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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cle KIST

심인보 교수 “'KIST 학·연프로그램' 통해 연구·사람 배웠죠”

 

 

 

KIST 졸업 후에도 늘 궁금…인적 네트워크 활용 다양한 프로그램 기대
하루 평균 50여명의 학생과 대화 "권위보다 ‘형‘ 같은 교수 되고 싶어"

 

 

메스플라스크와 시험관 등을 갖고 더치커피를 내리는 교수, 하루에 50여명의 학생들을 직접 맞이하는 교수, 남들은 교수방 벽면을 책들로 채우는데 실험도구를 가져다 놓는 교수. 심상치 않다. 평범한 교수와는 차별을 둔방에서 얼핏 '괴짜교수'가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든다.

 

떨리는 마음으로 교수방 주인공 심인보 국민대 나노전자물리학과 교수와 대면했다. 곱슬한 머리, 동그란 안경을 쓴 그는 의외로 평범했다. '제가 만든 스페셜 커피 한잔 드시겠어요'라고 건네는 말투에서 상냥함과 따뜻함이 묻어났다.

 

특이하게 교수방을 꾸민 이유를 묻자 학생들을 위해서란다. 학생들이 편하게 드나들며 교내외생활을 공유하고, 불만도 토로하는 등 좀 더 가까워지고 싶은 그의 마음이 교수방을 색다르게 변화시킨 것이다.

 

평범하지 않을 것 같지만 마음이 따뜻한 사람. 누구보다 학생들을 사랑하고, 사람을 진심으로 대할 줄 아는 '괴짜'가 아닌 '진짜' 교수, 'KIST ·연 협동연구 석·박사과정' 멤버인 그를 만나봤다 

 

11살, 두 살 많은 누나 손 붙잡고 단 둘이 서울상경하다

 

충청북도 괴산군에서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학구열이 높았던 부모님의 권유로 초등학교 4학년 때 2살 위 누나와 단 둘이 첫 서울생활을 시작했다. 부모 품에서 사랑 받으며 뛰어놀 나이에 서울 상경이 녹록치 않았지 않았지만 그 때의 경험이 지금은 큰 자산이다.

 

그가 과학기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 한 것은 서울기계공고에 입학하면서 부터다. 당시 서울기계공고는 정밀가공 기술인력을 중점적으로 육성했기 때문에 졸업과 동시에 취업이 거의 보장돼 있어 밥 굶고 살 일은 없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수업을 들을수록 기계공학 원리가 궁금했던 그는 취업보다 학업을 선택했다. 국민대 물리과에 진학했고, 졸업 후 KIST 학연프로그램을 통해 박사과정을 밟았다.

 

 

Q. 부모님 학구열이 대단하시다. 교육계열에 종사하셨나.

 

A. 아들, 딸이 다 대학을 가길 원하셨고, 그 덕에 7남매 모두 대학을 졸업했다. 교육계열에 종사하지 않으셨지만 내가 배우지 못한 것 자식들에게 다 배우게 해주시겠다는 마음이 크셨던 것 같다.


Q. KIST 학연프로그램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A. 국민대에는 당시 박사과정이 없었다. 석사를 마치고 군대에 가있는 동안 박사과정을 밟아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전역 후 KIST 오영제 박사팀을 알게 돼 93년부터 95년까지 KIST 위촉연구원으로 지냈다. 그러던 도중 KIST 학연 프로그램을 알게 됐고, 연세대 세라믹 공학과에 입학해 학연과정을 밟았다.

 

Q. 학연 프로그램에서 어떤 연구를 했는가?

 

A. 졸겔법을 이용한 초거대자기저항 물질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전기가 흐르면 저항이 존재하게 되는데 외부에서 자기장을 인가해주면 저항의 크기가 자기장의 인가 여부에 따라 변화하는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를 초거대 자기저항 현상이라 하며, 당시 관련 연구를 하는 그룹은 세계적으로도 몇 안됐었다.

 

Q. 학연 프로그램 선후배들과 연락하고 지내나.

 

A. 일주일 중 2일은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4일은 KIST 에서 연구를 했었다. 당시 만난 선후배들과는 아직까지도 연락하며 지낸다. 현재 그들은 홍익대, 원광대, 사업가, 연구소, 대기업 연구소, 외국 연구원 생활 등 다양한 분야에 소속돼 있다. 때문에 서로의 인적물적 시스템을 활용하여 공동연구도 진행하고, 세미나도 함께 기획한다. 3~5년 전에는 홍익대, 원광대 후배 교수와 염료감응형 태양전지에 사용되는 염료 개발 및 임프란트용 나노재료 합성에 대한 공동연구를 수행했다. 이러한 공동연구의 결과는 우수한 과학 저널에 논문을 출판하기도 했다.

 

 

교수방의 실험기기? "아이디어 즉시 실행 가능하니까"

 

 

"제가 직접 만든 더치커피 기계입니다. 하루 종일 내리고 숙성시키죠. 이 기계를 만들게 된 이유는 학생들이 교수연구실에 찾아와 교내·교외이야기를 공유하고, 또 불만이나 고민 상담을 하고 싶을 때 편하게 올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는 지난해 교수신문에서 대학생들이 입학시부터 졸업할 때까지 4~6년여 동안 개인적으로 교수 연구실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30%도 안 된다는 기사를 읽고 깜짝 놀랐다. 교수와 학생들의 단절이 이렇게 심할 줄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왜 교수와 거리를 두게 됐을까. 모교에서 교수생활을 하는 한 교수로써, 후배들을 아끼는 한사람으로써 가슴 아팠던 그는 학생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 그가 손수 만든 더치커피 기계도 그 일환으로 제작됐다.

 

Q. 커피를 내리는 기계, 그리고 실험기기가 교수방에 있는 것이 매우 특이하다.

 

A. 이 실험기기들은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즉석에서 실험할 수 있게 갖춰놓은 것이고, 옆에 있는 건 직접 만든 더치 커피기계다. 학생들이 개인적인 고민이나 상담 등을 할 때 편하게 올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제작하게 됐다. 아이들이 오면 스페셜커피를 대접한다. 지금은 졸업해서 없지만 대학원생 6명과 얼마 전까지 교수방을 같이 썼다. 9평 남짓으로 혼자 쓰기보다는 아이들과 함께 쓰는 것이 더 보람되게 느껴진다.

 

Q. 현재 국민대에서는 어떤 연구를 진행 중인가.

 

A. 물리만 전공한 교수들은 재료와 관련된 샘플을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 분들을 돕기 위해 나노 관련 분말, 박막 등 샘플제작 일을 많이 한다. 최근엔 나노가 포함되는 연구 분야가 다양해진 만큼 거의 전 분야에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학연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것 얻어가길”

 

 

KIST를 떠나온 지 10년이 넘었지만 그는 늘 KIST가 궁금하고 그립다. 심 교수는 앞으로 KIST가 학연 프로그램 뿐 아니라 그동안 구축해온 인적네트워크를 활용해 다양한 활동을 해 주길 바란다.

 

Q. KIST 학연 동문회에 바라는 점은.

 

A. KIST 학연 동문 메일을 작년에 처음 받았다. 국민대 옆에 KIST가 있으니 늘 궁금하고 그립다. 나 뿐 아니라 많은 동문들이 KIST를 궁금해 한다. KIST에서 홈커밍데이를 하고 있지만 연구원 자체에서 동문들과 함께하는 개방연구를 추진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동안 KIST가 구축한 네트워크가 탄탄한 만큼 인력을 활용해 공동연구를 추진한다면 다양한 연구 성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향집 같은 KIST가 타지에 나간 자식들 돌보듯이 많이 감싸주었으면 하는 기대를 갖기도 한다.

 

Q. 현재 학연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A. KIST에서 다방면으로 쌓아온 인적네트워크가 현재 연구생활에서도 크게 도움 된다. 학연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는 선후배, 그리고 연구원들과 인적관계를 쌓는 것도 큰 선물이 아닐까 싶다. 연구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인간관계도 돈독히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