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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Talk/사내직원기자

창의포럼 : 혜민스님 (01.09)

 

 

 

 

 

대기업 연구소의 신년 경영이슈에도 2013년 트랜드 분석에서도 힐링(치유)이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힐링’이 대세가 되고 있다. 남을 이기지 않으면 뒤처지게 되는 초경쟁사회에 지친 영혼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혜민이라는 영혼멘토가 혜성처럼 등장한 것도 이런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이해하려고 노력하라

 

다시 한파가 시작된 추운 날씨임에도 존슨강당은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득 찼다. 젊은 층에 대한 혜민 스님의 인기를 반영하듯 강당 앞좌석은 예전 창의포럼에선 보기 힘들었던 젊은 직원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혜민 스님은 사람관계 속에서 받을 수밖에 없는 상처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은 내가 먼저 독약을 마시고 미워하는 상대방을 죽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는 부처님 말씀을 인용하면서 미움으로 인해 가장 괴로운 사람은 바로 본인이라 했다. 본인의 정신건강에 해가 되는 미움을 없애기 위해서는 ‘왜 저 사람이 저렇게 밖에 말을 못하는지, 왜 저 사람이 저렇게 밖에 행동하지 못하지는 지’이해를 하게 되면 미운 마음이 눈 녹듯 사라진다 했다. 본인의 촌스러움을 가리기 위해서 외제차에 집착하는 개그맨 양상국을 이해하지 못하면 양상국의 사치스러움과 낭비벽 때문에 그에 대한 미운 감정만 쌓이게 된다. 반대로 양상국이 외제차에 집착하는 이유를 이해하면 낭비벽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도 안 되면 나를 돌아보라

 

혜민 스님은 많은 사례를 들어 미운 감정을 유발하는 타인에 대한 이해를 강조했다. 그럼 이해하기 조차 밉고 싫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람은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Persona)과 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은 욕망이나 단점(Shadow)이 있는데, 정말 이해하기 조차 싫은 타인의 경우는 나의 싫은 모습이 타인에게 그대로 투사된 경우라고 혜민 스님은 말했다. 결국 나를 제대로 볼 때 타인과의 관계도 풀 수 있다. 혜민 스님은 논문지도를 하면서 늘 약속시간을 어기는 얄미운 한명이 있었다고 했다. 처음부터 그 학생이 맘에 들지 않았던 이유는 그 학생에게 혜민 스님이 가진 명쾌하게 자르지 못하는 우유부단함의 단점이 그대로 투사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내 안의 결점이 상대방에게 투사되어 남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싫어지게 만들기 전에 먼저 나를 돌아봐야 한다.

 

 

비교하지 말고 온전한 내가 되라

 

남을 싫어하는 또 다른 요인은 열등감이다. 혜민 스님은 어린 시절 열등감에 빠진 어른들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열등감의 진원지라 했다. 열등감을 해결하려면 먼저 진원지를 파악하고 말로 받은 상처이기에 말로 풀어야 된다고 했다. 혜민 스님은 ‘나는 사랑받기위해 태어난 존귀한 존재이며, 다른 사람들과 비교할 수 없는 나만의 빛깔로 세상을 밝힐 거야’라는 말을 청중들이 따라하도록 유도하며 열등감 해소하는 치유의식을 거행했다. 혜민 스님은 불자들로부터 성철스님, 법정스님처럼 되시라는 말에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누구처럼 되려하면 평생 짝퉁 인생이 될 수밖에 없고, 자신이 살고 있는 그 시절의 인연을 찾아 내 안의 자랑스러운 빛깔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서운하면 바로 풀어라

 

존슨강당에 불이 꺼지고 잔잔한 음악이 흘렀다. 손을 가슴에 대고, 때로는 옆 사람의 손을 잡고 혜민 스님의 말씀은 모두 따라 외쳤다. ‘나의 상처가 다 치유되기를, 나의 아픔이 다 치유되기를, 나도 행복할 권리가 있기에 그를 용서하겠습니다.’ 10 여분간 영혼멘토 혜민 스님과 함께 몸과 마음,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내게 상처를 준 모든 사람에게 감사와 격려, 그리고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했다. 혜민 스님은 강연 말미에 상처를 받지 않는 대화방법을 제안했다. 상대에게 서운함이 느껴질 때는 바로 푸는 것이 좋다고 했다. 서운함이 쌓이면 꽁해지고 이것이 쌓이면 한이 된다고 했다. 상대방은 본인에게 서운함을 주었다는 것조차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서운함을 표시할 때도 ‘너 어떻게 그렇게 서운한 소리를 하니’라고 하는 것보다 나의 상태 ‘네 말을 듣고 나니 이런 점이 서운하다’라고 말하는 것이 대화의 스킬이라 했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 위대하는 말이 있다. 현대사회에서 인간관계 속에서 받는 상처는 경쟁으로 인해 초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상대방보다 더 앞서나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타인을 동료이기 보다는 경쟁자로 인식하게 만든다. 더불어 가는 문화(Work Together)의 가치가 우리 KIST에서 먼저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짧지만 긴 여운을 준 10분 간의 치유명상이 마음의 근력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