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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Talk/사내직원기자

명사초청 특강 : 서수민PD (02.22)

 

 

개그콘서트는 어떻게 14년 동안이나 연령과 세대, 계층을 초월한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까? 특출한 기획, 인기 있는 출연자의 재능만으로 14년 동안 사랑받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는 어렵다. 'KBS 출신 개그맨은 나와 상의하려 하고, SBS 출신은 나를 설득하려 하고, MBC 출신은 내 지시를 기다린다‘고 방송 3사 개그맨들과 모두 일한 경험 있는 제작자가 말을 했다. 설득해야만 살아남는 SBS ’웃찾사‘의 지나친 경쟁시스템, 일방적 지시만 기다리는 MBC ’개그야‘의 안일한 제작방식은 개콘의 성공을 모방하면서 생겨난 프로그램으로서 현재는 모두 폐지되고 개콘만이 독야청청하고 있다.

 

 

인기가 있으면 떠난다!

 

서수민 PD는 개콘에서 제일 중요한 건 개그맨이라고 했다. 개그맨의 꿈은 개콘에서 인지도를 높인 후 정형돈, 김병만, 이수근 처럼 버라이어티 쇼로 진출하는 것이다. 인기가 오르면 빠져 나가는 이런 구조는 개콘 프로그램과 개그맨 모두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개콘에서 인지도가 높아져서 버라이어티 쇼로 진출한 사람 중에 성공한 사람보다 실패한 사람이 많고, 한번 그곳에 길들여지면 다시 개콘으로 돌아오지 못한다고 했다. 서수민 PD는 개콘만 해도 먹고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종편으로 옮기려는 고참 개그맨을 설득해서 개콘에 잔류하게 하고 그들에게 후배들의 롤 모델이 되라고 요청했다. 후배들을 관리할 수 있는 매니지먼트사도 만들고, 진정한 모범이 되기 위해서는 개그, 생활 모든 면에서 자기관리의 필요성을 조언했다고 한다. 개콘을 평생직장으로 만드는 가장 큰 기반은 역시 개콘에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서수민 PD는 개그맨이 만든 개그콘텐츠에 대한 저작권을 KBS 소유에서 개그맨 소유로 변경하여 개콘 소재를 활용한 CF수입은 모두 개그맨이 가질 수 있도록 만들었다. 본인이 완성한 개그가 국민들에게 사랑을 받고 그 소재로 CF를 찍어서 큰 수입을 얻는 개그맨이 생겨나면서 개콘의 평생직장 시스템은 정착되기 시작했다.

 

공동연구와 도전정신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는 개그맨은 100명 정도인데 KBS 공채 출신이 아니면 개콘에 출연하지 못한다. KBS 개그맨은 모두 출퇴근을 하며 100명의 개그맨이 같이 모여서 리허설, 아이디어 회의, 새 코너 짜기에 참여한다. 그 안에서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지만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진다. 서수민 PD는 이 작업을 연구라고 표현했다. 100여명의 공동연구, 그를 통해 모아진 집단지성이 개콘 이라는 좋은 연구성과물로 나온다고 했다. 연구 결과 속에는 연구실패도 있다. 아무리 좋은 아이템이라도 재미없으면 통째로 편집되어 방영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개그맨들이 또 아이디어를 만들고 도전하는 것은 KBS 개그맨 만이 개그콘서트에 출연할 수 있다는 자존심과 특권, 실패하더라도 다시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동연구를 통한 아이디어 발굴, 연구성과를 엄정하게 평가하여 부진성과 퇴출, 매주 실패해도 다시 재기 기회를 부여해 다양한 실험이 가능하게 만든 개콘의 제작시스템이 개그콘서트의 성공 포인트라고 했다.

 

 

젖은 낙엽과 독립군

 

서수만 PD는 개콘에 크게 3가지 특징적인 그룹이 있다고 했다. 콩트개그가 능한 김준호파, 쇼개그가 장기인 김병만파, 그리고 토크 개그의 주특기인 박성호파. 3개 그룹을 개그스타일만큼이나 조직생활의 방식도 판이하다. 김준호파는 젖은 낙엽파로 가늘고 길게 살자는 주의로 강력한 웃음의 개그보다는 잔잔한 유머를 추구한다. 김병만파는 성공에 대한 집착이 강한 그룹으로 빨리 뜨고 싶어 마음이 급하다. 박성호 파는 개성이 강한 일명 ‘독고다이’파로 자기만의 시각으로 개그를 구성한다. 서수민 PD는 다른 그룹이 없어도 개콘은 돌아가지만 젖은 낙엽파가 없으면 개콘은 존재할 수 없다고 했다. 어느 조직이든 개콘과 같은 비슷한 유형의 그룹과 사람들이 있다. 이 그룹들을 어떻게 탄탄한 팀워크로 엮어내는 가에 조직의 성패가 달려있다.

 

똑똑한 돼지, 여유로운 돼지, 귀여운 돼지

 

개그맨은 독특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돼지 캐릭터만 보더라도 3가지 유형이 있다. 연기 잘하는 김준현은 똑똑한 돼지, 유민상은 능청스럽지만 여유로운 돼지, 김지호는 분장하는 귀여운 돼지다. 이들 캐릭터를 잘 살릴 수 있도록 개그 팀을 구성하고 잘하는 것을 끝까지 살려주는 것이 개콘 연출자의 임무라고 서수민 PD는 말했다. 양상국의 사투리 연기, 쌍둥이만 할 수 있는 댄스연기, 이들의 장점을 잘 활용할 때 개콘은 더 풍성해 진다고 했다. 개성이 강하고 주관이 너무 뚜렷하면 팀이 죽기 때문에 자기를 버릴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개그맨의 강하고 좋은 개성을 팀에 녹여내고 융화시킬 때 개콘은 더 큰 시너지를 내고 연구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했다.

 

 

 

서수민 PD의 강의자료에는 개그맨의 다양한 특성과 특기가 적혀 있었다. 아마 그의 작업노트엔 개그맨에 대한 세세한 특징과 신상자료가 더 많이 있을 것이다. 개성으로 따지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100명의 개그맨들을 개콘이라는 틀 안에서 서로 협력‧경쟁하며, 공동연구하게 만드는 힘, 그 리더십을 강연을 통해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사람과 조직에 대한 정교하고도 섬세한 접근, 그리고 그것을 연결하는 통찰력 이것이 서수민 PD 리더십의 밑바탕이 아닐까. 개콘의 사람과 조직, 그리고 그들이 처한 상황들이 KIST와 흡사하다는 생각을 강연 내내 했다. 연구만 해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환경은 언제쯤 조성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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