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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news

바이오자원 이용 석유화학 대체할 '플랫폼' 물질 개발(09.02)

박성훈 부산대 교수팀, 3-HP 상용화 생산 연구 '박차'

바이오디젤 부산물 '글리세롤' 활용…8조원 규모 추산




▲ 바이오디젤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글리세롤을 미생물에 제공해 차세대 플랫폼 화학물질을 개발 중인 박성훈 부산대 교수 연구

팀. ⓒ 2013 HelloDD.com



지구온난화와 석유자원 고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원유를 대신할 대체에너지로 바이오디젤이 주목받고 있다. 석유 고갈은 비단 에너지 문제 못지 않게 다른 측면에서도 인류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페트병을 비롯해 합성섬유,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등 대부분이 원유로부터 나온다.

 

세계 바이오 연구계가 바이오기술을 이용한 대체 에너지원 개발과 더불어 석유화학 대체물질 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국내에서도 화학산업의 뿌리가 될 '플랫폼' 물질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그것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박성훈 부산대 교수팀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지원하고 있는 '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 사업 일환으로 '글리세롤을 이용한 생물학적 3-수산화프로피온산(HP) 생산 공정'을 연구 중이다. 3-HP는 2004년 미국에너지성이 발표한 '바이오매스로부터 생산 가능한 고부가가치 플랫폼 화학물질 Top 12' 중 3위에 선정됐다.

 

'플랫폼 물질'이란 가공을 통해 여러 형태의 최종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출발 물질이다. 석유화학의 경우, 원유로부터 쉽게 만들어지는 에틸렌, 프로필렌이 여기에 해당된다. 바이오 기술에서는 주로 알코올이나 유기산 형태다.



▲ 박성훈 부산대 교수. 그는 차세대 플랫폼 화학물질 개발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7년 넘게 한 분야를 연구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여러 

관계자들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했다. ⓒ 2013 HelloDD.com



박성훈 교수는 연구과제로 글리세롤과 3-HP를 택한 데 대해 "플랫폼 화학물질의 활용범위는 무궁무진하고 부가가치도 높다. 때문에 3-HP에 주목했고, 원료 조달 가능성 등을 검토해 글리세롤을 이용한 연구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글리세롤은 바이오디젤 생산 과정에서 생산 연료의 10% 비율로 발생한다. 바이오디젤이 활성화될 수록 부산물로 생산이 증가해 저렴하게 지속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3-HP 개발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미국은 포도당을 이용한다. 현재 포도당 가격이 톤당 400달러인데 반해 글리세롤은 절반 수준인 톤당 200달러 수준이다. 바이오디젤 생산이 증가할 수록 글리세롤 가격이 저렴해질 수 있어, 시작부터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3-HP로부터 생산되는 아크릴산을 기준으로 할 때, 시장규모는 8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박 교수팀은 현재 야생종 미생물의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3-HP를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균주 개발을 마친 상태다. 자연 상태에서 발견되는 미생물의 경우 글리세롤을 이용한 3-HP 생산이 리터당 수 밀리그램(mg) 수준에 불과하다. 미생물들이 생산보다 성장에 치중하기 때문. 유전자 조작과 대사조절을 통해 현재는 최대 수율 50g/ℓ 정도에 도달했다. 대사경로에 관련된 효소의 활성을 최적화하고 독성이  높은 중간체의 생산을 억제시킴으로써 3-HP 생산과 관련된 독성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했다. 7년 넘는 집중 연구의 성과다.


연구팀은 현재 상업화를 위해 미생물의 추가 개량과 반응기 공정 최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상업화를 위한 마지막 단계로 ▲3-HP 독성에 내성을 갖는 균주 개발 ▲매개물질로 사용되는 비타민12(B12)의 자체 생산이 가능한 유전자 재조합 균주 개발 ▲3-HP 생산 과정 중 세포 내 산화·환원 균형 유지 ▲분리정제기술 개발 등에 전념하고 있다.


이미 3-HP 가능성에 주목한 기업들과 공동 연구도 진행 중이며, 일부 품목의 경우 기업체로의 기술이전도 논의되는 단계다.

 

박성훈 교수는 지금까지의 연구성과를 설명하며 "처음에 5년을 생각했지만 상용화까지 염두한 기술개발은 어려웠다. 비용과 인력이 많이 드는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한 분야 연구를 할 수 있어서 운이 좋았다"고 지속적으로 지원해 준 관계기관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3-HP 에 관한 한 양과 질에 있어서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연구 실적을 발표한 연구팀이라고 자신한다. 연구하면서 좋은 학생들을 많이 배출한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구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인력수급'을 꼽은 뒤 "이공계 연구는 교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연구는 실험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확인하고 우수한 연구원, 대학원 학생들과 토론하는 과정에서 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좋은 연구인력 충원이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성훈 교수 연구팀은 화학생명공학부 소속이다. 화학공학을 비롯해 화학, 미생물, 분자생물 등 다양한 전공자로 구성된다. 미생물 대사가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팀 13명 중 70%가 외국인이다. 박 교수는 '지방 대학의 문제점과 한계'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끝으로 "온갖 실수를 하겠지만 남이 해보지 않은 어려운 연구, 하고 싶은 연구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왜 빨리 못하는가? 왜 시간이 오래 걸리느냐? 왜 성과가 없느냐? 등 비용과 편의성, 목표지향주의가 중심이 되면 깊이 있는 연구를 하지 못한다. 앞으로 과학을 보는 눈과 포용력이 커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 박성훈 교수팀이 상용화를 위해 막바지 연구에 매진 중인 3HP 물질의 활용 방면. 플랫폼 물질은 화학산업의 기초가 돼 다방면

에서 활용된다. 상용화까지는 오랜 기간 연구가 필요하지만, 연구개발에 성공할 경우 부가가치가 높다는 뜻이다. ⓒ 2013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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