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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news

신의 입자 '힉스'에 전세계 과학계 관심 집중(7.5)

새로운 물질 발견에 표준모형 완성 기대…올해 12월 결론 날 듯

 

"서울의 명동거리는 항상 사람들로 북적댄다. 그러나 대체로 보면 사람들이 북적대는 정도는 어느 위치, 어느 방향으로나 균일하다. 즉 명동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분포에는 일종의 대칭성이 있다. 그래서 우리가 그 사이를 지나가더라도 (사람이 너무 많지만 않다면) 큰 저항을 느끼지 않고 원하는 길을 갈 수 있다. 

그런데 그 사람들 중에 초특급 연예인이 보통사람처럼 정체를 숨기고 있다가 갑자기 커밍아웃을 한다고 해 보자. 주변에 숨겨둔 카메라도 튀어나오고 그렇게 되면 순식간에 명동거리는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이 순간 명동거리의 대칭성은 완전히 깨진다. 그 연예인을 중심으로 엄청난 인파가 모여들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는 그 연예인이 있는 방향으로 움직일 때 큰 저항을 느끼게 된다. 대칭성이 깨지면서 뭔가 균일하던 분포에 큰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힉스 입자가 하는 일이 바로 이와 같다. 우리가 느끼는 저항의 정도가 소립자들이 얻게 되는 질량이라고 볼 수 있다." 

'신의 입자를 찾아서'의 저자 이종필 박사는 힉스 입자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힉스 입자로 인해 우주를 생성하는 기본 입자들이 질량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힉스 입자의 존재가 입증됨으로써 우주의 생성 원리가 설명될 수 있다는 말이다. 

 

4일 신의 입자인 힉스 입자가 마침내 발견됐다는 실험 결과가 발표되자, 전 세계 과학자들은 기대감에 부풀어올랐다. 지난 48년 동안 매달렸던 연구의 종착점이 가시화되면서, 아직까지 성립되지 못한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 이론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과학기술계 전반을 흥분으로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학기술계에서 힉스의 존재가 밝혀진다는 것은 표준모형의 완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는 신의 영역인 우주창조의 비밀을 푸는데 성큼 다가섰음을 의미한다. 즉, 물질의 기본 입자를 분류해 이들의 상호 작용을 밝히는 표준 이론을 통해 우주의 생성, 존재, 소멸의 이유를 물리학으로 완전하게 설명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우주의 역사는 137억 년 전 빅뱅에서 출발했다고 알려져 있다. 아니 그렇다고 믿고 있는 게 지금까지 발전돼 온 학문의 한계였다. 빅뱅 직후 뜨거워진 우주는 온도가 식어가면서 물질의 구성 요소가 되는 입자들을 만들어냈다. 에너지가 물질로 전환된 것이다.
표준모형이론에 따르면 빅뱅 이후 우주의 물질을 만드는 기본 입자가 생성됐다. 힉스는 다른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다른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고 순식간에 사라지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만 존재했었다. 자연 상태에서 입자를 발견하기가 매우 힘들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소멸된 입자를 확인하려면 빅뱅을 재현할 수 있는 실험 장치를 만들어 입자를 인위적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 실험 장치가 CERN이 힉스 추정 입자를 발견하는 데 사용한 거대강입자가속기다. 

지난 2008년 9월10일 공식 가동에 들어간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의 대형강입자충돌기(Large Hadron Collider, LHC)는 미시세계를 탐구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의 결정판이다. 강입자(hadron)란 강한 핵력으로 뭉쳐진 입자들을 일컫는다. 

LHC는 말하자면 갈릴레이의 망원경 이래로 인간이 자연의 근본원리를 탐색하기 위해 건설한 사상 최대의 과학 설비이다. 원자 이하의 세계를 관찰하는 일종의 현미경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미시세계를 탐험하는 이 현미경은 그 둘레가 무려 27km에 이른다.

과학자들이 LHC에 큰 기대를 가진 이유는 이 기계가 전대미문의 에너지로 양성자를 충돌시키기 때문이다. LHC는 서로 반대방향으로 가속하는 양성자가 각각 자기 질량의 7000배나 되는 에너지로 충돌하기 때문에 전체 충돌에너지는 양성자 질량의 1만 4000 배에 이른다. 이 정도의 에너지면 양성자를 깨뜨림은 물론 그 안의 소립자들에게 양성자 질량의 1000 배가 넘는 에너지를 안길 수 있다. 

 

LHC를 통해 새로 발견된 입자의 질량은 125-126 GeV(기가전자볼트) 사이다. 지난해 12월 발표됐던 영역과 일치한다. 모든 면에서 힉스 입자와 일치하는 이 입자의 존재확률은 99.99994%(5시그마) 수준이다. 확률이 5시그마 이상이어야 과학적 발견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러나 이 입자가 힉스 입자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검증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올해 12월이면 현재보다 약 3배 가량의 데이터가 쌓일 것이라 예상했으며, 그 정보를 기반으로 힉스 입자의 유무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 예측했다. 만약 힉스 입자가 발견되지 못하면 표준모형의 수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힉스 입자와 한국을 대표하는 입자물리학자 고 이휘소 박사의 특별 인연이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다. 1967년 힉스 박사와 미지의 입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이 박사가 1972년 미국에서 열린 학회에서 '힉스 입자에 미치는 강력의 영향'이라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었기 때문이다. 이 박사의 논문으로 미지의 입자가 '힉스'라 칭해졌고, 이후 이름이 굳혀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덕넷 임은희 기자> redant645@HelloDD.com      트위터 : @redant6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