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클리닉 칼럼에 마지막으로 글을 올린 이후 시간이 꽤 지났습니다.
독자들의 기억 속에서 파인만 알고리즘이 사라지기 전에 설명을 마무리 하려고 합니다.

다시 써 보면 파인만 알고리즘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문제를 쓴다. 2. 열심히 생각한다. 3. 답을 쓴다.

 

이 글의 주제는 파인만 알고리즘의 마지막 단계인 ‘답을 쓴다(Write down the solution)’입니다.

연구자들이 연구를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히 ‘답’, 특히 ‘좋은 답’을 찾기 위한 것이겠지요.

파인만 알고리즘 단계  3. 답을 쓴다]
지난 번 글 6.에 소제목 [문제인가, 질문인가?]를 읽어 보면 ‘문제와 질문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라고 썼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문제’인가 질문인가 유형에 따라 ‘답’의 유형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답’을 잘 쓰기 위해서는 물론 어떤 답을 요구하는지 ‘문제’가 명확해야 합니다. 연구, 특히 기술개발 연구는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한 것입니다. 좋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문제의 원인이 되는 자연현상을 이해해야 하고, 이해를 위한 ‘질문’과 그 ‘답’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설명에서 벌써 두 종류의 '답'의 유형, 즉


 ‘문제(problem)’는 ‘해결책(solution)’, ‘질문(question)’은 답(answer)’


이 나오는 군요. 그러면 우리가 파인만 알고리즘에서 ‘써야 하는’ ‘답’은 이 중에서 답(answer)일까요, 아니면 해결책(solution)일까요? 어떤 유형일까요?


[과학과 기술, 그리고 공학 연구]
KIST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Korea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의 머리글자입니다. KIST라는 이름에  과학, 기술 및 연구라는 단어가 들어있다는 것은 KIST에서는 과학과 기술, 두 분야의 연구를 모두 한다는 의미라고 하겠습니다. 과학과 기술은 연구의 대상이 다릅니다. 따라서 연구의 목적과 목표가 다른 것은 당연합니다. 아니 달라야만 합니다.
과학 연구는 자연현상에 대한 이해를 위한 것입니다. 그 반면에, 기술 연구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 (solution)을 만들어 내는 연구입니다. 즉 개발(development)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또 다른 연구 형태인 제품 개발이나 공학(engineering, 엔지니어링) 연구는 어떤 답만들어 내기 위한 연구일까요?


‘답을 잘 쓰려면’? 문제 유형부터 잘 구별하자.]
연구의 마지막 단계에서 ‘답을 잘 쓰려면’ 처음부터 ‘문제를 잘 써야’ 합니다. 즉, 연구자가 문제를 잘 정의해야 하는 거지요. 그런데 우선은 과학, 기술, 공학 중 어떤 유형의 문제인지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 유형에 따라 ‘답’의 유형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과학’ 유형의 문제는 ‘자연현상 이해’가 답이지만, 기술 유형 문제의 답은 ‘해결책’의 형태가 됩니다.


[실제 연구의 예 - 실내오염물질 처리 나노촉매 연구]
그럼 이제 실제 연구 문제를 예시로, ‘문제’와 이에 대한 ‘답’을 써 보는 연습을 한번 해 보기로 할까요? 다음은 필자가 하고 있는 환경촉매 연구의 주요 내용입니다.


1. 망간산화물 촉매 표면에서 가스상 유기화합물이 분해되는 현상 연구
2. 상온에서 실내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촉매소재 개발
3. 흡연부스 내 담배연기를 처리하는 청정화장치의 설계, 제작 및 시험


내용을 보면 유형 1은 자연현상을 다루는 과학 연구, 유형 2는 기술개발, 유형 3은 제품 개발이라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지요? 과학 연구인 1에서는 질문이 ‘촉매 표면에서 어떤 자연현상이 일어나는지’, ‘그 산화반응 현상의 메커니즘은 무엇인가’가 됩니다. 그러면 '촉매 표면의 산화반응 메커니즘'이라는 형태가 답이 될 것입니다.


기술개발 연구인 2에서는 연구‘문제’를 정의해야 하는데, '상온에서 실내오염물질, 예를 들면 포름알데히드를 90% 이상 제거하는 촉매소재를 개발할 수 있을까?'이라고 ‘문제’를 한번 써 봅니다. 그럼 이 문제의 답, 즉  '해결책'으로 필자는 나노촉매소재를 제시하였고, 그 기술의 핵심인 촉매 주요 성분인 망간산화물 성분의 함유율과 촉매 제조방법을 제시합니다.


그럼 3의 제품 개발 연구는 어떤가요? 필자가 생각한 답은 ‘상온산화 촉매소재를 적용하여 설계한 청정화장치’입니다.


[연구를 진행하는 순서는 과학, 기술 그리고 엔지니어링?]
필자는 이 환경촉매소재 기술을 기반으로 작년 2017년 12월 소재생산 스타트업인 ㈜루프트케어를 창업했습니다. 지난 7~8년 이 기술을 개발하는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실제로 어떤 순서로 연구를 진행해서 결과를 얻었을까요? 필자의 연구팀에서는 기상에서 합성한 이산화티타늄 입자를 기반으로 망간산화물 촉매를 합성하고, 촉매 표면에서 가스상 유기화합물이 분해되는 현상을 연구하는 것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과학 연구지요. 그 연구결과가 좋아서 상온에서 실내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촉매소재를 개발하는 과제를 제안하고, 그 결과 담배연기를 처리하는 청정화장치를 개발하는 연구를 한 것입니다. 기초과학, 원천기술, 제품화 기술연구의 순서로 단계적으로 연구가 진행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입니다. TRL(Technology readiness Level, 기술성숙도)이라는 용어로 대표되는 일방향 기술개발 모델입니다. 기초과학 연구를 통해 자연현상을 이해하고, 그 현상을 이용한 기술을 개발한 후, 제품 또는 서비스를 상용화한다 라고 하는 모델입니다. 이 시각에서 보면 결과적으로 필자의 연구도 일방향 개발모델이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보이기 때문에 모두 쉽게 이해하시도록 필자가 그렇게 설명할 뿐입니다. (TRL 설명은 다음 기회에.. ) 이상적인 모델이지만 일방향 기술개발은 실제 흔하지는 않습니다. 단계 2의 기술 개발을 우선 착수하고 기술에 작용하는 자연현상은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단계 3의 제품에 적용하는 것, 그런 일이 오히려 더 자주 있는 일입니다. 실제 과학기술 역사에서도 기술개발과 과학연구가 서로 연계해서 좋은 결과를 내게 된 것은 오래된 일은 아닙니다.


필자는, 대기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 환원기술을 연구하던 대형과제 수행 중에 우수한 특성을 가지는 소재를 개발하였습니다. 이 소재를 새로운 분야인 유기화합물 분해에 적용할 가능성을 발견하고 과제를 제안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과제에서) 기존 기술에서는 거의 달성하기 어려운 유기화합물 분해 성능을 확인한 후, 이 소재를 적용한 신기술 개발(유형 2의 기술개발 연구)에 성공한 것입니다. 기술개발 후에는 다시 실내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촉매 표면에서의 반응 메커니즘을 연구(유형 1의 과학 연구)하여, 촉매입자의 구조와 성분비율, 촉매의 합성제조방법, 촉매 코팅필터 제조방법, 소재 대량생산기술 등을 개발(유형 2)하였습니다. 마지막 단계인 상용화 연구로 기술이전 계약에 따라 기업들이 요구하는 성능 스펙을 만족시키기 위한 제품화 설계 연구(유형 3)를 하고 있습니다. 실제 연구에서는 기술적 해결책이 필요한 문제를 풀기 위해 필요한 과학연구 질문을 쓰고, 답을 찾아내는 과학 연구를 합니다. 그렇게 찾아낸, 자연현상 메커니즘을 적용해서 기술을 개발합니다. 그 기술의 문제점을 다시 찾아내서, 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을 찾는 과정, 그렇게 기술개발 연구의 진행은 끝이 없는 것입니다.


[기술 개발은 ‘문제’의 ‘답’인 ‘해결책’을 찾기 위한 연구]
기술 개발의 목적은 문제의 해결책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원하는 성능을 내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지요. 그럼 어느 정도 성능 수준을 기대하고 기술을 개발해야 할까요? 기존 기술에 비해 20% 우수하면 될까요? 아니면 50% 이상은 되어야 계속 연구를 할 가치가 충분할까요? 시장에서 기존 기술과의 경쟁을 이기려면 핵심성능이 최소 10배 이상 뛰어난 획기적인 기술이라야 된다고 필자의 수업에서는 이야기 합니다. 우선 제품이 생산되어 시장에 나갈 최소 몇 년을 생각해야 합니다.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기존 제품과 기술, 기업들을 추월하려면 시장을 놀라게 할 창의적 기술이어야 합니다.


[과학 연구는 왜 중요한가 – 연구질문의 답을 찾는 연구]
자연현상을 인간의 유익을 위하여 이용하는 것이 기술(technology)입니다. 그러므로, 기술 개발에는 자연현상 이해가 기본입니다. 10배 이상 뛰어난 특성을 가지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해 봅시다. 이 정도로 기술이 우수하다는 것은 그 기술이 우수한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 근본적인 진짜 현상을 잘 이용하기 위해서 메커니즘을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과학’ 연구를 해야 합니다. 즉 가능한 한 자연현상을 명확하게 이해해야만 획기적인 기술이 됩니다. 자연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과학' 연구의 ‘질문'을 잘 쓰고(define)’ 그 답을 ‘과학적’ 으로 찾아내는 연구를 해야 합니다. 즉,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규명할 수 있는 과학 질문(scientific question)과 답을 잘 찾아내면 기술의 특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좋은 과학 연구의 주제는 실제 문제로부터만 나옵니다.]
필자의 수업에는 화학, 기상, 환경과학 등의 과학 분야의 학생들이 있습니다. 기초과학 또는 순수과학(pure science) 연구를 하기도 하지만, 기술에 적용하는 과학, 즉 응용과학(applied science)을 하는 학생들에게는, 과학 연구에 있어서도 실제 '문제'를 풀기 위한 ‘질문’을 연구해야만 한다
라고 강조합니다. 즉 문제의 답인 해결책 제시에 꼭 필요한 질문이 연구를 할 만한 가치와 의미를 내포한다라는 말인데.. 문제를 풀기 위해서 연구를 한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요. 하지만, 필자가 이 말을 하는 의도는 본인들이 하고 있는 연구가 실제로 ‘심각해서, 풀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를 풀고 있는 연구일까에 대해 의문을 가져보라는 것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연구의 주제가 정말로 의미 있는 질문인가,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가를 스스로 한 번 더 생각해 보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연구 논문들의 연구의 배경을 설명하는 서론을 읽어 보면, 인류에게 닥친 에너지 문제,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고발하고, 그래서 이 연구를 한 거라고 주장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는 실제 문제 해결과는 별 관련이 없는 동떨어진 결과와 결론을 낸다는 게 실망스럽습니다. 심지어 풀기 어려운 실제 문제를 변형하기도 하고, 없는 문제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연구도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실제 난제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채 남아있는데, 젊은 연구자들이 아까운 시간과 재능을 이렇게 의미 없는 문제를 푸는데 낭비하는 것이 생각할수록 아쉽습니다.


[요약입니다]
1. 파인만 알고리즘 ① 문제를 쓴다. ② 열심히 생각한다. ③ 답을 쓴다.
2. ‘문제’인가 질문인가에 따라 ‘답’의 유형이 달라진다.
3. 기술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 (solution)이다.
4. 핵심성능이 최소 10배 이상인 기술이라야 가치가 있다.
5. 우수한 기술 탄생의 핵심인 ‘과학’ 연구를 해야만 한다.
6. 과학 연구도 연구 '문제'를 풀 수 있는 질문을 연구해야만 한다.


[덧붙이는 글 - 과학(science) 연구와 과학적(scientific) 연구]
과학 연구(science research)와 과학적 연구(scientific research)는 같은 개념일까요? 이 둘을 구별하지 않고 혼동해서 쓰는 것이 흔한 것 같습니다. 필자도 초기 강의에서는 이 둘을 특별히 구별하지 않았습니다만, 이 둘은 구별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과학’ 연구는 연구의 대상이 자연현상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춘 용어입니다. ‘과학’을 연구하는 것, 즉 자연현상을 이해하는 연구라는 개념입니다. 이에 반하여, ‘과학적’ 연구는 연구를 ‘과학적’ 방법으로 한다는 것, 즉 연구 방법에 초점을 맞춘 용어라고 하겠습니다. 즉, 현상을 관찰하고 검증하는 과학적인 방법(Scientific Method), 즉 논리를 바탕으로 관찰, 이론, 실험, 재현을 바탕으로 현상을 설명하는 방법을 ‘과학적’ 연구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그럼 ‘비과학적’ 연구도 있을까요? ‘과학적 연구’ 방법론이 정립되기 이전, ‘연금술’과 같은 연구들을 보면 부정확하고 선별적인 관찰, 성급한 일반화, 신비화 등 지금의 기준으로는 ‘비과학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연구를 했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예를 들면 ‘사회과학(social science)’이라는 용어는 ‘사회 현상’을 연구 대상으로 과학적 방법론을 사용한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자연과학의 연구의 방법인 관찰, 이론, 실험, 재현 등으로 구성되는 과학적 방법론을 사용해서 연구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사회과학’은 ‘사회 현상의 과학적 연구(scientific research of social phenomena)’라고 하면 표현이 좀 더 명확해지지 않을까요?

 

 

 

 

 

 

 

 

[정종수 기자의 [Dr.Jung's R&D Clinic] 다른 글들]
2017.11.14 6. 파인만 알고리즘(2)
2017.09.11 5. 파인만 알고리즘

2017.07.27 4. 실제 연구과정을 한번 따라가 봅니다
2017.07.10 3. 에디슨처럼 연구한다’는 말은 칭찬?
2017.06.09 2. 칼럼 제목이 Dr.정's R&D 클리닉?
2017.05.25 1. 연구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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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남윤 2018.02.23 16:1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2. 정현덕 2018.02.26 08: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읽었습니다.

  3. Nahm 2018.03.27 14: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연현상을 이해해야만 획기적인 기술이 나온다는 말씀... 실제 문제를 풀기 위한 질문을 연구... 새겨듣겠습니다. 박사님 글은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어 의미가 남다릅니다!기사 잘 읽었습니다. ^^

 

지난 칼럼에서 필자가 파인만 알고리즘을 설명하면서 단계 1 ‘문제를 쓴다’를 제치고 단계 2 ‘열심히 생각한다.’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했습니다. 이제는 미루어둔 단계 1 ‘문제를 쓴다’, 즉 연구주제 선정을 다룰 차례입니다.

 

[ 파인만 알고리즘 단계 : 1. 문제를 쓴다 ]

 

파인만 알고리즘을 다시 써 봅니다.
1. 문제를 쓴다. 2. 열심히 생각한다. 3. 답을 쓴다.
1. Write down the problem. 2. Think real hard. 3. Write down the solution.

그럼 단계 1 ‘문제를 쓴다’에서, ‘문제를 쓴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이것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겠습니다.  독자들이 연구를 처음으로 하기 시작할 때, 직접 ‘문제를 쓴’ 기억이 있으신지요? 필자가 연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선배의 연구주제를 이어받아서 연구를 시작했으니까 직접 ‘문제를 쓴’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럼 그 선배가 ‘문제를 쓴’ 걸까요? 그 연구를 왜 하는지, 왜 중요한지에 대해 그 선배가 설명하기는 했지만, 선배도 그 주제에 대해 잘 아는 상태는 아니었던 기억으로 보면 ‘문제를 쓴’ 건 아마도 지도교수님이라고 추측됩니다. 초보 연구자로서는 연구 분야나 주제에 대해 아예 감도 없고, 도대체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를 알기 어렵지요. 그래서 석사는 물론, 박사과정까지도, 지도교수가 논문 주제를 던져주는(?)거겠지요. 하지만 주어진 문제에 대해 연구를 해서 결과가 좀 나오고, 초보 단계를 벗어나면,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싶어지게 됩니다. 박사과정이라면 그래도, 내 주제를, 내 문제를 풀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욕심이 생길 겁니다. 하지만 연구에 대해 조금 감을 잡은 2-3년차라도, 문제를 정확히 ‘쓰는’ 이 1단계를 잘 하는 건 여전히 많이 어렵습니다. ‘문제를 쓴다’는 것은 ‘어떤 문제’를 풀 것인지를 제시하는 것입니다. 즉,해결해야 할, 풀어야 할 문제를 잘 정의한다는 말입니다.

 
[ 어떤 연구를 하느냐 하는 ‘문제’는 연구의 시작입니다. ]

 

필자를 포함해서 연구자들은 대부분 연구 프로젝트를 따고(?) 연구비를 받아서 연구를 합니다. 그런데 연구 프로젝트 선정과정에서는 제출된 제안서 또는 계획서를 심사합니다. 어떤 문제를 어떤 방법으로 푼다는 계획을 계획서에 제시하고 그 연구의 필요성을 인정받아야만 하지요. 그러니, 어떤 연구를 하느냐 하는 ‘문제’는 연구를 시작하기 위한 중요한 전제입니다. 현실적 측면에서는 ‘열심히 생각한다’에 비해서도 오히려 훨씬 더 중요합니다. :) 그러니까 연구자는 본인의 연구분야에서 정말로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 찾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중요한 문제는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문제에 정확한 답을 찾기 위해서 헛수고를 하고 있다(finding precise answers to the wrong questions)”라는 말이 있습니다. 연구자들이 헛수고를 하는 것은 ‘문제를 쓰는’ 데 실수를 범하기 때문이지요. 잘못 파악해서 문제를 '만들어 내는' 상황이 되면 '실제로 발생하는' 문제와는 전혀 다른 문제가 되기 때문에 ‘문제를 쓰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무엇이 ‘정말’ '문제'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


문제를 잘 쓰기 위해서 어떤 것이 문제인가를 생각해 봅시다. 막막하지요? 그럼 필자가 연구하는 '바이오가스 정제법'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우선 질문을 하겠습니다. '바이오가스 정제법'은 파인만 알고리즘 1단계에서 이야기하는 '문제'라고 하면 맞을까요? 아닌 것 같지요? ‘바이오가스 정제법’은 '연구 분야'이지, 풀어야 하는 '문제'는 아닙니다. 연구 분야라고 부르기에도 사실 범위가 너무 넓은 것 같네요. 그럼 범위를 조금 좁혀 볼까요? '바이오가스 중 실록산의 정제방법'은 어떤가요? 이건 '특허 제목' 정도? 하지만 연구 ‘문제’는 아직 아닙니다. 필자의 7월 27일자 칼럼 4. 실제 연구과정을 한번 따라가 봅니다에 '바이오가스 정제법'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문제들을 정리했습니다.


문제 1. 지구온난화를 해결하려면 화석연료 대체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문제 2. 우리나라에 적합한 경제성 있는 신재생에너지 대안이 없다.
문제 3. 가스터빈 발전도 화석연료를 사용한다는 문제가 있다.
문제 4. 바이오가스는 발열량이 낮고 불순물 문제도 있다.
문제 5. 실록산 제거 흡착제의 경제성이 나쁘다.
문제 6. 흡착재생용 실리카 겔 흡착제는 재생온도가 너무 높다.


연구문제 1. 폐열로 재생이 가능한 흡착제를 개발해야 한다.
연구문제 2. 흡착제의 흡착가능온도는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연구질문 1. 흡착제의 흡착가능온도는 어떤 현상에 의해 결정되는가?
연구질문 2. RPA의 실록산 흡착-탈착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여기서 필자는 문제 1~6, 연구문제 1,2, 연구질문 1, 2라고 썼습니다. 이것들은 언뜻 보면 모두 ‘문제’의 형식인데 굳이 구별해서 쓴 이유는 무얼까요? 단계 1에서 말하는 '문제'는 이 중에서 어떤 것일까요?


[ 문제인가, 질문인가? ]

 

연구에서는 문제와 질문을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여기서 복잡하게 문제, 연구문제, 연구질문 이라는 용어를 쓴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를 설명해 보겠습니다. 파인만 알고리즘의 문제→생각한다→답(Problem→Think→Solution)에서 단계 1에서 다루는 것이 ‘문제’일까요? 학교에서는 기말고사 등 시험을 많이 치는데, 시험 ‘문제’는 ‘문제’, 즉 영어로 problem일까요? 시험에서는 ‘문제’를 잘 풀어서 답(answer)을 씁니다. 맞지요? 그렇다면 시험 '문제'의 번역으로는 answer의 짝인 question(질문)이 더 맞겠네요. 이에 반해서 문제(problem)의 짝은 해법, 해결책이라고 번역하는 solution이 맞구요. 현실에서는 이 둘을 혼동해서 쓰는 경우가 많으니 엄밀하게 나누는건 어렵습니다. 또 용어가 맞느냐 틀리느냐 하는 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자는 문제와 질문을 구분하고 명확히 정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설명한대로 해결책이 필요한 것이 문제이고, 답이 필요한 것은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필자의 ‘연구수행전략’ 수업에서는 약간 인위적이기는 하지만, 문제와 질문을 확실하게 나눕니다. 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을 연구개발의 목적으로 설정하는 반면에, ‘해결책’을 위해 필요한 ‘답’을 얻기 위한 ‘질문’을 잘 써서, ‘답’을 찾는 것을 연구 목표로 정하도록 합니다.


[ 연구를 위한 문제와 질문의 예시 ]

 

말로 설명하는 걸로는 이해가 쉽지 않지요? 앞에서 적은 문제와 질문을 예시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지구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서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에너지원으로, 경제성 있는 신재생에너지인 바이오가스가 제시됩니다. 그런데 바이오가스가 현실적인 ‘해결책’이 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바이오가스의 낮은 발열량과, 함유되어 있는 실록산 문제입니다.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흡착재생용 실록산 흡착제, 즉 낮은 온도의 폐열로 재생이 가능한 경제적인 흡착제를  개발해야 합니다. ‘낮은 온도의 폐열로 재생-탈착이 가능한 경제적인 실록산 흡착제’라는 필자의 ‘연구 문제’가 그래서 나온 것입니다. 여기까지 도달하는 데 많은 ‘문제-해결책’ 단계를 거치지만, 아직 실제 연구에 도달한 건 아닙니다. 필자는 ‘연구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질문’을 다음과 같이 설정하고 그 ‘답’을 찾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연구질문 1. 흡착제의 흡착가능온도를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연구질문 2. 흡착제의 흡착가능온도는 어떤 현상으로 결정되는가?
연구질문 3. RPA 표면에서 실록산 흡착-탈착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좋은 문제, 좋은 질문 ]


필자의 수업에서는 문제 1~6을 practical problems 즉 실제 문제라는 표현을 씁니다. 실제 문제로부터 출발해야 진짜 해결해야 하는 좋은 연구 문제가 나옵니다. 그리고 ‘실제 문제’는 실제로 문제라야 합니다. 연구자들은 본인들이 하고 있는 연구 문제가 진짜 중요한 ‘문제’라고 모두 주장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문제는 문제가 아닌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 연구를 하기 때문에 그냥 그것이 문제라고 주장하는 것이지, 실제로는 ‘꼭 해결해야만 하는’ 심각한 문제도, ‘세상을 바꿀만한’ 해결책이 필요한 것도 아닌거지요. 그런 문제를 연구하겠다는 계획서를 냈는데 그 프로젝트를 선정해서 연구비를 주면 프로젝트 지원기관의 입장에서 큰 실수겠지요. 하지만 더 심각한 건 연구자들이 실제 문제가 아닌 문제를 문제라고 착각하고 연구를 하는 겁니다. 시간을 많이 들이고 열정을 가지고 연구를 했는데, 그것이 ‘잘못된 문제’에 대해 ‘정확한 답’을 찾는 연구라면 헛수고지요. 실제 문제가 아니라도 연구를 하면 논문을 쓸 정도는 됩니다. 하지만 이건 실제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논문을 한 편 쓴 것이고, 당연히 좋은 논문도 아닐 겁니다. 논문이 좋은 논문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좋은 문제를 쓰는게 꼭 필요합니다.


문제의 유형: 발생형과 설정형 ]


필자가 제시한 문제를 다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지구온난화 문제, 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해 화석연료 대체에너지원을 개발하는 문제, 우리나라에는 경제적인 신재생에너지의 생산조건이 좋지 않다는 문제, 대안인 가스터빈 발전도 화석연료를 사용한다는 문제, 바이오가스의 낮은 발열량과 불순물 문제, 실록산 제거의 경제성 문제, 실리카 겔 흡착제의 재생온도가 높다는 문제, 엔진 폐열로 재생하는 흡착제를 개발하는 문제. 이 중에는 모두들 ‘아 그건 정말 문제다’라고 공감할 문제와 ‘그것도 문제인가? 이해가 안 되는데..’라는 생각을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즉, 문제의 유형에는 ‘발생형’ 문제와  ‘설정형’ 문제가 있습니다. 누구라도 문제라고 인정할, 이미 발생한 ‘발생형’ 문제와, 입장에 따라서 문제라고 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설정형’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발생형 문제'가 공통적으로 인정받는 문제라면, '설정형 문제'는 '바람직한 상태'를 설정하고 그 상태에 비교해서 현재 상태가 문제라는 걸 이유를 제시해서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이것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연구자 본인이 지도교수님, 박사님을 설득해야 하면 ‘설정형 문제’입니다. 설정형 문제는 '문제라고 생각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그것이 문제라는 것을 인정받을 수 있게 공감을 끌어 내야하니 이것이 당연히 어렵지요. 또한 설정형 문제의 대상인 ‘바람직한 상태’라는 것이 어떤 상태인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어렵고, 각자 미래의 상황을 어떻게 예상하는가에 따라서 결론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결론: ‘질문’을 잘 쓰자. ]


이제 칼럼의 결론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꼭 해결해야만 하는’ 심각한 문제를 대상으로 삼고, ‘세상을 바꿀만한’ 해결책을 답으로 쓰는 겁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해결책을 만들어 내기 위한 적절한 ‘연구 질문’을 설정하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합니다. 다시 필자의 예를 든다면, 기술개발의 영역인 ‘바이오가스의 재생가능 흡착제’의 개발 연구문제에서 시작되었지만, ‘질문’은 ‘흡착제의 흡착가능온도는 어떤 현상에 의해 결정되는가?’ 또는 ‘흡착소재의 실록산 흡착-탈착은 어떻게 일어나는가?’하는 과학 연구의 영역에서 만들어 지는 것입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실록산의 흡착-탈착 메카니즘을 과학적으로 밝혀낸다면, 원하는 흡착-재생온도와 흡착량을 가지는 실록산 흡착소재를 ‘해결책’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뛰어난 연구자들을 만나보고 느낀 점은 연구만 많이 하는 것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꼭 풀어야 하는 문제를 잘 제시하고 그 문제 해결에 필요한 연구에 집중해서 답을 찾아내고 그 문제와 답을 잘 설명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칼럼을 읽은 독자 여러분들도 연구도 연구 잘 하는 법 공부도 많이 하셔서, 모두 뛰어난 연구자가 꼭 되시길 기대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칼럼까지 안녕히 ~~

 

2017.09.11 [Dr.Jung's R&D Clinic] 5. 파인만 알고리즘

2017.07.27 [Dr.Jung's R&D Clinic] 4. 실제 연구과정을 한번 따라가 봅시다.

2017.07.10 [Dr.Jung's R&D Clinic] 3. 에디슨처럼 연구한다’는 말은 칭찬?
2017.06.09 [Dr.Jung's R&D Clinic] 2. 칼럼 제목이 Dr.정's R&D 클리닉?
2017.05.25 [Dr.Jung's R&D Clinic] 1. 연구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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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슐랭 2017.11.14 13: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엇이 '정말' '문제' 인지는 그냥 지금 제 생활속에서도 중요한거 같습니다.

  2. 이승은 2017.11.14 21: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문제가 있는 문제를 잘 찾아서 유용한 해결책을 제시하는건 좋은 논문의 필수이며 가장 기초적인 단계임을 알았습니다. 문제를 잘 인지하는것어 더 시간을 투자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글 참 감사합니다~

  3. 김영민 2017.11.15 13: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연구를 위한 첫 스텝이 중요하겠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파인만 알고리즘 ]
한 번 더 간단히 정리했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 프로세스를 더 간단하게 쓸 수는 없을까요?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3단계 프로세스는 어떠신가요?
1. 문제를 쓴다. 2. 열심히 생각한다. 3. 답을 쓴다.

영어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Write down the problem. 2. Think real hard. 3. Write down the solution.
문제를 쓰고, 생각하고 답을 쓰는 3단계... 간단해 보이시나요? ^^

 

이 3단계 문제해결 방법은 필자의 창작물은 물론 아닙니다. 파인만 문제해결 알고리즘(The Feynman Problem-Solving Algorithm), 약칭 '파인만 알고리즘'이라고 알려져 있는 것입니다. 노벨상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이름을 들어보셨지요? 그의 이름이 붙어있는 이 '파인만 알고리즘'은 파인만이 근무하던 칼텍의 라이벌 물리학자인 겔만과의 에피소드가 있답니다. 평소 파인만의 직관적 문제해결법을 좋아하지 않았던 꼼꼼한 성격의 겔만이 인터뷰를 하면서 이 말을 했다고 하는군요. 파인만을 까려는(?) 의도였나본데, 오히려 그 덕분에 파인만이 더 유명해 진건가요. 물론 두 분 모두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훌륭한 연구자들입니다. 파인만 알고리즘에서는 지극히 복잡한 연구 과정을 문제-생각-답이란 3단계로 너무 단순화(?)시킨 거 같아서 당황스럽습니다. 하지만 이 알고리즘을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필자가 앞서 제안한 9단계 연구과정과도 맥락이 잘 연결됩니다.


[ 실제 연구와 파인만 알고리즘 ]
그럼 이 3단계 파인만 알고리즘을 실제 연구에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좀 더 설명을 진행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파인만 알고리즘의 첫 번째 단계는 '1. 문제를 쓴다.'입니다. 연구의 처음 단계에서 어떤 연구를 할지를 결정하는 단계입니다. 그런데 연구실에서 연구를 처음 시작할 때 보통은, 어떤 연구를 할지 고민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해야 할 연구 주제는 이미 그 연구실의 프로젝트 또는 현재까지 해온 연구주제와 관련되어 결정되어 있거나, 지도박사님, 교수님이 하라고 주시는 주제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을까요? 필자의 경우도 대학원에 들어가 석사 2년차 올라가면서 바로 윗기 선배의 연구주제를 이어받아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때 그 연구를 왜 하는지, 이 주제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듣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때는 역시 뭐가 뭔지 어리버리 잘 모르는 상태였던 것 같네요. 그저 교수님이 원하는 멋진 결과를 만들어보려고 열심히 방법을 찾아 헤맸던 기억이 ㅠㅠ 교수님이 연구주제를 주시지 않아서 연구주제를 본인이 생각해서 가져가야 하는 행운(?)을 받은 분이 있으신가요? 이 경우에도 연구실 선배들이 했던 주제와 유사한 문제를 안전하게 택하는 경우가 많지요.
 
그렇다면 첫 단계인 주제 선정 이야기는 조금 뒤로 미루는 대신 연구수행에 직접 관련이 있는 단계 2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겠습니다.


[ 단계 2. 진짜 열심히 생각한다. ]
지금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해 봅시다. 그렇다면 이 '열심히 생각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중요한 걸까요? 하지만, ‘해결책’을 찾아내는 방법 중에 '열심히 생각'하는 외에 다른 방법이 있는 걸까요? '아는 사람에게 답을 물어 보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 그건 연구를 '스스로' 수행해야 하는 거라고는 할 수 없으니까...


그럼 우리가 하는 실제 연구에서는 '열심히 생각한다'는 것은 정말 효과가 있는 걸까요? 이론물리학 분야 연구를 한 파인만에게는 '열심히 생각'하면 답을 얻는 것이 가능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험 연구에서도 이렇게 '열심히 생각'하는 걸로 좋은 결과가 나올까요? 필자가 앞에 쓴 9개의 스텝과 연관해서는, 이 '열심히 생각'하는 단계가 '문제'와 '답' 사이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음의 5~7 스텝이 됩니다.  즉 '가설이 맞다는 것을 실험으로 입증'하는 단계에 ‘열심히 생각한다’가 해당합니다.
 5. 가설과 이유를 준비한다.
 6. 실험을 통해 근거를 제시한다.
 7. 5번-6번을 반복한다.

여러 문헌들을 참고해서 '가설이 맞다는 것을 실험으로 입증'하는 5-6번 스텝을 좀더 자세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5. 가설을 제안한다. (Articulating hypotheses)
6-1. 가설 입증에 필요한 연구를 설계한다. (Determining what will be studied)
6-2. 가설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설정한다. (Identifying variables)
6-3. 적절한 실험 방법을 선택한다. (Choosing appropriate research methodology)
6-4. 실험에서 도출된 결과를 분석, 해석한다. (Collect Data -> Analyse Data)
여기서 '가설'은 연구 '질문'에 대한 잠정적인 답을 제안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가설'을 잠정적으로 세우고 이것이 ‘맞다’는 것을 입증하는 과정이 결국 연구과정의 중심이 됩니다. 가설을 입증하려면 필요한 실험을 해서  결과를 제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지요. 그러다 보니까 이 과정에서 ‘가설’을 ‘충분히 열심히 생각’하지 않으면, 자칫하면 에디슨 방법의 함정에 빠지게 되는 겁니다. 열심히 실험을 하다가, 원하는, 예상한 결과가 나오지 않으니까, 그것을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고 하다가 ㅠㅠ
(꼭 나와야만 하는 '좋은' 결과, 교수님이 좋아하실 만한 결과를 내야하기 때문이라는 변명을 할 수는 있겠네요. 하지만 연구 주제를 고민하는 데서부터 출발한 것이 아니라는 데서 근본적 한계가 오는 것은 아닐까요?)


[ 진짜 '열심히 생각'하면 잘 될까? ]
이 시점에서 에디슨 방식 연구의 함정을 피하기 위한 ‘팁’을 하나 드릴까요?

팁, 그것은 '열심히 생각하라.' 입니다.

"뭐라구요???"
"네. '열심히 생각'하는 것이 답이랍니다."

즉, 연구의 '가설'을 세울 때부터 미리, 그 가설이 맞을 수 밖에 없는 이론적인 '이유'에 대해 '열심히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자세히 보면 필자가 쓴 5번은 ‘가설과 이유를 준비한다’인데, 문헌에 나오는 5번, ‘가설을 제안한다’와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이유'라는 부분을 추가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열심히 생각'하는 부분이지요. 많이들 경험하시는 일이지만, 실험이 실패한, 즉 예상한 결과가 나오지 않은 근본 '이유'를 찾아내는 것이 어렵습니다. 상식적인 범위에서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했는데 결과가 예상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러면,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면서, 비슷한 다른 실험을, 또 시도하는 거지요. 실패한 '이유'는 명확하게 알지 못하는 채로 .. 이것이 바로 '경험주의적 시행착오', 즉 에디슨 방법의 연구가 되는 겁니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그러면서 점점 빠져나오기 어려운 막다른 골목으로 .. 여기서 이와상황에 맞는 것 같은,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했다는 명언을 소개합니다. "미친 짓은,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을 말한다." 하하하~~
(유사 버전으로 "같은 방법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사람은 정신병자이다."도 있습니다. 필자는 이게 아인슈타인의 말이라고 들었는데, 글을 쓰기 위해 확인해 보니 그가 이 말을 했다는 증거가 없답니다. 마크 트웨인, 벤저민 프랭클린이 말했다는 설도 사실이 아니라고 하구요. 1983년 미국작가 리타 메이 브라운이 쓴 'Sudden Death'가 출처라고는 하는데, 그 이전에도 비슷한 말을 한 사람들은 있었답니다.)
(이 칼럼을 쓰기 시작하면서 무엇을 인용해야 할 때 근거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습관이 생긴 건 좋은 것 같습니다. 글은 오래 남으니까요 ^^)


[ 가설의 ‘이유’와 확증편향에 의한 실패 ]
이제 필자가 연구과정에서 ‘열심히 생각하지 않아서’ 범했던 실패를 하나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바이오가스 중 실록산을 제거하는 연구의 에피소드입니다만, 가설과 ‘이유’의 중요성에 대해 이해를 도울 수 있을까 해서 적어 봅니다.


지난 번 칼럼에서 썼던 대로 필자는 실록산을 제거하는 재생가능한 흡착제인 RPA 물질로 실험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당초 예상한 가설은 '이 물질이 상온에서 실록산을 흡착하고 60도 정도에서 탈착을 한다'라는 것입니다. 그 가설을 지지하는 '이유'는 이 물질이 '극성 분자'인 수증기를 잘 흡착하는 특성이 있으니까, ‘극성 분자’인 실록산을 잘 흡착할 것이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필자나 연구를 하고 있던 박사과정 학생 모두 그 이유에 대해 오래 깊이 생각을 해 본 건 아니었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입니다. 실제 실험에서도 당초 예상했던 대로 ‘상온 흡착, 60도 탈착’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상온 흡착, 60도 탈착’의 이유인 ‘극성분자 흡착’이 옳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실록산 중에는 '극성분자' 아닌' 실록산이 있고, 이 '극성분자 아닌' 실록산의 흡착 성능도 실험에서 큰 차이가 없었는데 그 ‘극성분자 흡착’ 가설이 틀렸다는 생각을 못한 거지요.
(이렇게 스스로 믿고 싶은 대로 믿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확증편향’이라고 합니다. 연구를 하다가 이렇게 뭔가 결과가 좀 좋게 나오면 이 확증편향 경향이 특히 강해집니다. 그때문에, 실제로 일어나는 현상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상당히 큰 지장을 주기도 합니다.)

필자도 연구팀도 그런 확증편향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로, 이미 벤치스케일 규모 실험으로 확장하는 연구 준비를 하고 있었던 상황인데, 이 물질의 흡착온도 작동범위가 좁은 것이 문제라는 지적을 받은 것입니다.

 
[ ‘이유’를 진짜 '열심히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즉 실록산 흡착-재생처리 시스템의 흡착-탈착 작동온도를 높이려면, 연구 중이던 RPA 물질의 흡착-탈착온도를 높일 방법을 연구해야 합니다. 그것은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고, 그게 잘 안되면 완전히 새로 흡착온도가 높은 소재를 찾아야 하는 심각한 문제 상황이 된 거지요. 더구나 흡착온도와 소재 간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면, 새 소재를 찾는 문제야말로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주간 ‘진짜 열심히 생각’했습니다. 박사과정 학생도 생각을 필사적으로(?) 했겠지만, 필자도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참고논문을 찾아 읽어 보고, 실제 소재 표면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 깊이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진짜 열심히 생각’한 후에야, 실록산의 흡착과 탈착과정에서 흡착제와 실록산 사이에 어떤 현상이 ‘실제로’ 일어나는 지 어렴풋이 떠올랐고, 이것을 가설로 삼아서 연구를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이때 세운 새로운 가설은 “흡착제 표면의 ‘수산화기(OH)’가 실제 흡착-탈착과정에서 특성을 결정한다.”이고, 그 ‘이유’는 조금 전문적인 내용이기는 하지만 흡착제 표면의 ‘수산화기(OH)’와 실록산 표면구조에 있는 ‘산소’ 사이에 형성되는 수소결합에 의해 적절한 정도의 인력이 생겨서 흡착-탈착이 되는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다행히 이 새 가설을 바탕으로 흡착온도가 적절히 높은(?) 새로운 흡착물질을 찾을 수 있었고, 연구를 계속 하여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처음 실험을 하기 전무터 가설(수증기를 잘 흡착하고 탈착하는 특성이 있는 RPA 물질이 실록산을 잘 흡착-탈착할 것이다)의 이유를 더 깊이 생각했다면, 아마도 이런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조금 늦긴 했어도 이 문제에 대해서 ‘열심히 생각’함으로써 결과를 얻게 된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이유’를 ‘깊이=열심히’ 생각하는 Five Why ]
최근에 필자가 읽은 ‘일 잘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가’라는 책이 있습니다. 책 내용이 연구방법론을 강의하고 있는 필자에게 꽤 와 닿았습니다. ‘열심히 생각’하는 것과 관련되는 대목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도요타자동차에는 '왜왜 다섯 번'이라는 말이 있다. '왜'를 다섯 번 반복하면서 '깊이' 파고들어야 비로소 근본원인이 드러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특별히 '5'라는 숫자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지만, '왜'를 한두 번만 생각해서는 표면적인 원인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사태의 본질에 다가간다는 의미를 담아 '왜왜 다섯 번'이라고 표현하는 듯하다.”
‘다카다 다카히사’라는 일본 저자가 쓴 이 책의 내용 중에서 연구자들의 연구에도 그대로 적용할 만한 내용 들이 많습니다. 앞으로 쓰는 칼럼에서도 중간중간 소개할 생각입니다. 도요타의 ‘Five Why’ 기법은 표면으로 나타나는 이유가 아닌 진정한 원인을 찾아내는 기법으로 많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 책에 있는 내용은 아닌데, 필자의 흥미를 끄는 예시가 ‘제퍼슨 기념관’ 이야기입니다.


한 때 미국의 워싱턴 주에 있는 제퍼슨 기념관은 돌로 된 기념관의 벽이 심하게 부식되고 있어서 유지보수작업이 불가피하게 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방문객들은 기념관에 대한 관리가 부실하여 훼손된 것이라며 불만을 터트렸고 기념관의 이미지는 악화되었습니다. 또한 보수작업 요원들은 청결 유지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하고 있었고 그만큼 비용도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었지요. 제퍼슨 기념관은 이 문제를 '5 Why'를 통해 해결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문제의 원인 또는 이유를 단계적으로 조금 더 ‘깊이’ 생각하는 5 Why 기법을 적용함으로써 근본원인을 찾아낸 잘 알려진 예시입니다. 제퍼슨기념관의 대리석 벽이 심하게 부식되고 있다는 문제에 대해 직원들 퇴근을 늦게 하도록 한다는 해결책은 말이 안 됩니다만 ㅠㅠ


[ 결론: 가설의 ‘이유’를 ‘미리 깊이’ 생각한다 ]
'가설'을 세울 때 미리 이론적인 '이유'에 대해 '열심히 생각'하는 것이 좋은 또 다른 점은, 실험을 계획할 때부터 그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어떤 실험이 좋은지, 어떤 실험조건을 변수로 삼아야 하는지 등을 생각하게 되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좋다는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그렇게 ‘미리’ ‘깊이’ ‘이유’를 생각함으로써 에디슨 방법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피하고, 실험의 시행착오를 줄이는데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 기쁨은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그럼 다음 칼럼을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안녕히 ~~

 

2017.07.27 [Dr.Jung's R&D Clinic] 4. 실제 연구과정을 한번 따라가 봅시다.

2017.07.10 [Dr.Jung's R&D Clinic] 3. 에디슨처럼 연구한다’는 말은 칭찬?
2017.06.09 [Dr.Jung's R&D Clinic] 2. 칼럼 제목이 Dr.정's R&D 클리닉?
2017.05.25 [Dr.Jung's R&D Clinic] 1. 연구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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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필자 2017.09.12 10: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플방지위원회 활동의 일환으로 ㅎㅎ 셀프 댓글을 올려봅니다 ^^

  2. minsu 2017.09.12 11: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본문에 나오는 확증편향이라는 단어에서 진행해오던 연구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떠한 결과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그것에 대한 결과를 믿음으로서 그 결과로만 연구를 바라봤던 과정들을 돌이켜 볼수 있는 좋은 내용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3. HDJung 2017.09.12 16: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깊이 생각하는 부분을 잘읽었습니다. 평소에 쉽게 깊게 고찰하고 생각하는게 어렵지만. 연구때 만큼은 그럴수있도록 노력해야겟다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칼럼 읽었습니다.

  4. BlogIcon 늘봄 2017.10.13 02: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퍼슨 기념관의 five why 기법이 정말 기가 막히네요-
    대리석 전용 세척세제를 알았다면 1st why에서 끝났을수 있었을테고 혹은 5th why에서 자동 점화 회로를 설계할줄 알았다면 직원들의 야근이라는 비극을 막을수 있었을텐데요-

    누군가의 야근으로 이루어진 과학기술의 발전이 또 다른 누군가의 야근을 막을수 있다니- 참 아이라니한 세상이네요

지난 칼럼에서 필자가 최근 수행하고 있는 바이오가스 생산에 관한 연구주제를 예로 들어 소재개발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했습니다. 유기성폐기물을 이용한 바이오가스 생산에 관련된 연구입니다. 앞으로 연구방법론에 대해 각 요소들에 대해 설명을 할 생각입니다. 연구 주제를 선택하고 그 필요성을 설득하기,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연구 과정 등이 모두 연구수행의 중요 요소들입니다. 연구수행전략 강의를 하기 전부터 필자에게는 ‘연구를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가 중요한 숙제였고, 계속 고민해서 수정해 오고 있는 주제입니다. 본격적으로 연구방법론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이번 칼럼에서는 필자가 실제로 바이오가스를 소재로 해온 연구의 방법, 즉 어떻게 연구를 전개해 왔는지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 '좋은 연구 주제'라는 걸 어떻게 ‘잘’ 설득할까? ]
    대체로 연구제안서의 1번 항목은 ‘연구의 필요성’입니다. ‘연구의 필요성’ 부분은 이 연구가 '좋은 연구 주제'라는 걸 어떻게 평가자를 ‘잘’ 설득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필자는 바이오가스 연구가 꼭 필요하다는 점을 주장하기 위해 ‘바이오가스는 재생에너지다.’라는 점으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문제해결의 필요성을 제시할 때는 제일 먼저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주제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논란을 줄일 좋은 전략으로 보입니다. 바이오가스와 관련해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는 역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의 문제가 심각하다’일 것입니다.

 

문제 1.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 재생에너지로 해결할 수 있다.
    우선 연구의 필요성에 대한 설명을 문제 1로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보통 ‘이 연구가 필요하다.’라는 말도 타당성을 먼저 입증해야 하는 ‘주장’입니다. 그럼 '지구온난화 문제를 재생에너지로 해결할 수 있다.'라는 주장은 어떻게 입증해야 하는 걸까요? 그 주장의 타당함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제시되어야 할까요? 논증에서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이유'와 '근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특히 '실험 결과'를 제시하면 가장 설득하기 쉽습니다.
    ‘지구온난화를 재생에너지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의 경우 다행스럽게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주장해 왔던 내용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 주장에 쉽게 공감하리라는 전제 하에, 실험을 해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아도 좋을 주장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렇게 '근거' 대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방식으로 설명하는 경우 우리는 '보증(warrant)'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연구도 '논증'입니다. 논증인 연구 방법론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려면 ‘논증’의 각각의 요소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칼럼에선 가능한 한 실제 연구가 진행되는 흐름에 따라 필요한 내용만을 서술하기로 하고, 상세한 설명은 다음으로 미뤄 두겠습니다.

    향후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있어서 바이오가스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건 다들 아시지요?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소비량의 1% 정도에 그칩니다.(참고 기사 '한국 재생에너지 이용 세계 꼴찌..' 2017.06.26. 헤럴드경제) 현재 추세로는 이 비율이 단시간 내에 크게 증가하기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또, 신재생에너지 전력 생산가격이 높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늘어나면 전기요금 상승이 불가피하고 이것이 산업에 미칠 영향이 큽니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전력생산 구조는 원자력과 화력발전이 거의 반반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화석연료나 원자력에너지를 대체할 만한 경쟁력 있는 재생에너지가 없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입니다. 물론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획기적인 신기술이나 새로운 개념이 나온다면 필자도 생각을 바꿀 수 있을 겁니다.즉, 이 연구에서는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응하고 해결할 우리나라에 적용할 적절한 재생에너지가 없으므로 바이오가스 연구가 필요하다는 방식으로 ‘연구의 중요성’을 주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 2. 우리나라에 적합한 경제성 있는 신재생에너지 대안이 없다 → 발전용 천연가스 수입량이 크게 증가하는 것이 예상된다.
    최근 정부 발표에 따르면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석탄 화력발전소를 줄인다고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바람직한 정책방향입니다. 원자력발전소 신규건설도 중단한다고 합니다. 역시 방향은 맞는다고 봅니다. 그런데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차지하는 비율이 현재같이 미흡한 상태에서 이렇게 급속히 에너지 생산방식을 전환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물론 세계적으로는 이미 태양광이나 풍력에너지로 상당 수준 전환 되고 있다고 하지만, 각 나라의 형편에 감당할만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안타깝지만 일조량, 풍량, 설치면적 등 재생에너지 생산조건이 아주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재생전력의 생산 비용을 단기간에 줄이기도 쉽지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재생에너지의 대대적인 도입은 어려운데 원자력, 화력발전을 모두 줄여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결국, 원전의 대안으로 LNG를 이용한 가스터빈 발전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현재의 비중 20%에서 2030년까지 37%로 늘린다고 합시다. 그럼 천연가스 수입량을 대폭 늘려야 합니다. 발전단가도 3배나 비쌉니다. 현재도 우리나라는 세계 천연가스 시장에서 주요 수입국입니다. 2016년 가스 수입량이 3,800만톤, 일인당 소비량이 연간 0.75톤이라고 합니다. 비록 배럴당 100달러이던 유가가 2015년에 50달러로 떨어진 뒤 1년 반 동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고 아직은 천연가스도 비싸지 않은 저유가 시대입니다만 이런 기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또 언제 고유가로 전환될지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대비책은 무엇일까요?

 

문제 3. 가스터빈 발전도 화석연료다. → 바이오가스로 대체하자.
    가스터빈의 연료인 LNG도 물론 화석연료입니다. 발전 연료를 가스로 전환하면 미세먼지 문제를 좀 완화하는 효과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 문제는 여전히 남습니다. 따라서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탄소 배출량까지 생각한다면 탄소중립적인 바이오가스가 향후 천연가스의 사용량 증가를 완화할 대안일 수 있습니다. 바이오가스 제조의 기본 원리는 간단합니다. 가정과 산업체에서 많은 나오는 유기성폐기물을 미생물로 분해하여 메탄을 함유한 바이오가스로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음식물 폐기물이 연간 460만톤이나 발생하고 식품 공장에서 발생하는 유기성폐기물도 많습니다. 소화과정을 거쳐 음식 폐기물의 20% 정도인 고형분 92만톤을 전부 바이오가스로 전환할 수 있다면 약 3억 입방미터의 메탄이 생산됩니다. 에너지가 약 3,000 GWh로 이는 약 200만 명이 쓸 수 있는 양입니다.

 

[연구해야 할 ‘실제 문제’는 무엇인가?]
    이제, ‘바이오가스 생산’이 중요한 연구 주제라는 것이 설득이 되었다고 해 봅시다. 그러면 다음 단계는 구체적인 연구 주제를 제시해야 합니다. ‘바이오가스 연구가 중요하다. 그러면 어떤 연구를 왜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문제 4. 바이오가스는 발열량이 낮고 불순물 문제도 있다. → 바이오가스를 정제해야 한다.
     바이오가스에는 메탄 50%에 연소에 방해가 되는 이산화탄소가 50% 섞여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메탄이 95% 이상인 천연가스 발열량의 절반 정도입니다. 또 바이오가스에는 황화수소와 ‘실록산’이라는 물질이 함께 섞여 나옵니다. 하수 냄새의 원인물질인 황화수소는 악취 문제도 있지만 발전용 가스 엔진에서 대기오염물질 배출 문제를 막기 위해 정제해야 합니다. 실록산은 바이오가스 특유의 문제인데, 하수에 들어있는 실리콘화합물이 원인입니다. 모발에 윤기를 주는 효과가 있다고 해서 샴푸에 들어가는 디메치콘이라는 성분도 실록산의 원인물질 중 하나입니다. 이 실록산이 엔진 내에서 연소되면 여러분들도 잘 아는 실리카 즉 SiO2 입자가 됩니다. 이 입자들이 엔진이나 가스터빈 속의 표면에 달라붙어서 비싼 발전설비가 망가지지 않도록 미리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실록산을 포함해서 바이오가스 중의 오염물질을 정제하는 여러 가지 기술 중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기술이 활성탄 흡착탑입니다. 다른 산업 용도로 오랫동안 사용해왔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안정화가 되어 있는 활성탄 흡착탑은 실록산 제거 효과도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상당히 많은 양의 흡착제를 써야하고, 시간이 지나면 흡착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바이오가스 정제에 사용하는 흡착탑은 약 6개월마다 활성탄 전체를 교체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지난번 국내 바이오가스 생산시설에 방문했을 때 관계자가 농담 삼아 ‘바이오가스 팔아서 활성탄 사는데 다 쓴다.’는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문제 5. 실록산 제거 흡착제의 경제성이 나쁘다 → 재생가능한 흡착제가 대안이다.
    재생이 가능한 흡착제를 넣은 흡착탑을 2개 사용하여 하나로 흡착처리를 하는 동안 다른 하나를 재생하면 연속운전이 가능합니다. 또 재생가능한 흡착제는 활성탄 흡착탑에 비해 1/10 정도의 적은 양으로도 충분하고, 반복사용 할 수 있어서 3년 정도는 교체가 필요 없습니다. 활성탄도 재생해서 다시 쓰면 가격도 싸고 좋겠지요? 활성탄 재생업체가 있는데, 포화된 활성탄을 재생해서 실록산 제거에 사용해 보면 성능이 절반도 안 나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필자는 재생가능한 흡착제를 이용한 실록산 제거기술 개발을 연구목표로 정하고, 기존의 연구논문과 특허를 가능한대로 검색했습니다.

 

문제 6. 흡착재생용 실리카 겔 흡착제는 재생온도가 너무 높다
    한 논문에서 실리카 겔을 이용하면 실록산을 흡착한 후 250도에서 재생하여 성능이 우수하다는 결과를 찾았습니다. 이에 대한 특허를 가진 캐나다 업체가 사업을 하고 있었고요. 그런데 재생가능 하지만, 실리카 겔의 재생온도가 250도입니다. 엔진에서 나오는 폐열을 이용하기 어려운 온도입니다. 실제 시스템에 연료를 사용해서 재생용 공기를 가열하면 비용이 들고 이것은 심각한 제약이 될 것입니다.


[‘연구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연구문제 1. 엔진 폐열로 재생이 가능한 흡착제를 개발해야 한다.

    엔진 폐열 온도인 150도 이하에서 재생가능한 흡착제 물질을 개발하는 것이 이제 필자의 첫 번째 ‘연구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실록산 흡착-탈착 시스템에 적용이 가능한 다양한 흡착제 물질에 대해 검토를 하였는데.. 찾았습니다! 옆의 연구실에서 합성해서 사용하고 있던 폴리머 기반의 재생가능한 수분 흡착제입니다. 이 폴리머흡착제는 제습냉방이라는 기술에 적용이 되는 소재로 공기 중 수분을 제거하는 성능이 탁월한 소재입니다. 그 연구팀에 문의를 하니 ‘실록산 흡착도 될거다.’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용기백배! 실험장치를 만들어 흡착-탈착 실험을 했습니다. 실험결과는 좋았을까요? 물론입니다! 이 물질을 RPA라고 불렀는데, 실험실 규모 실험에서 단위중량당 흡착성능이 실리카 겔의 70% 수준으로 괜찮고 상당히 낮은 80도에서도 거의 100% 재생이 되었습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100배 크기의 벤치스케일 실험에서도 재생도 잘 되고 고무적이었습니다. 그래서 특허도 내고 논문도 게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파일럿 실험을 추진하기 위한 검토 과정에서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실록산 흡착은 상온에서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여름철에 기온이 올라갈 수 있어서, 설계조건은 50도 정도까지는 생각해야 합니다. 50도는 RPA 흡착제의 재생이 시작되는 온도니까, RPA로 흡착성능을 보장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문제가 예상됩니다. 이제 RPA 흡착제를 기반으로 하는 흡착-재생 기술 개발을 계속 추진하려면 50도에서도 흡착성능을 보장할 별도의 기술을 추가 개발해야 합니다. 아니면? 흡착 가능온도가 높은 새로운 흡착제를 개발해야만 합니다.
 

연구문제 2. 흡착제의 흡착가능온도는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 연구질문 1. 흡착제의 흡착가능온도는 어떤 자연현상에 의해 결정되는가?
    ‘흡착가능온도’는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요? ‘흡착가능온도’ 개념과 이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자연현상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연구 질문을 명확하게 설정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흡착제는 비표면적이 넓은 다공성 흡착제의 표면에 흡착대상이 되는 물질이 물리적인 반데르발스 힘에 의해 붙는 것입니다. 흡착현상에 작용하는 이 힘은 결합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약간 온도를 높이는 정도로도 흡착된 물질이 떨어져 나오는 탈착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공 크기에 맞는 분자가 흡착제 기공 안에 흡착되는 것입니다. 활성탄은 기공 분포가 다양한 덕분에 여러 종류의 물질을 흡착되는 것이 원리입니다. 따라서 흡착제와 흡착대상 물질 사이에 어떤 힘에 의해 흡착과 탈착이 일어나는 지에 대한 연구질문이 처음으로 나오는 것입니다.  설명한 대로 활성탄 내부 기공에 흡착된 물질들은 탈착 시 잘 빠져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재생을 해도 활성탄의 실록산 흡착성능이 많이 회복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활성탄은 흡착-재생방식의 실록산 처리용 흡착제로는 사용에 제약이 많습니다.


연구질문 2. RPA의 실록산 흡착-탈착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실리카 겔이나 RPA에는 실록산이 어떻게 흡착이 되는 것인지에 대한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실리카 겔도, RPA도, 흡착제에 실록산이 흡착되는 메커니즘은 표면의 OH기가 실록산 분자 구조의 O와 결합하는 수소결합이라는 것입니다. FTIR 분석법으로 실록산을 흡착한 RPA를 분석해 보니 OH 피크가 커지는 것이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가설 1. RPA 표면의 OH기가 실록산의 O와 결합하는 수소결합이다!)
    물리흡착은 발음하기도 어려운 네덜란드 물리학자의 이름이 붙은 약한 반데르발스 힘(0.1~10 kJ/mol)에 의해 흡착이 되고 쉽게 탈착이 됩니다. 수소결합의 에너지는 15~40kJ/mol 정도로 강합니다. 실록산이 수소결합에 의해 잘 흡착되지만, 적절한 온도로 가열하면 실록산과 흡착제 간의 수소결합이 끊어지고 흡착제가 재생되어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흡착제에 실록산이 흡착되는 메커니즘이 수소결합이라는 가정 하에 필자는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세웠습니다.
(가설 2. 흡착물질의 수소결합이 강화되면 흡착가능온도가 높아진다!)
입증 1. SiO2 입자의 표면개질을 통해 OH 농도를 높이면 실록산 흡착량이 증가하고 재생온도가 상승하는 것을 확인.
    이 연구에서는 NaOH 용액을 이용하여 SiO2 입자의 표면 OH 농도를 높였습니다. 실록산 흡착량을 실험한 결과 개질한 흡착제의 중량당 실록산흡착량이 실리카 겔에 비해서도 약 10배 크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또 표면개질용 NaOH 용액의 농도를 높이면 흡착량이 더욱 증가하는 것을 관찰하였습니다. 실록산을 포화상태까지 흡착한 실록산 흡착제의 재생실험을 통해 재생온도 상승도 확인하였습니다. 자, 그럼 이 현상을 이용하여 연구문제 1의 해결책을 만들어 낼 시간입니다.
해결책 1. 150도 이하에서 재생이 가능한 흡착제를 개발한다.
    실험실 규모의 실험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와서, 장치의 규모를 키운 벤치스케일 장치에서 이 성능이 나오는지 확인하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관련 기업을 만나게 되어 파일럿 규모의 장치로 환경부 실증과제를 추진하기로 합의가 되었습니다.


[연구 과정을 요약해 보면?]
이 연구를 위해 사용한 필자의 연구과정을 다시 요약해 봅니다.


1. 사람들이 '실제 문제'라고 동의할만한 문제로부터 출발한다.
2. 기존 해결책이 가진 문제를 지적하고 새로운 ‘해결방법’을 제시한다.
3. 해결방법을 성공시키기 위해 풀어야 하는 ‘연구문제‘를 도출한다.
4.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되는 ‘자연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질문’을 쓴다.
5. 질문에 대한 답변이 될 가설을 제안하고 그 이유를 준비한다.
6. 가설과 이유를 입증할 실험을 통해 근거를 제시한다.
7.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가설을 수정하여 5번-6번을 반복한다.
8. 입증된 가설을 바탕으로 해결책을 만들어서 적용해 본다.
9.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새로운 문제는 없는지 확인한다.

 

    여전히 복잡하지요? 실제 연구는 본래 이 보다도 훨씬 더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필자의 강의 시간에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내는 가장 중요한 과제는 본인의 연구 문제를 이렇게 정리해 오라는 것입니다. 정리하는 과정에서 진짜 연구 문제가 나오는 것을 기대하면서요. 독자들도 본인의 연구 문제를 한번 이렇게 정리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필자가 하고 있는 연구에 대한 설명을 길~게 한 것은, 연구방법론의 각 단계에 대해 다음 칼럼부터 상세하게 설명을 하는 계획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느라 이번 칼럼 글이 지루해져 버린 건 걱정입니다.


읽기 편한 글을 재미있게 쓰고 싶다 ㅎㅎ

 

홍릉 KIST에서 Dr.정 올림

 

 

 

 

 

 

 

 

(연구소 차원의 기술설명회를 개최하여 기업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신 녹색도시기술연구소 소장, 운영기획팀장께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2017.07.10 [Dr.Jung's R&D Clinic] 3. 에디슨처럼 연구한다’는 말은 칭찬?
2017.06.09 [Dr.Jung's R&D Clinic] 2. 칼럼 제목이 Dr.정's R&D 클리닉?
2017.05.25 [Dr.Jung's R&D Clinic] 1. 연구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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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nah 2017.08.08 17: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분야가 달라도 읽기 편했습니다^^!!

  2. 고슐랭 2017.08.14 16: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같은 문외한도 알아들을수 있도록 읽기 좋은 글 이었습니다. ㅎㅎㅎ
    9가지 연구방법론은 꼭 과학분야가 아닌 일반생활에 적용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왜 장가를 못갈까?...






























# 1

금을 캔버스에 눌러 담은듯한 작품이 아름답습니다.

 

계곡 위에 단풍이 떨어진 그림도 눈길을 사로잡네요.


(출처)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 2

두 작품 모두 아름다운 색채들로 눈을 즐겁게 해줍니다.


그런데 비밀이 하나 있어요!


두 작품은 사람이 그린 그림이 아닙니다. 

과학자들이 현미경으로 관찰한 '나노 세계'의 모습입니다.

 

(A)인간섬유아세포를 동결고정 시켜 현미경 관찰.

(B) 아이스 크리스털 현미경 관찰.



# 3

'나노'는 난쟁이를 뜻하는 그리스어 나노스(nanos)에서 유래됐습니다.

나노미터 크기의 물질들을 기초로 우리 실생활에 유용한 나노소재, 나노부품, 나노시스템을 만드는 기술을 '나노기술'이라고 하죠.



#4

과학자들은 나노기술을 통해 ▲거미줄 ▲연꽃 표면 ▲도마뱀의 발가락 구조 등을 관찰했습니다.


이를 모방해 방탄섬유, 젖지 않는 페인트 등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미래소재 개발에 나노기술을 빼놓을 수 없게 됐는데요,

KIST에서는 어떤 나노연구가 진행 중일까요?



#5

KIST는 지난 7월 12일~14일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나노 코리아'에 참석, 연구성과를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KIST가 연구 개발 중인 ▲실내공기청정장치 ▲BNNT기술 응용 우주항공소재 ▲발광 LED ▲유연압력센서 ▲초고감도 가스센서 기술 등이 전시됐습니다.



#6

[나노촉매 필터를 이용한 프리미엄 실내공기청정장치-정종수 박사팀]


"기존의 탈취필터는 6개월, 흡연실의 경우 2주에 한 번 필터를 교체해줘야 하지만, 나노촉매필터는 물질 분해 기능이 포함돼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합니다. "(정종수 박사)


정종수 KIST 박사팀은 실내공기청정장치에 사용할 수 있는 나노촉매 필터를 전시해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기술은 담배 연기 속 아세트알데하이드나 니코틴, 새집증후군 물질인 포름알데히드까지 제거 등이 가능합니다. 기술이전이 완료돼 올 하반기 상용화제품도 나올 예정입니다. 


정 박사팀은 해당 기술을 반도체공정 유해물질 처리, 흡연부스 및 흡연실, 산업설비, 병원 및 요양시설에 활용하고자 합니다. 



#7

[BNNT 나노튜브 제조 및 응용기술-김명종 박사팀]


"우주에서는 우주방사선에 피폭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BNNT을 활용해 우주항공 소재로 개발하면 우주방사선 피폭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이헌수 박사)


KIST는 국내 최초 BNNT 고품질화 및 대량 합성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소재를 활용해 멤브레인을 만들면, 25nm수준의 초미세입자를 99%이상 제거 가능합니다.  기계적 강도와 열적 안정성도 뛰어나 600도 이상에서 필터링된 물체만 열로 제거 후 재활용을 할 수도 있어요. 

 

또 이 소재로 섬유를 만들거나 복합소재화 시키면 우주항공, 전자 등 대형시장 적용도 가능합니다.



#8

‘무안경 3DTV

태양광 이용 고부가가치 생산물 제작

날숨 기반 질병조기진단기술 등‘


이 외에 KIST가 연구개발 중인 다양한 과제에 나노 기술이 숨어있습니다.



# 9

육안으로 보이지 않지만 나노세계를 탐험해 인류에게 필요한 소재 및 생산기술을 연구하는 과학자들. 


오늘 우리도 작은 세계에 관심 갖고 들여다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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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남윤 2017.07.10 16: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연구자는 아니지만 실패로 부터 '잘' 배워야 한다는 말씀!! 공감합니다!!

  2. nahm 2017.07.10 19: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행착오에 의한 경험주의적 방법'에 빠지지 않도록 본질적인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야기~! 시행착오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다시 생각하게 되는 기사네요~! 굳~!!:)

  3. hyounduk Jung 2017.07.11 09: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칼럼내용을 보니 잘 정제된 가설과 고찰이 연구를
    효율적이게 만들거라는 점이 공감이되네요. 물론 잘 정제된 가설과 고찰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많은 생각과 배경지식이 필요할것 같습니다. 배우고 있는 학생입장에서 잘 참고하겠습니다.

  4. BlogIcon 필자본인 2017.07.11 10: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필자본인입니다. 댓글이 잘 올라가는지 궁금해서요 ^^

  5. 류재천 2017.07.11 10: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봤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활약을 기대합니다

  6. 정인혁 2017.07.11 11: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항상 실험을 하는 목적을 정확히 이해하고 결과를 이론적으로 분석해보고
    타당성을 따져보는 습관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에디슨이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연구자들이 경계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짚어주신 것 같습니다.
    연구 방법에 대한 칼럼 기대하겠습니다^^

  7. 고슐랭 2017.07.25 11: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정말 kist 에 맞는 기사인 것 같습니다. 연구뿐만이 아니고 일상생활에서도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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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구란 무엇인가?  

 

2017년 KIST 사내기자에 지원했다가 덜컥 선정되고 말았다. (벌써부터, 공연한 짓을 했다고 깊이 후회하고 있다.) 지원 동기를 “30년을 넘어 근무하고 있는 KIST에서 경험하고 느끼고 생각해 온 과학기술에 대한 마음을 담아 ‘연구란 무엇인가’에 대해 글로 쓰고 싶습니다.”라고 너무 잘 쓴게 문제였나...20대 중반이었던 1985년 3월에 KIST에 연구원으로 들어왔으니 시간이 좀 흘렀다. 그간 이런저런 여러 분야의 연구를 했다. 논문을 쓰고, 특허를 내고, 기술이전도 꽤 했다. 이젠 창업을 준비하고 있으니, 연구개발 전체 프로세스의 경험을 다양하게 했다고 할 것이다. ‘연구란 무엇인가?’ 좀 아는 것이 있는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막상 글로 이걸 쓰려니까, 물 없이 고구마 먹을 때처럼 답답한게 자신감이 급 저하된다. ^^

 

[연구,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나?]
연구소의 젊은 사람들과 가끔 이야기를 해 보면, 늘 연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어떤 연구를 해야 하나.. 하고 있는 연구법은 맞는 건가... 이런 고민은 물론, 바람직하다. 어쩌다가는, 나에게 물어 보기도 한다. 내  대답은 ‘좋은 연구를 잘 해야 한다.’ 당연히 어이없다는 표정! ㅎㅎ 좀 더 풀어서 설명한다면? ‘전망이 좋은 분야의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탁월한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잘 수행해야 한다.’ 이런 정도의 말이 될 거다. 이 말도 그냥 좋은 말을 모아 둔 것, 뜬 구름 잡는 것처럼 들리는 건 여전하겠지만. 이 말엔 ‘연구에 중요한 것’이 다 들어있다. 바로 왜(why), 무슨(what) 주제에 대해 어떻게(how) 연구를  해야 하느냐 이다. 이제 이 세 가지 질문을 구체적으로 채우는 것이 연구자에게 남은 숙제일 거다.

 

[연구수행전략 강의를 하면서]
고려대와 KIST가 함께 설립한 그린스쿨대학원에 ‘연구수행전략’이란 과목을 만들어서 2012년 봄부터 6년째 강의를 하고 있다. 오랫동안 했던 현장 연구의 경험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려는 생각으로 강의를 한다. 처음엔 내 연구실의 연구원들을 위해 시작했다. 연구팀원들과 함께 연구를 하다보면, 연구 방법에 대해 잔소리하고 지적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나는 뭐 누구에게 뭘 지적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가끔은 넘어가곤 했는데 이게 못내 아쉬웠다. (물론 이건 내 생각일 뿐이다. 궁금하면 나하고 일하는 팀원들에게 물어보라 ㅎㅎ) 이걸 강의로 하면, 수업 듣는 학생들은 연구에 대한 지적과 잔소리를 공식적으로 들을 수 있다. 강의를 하는 나에게는... 연구에 대한 잔소리를 마음껏 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할까? 이번 봄 학기에도 이 강의를 하고 있다. 수강학생은 여덟 명인데, 그린스쿨대학원과 고려대의 일반 대학원생이 꼭 반반이다.

 

[그럼, 연구란 무엇인가?]
그린스쿨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곤 한다. ‘연구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고. 또 연달아 이어지는 질문은 이렇다. 어떤 연구가 ‘좋은 연구'인가요? 학생들은 말하기가 두려워 그런 건지, 몰라서 그런 건지, 대체로 대답을 잘 안한다. 그래도 나는 답이 나올 때까지 끈기를 갖고 기다린다. 몇몇 학생들이 조심스럽게 대답을 한다. 좋은 연구는 ‘이제까지 세상에 없던 사실에 대해 밝혀내는 연구', '영향을 널리 주는 연구', '돈이 되는 연구’가 아닐까요? 등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
KIST 홈페이지에 가면 맨 앞에 원장님 인사말이 있다. “고령화사회 및 환경, 에너지, 식량, 수자원 등 미래 변화를 준비하고 융/복합 연구와 개방형 협력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여 국민행복을 넘어 인류행복을 증대시키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이 글에 KIST가 어떤 연구를 하고 어떤 연구를 선호하는지에 대한 힌트가 여기 있는 거다. ‘고령화사회 및 환경, 에너지 등’은 미래에 중요할 거라고 KIST가 기대하고 있는 연구 분야를 나타내는 것이겠다. ‘미래 변화를 준비’한다는 건 KIST가 연구를 수행하는 목적(Goal)이리라. KIST는 ‘미래의 예상되는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연구를 하겠다는 게 아닐까? 한편으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KIST 연구의 또 다른 목적이 되는 것이겠다. 그런데, ‘국민행복을 넘어 인류행복을 증대시키는’ 것은 KIST 연구의 목적인가? 비전인가? 미션인가? 그럼 연구의 목적과 목표는 다른가? 다르다면 어떻게 다른가? 이렇게 연구에 대해 드는 의문은 앞으로 풀어가 보기로 한다. 그래서 'Dr.정's R&D 클리닉'이란 타이틀로  '연구란 무엇인가'에 대해 칼럼을 연속해서 써 보려고 한다. 여러분들에게 잘 읽히는 체계적인 글을 쓸 수 있을까? 별로 자신없다. 하지만 '연구는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한번 정리해 본다는데 충분히 의미가 있지 않을까? 이 칼럼을 읽는 여러분들, 특히 현장 연구자들의 까칠한 댓글, 격하게 환영이다. 여러 사람들이 생각을 공유하여 ‘연구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홍릉 KIST에서 Dr.정 올림

 

 

Posted by KIST 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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