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퍼스트 무버'가 되는 길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정부 조직 개편, 내각 인선 등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해야 하는 사안이 많다. 작은 틀의 변화로 가까운 미래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도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연 19조원 규모 정부 연구개발(R&D) 투자의 효과 높은 정책 수립, 집행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정부 조직 개편, 내각 인선 등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해야 하는 사안이 많다. 작은 틀의 변화로 가까운 미래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도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연 19조원 규모 정부 연구개발(R&D) 투자의 효과 높은 정책 수립, 집행이다.

 

그동안 공공 R&D 성과 부진, 생산성 문제를 둘러싼 많은 논의가 있었다. 그 원인으로 R&D 관리 소홀, 정량 평가 치중, 연구 수준 미흡 등이 거론됐다. 그러나 지금 같은 연구 기획, 과제 선정 방식으로는 기초 R&D 성과나 생산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선도 국가(first mover)가 되는 것도 불가능하다.

첫째 연구 기획 방식이 변해야 한다. 기획이 미흡한 R&D 투자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대부분 규모 있는 국가 R&D 기획은 정부 주도로 이뤄진다. 선진국에서 이미 연구 결과가 발표됐거나 상품화된 뒤에야 정부가 중요성을 인지하면 선도 국가가 되기 어렵다.

 

알파고 신드롬에 따른 인공지능(AI) R&D 기획, 포켓몬고 신드롬에 따른 증강현실(AR) R&D 기획이 대표 사례다. 정책 관료가 연구 현장과 동떨어진 채 몇몇 전문가에 의지하면 정책과 기획이 편향되기도 한다. 국가 전략 차원이 아닌 정치 성향을 띤 기획이 반복되면 과학기술 분야 선도 국가의 꿈은 더욱 멀어진다. 선도 국가 기회를 높이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기획 단계에서 빠른 추종자(fast follower)가 되는 것이다. 선진국은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R&D를 기획한다. 이들 기획 자료를 정부와 산하 기관이 지속해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각 분야의 대표 학회가 세계 연구 동향 보고서를 정기 제출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책 관료가 기획 단계에서부터 빠른 추종자가 되도록 지원할 수 있다. 과제 선정 절차도 개선해야 한다. 기초 연구 분야의 경우 연구자 경력별 투자는 있어도 학문별 투자는 거의 없다. 학문 내 경쟁을 통해 가장 우수한 연구 제안서를 선정하고 투자해야 성과가 나온다. 현재 구조를 지나치게 표현하면 사과와 오렌지 정도가 아니라 사과와 철근을 비교하는 수준이다. 과제 선정을 관장하는 책임자(PM, PD) 수는 턱없이 적다. 공정성을 이유로 우수 연구제안서 선정에 관여할 수 있는 역할도 극히 제한됐다. 한국연구재단 상임 PD는 20여명에 불과하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은 학문 분야별로 총 470여명의 상임 PD를 두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의 4배가 넘는 연구제안서 선정 심사를 주관한다.

 

연구 현장에서는 연구재단을 학문 분야별로 재구성, 분야별 묶음 예산을 배정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상임 PD의 충원도 요구된다. 예산상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온다. 운동 경기에도 종목별 심판이 따로 있고, 정확한 판단이 전제된 경기 경험으로 우수 선수가 육성된다. 적정 수의 우수 심판관이 유지되도록 PM, PD 시스템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 우수 제안서를 선정하려면 이들의 권한과 책임도 강화돼야 한다. 예산을 절감해야 할 곳은 따로 있다. 개별 부처마다 유지하는 연구 지원 시스템의 중복 분을 공동 활용해 보자. 부처마다 별도로 개발해서 연구자 사용을 의무화한 전자연구관리시스템도 통합할 필요가 있다.

 

공공 R&D 투자 예산이 지난 10년 동안 2배 이상 증가했다. 초기 과학기술부에 비하면 6배로 늘었다. 새 정부는 순수 기초 연구비를 2배 확대하고 연구자 주도의 자유 공모 비율을 20%에서 2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투자가 결실을 맺으려면 '선택과 집중'만이 아니라 연구 분야, 범위에 따라 다양한 정책이 가능한 '포트폴리오' 방식이 요구된다. 선진 연구관리·운영 체계를 갖춰서 유망 분야의 기획이 적시에 이뤄지고, 연구 수월성을 높여야 한다. 작은 틀의 변화로도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다. 과학계는 탁월한 성과를 창출하고, 우리나라는 과학기술 선도 국가로 도약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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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IST 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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