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cience news

암치료 가능한 다기능 고분자나노입자 개발(8.5)

국내 융합연구진, 에너지 흡수 후 열·빛 방출

형광이미징·바이오센서 등 다기능 응용 가능


▲ 전도성 고분자와 인지질의 상분리된 필름을 분쇄하는 나노입자 제조공정. 전도성 고분자(PCPDTBT)와 인지질(DOPC, DOPE)을 클로로포름에 용해시킨 후 질소가스 흐름(N2 blowing) 하에서 클로로포름(CHCl3)을 증발시켜 상분리된 필름을 제조한다. 그 뒤 물을 첨가한 후 초음파를 처리해 필름을 분쇄, 나노입자를 제조했다. <이미지=박주현 중앙대 교수팀>


국내 연구진이 전도성 고분자와 인지질이 결합된 나노입자를 개발했다. 이 입자는 에너지를 흡수한 후 형광을 띨 수 있어 생체이미징과 바이오센서로의 응용은 물론 인체투과가 쉬운 근적외선을 흡수한 후 열로 방출할 수 있어 암세포 사멸을 위한 광열치료 등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박주현 중앙대 화학신소재공학부 교수가 주도하고 김성지 포스텍 화학과 교수, 신태주 포항방사광가속기 박사, 주철민 연세대 기계공학부 교수, 유필진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 등이 공동 참여해 진행됐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일반연구자지원사업과 미래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전도성 고분자는 인체 내부에서 안정성이 높고 광전자적 특성을 구현할 수 있어 진단이나 치료 등 의료분야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전도성 고분자 나노입자 제조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저분자 단량체를 이용해 에멀젼을 형성시킨 후 직접적으로 고분자화 반응을 진행시켜 합성하는 방법이고, 또다른 방법은 기존에 합성됐거나 상업적으로 판매되는 전도성 고분자를 유기용매에 묽게 용해시킨 후 용해도가 현저히 감소된 다른 용매에 떨어뜨려 침전시켜 제조하는 것이다.


이렇게 제조된 나노입자는 제조수율이 현격히 낮고 인체 적용을 위해 복잡한 후처리 과정이 필요했다.


연구팀은 고분자 합성법의 낮은 제조수율과 복잡한 후처리 과정을 극복할 새로운 제조기술을 고민했다. 인지질 분자의 친수성과 전도성 고분자의 소수성 차이를 이용했다.


먼저 전도성 고분자(PCPDTBT)와 세포막 구성성분인 인지질 분자를 유기용매에 용해시킨 뒤 용매를 증발시키는 방식으로, 수 십 나노미터 크기의 고분자 영역과 인지질 영역이 서로 분리된 상태로 존재하는 필름을 제조했다.


물 분자가 이들 미세영역들로 침투하는 특성을 이용, 초음파를 이용해 필름을 분쇄함으로써 나노입자를 쉽게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렇게 생산된 전도성 고분자 나노입자는 평균 58나노미터의 직경을 형성했다.


만들어진 나노입자는 그 자체로 형광을 띠며 열을 방출할 수 있어 생체이미징, 바이오센싱 및 암세포 사멸용 광열치료 등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입자 표면에 위치한 화학기능기를 이용해 다양한 기능을 갖는 물질을 부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또 하나의 특징은 쉽다는 점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제조법은 바이오메디칼 분야에서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인지질 액적 제조공정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소재합성 전문가가 아닌 기존 바이오메디칼 분야 종사자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박주현 교수는 "현재까지 사용되는 고분자 나노입자 제조방법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개념"이라고 소개하고 "자성입자나 양자점 같은 무기물 나노소재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나노소재를 구현할 경우, MRI 이미징이나 형광이미징에 의한 질병진단과 광열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소재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관련 연구결과는 7월 9일 첨단 재료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지'에 소개됐다.


▲ 전도성 고분자에 대한 근적외선 조사에 의한 암세포 사멸 효과. 전도성 고분자 나노입자를 자궁경부암세포(헬라세포) 배양액에 혼합해 세포 내부로 내입된 나노입자에 600nm 파장의 레이저를 조사, 형광을 방출하도록 한 것으로 살아있는 세포에 대한 형광이미징이 가능함을 나타낸다.(왼쪽) 나노입자가 내입된 헬라세포에 808nm 파장의 레이저를 조사하면 나노입자로부터 방출된 열이 세포를 사멸시키는 것을 트립판 블루(Trypan Blue) 시약을 이용해 광학현미경 이미지로 나타냈다.(오른쪽) <사진=박주현 중앙대 교수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