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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news

"상대 보이면 상대와 통화"…視選통신 최초 개발(12.18)

[창조경제, ETRI가 뛴다⑦]모바일 커넥션 시선통신 개발 성공

이름·번호·주소 몰라도 반경 70m 이내 통화 가능…새로운 형태 모바일 서비스 제시



#. 자신이 아이언 맨이라고 당당히 밝힌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이에 미국 정부는 토니에게 아이언 맨 수트를 국가에 귀속시키라고 종용한다. 그러나 토니는 자신만이 아이언맨이고, 수트 역시 자기 자신과 같다며 거절한다. 재판부는 토니를 설득하기 위해 무기전문가를 이용,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으려 한다. 무기전문가는 아이언맨을 가능케 했던 수트 기술을 다른 국가에서 개발할 수 있

는 소지가 있고,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잠자코 듣고만 있던 토니는 자신의 스마트폰에 있는 영상을 앞에 있는 화면에 띄운다. 아이언맨 수트를 따라하기 위해 노력 중인 각 나라의 연구개발 영상이었다. 토니는 "이 기술을 다른 나라에서 개발하려면 최소 20년은 걸린다. 미국은 내게 고마운 줄 알아야 한다"고.


사실 이때 토니는 위기였다. 자신의 말을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순간 토니는 기지를 발휘, 미 국방부 네트워크를 해킹해 꽁꽁 싸놨던 영상을 찾아 TV로 바로 전송했다. 영상이 흘러나오는 스마트폰을 TV를 향해 놓고 톡톡 두드리자 거짓말처럼 TV에서 영상이 재생됐다. 그 즉시 재판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승자는 토니였다.


영화 속에서만 가능할 것 같았던 기술이 현실에서도 가능해진다.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원장 김흥남)가 최초로 개발한 시선(視選:보이는 것을 선택하다)통신 기술을 통해서다.


한 마디로 이 기술 하나면 보이는 대상과 통할 수 있다. 상대방의 전화번호나 IP 주소, 이메일 등을 알아야 가능한 현대의 통신 방식에서 벗어나 스마트폰 화면에서 대상을 보고 선택하면 바로 연결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방법도 간단하다. 스마트폰 앱을 실행시킨 뒤 대상을 보고 사진을 찍듯이 선택만 하면 된다. 이때 직진성이 강한 전파빔이 발생하게 되고, 이 빔을 받은 특정 대상의 기기가 응답하는 형태다. ETRI에 따르면 현재 기술로는 약 8도 방향 범위에 들어온 대상들까지 구별이 가능하다.


이 기술은 두 개의 기기간 통신 방식(단말 간 직접 통신 D2D)을 기본으로 한다. 기지국 혹은 AP의 도움없이 통신을 가능케 한다는 점이 강점이다. 여기에는 AP없이도 직접 통신이 가능한 '와이파이 다이렉트' 통신이 활용된다.


방승찬 ETRI 무선전송연구부장은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통신거리와 대상 기기 발견 시간, 그리고 사용자 편의성 측면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갖췄다"며 "향후 안경형태의 단말과 같은 웨어러블 스마트 기기에 사용하거나 셀룰러 기반 기기 간 직접통신 방식과 결합할 경우 모바일 기기 시장에서 더욱 더 큰 잠재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최대 70m까지 통신 가능…3초 이내에 손쉽게 원하는 대상과 연결


▲ ETRI 연구진이 커피숍의 가격과 메뉴정보를 시선통신 단말에 등록하는 모습. ⓒ 2013 HelloDD.com


ETRI의 시선통신 기술은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가 급속히 증가하고 무선 트래픽이 폭증하는 최근 통신환경에서 별도의 네트워크 도움 없이 사용자가 주변 디바이스와 직접통신을 통해 근접인식 기반의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예를 들면,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회의장에서 그동안 자료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이메일 주소나 메신저 ID를 물어 사진이나 자료를 전송해야 했다. 그러나 이 기술 하나면 ID나 이메일을 몰라도 무방하다. 사람을 정하고 포인팅해 전송하면 끝이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에 있는 음악이나 동영상을 주변에 있는 오디오나 TV로 전송, 여러 명이 함께 즐길 수 있게 된다. 즉석 공유 서비스가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길거리에서 낯선 사람과의 통신도 가능하다. 통화하고 싶은 사람을 선택해 다이렉트 콜링이나 메세지를 보낼 수 있다. 물론 재난이나 범죄, 안전 등의 목적에서의 사용이 전제가 돼야 함은 물론이다.


김영훈 무선전송연구부 무선자율통신연구실 박사는 "많은 사람들이 사생활 침해를 걱정한다. 그러나 이 기술은 와이파이 다이렉트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정보는 노출되지 않는다"며 "블루투스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블루투스로 서로 통화를 하게 되는 것"이라고


주변의 식당이나 극장, 커피숍, 백화점 등의 간판광고에 스마트폰을 이용해 사진 찍듯이 포인팅을 하면 식당의 메뉴나 가격도 볼 수 있고 내부 인테리어 정보를 별도의 통신비 없이 즉시 얻을 수 있다. 





와이파이 다이렉트와 같은 기존 기술을 사용한 이유는 빠른 상용화를 위해서다. 김 박사는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또 다른 기술을 개발하게 되면 아무래도 중소기업에서 상용화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수 밖에 없다. 그 기술들을 다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며 "기존의 기술을 통해 새로운 것을 개발하면 상용화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TRI에 따르면 경쟁기술인 NFC(Near Field Communications) 기반의 구글 안드로이드 빔 방식의 통신은 10cm 이내에서 동작하는데 반해, ETRI의 시선통신 기술은 전파를 사용, 최대 70m까지 통신이 가능하고 주변에 단말이 많을 경우에도 기존 기술대비 탐색 단말수를 획기적으로 줄여, 대상발견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김 박사는 "대상발견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개발한 기술이 제일 난제였다. 전파빔이 나가는 각도를 좁히는 게 어려웠다"며 "안테나를 여러 개 써야만 빔 폭이 좁아진다. 시선통신 기술은 4개의 안테나가 사용되는데, 이 정도 개수로 폭을 줄인다는 건 불가능하다. 새로운 기술 개발을 통해 가능케했다"고 말했다.



ETRI는 현재, SNS 회사나 스마트폰 제조사, 통신사를 대상으로 기술이전을 추진 중에 있다고 밝혔다. 스마트폰에는 칩화 내장이 가능하고 스마트 TV등에는 작은 동글(Dongle) 형태로 장착이 가능할 것으로 연구진은 보고 있다.



◆ 기술 개발한 이유?…"사용자들이 좀 더 편리해졌으면 좋겠다"



▲ ETRI 연구진이 시선통신 단말을 시험하는 모습. ⓒ 2013 HelloDD.com



"애플이 성공했던 이유는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를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이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한 이유도 그와 다르지 않아요. 시선통신 기술은 '연결 기술' 입니다. 기존에는 다른 기기 간 연결에 많은 단계가 있었어요. 복잡한 게 사실입니다. 사용자들이 좀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시선통신 기술이 상용화되면 누구나 스마트한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된다. 국제표준화를 서두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기술이 좀 더 널리 보급돼 쓰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현재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는 AP없이 단말기 간 통신을 지원하는 대상인식통신에 대한 국제 표준화를 진행 중에 있다. ETRI는 기 확보한 특허를 기반으로 우선적 표준화를 추진 중이며 향후 표준특허 개발에서 유리한 선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진은 해당 기술과 관련, 국제특허 22건을 출원한 상태다.


김 박사는 "오는 2020년까지 세계 시장 규모가 9억50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연간 점유율도 최대 12%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통신이라는 건 표준화가 돼야 널리 퍼질 수 있다. 우리 기술이 사용될 수 있게끔 만들어지면 기술 판로도 다양해 질 수 있다. 응용 분야가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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