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윤석진 부원장님이 디지털타임스에 2월 26일 기고한 내용으로 링크는 맨 아래에 있습니다.)

 

윤석진 부원장

6000억 원과 600억 원. 이 두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시는 분이 많으실 듯하다. 6000억 원은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개폐회식에 사용한 예산이다. 베이징올림픽 개폐막식의 엄청난 규모와 화려한 연출에 모두 깜짝 놀랐다. 10년 전 기억이지만 저도 정말 깊고도 다양한 중국 문화에 눈이 크게 호사를 누렸던 기억이 남아 있다. 중국은 올림픽 개막식을 통해 G2로서 당당하게 세계 중심국가로 용솟음하는 기세를 보여줬다. 정말 중국다운 개막식이었다. 하지만 전 세계인이 공감하며 가슴에 새기는 감동이 있었다고는 기억되지 않는다.
 
600억 원, 평창올림픽 개폐막식의 예산이다. 10년 전 중국이 마련했던 예산에 비한다면 보잘 것 없는 이 예산으로 우리는 전 세계인에게 큰 감동을 주는 개막식을 연출했다. 물론 제가 대한민국 국민이었기에 느끼는 감동이 더 컸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손으로 세계적인 큰 행사를 개최했다는 자부심에서만 오는 감정만은 아니다. 우리 개막식은 다섯 아이가 신비의 문을 통해 미래로 나아간다는 이야기로 시작했다. 어린 시절 할머니의 구전 동화를 듣는 아이처럼 개막식으로 빠져 들어갔다.

물론 개막식에서 선보인 여러 첨단기술은 세계인의 큰 주목을 받았고, 우리는 자긍심을 한껏 높일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가장 크게 감동받은 순간은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남북한 선수들이 공동 입장하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첨단기술이 다섯 아이가 상징하는 우리 미래 세대의 꿈을 실현시켜줄 수단이라면, 미래가 존재하기 위해서 반드시 전제돼야 할 평화를 지켜내고야 말겠다는 진심과 의지가 전달됐기 때문이다. 평창올림픽은 개막식만으로 이미 성공한 올림픽이라 믿는다.

 

적은 예산으로도 큰 감동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 평창올림픽 개막식은 우리 연구개발(R&D)의 오늘을 되돌아 볼 기회이기도 했다. 올해 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보다 7천억 더 많은 19.7조원을 R&D예산으로 책정했다. 이는 대한민국 정부 예산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민간의 연구개발도 활발해 16년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4.24%로 세계 2위다. 하지만 우리 과학기술계가 우리 국민과 정부의 투자와 기대에 부합하고 있다고 답변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R&D 패러독스란 신조어마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우리 연구자들은 실험실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며, 연구비 한 푼을 허투루 쓰지 않으며, 시간을 쪼개가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고 믿는다. 좋은 논문을 써 다른 연구자의 길라잡이가 되었고, 경쟁력을 갖춘 특허를 만들어 실제 제품 생산에 적용되는 모습을 보며 자긍심을 가졌었다. 그렇기에 역설로 표현되는 현실이 너무 답답하기만 하다. 어느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것일까?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는 과학기술계에 평창올림픽은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진심이 담긴 스토리가 있는 R&D로 국민의 감동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이다.

 

지난 대한민국 과학기술 50년에는 큰 울림이 있었다. 1966년 최초 국책연구소로 KIST가 설립됐지만 국내엔 연구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당시 정부는 해외 연구소에서 촉망받고 있던 한인 과학자들에게 귀국을 권유했고, 18인의 과학자는 몇 배의 급여, 최고의 연구 환경을 뒤로하고 지체 없이 달려왔다. 귀국 초기, 미처 실험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을 때에도 손을 놓고 있지 않았다. 그 분들은 전문성을 기반으로 포항제철과 같은 국가산업기반시설의 기획을 주도하며 국가발전에 기여했다. 이와 같은 그 분들의 빈틈없으면서도 자기희생적인 헌신은 국민에게 큰 감동을 줬다. 분명 이는 지금껏 과학기술계에게 보내는 절대적인 국민적 지지의 기반이 되고 있다.

 

이제 우리 과학기술계는 이 시대 국민이 원하는 것이 진정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가슴에 깊이 새겨야 한다. 국민 생활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거나 줄 지금과 미래의 이슈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연구자가 돼야 한다. 그렇다고 개개인 연구자 모두가 국가적 현안 해결에 나서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태산준령 앞에 호미 한 자루로 마주 서는 격일 것이다. 

 

또한 지식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창의적인 연구도 필요하다. 다만 국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국가에 혜택이 돌아가는 성과를 내겠다는 신념을 갖자는 것이다. 연구자 개개인이 각자의 스토리를 품고 연구실에 들어설 때 비로소 국민이 감동하는 R&D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란 이미 존재하던 실체가 때가 되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의지로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나 하나로 무엇이 변하겠느냐고 묻는 분들에게 조동화 시인의 '나 하나 꽃피어'를 전해 드립니다.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중략)

[디지털타임스 바로가기]

Posted by KIST PR

댓글을 달아 주세요

Posted by KIST PR

댓글을 달아 주세요

 

 

Posted by KIST PR

댓글을 달아 주세요










Posted by KIST PR

댓글을 달아 주세요

‘한·베트남 과학기술연구원(VKIST)’

설립 착수보고회 개최  
KIST, VKIST와 상호협력을 위한 MoU 체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이병권)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 최성호 이사장 업무대행)은 베트남 과학기술부(Chu Ngoc Anh 장관)와 공동으로 2017년 11월 21일(화) 오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베트남 과학기술연구원(VKIST*) 설립지원사업” 착수보고회를 개최했다.
 * Vietnam-Korea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21일 진행되는 착수보고회에는 이혁 주베트남 한국대사, Vu Duc Dam(부 득 담) 베트남 부총리, Chu Ngoc Anh(추 응옥 아인) 베트남 과학기술부 장관, 임태훈 KIST 부원장 등 양국 주요 인사 200여 명이 참석하였다. 1부 행사에서는 VKIST(원장 금동화) 착수발표와 KIST와 VKIST 양 기관 간 상호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식이 진행되었다. 2부에서는 베트남 1위 통신기업인 비엣텔(Viettel)과 제약회사 바비오텍(VABIOTECH)의 전문가 및 과학기술정책연구소(NISTPASS)** 소장 등 과학기술분야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베트남 IT, BT 분야에 대한 발표와 열띤 토론을 벌였다.
 * National Institute for Science and Technology Policy and Strategy Studies

 

동 행사에서 KIST는 지난 50년간 국내 16개 정부출연연구소들을 탄생시키고, 국가 과학기술을 견인하며 경제발전의 중심축 역할을 수행하면서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VKIST가 국가 발전의 촉매제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공유하였다. 특히, VKIST의 연구인력을 KIST에 초청하여 연구역량 강화를 위한 연수와 공동연구를 위한 교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할 것을 알렸다.

임태훈 KIST 부원장은 “이번 착수보고회를 통해 KIST를 배우고자 하는 베트남 정부의 뜨거운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KIST는 지난 50년간 쌓아온 과학기술 역량과 국제협력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VKIST가 베트남의 선진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연구소로서 국가발전을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동 사업은 지난 2012년 3월 Nguyen Tan Dung(응웬 떤 중) 베트남 총리가 방한하여 우리 정부에 직접 요청하여 시작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으로, 2014년부터 2020년까지 KOICA의 무상원조 392억 원을 지원하여 베트남 하노이의 호아 락 하이테크 파크(Hoa Lac high-tech park)에 KIST를 모델로 한 종합연구소 설립이 주요 내용이다. 지난 2017년 5월 금동화 前 KIST 20대 원장이 VKIST의 초대원장으로 공식 임명된 바 있다.


 

Posted by KIST PR

댓글을 달아 주세요

 

과학기술 성장엔진 작동시키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100일이 지났다. 대통령 5년 단임제를 택하고 있는 현행 헌법 아래서는 대통령 취임 후 첫 6개월 동안의 국정운영 청사진에 따라 그 정부의 성공여부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임기 초에 발표한 새로운 정책들이 꾸준하게 지속되지 못하고 임기 후반으로 가면서 레임덕 현상과 맞물려 추진동력이 떨어지는 일이 반복돼 왔다. 지난 정부의 부패와 정책실패로 수많은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왔다. 이러한 국민들의 적극적 정치 참여에 기반해 새로운 정권이 탄생한 만큼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큰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재인 정부는 100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70%대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지지율의 이면에서는 바쁘게 헤엄치고 있는 백조의 발과 같이 최근 북한의 핵무기 위협과 이와 관련된 미(美)·중(中) 간의 갈등 상황 하에서 우리 국민의 안전이 보장된 균형 있는 외교, 안보 정책을 수립하고, 촛불집회에서 분출된 각계각층의 요구를 적절하게 수용하기 위해 무척이나 애를 쓰고 있을 것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도 국민이 바라는 새로운 국가건설을 위한 새 정부의 구상과 정책이 차근차근 진행되길 바란다.

 

작년 10월,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전, 유력 야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2007년 참여정부시절 북한 인권안에 대한 UN표결 관련 의혹에 휩쓸려 정치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낸 적이 있다. 이때 문재인 대통령의 출구전략은 정치적 공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유력 야당 대선 후보로서 민생에 전념한다는 이른바 '민생투어'에 나섰다. 민생투어 기간 중 국가 성장동력 창출의 핵심인 과학기술계에 현안을 청취하고 과학기술자들과의 허심탄회한 대화를 위해 필자가 근무하는 KIST에 방문했다. 당시 수행인원 1명만을 대동하고, 의전도 거절한 그는 많은 시간을 할애해 과학자들과 사전 각본 없는 편안한 대화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과거 참여정부 시절 잠시 설치됐다가 다음 정부에서 교육과 과학의 결합정책으로 사라진 과학기술혁신본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과학기술혁신본부는 국내 과학계뿐만 아니라 OECD에서도 인정한 가장 혁신적이고 효율적인 국가 R&D 정책수립 및 시행의 핵심기관으로서 문재인 대통령의 KIST방문은 그 가치와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또한 과학기술혁신본부를 통해 과학기술 정책에 일대 대전환을 기대하게 됐다.

 

문재인 정부는 우선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주무부처의 이름을 바꾸며 그 역할을 명확히 했다. 뒤이어 과학기술혁신본부가 부활하면서 과학기술인들이 직접 국가 R&D예산의 자율적 기획, 집행, 평가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기존 예산 배분을 주도해왔던 기획재정부와 정부 내 유관 부처간의 조율이 남아 있지만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므로 일찍이 보기 어려웠던 자율권이 과학기술계에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제시하는 '선수심판론'은 과학기술의 속성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과학기술은 항공우주와 같은 거대과학이나 기초학문 연구에서부터 기업을 지원하는 상용화 연구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이런 다양한 분야에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국가 R&D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는데 비전문가인 관료집단보다는 과학기술자들이 적극 나서야 함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특히 경제논리만으로 국가 과학기술을 논하는 것은 하나의 잣대로 무게, 부피, 질량, 길이 등 서로 다른 특성을 모두 측정하고 평가하는 것과 같다. 이런 이유로 과학기술계에서는 과학기술혁신본부의 부활을 환영하고 있다. 그만큼 20조 원에 달하는 국가 R&D 예산을 기획하고 집행할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의 역할은 그 무게가 가볍지 않다. 

 

좋은 시스템의 구축은 시작에 불과하다. 그 일을 맡아서 수행할 사람들의 역량에 성패가 달려있다. 후보 개개인에 대한 비토가 아니라 국가적 운명이 달린 문제이므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국가 R&D 정책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과학기술에 대한 깊은 식견과 자기 전공 이외에 다른 분야도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는 전문성 그리고 각 전문분야 간 융합을 추진할 수 있는 정확한 통찰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함께 일을 추진할 과학기술자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과학기술정책을 책임지는 자리인 만큼 정파와 계층과 이념을 떠나 진정으로 국가의 미래를 위해 고민하고 정확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새 정부의 국가과학기술에 대한 의지는 제도 개선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에게 이 일을 맡길 것인가도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막중한 책임과 권한을 갖고 있는 과학기술혁신본부의 수장이 누가 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서두에서 이야기 했듯이 새로운 제도가 수립되고 나면 그 지속성을 유지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제도의 근본적인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도를 운영하고 이해하는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과학기술계에서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논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 만큼 기성 인력보다는 젊은 인력들이 정보에 대한 접근성과 습득력이 보다 빠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술개발 주기가 빠른 신기술을 개발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려면 대학원 학생, 박사후 과정 연구자 등 신진연구인력 양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관심에는 재정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기술 분야를 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포함돼있다. 대학들이 인력양성을 담당하고는 있으나 대학에 개설된 세부 전공만으로는 이런 요구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국가 연구개발의 큰 축인 출연연은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고 있고 연구환경이 우수하므로 대학과 공동연구를 통해 학생들에게 대학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새로운 학문 또는 기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새 정부에서는 출연연에서 근무하는 학생연구원의 처우 개선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처우를 개선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정부기관의 특성상 예산 총액이 정해져 있으므로 혹여나 더 많은 젊은 학생 연구자들에게 돌아갈 기회가 줄어들지는 않을까 조심스러운 마음도 없지 않다.

 

세계 각국은 과학기술분야에서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기술 중심의미래 사회에서도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기술 선진국과 후발 국가들 사이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 지고 있다.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지구촌 사람들을 연결하는 사회연결망(SNS), 사물과 사물이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를 이용해 스스로 학습하고 분류해 인간의 영역인 판단까지 가능한 인공지능 등 생소하던 기술들이 어느덧 익숙한 시대가 됐다. 이를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물결이 이미 우리의 생활을 지배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물결에 뒤처지면 우리의 미래도 담보하기 어렵다. 국가적 역량을 총 결집해 이 물결을 잘 헤쳐 나가야 하는 시대적 소명이 우리에게 있다. 이 엄중한 시기에 새 정부와 과학기술혁신본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

[디지털타임스 바로가기]

Posted by KIST PR

댓글을 달아 주세요

 

미래 성장, 융합으로 시작하자

 

세렌디피티(serendipity)! 위대한 발견은 우연히 일어난다고 했는가. 실상은 끊임없는 노력과 준비, 고민을 딛고 나타난 필연이 우연이라는 기회를 만난 것이다. 우리 삶과 깊이 관련된 기술 가운데 우연히 얻는 기술은 거의 없다. 클릭 한 번으로 원고를 보낼 수 있는 인터넷은 냉전 시절에 핵 공격으로 인한 통신망 손상을 대비해 만들어졌다. 통신망과 정보를 유지하는 분산 시스템 문제를 풀기 위해 시작된 미국 고등연구계획국(ARPA·지금의 DARPA)의 연구 결과물이다. 국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아이디어는 내비게이션, 음성 인식, 무인 자동차, 원격 수술 로봇 등으로 나타났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이들 기술의 편의성을 누리며 살고 있다. 위대한 기술 진보는 운 좋게 나오는 게 아니다. 창의 아이디어로 출발, 다양한 연구자의 도전과 연구개발(R&D) 체계가 합작해서 만들어졌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연상되는 키워드가 바로 '융합'이다. 디지털로 대표되는 가상과 현실이 서로 섞여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만들어진다. 가상현실(AR)·증강현실(VR) 게임, 콜택시, 배달, 자동차 렌트, 부동산 중개, 은행 거래 등 온·오프라인연계(O2O) 서비스를 대표로 들 수 있다. 기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융합한다. 우리 정부가 융합 연구에 관심을 두고 지원한 지 올해로 꼭 10년째다. 그동안 정책은 이종 기술 간 융합으로 기술의 한계 극복에 집중됐다. 유망 융합 기술을 발굴, 신성장 분야의 기술 경쟁력 확보에 일정 수준의 성과가 있었다. 다만 기술 개발에 초점이 맞춰진 나머지 성과를 국민이 체감하기에는 어려웠다. 기술 간 융합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도 등장, 새로운 이종 분야와의 융합이 필요해졌다.

 

최근에는 이런 변화를 반영해 사회 수요에 기반을 둔 문제 해결 중심 융합 연구, 초학제 융합 연구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전통문화 연구처럼 과거 문화와 현재 기술을 융합하는 '시간 융합'이 있다. 인문 사회가 문제를 발굴·기획하고 과학 기술로 해법을 제시하는 융합도 있다. 융합형 인재 양성에서도 성과가 있었다. 일부 초·중·고등학교에서 STEAM(과학, 기술, 공학, 예술, 수학) 융합 교육이 시도됐다. 많은 대학원이 융합 커리큘럼을 마련, 전문대학원을 설립했다. 문제 해결 방안 모색과 기술 한계 극복에는 지식, 언어, 문화가 다양한 연구자 간 협력은 필수다. 다른 분야의 연구자와 융합하고 소통하려면 같은 분야의 협력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노력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도전을 격려하고 인내심을 발휘해 기다리는 시스템이 절실하다.

 

연구자도 실험실의 결과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식과 성과를 사회에 전파하고 가치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 융합의 최종 목표는 기술 한계를 극복하고, 그 기술을 사회와 인간의 연결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다.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과거 우리가 성공한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은 이미 선진국이 제시한 답에 있었다. 이 때문에 그 길을 단시간에 효과 높게 되짚는 것이 가능했다. 우리의 R&D 수준과 역량은 이제 이 단계를 넘어야 한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탐색해야 한다. 기존에 없는 새로운 발견과 혁신에는 확신 대신 확률이 존재한다. 가능성을 확신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연구할 것인지를 탄탄하게 기획하고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 그다음에 두텁고 깊이 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

 

방향 전환을 위해 융합에 대한 기본 정책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존 정책을 통해 기술이 진보하고 융합의 저변이 확대됐다면 이제는 융합 연구의 성과를 사회에 적용하고, 우리 삶의 가치를 높이는 데 쓸 수 있도록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과학 기술에서 우연은 철저히 준비된 곳에서만 나타난다. 선진국의 연구자가 차지해 온 우연한 기회를 우리가 먼저 잡기 위해서는 융합에 대한 인식과 공감대를 새롭게 조성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혁신을 시작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전자신문 바로가기]

 

Posted by KIST PR

댓글을 달아 주세요

 

'뛰는 범죄 위에 나는 과학 기술'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과학기술은 법의학이나 유전자 감식 등 과학수사 분야와 융합되면서 법과학을 놀랍도록 발전시켰고 수사기관의 범죄 대응능력을 향상시켰다. 미국의 TV 드라마 'CSI 과학수사대' 속 이야기는 더 이상 TV 속 가상현실이 아니다. 이미 경찰은 지문감식, DNA 분석, 영상분석 등의 '첨단' 과학기술을 이용해 중요 범죄사건을 해결하고 있다. 그 한 예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로봇·미디어연구소 김익재 박사팀이 개발한 '폴리스케치'를 들 수 있다. 이 기술은 한국인들의 얼굴 특징을 데이터베이스화해 3D 몽타주를 작성하고 인공지능을 통해 나이 변화에 따른 모습을 추정 가능케 한다. 2016년에는 38년 전 실종된 어린아이의 사진을 기반으로 현재 나이를 반영한 몽타주를 작성해 중년이 된 실종자를 찾는데 성공했다. 

 

최근 3년간 범죄 검거율 상승,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 등 치안 지표가 크게 개선되고, 테러 등의 위기 상황에 대비한 경찰의 현장 대응 역량도 강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우리 사회의 안전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2016년 통계청이 실시한 사회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안전 상태를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더 위험해졌다고 답변한 사람이 50.1%로 절반이 넘었으나, 더 안전해졌다고 답변한 사람은 12%에 불과했다. 또한,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안전한가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자의 45.5%가 '불안하다'고 답한 반면 13.2%가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답했다. 국민이 생각하는 가장 큰 사회적 불안요인은 '범죄발생(29.7%)'으로 2년 전보다 무려 10.2%p나 증가했다. 특히 스미싱, 파밍 등의 사이버범죄나 해킹으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 피해와 같이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범죄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이처럼 범죄가 갈수록 다양화, 전문화, 지능화되면서 국민들이 체감하는 불안요소가 증대하고 있고 안전한 삶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도 이와 비례해 증가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살인, 강도, 납치, 아동학대 등의 중대 범죄 해결에 있어 많은 부분이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절도, 전화금융사기, 보험사기 등 일상생활 속 주변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생활 범죄 해결의 경우 아직 국민의 높아진 기대 수준에 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민들은 중요범죄 사건뿐만 아니라, 생활 범죄, 위험 징후 등의 사건·사고의 경중을 막론하고 모든 범죄에 대해 신속한 해결을 원한다. 현장의 경찰들은 한정된 예산과 인력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이목이 집중되는 '중요 범죄 검거 중심의 경찰 활동' 등의 범죄 사후 대응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경찰의 치안 활동에 있어 과학기술의 접목도 사건·사고 발생 후 사후 대응을 위한 과학수사, 범죄수사 활동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에 반해 국민들은 중요 범죄자의 검거와 같은 사후적인 경찰 활동도 중요하지만, 위험이 현실화되기 전에 범죄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안전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수 있는 사전적인 대응을 원한다. 즉, 경찰의 중요 범죄 중심의 치안활동과 국민의 니즈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한다. 

 

결국 기존 경찰 활동을 보완하고 국민의 요구에 부합하는 수준의 안전을 확보하려면 생활 치안분야에도 과학기술의 접목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에 경찰청에서는 이러한 국민의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스마트폰 기술을 활용한 '사이버캅', '스마트 국민제보', '원터치SOS', '한달음 시스템', '안심이 앱' 등이 바로 그 예다. 특히 금융권, 편의점에서 운영 중인 '한달음 시스템'은 경찰과 편의점 점주 간의 핫라인으로, 비상상황 발생 시 전화 수화기를 7초 이상 내려놓으면 112상황실에 자동으로 신고되는 기술이다. 그러나 '한달음 시스템'도 별도로 설치해야 한다는 점과 직원의 실수로 비상출동이 발생하는 등 몇몇 문제점들이 발생했다. 최근에는 이런 단점들을 극복하고자 편의점과 경찰청이 편의점 결제 단말기 터치스크린에 '긴급신고' 기능을 추가해 화면 터치만으로 신고할 수 있는 '원터치 신고시스템'과 같은 아이디어 기술도 선보였다. 이와 같은 노력에서 보듯이 과학기술은 우리의 주변,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기술들을 현장 맞춤형으로 조합하고 개선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기술들의 개발로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는 지금 4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진입했다. 생활치안 분야에서도 인공지능, 로봇, 빅데이터, IoT, AR/VR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첨단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이런 첨단 기술들이 지금보다 고도화되고 최적화된다면 가까운 미래에 국민들의 치안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기술들이 미제로 남아있는 사건들의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과학기술과 생활치안의 만남은 국민이 갈망하던 평온하고 행복한 삶이 보장되는 사회를 구현하는데 필수 요소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란 말이 있다. 국민 생활 속의 치안의 필요성, 수사기관이 느끼는 현장에서의 필요성이 과학기술계에 잘 전달된다면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한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될 수 있다. 국민, 경찰, 과학기술계 간의 더 많은 소통을 기대해 본다.

[디지털타임스 바로가기]

Posted by KIST PR

댓글을 달아 주세요










Posted by KIST PR

댓글을 달아 주세요







Posted by KIST PR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