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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Talk/사내직원기자

본부장 워크샵 (8/24~25)

            

 

 

출발 전부터 날씨가 좋지 않았다. 늦장마의 영향인지 최근 맑은 하늘을 보기 힘들었다. 바위가 많고 가팔라서 제법 험한 산으로 꼽히는 대둔산 산행이 워크숍 일정에 포함되어 있어서 완주군의 날씨에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었다. 날씨정보에 정신이 팔려 본부장 워크숍에 참여하시는 분들 확인할 새도 없었는데 모두 승차를 완료했다. 예정보다 이른 6 52분에 우리는 행사예정지인 전북분원으로 출발했다.

 

 

환경과 어우러진 분원

 

서울은 비가 오지 않았는데 전북분원에 오니 빗줄기가 제법 굵어졌다. 공사현장관계자로부터 전북분원 건설사업 현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산과 밭이 전부였던 이곳에 터를 닦고, 도로를 내고, 건물을 올리고 5년 동안 허허벌판에 연구소를 건립하기 위해 애쓴 관계자들의 땀과 수고가 발표자료 안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입주관련 주요 현안을 청취한 후 홍경태 분원장의 안내를 받으며 행정동과 연구동, 기숙사, 게스트하우스를 꼼꼼하게 살폈다. 전북분원의 가장 중요한 컨셉은 주변 환경의 훼손을 최소화한 친환경 건축이다. 건물 사이로 봉실산에서 출발한 시냇물이 흐르고, 산을 보존하기 위해 연구동과 기숙사를 오가는 길도 산골 오솔길처럼 작고 아늑하게 만들었다. 주변의 습지보존 또한 말할 나위없다. 연구동에 조성된 아트리움은 보는 이들로부터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건축물의 인공미가 자연에 조화되어 마치 전북분원이 예전에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너무 익숙해 보였다. 

 

 <전북분원 입주 관련 현장 점검 브리핑에 앞서 전북분원장님이 환한 미소로 모두를 맞아주셨다>

 

<전북분원 공정현황에 대한 현장소장님의 설명시간. 보고 종료 후 부원장님의 질문이 이어졌다>

 

<전북분원의 행정동과 연구동. 전북분원 행정동 내부엔 스프링쿨러가 설치된 실내식물원이 조성되어 있다>

 

<연구동으로 자리를 옮겨 전북분원장님으로부터 추후 연구실 사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KIST가 가야할 미래는

 

전북분원을 둘러본 후 KIST 발전방향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하성도 기술정책연구소 소장의 주제발표 이후 'KIST 미래구상‘, ‘인력수급 개선방안’의 주제를 가지고 2시간 동안 열띤 논의를 했다. 사회적 수요중심의 국가가 요구하는 ‘해야만 하는 연구’수행을 위해서 연구주제는 무엇이고, 출연연과 대학․기업을 Open Innovation의 관점에서 어떻게 묶어낼 것인가에 대해 활발한 의견교환이 있었다. 논의결과를 요약하자면 대외환경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우리 원의 역할과 비전을 재정립하고, 출연연을 선도할 수 있는 혁신청사진 ‘KIST 미래구상’을 발표하고, ‘해야만 하는’연구 주제로는 재난, 식량, 기후변화, 복지, 계산 등의 연구분야가 제안되었으며 추가적인 의견수렴을 통해 확정하기로 하였다. 인력수급과 관련하여서는 융합․대형연구확대에 발맞춰 원 차원의 인력수급계획의 필요하다는 공감이 이루어졌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KIST의 미래에 대한 본부장들의 진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조선선비의 전통체험, 선비의 길은 험난하다

 

토론의 열기를 식힐 사이도 없이 바쁜 일정에 쫓겨 1일차 체험연수프로그램 시행을 위해 전주로 향했다. 가장 한국적인 도시에서 가장 한국적인 교육이라는 홍보문구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고, 프로그램에 참여한 본부장들이 얼마나 호응해줄까 하는 작은 불신과 함께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예정된 체험프로그램은 조선의 선비들이 서로 만나 인사하는 사상견례, 술을 마시는 향음주례, 활을 쏘는 향사례와 판소리 배우기로 구성되어 있었다. 도포와 갓을 쓴 어색한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기도 하고, 대감 혹은 내관이라 칭하며 분위기의 낯섦과 어색함을 감추려 하기도 했다. 이도 잠시 두 개의 팀으로 나눠 활쏘기의 일합을 겨룰 때에는 표적을 응시하는 눈빛에 조선선비의 기개를 엿볼 수 있었다. 조선선비는 드라마에서 보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이리 오너라’ 한번으로 사랑방까지 한 번에 가는 것이 아니고, 청견과 반견, 전지 등 사랑방까지 가는데 거쳐야 하는 많은 예법이 있었다. 선비는 벗에게 술 한 잔을 청할 때도 꼭 대야에 잔을 씻고 수건으로 깨끗이 닦은 후 공손하게 잔을 건넸다. 향음주례 때는 전주의 전통주 이강주와 안주도 같이 제공되었다. 향음주례를 진행하는 동안 전통문화연수원이 준비한 술이 모두 떨어졌다. 전례가 없었던 일이라며 연수원 관계자들이 술값을 더 받아야겠다며 농을 쳤다.

마지막에 진행된 판소리 명창의 심청가(심봉사가 눈을 뜨는 장면)는 향음주례의 취기와 한옥의 정취가 더해져 최고의 감동으로 남았다.

 

 

 

 

 

 

<전통문화연수원 마지막 프로그램인 판소리 한 판. 왕기석 명창의 '사랑가' '심청가' '전주사투리가'를 듣고

판소리 한 대목을 따라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대둔산 케이블카의 유혹

 

새벽 5시 콩나물 해장국으로 숙취를 해소하고 전북의 명산 대둔산으로 행했다. 대둔산은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다. 애석하게도 우리가 산행을 시작한 시간은 케이블카가 운행되지 않는 7시였다. 대둔산 코스는 정상까지 능선이나 내리막이 전혀 없는 오로지 오르막과 계단만 있는 코스였다. 산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나 초보자에겐 한 걸음 한 걸음 땔 때마다 불만이 저절로 나오는 그런 산이다. 케이블카를 타면 10분도 안 걸리는 길을 1시간 동안 수없이 많은 땀방울을 흘리면 올랐다. 산중턱 전망대에 서니 대둔산 부근 얕은 산들이 층층 시야로 들어왔다. 산행의 묘미는 이런 것이다. 두 시간 남짓 걸려 오른 대둔산의 정상 마천대에서 KIST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파이팅을 외쳤다. 본부장들의 우렁찬 함성 소리처럼 우리 원의 미래도 희망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