부러졌군요. 뼈가 재기능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뼈를 고정시키는 장치를 시술하도록 하겠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고정장치는 저절로 없어질 거예요."


만약 100년 전이었다면 위의 환자들은 어떻게 수술을 했을까. 아마 혈관이 막혀 피가 통하지 않아 수술 과정에서 목숨을 잃거나 부러진 뼈를 회복시키기 위해 긴 시간동안 불편한 몸으로 생활을 이어 나가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사람의 몸을 이루고 있는 인체조직들이 노화나 질병, 사고에 의해 손상을 받으면 손상 조직 및 장기를 인공소재로 대체하거나 조직 및 장기를 재생하여 인체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이식 종류는 골(骨) 결손부를 회복시키기 위해 환자 자신의 체내에서 다른 정상부위 뼈를 채취해 결손부에 이식하는 자가골 이식과 다른 사람의 동종골을 이식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자가골 이식은 치료할 부분 이외의 정상부위를 손상시킨다는 단점이 있고, 타인의 동종골을 이식하는 방법은 이식해줄 사람을 찾기 어려운 점과 이식 과정에서 면역반응이나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결점이 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과학기술자들은 인간의 본래 생체 장기를 완벽히 대신할 수는 없어도 되도록 비슷한, 혹은 인체 조직이나 기관 또는 기관의 기능을 회복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인공적인 재료인 '생체재료'를 생각해냈다. 생체재료로는 치과 보철물에서부터 인공심장 판막, 맥관스텐트, 인공뼈 등 다양하다.


인간이 처음으로 생체재료를 사용한 것은 언제일까. 생체 재료로 금속재료가 이용되기 시작한 것은 약 200년 전으로 거슬러간다. 인체 내 금속 보철물을 처음 사용한 것은 1827년 뉴욕의 한 외과의사가 골절된 상박골을 은으로 된 강선으로 고정시킨 사례다.

이후 1900년대부터 Ni-Cr합금이나 Co-Cr합금 등 내식, 내열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 1910년대에 이르러 스테인리스강이 개발됐고 이 때부터 금속 생체재료로서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 스테인리스강과 Co-Cr 합금이 치아나 골절의 치료에 사용됐다.

인간 몸속에 들어가는 만큼 생체 이식재료로 사용되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생체 내에서 독성과 발암성 등 유해작용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강도, 경도, 탄성 등 기계적 성질도 골과 같아야 하고 관절 재료의 경우 내마모성도 좋아야 한다.

현재 생체의료용 금속재료로는 ▲스테인리스강 ▲코발트 합금 ▲타이타늄 합금 등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재료들은 우수한 강도, 피로저항성, 성형가공성을 비롯해 타 금속재료에 비해 뛰어난 내식성을 지니고 있어 정형외과 영역에서는 인공고관절 및 무릎관절, 각종 플레이트 및 스크류, 척추추간판 고정기구 등의 핵심 부품 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생체재료연구단, 도마뱀 잘린 꼬리 회복 현상처럼 '인간 재생복구' 꿈꾼다

기존에는 단순히 골의 결손을 치료해주기 위한 생체재료만이 존재하고 있었다면 이제는 인간의 세포를 채취해 심장이나 간, 혈관 등 생체조직을 복구하는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KIST 생체재료연구단(단장 석현광)은 인간수명 100세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관련연구 약 10년간 진행 중에 있다.

연구단의 주요 연구분야는 ▲맞춤형 치료를 위한 정량진단 기술 ▲조직공학에 의한 재생 바이오소재 연구▲생체적합성 기능 소재 연구 ▲신약 합성 및 약물전달 시스템 개발 연구 ▲극한 분석 기술을 이용한 생체기능모사 연구 등이다. 연구단 내에는 총 4개의 연구팀(무기 생체재료 연구팀, 재생 및 기능소재 연구팀, 지능바이오소재연구팀, 생체재료연구팀)이 구성돼 있으며 이들은 각 분야의 강점을 융복합해 연구를 진행해 나가고 있다.

특히 연구단은 인공적 소재를 가지고 생체기능을 복원해주는 연구와 환자의 세포를 뽑아 따로 세포를 키워 환자의 부족한 부분(간이나 뼈 등 생체조직)을 재생시켜주는 연구를 중심적으로 있다.

인공적 소재는 뼈가 부러졌을 때 고정을 시키는 나사 등이 포함되는데 이 고정장치는 1년 정도 지나면 환자의 몸 속에서 다시 꺼내야만 한다. 석현광 박사는 "고정장치를 그대로 두게 되면 몸속에서 반응을 일으켜 주변의 건강한 뼈까지 손상되게 만든다"며 "이에 연구단은 생체 내에서 일정시간이 되면 스스로 분해 돼 없어지는 고정장치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체분해성 의료기기 연구는 현재 생체 재료를 연구하는 기업·대학 등과 함께 진행 중으로 동물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연구단은 이 의료기기가 1~2년 내에 환자에게 직접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혈관이 흡착돼 피가 통하지 않는 환자의 몸속 혈관을 벌려 다시 피가 통하게 돕는 스텐트도 개발하고 있다. 단순히 스텐트를 보면 이것이 어떤 기술이 필요하다는건지 이해가 안갈 수도 있지만 인간의 혈관 크기가 다 다르듯 스텐트의 크기도 다양하며 어떤 크기로 만드느냐, 또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필요한 기술도 여러가지다.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해 스텐트 시술은 국내에서도 매년 그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스텐트 시술의 단점은 혈관을 벌려놓더라도 또 막힌다는 것.

석 박사는 "혈관은 근조직으로 이뤄져있는데 조직이 자라면서 또 막히는 경우도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최근에는 독성이 강한 항암제를 발라주기도 한다. 스텐트 시술을 완벽하게 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를 할 것이며 또 의료현장에서 쓰이나 한계점이 있는 것들을 극복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 중"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연구단은 스텐트 소재의 효능 개선을 위한 원천적 제조기술과 생체분해성 금속합금 등 약 20개의 원천기술 특허를 보유 중이다.

앞으로 KIST는 도마뱀이 꼬리가 잘려도 다시 꼬리가 생겨나듯 사람의 인체 일부분을 잃었더라도 재생 복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석 박사는 "인간 수명이 길어지면서 생체재료 시장이 점점 커져 수요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지금은 뼈는 뼈, 혈관은 혈관, 조직은 조직으로 따로 가고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이 부분을 하나로 어우러지게 함으로써 신체 일부를 잃어버리더라도 원래 내 손인 것처럼 복구해 낼 수 있는 기술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연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