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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Talk/사내직원기자

창의포럼 :김성근 야구감독(10.17)

 

 

 

 

 

 

지난 10월 17일(수) 김성근 야구감독님이 창의포럼 강연차 KIST를 방문하여 주셨습니다.

실제로 뵈면 그 매력에 푹 빠져버려, 헤어나오지 못한다는 김성근 감독님의 포럼 후기 함께 느껴보실까요?

 

 

나는 김성근 이다

 

야구는 인생에 많이 비유된다. 야구공의 매듭도 인생의 번뇌를 연상시키는 108개다. 야구는 흐름의 경기다. 한 경기에서도 좋을 때가 있고, 나쁠 때가 있다. 흐름이 좋아서 많은 점수를 뽑았다고 안심했다가 작은 실책 하나로 경기가 뒤집어 진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포수로 평가받는 요기 베라(뉴욕 양키스)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며

언제든 반전의 기회가 반드시 온다고 했다. ‘이쯤이면 되겠지’라며 만족하고, 타협하는 순간 9회말 투아웃 역전드라마의 희생양이 된다.

 

 

장자의 자유

 

김성근 감독이 제일 싫어하는 단어가 타협, 만족, 책임전가, 변명이란다. 자원, 환경 등 현실의 제약을 인정한 속에서 그것을 극복하고 성과를 내는 것이 훌륭한 리더란다. 없는 타령, 안 되는 타령을 하는 순간 패자가 되고 만다. 절박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절실함이 있을 때 새로운 해결책,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장자에 ‘소요유’에는 현실 세계에 속박되어 있으면서도 스스로 자유롭다고 착각하는 메추라기와 계속된 실패와 좌절에도 자신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붕이 등장한다. 우리가 처한 현실을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 때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장자는 소요유에서 메추라기와 대붕의 우화를 빗대 설명했다. 김성근 감독의 훌륭한 리더론도 장자의 ‘자유’처럼 현실의 한계를 극복하고 비상하려는 노력이다. 현실과 타협해서 한계를 미리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할 했다고 만족하면 사람은 성장할 수 없다고 했다.

一矢二無, 一球二無

 

중국 한나라 때 장군이 해질 무렵 호랑이를 발견했는데, 목숨의 위협을 느껴 활시위를 당겨 호랑이를 명중시켰다. 그런데 그것은 호랑이가 아닌 바위였다. 김성근 감독의 좌우명인 일구이무는 중국의 고사 일시이무를 변형한 것으로 공 하나에 혼신의 힘을 집중해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의미다. 혼신을 다하는 승부를 위해서는 고된 준비가 필요하다.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은 승부를 위한 기회인지 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김성근 감독의 훈련량은 선수들은 물론 야구관계자들도 혀를 내두른다. 번트에 실패한 선수, 수비에서 에러를 한 선수에게 다시는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수백, 수천 번의 반복 훈련을 시킨다. 약팀 SK를 프로야구의 신흥 명문으로 조련해낸 것도 일구이무의 좌우명을 행동으로 실천하기 위한 감독과 선수들이 혼연일체가 된 훈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데이터 야구

 

훈련만큼이나 김성근 감독을 따라다니는 말이 데이터다. 이것 때문에 비난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김성근 감독이 말하는 데이터는 타율이나 투구 수보다 더 세밀한 것이었다. 투수에게 사인할 때 포수의 힘줄, 셋업 포지션에서 투수 손의 위치, 타격할 때 타자의 스탠스 이런 미세한 것이 김성근 감독의 데이터에 포함되어 있다. 김성근 감독은 직접 타격과 투구자세를 보여주면서 1cm의 미세한 차이를 알기 쉽게 설명했다. 미세한 차이가 승부를 뒤집는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그것을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데이터를 알고,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미세한 차이를 인식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왜 김성근 감독이 훈련을 그렇게 강조하는지 이해가 됐다. 투수가 다음에 던질 구질을 파악했더라도 타자가 그것을 안타로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그 게임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야구계의 이방인

 

김성근 감독은 일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에서 실업야구 선수로 뛰었다. 흔히 말하는 학연도 지연도 없다. 김성근 스타일의 야구를 지향하다 보니 늘 구단과 마찰이 생기고, 좋은 성적을 내고도 해고당한 경우가 많았다. 조직과 불협화음이 많은 감독이지만 신임감독 하마평 중심에는 늘 김성근 감독이 있다. 그 이유를 김성근 감독은 남들이 가지지 못한 1%를 김성근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남들과 다른 1%의 존재가치를 만들기 위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타협하거나 굽히지 말고, 절대 남을 흉내 내면서 살지 말라고 했다. 일구이무의 자세로 전력투구 하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고 했다.

 

타율이 3할이라도 팀에 보탬이 되지 않으면 의미 없는 숫자이다. 번트라는 하나의 미션에 실패해서 경기에 패배하면 결국 팀에 피해를 준다. 리더는 개인이 손해를 보더라도 조직에 이익이 되면 그것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김성근 감독은 강의 내내 조직을 유난히 강조했다.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도전도 개인과 조직이 같은 방향을 보고 있을 때 가능하다. 지금 비록 보는 곳이 다를 지라도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인생이라는 야구는 9회말 투아웃에서도 반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강연이 끝나고 싸인해 주시는 모습.

 

 

김성근 감독님 수고하셨고, 다음에 또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