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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cle KIST

‘감(感)’ 잡는 전자기기 보셨나요?


KIST 센서시스템연구센터, 위해물질 잡아내는 첨단 ‘전자 눈·코·입’ 개발
우덕하 센터장, “누군가의 일생에 도움이 되는 기술 개발하고 싶다”



센스(sense).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감각이나 판단력을 의미하는 말로서 우리말로는 분별력이나 양식(良識) 등으로 풀이할 수 있다. 센스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편안하고 기분 좋게 한다. 껄끄럽고 번거롭게 시시콜콜 물어보지 않고도, 나의 스쳐가는 눈빛과 미묘한 몸짓 하나로 내 기분과 상태, 원하는 것을 파악해주면 그보다 더 고마운 일이 없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센스 있는 기기를 만들기 위한 기술개발이 치열하다. 도시바에서 개발한 에어컨은 ‘전자 귀’를 달았다. ‘춥다’와 ‘덥다’ 등 26가지 말을 알아듣고, 스스로 온도를 조절한다. 히타치의 냉장고는 ‘전자 코’가 핵심이다. 이산화탄소가 나오는 채소와 그렇지 않은 육류를 구분해 신선함을 가장 잘 유지하는 온도를 스스로 찾아 음식물을 관리해준다. 또 38개의 ‘전자 눈’을 갖고 장애물 감지, 주행거리 등을 알아서 처리하는 로봇청소기도 있다. 특히 각종 가전이 네트워크로 묶이는 스마트하우스 시장이 열리면 센서를 탑재한 지능형 전자기기 시장은 더욱 성장할 전망이다.

첨단 전자 눈·코·입을 가진 기기를 개발하는 데는 시스템온칩(SoC:System on a Chip)과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기술이 핵심이다. 우리나라에서는 KIST 센서시스템연구센터(센터장 우덕하)에서 그동안 축적된 전자 분야 기술을 중심으로 각 분야의 센서 개발 관련 뛰어난 연구 성과를 융합해 해당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KIST는 2005년 ‘CMOS 기반 DNA/뉴런 바이오 센서 칩 개발’을 시작으로 센서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고, ‘환경센서시스템연구센터’를 통해 공기 속 유해물질을 찾아내는 센서 개발 등 환경 분야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센서시스템의 다양한 연구 분야 확장성을 고려, 올해 2월부터는 환경과 센서시스템연구센터를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우덕하 센터장은 “센서시스템은 전자·통신을 기반으로 바이오·환경·식품·보안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함께 기술 개발을 해야 한다”며 “종합연구소인 KIST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현재 KIST 센서시스템연구센터는 의료·보건, 환경보전, 식품위생, 국방·보안, 산업안정 등 인류의 삶의 질과 관련한 분야에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환경·보건·의료·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 진행…“세상에 쓸모 있는 센서 만들 것”


센서시스템은 크게 센서와 시스템으로 나눌 수 있다. 센서 부분은 목적과 활용에 따라 화학적·물리적 아날로그 신호들을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 시스템 부분은 해당 신호들을 분석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증폭시켜 디지털로 변환하고, 이를 분석하는 일을 담당한다. 여기에 무선통신이나 디스플레이 연결 등의 기능을 갖추면 완벽한 센서시스템이 된다.

KIST 센서시스템연구센터에서 하는 것은 시스템 분야다. 센서 쪽 연구가 나노 구조를 이용해 크기는 작지만 감도는 뛰어난 감지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 시스템에서는 크기가 작고 저전력으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해 시작한 ‘환경 유해 미생물 모니터링 시스템 개발’ 과제를 통해 진행한 대장균 진단 센서시스템을 예로 들면, 대장균에만 반응하는 바이오 리셉터(bio-recepter)를 나노 구조로 만들어진 트랜지스터(transistor)에 장착, 대장균 하나만 붙어도 트랜지스터에 흐르는 전류가 변할 수 있도록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미세한 아날로그적 신호를 증폭시켜 디지털로 바꾸는데 아날로그 신호를 감지해 증폭시키는 시스템의 크기를 작게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에 따른 입력 전압의 변화를 화면에 출력하는 장치인 오실로스코프(oscilloscope) 전체를 가로세로 5mm의 작은 칩 하나에 넣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이를 1회 사용 후 버릴 수 있을 정도의 가격으로 낮추는 것도 관건. 특성상 다사용이 어려운 센서의 크기가 워낙 소형이기 때문에 센서만 분리해서 버릴 수 없어 센서시스템 전체를 1회용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술개발까지 쉽지 않은 여정이 예상되지만, 성공할 경우 파급효과는 클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대장균 검출은 2~3일간 조직 배양을 거쳐 균의 수를 세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이 때문에 빠른 오염물 차단과 후속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하지만 연구팀이 개발한 센서시스템은 30분 이내에 검사가 완료되므로, 음식물 등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에 적합하다.

우 센터장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연구팀이 시작하는 단계에 있어 센서시스템의 상용화나 시장을 가늠하려면 2~3년 정도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장균 검출 센서시스템 하나만 보더라도 식품과 환경, 위생 분야에서 효용이 높고 큰 시장이 형성될 수 있으므로 매우 가능성이 큰 연구”라고 설명했다.



현재 연구팀에서는 센서시스템과 관련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환경 분야에서는 자동차 배기가스 등 오염물질을 감시하는 센서시스템이 개발 중인데 이산화탄소와 황산가스 등 4가지 이상 최대 8가지 물질을 한꺼번에 검출하는 것이 목표다. 서로를 구별해 다 다르게 반응하게 하는 ‘선택성’을 부여하는 고난도 기술이 요구된다. 해당 기술 개발이 완료되면 환경 분야는 물론 가정에서도 쓰이는 똑똑한 정기청정시스템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유사한 원리를 이용해 폐암 검진시스템을 만드는 아이디어도 있다. 폐암 발병자들에게서 나는 독특한 냄새를 구분하는 ‘개’에서 착안한 것으로, 폐암마커를 이용한 센서시스템이 만들어지면 검진대상자가 한 번 훅 부는 것만으로도 암 검진이 가능하다.

안보 분야에서는 테러가스를 검출하는 센서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다른 분야와 달리 빛의 파장의 흡수성을 이용한 물리적 신호로서 환경위해, 혹은 생화학테러 물질을 검출하는 기술이다.

또 ‘정보 처리용 무선 네트워킹 기술과 통합정보시스템 개발’도 센터에서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다. 통신과 데이터 분석은 센서시스템에서 핵심적인 요소로서 구제역·독감 등 호흡기 감염성 질환의 경우 진단과 동시에 경로 추적과 차단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 센터장은 “센서시스템이 휴대할 수 있을만큼 소형화되고 무선통신까지 할 수 있게 되면 활용범위가 훨씬 더 넓어진다”며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구조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나한테 필요하다는 건 다른 사람에게도 쓸모 있다는 판단 아래 실용화에 가까운 쪽을 추구하고 있다”며 “사람들의 일생에 도움이 되고 누구나 하나씩 보유할 수 있는 검진기를 개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