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cience news

야구선수 커브볼 치기 어려운 이유, '뇌' 때문(06.24)

권오상 UNIST 교수, 인간 위치와 움직임 신호 통합 기제 규명

박성민 기자 (sungmin8497@hellodd.com)

 

투수가 던진 회전 공은 이동하면서 경로가 구부러진다. 타자는 눈으로 이 경로를 쫓지만, 공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고 치기는 어렵다. 뇌가 공의 궤적을 실제와 다르게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커브볼 착시(curveball illusion).


 
UNIST(울산과학기술대학교·총장 조무제) 권오상 디자인·인간공학부 연구팀이 단순한 착시로 여겨졌던 이 현상의 원인을 밝혔다.

 

▲권오상 교수는 "우리가 보는 것들은 뇌에서 일어나는 통계적 추론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사진=연구팀 제공>

연구팀은 '움직이는 물체'를 시야의 어느 부분에 두느냐에 따라 뇌가 위치 해석을 바꾼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예를 들어 움직이는 물체를 시야 중심에 두면 실제 위치를 그대로 파악하지만 움직이는 대상이 시야 주변에 있으면 뇌가 움직임 신호에 의존해 위치를 계산한다는 것. 이는 초점에서 멀어져 부정확해진 위치 정보를 보완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커브볼 착시는 뇌의 최적화된 시스템이 만들어낸 결과다. 빠르게 회전하는 커브볼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날아간다. 이 순간 야구공에 있는 실밥은 회전에 따른 움직임 신호를 만든다.

 

이로 인해 야구공을 주시하던 타자의 초점이 주변부로 바뀌면서 뇌는 움직임 신호에 의존하게 된다. 이 때문에 야구공의 궤적이 실제와 다르게 보인다는 것이 연구팀의 주장이다.

 

이 현상은 자동차 내비게이션이 GPS 신호를 해석하는 원리와 같다. GPS 신호는 늘 정확하지 않다. 자동차가 터널을 지나면 신호가 없어지기도 하고, 지역에 따라 신호 수신이 어려울 때도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내비게이션은 자동차가 지나온 경로와 최신 GPS 신호를 통계적으로 조합해 현재 위치를 파악한다. 만약 GPS 신호가 부정확하면 지나온 경로에 더 많이 의존한다.

 

인간의 뇌에서 움직임과 위치 정보를 파악할 때도 마찬가지다. 눈으로 들어온 감각 신호도 GPS 신호처럼 부정확할 때가 많다. 이로 인해 뇌는 물체의 궤적과 현재 눈에 들어오는 신호를 통계적으로 해석해 현재 위치를 추론한다.

 

권오상 교수는 "어떤 물체가 우리의 시야 중심에 있을 때는 그 위치를 매우 정확하게 보지만, 물체가 시야 주변부에 있으면 위치를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며 "우리 뇌는 이 부분을 보정하기 위해 물체의 움직임에 강조점을 두고 눈으로 들어온 정보를 해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뇌의 움직임과 위치 지각에 관한 다양한 착시는 뇌의 착각이 아니라 오히려 뇌가 똑똑하다는 증거"라며 "이번 연구는 인간의 뇌가 공학자들이 고안한 최적화된 알고리즘을 이미 사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밝힌 의미 있는 성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