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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cle KIST

아이디어 하나로 뛰어든 연구 “‘사례' 없어 힘들었지만 성과로 극복”



김유찬 박사팀 '뼈로 변하는 금속나사 비밀' 메카니즘 규명

"장기, 혈관 등 아물어가는 과정관찰…新 생체분해성 금속 개발 가능해"


국내 연구진이 지난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체내에서 녹는 뼈고정용 의료기기(생체분해성 금속소재)를 개발하고 상용화에 성공했다.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원장 이병권) 의공학연구소팀이 개발한 이 소재는 '케이매트'라는 이름으로 시판허가를 받아 지난해 6월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유럽과 미국, 중국 등에 판매 허가를 준비 중이다.


기존의 금속 임플란트는 부러진 뼈를 고정한 후 몸속에 남아있는 임플란트를 제거하는 2차 시술이 필요했지만 케이매트는 체내에서 사라지기 때문에 2차 시술을 생략할 수 있다.


그러나 수술현장 의료진들은 궁금했다. 새로 자란 뼈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는지, 정말 인체에 해가 없는지 확신이 있어야 환자에게 사용을 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생분해성 금속소재가 분해되고 그 자리에 뼈가 자라는지 의문을 가졌다.


KIST가 의사들의 궁금증을 해결하는데 성공했다. 김유찬 KIST 의공학연구소 생체재료연구단 박사팀이 최첨단 분석기법을 이용해 생분해성 금속이 환자에게 장기간 이식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 연구진은 기존의 염색기법과는 다른 빌라누에바(villanueva) 골염색법이라는 새로운 분석기법과 재료연구에 사용되는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이 같은 성과를 냈다.


분석기법이 개발되고 케이매트가 인체 무해하다는 것이 밝혀지자 의사들도 긍정적으로 평가 하며 안심하고 의료용 소재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개발을 주도한 김유찬 박사는 "아무리 좋은 소재라도 의사들이 사용유무를 결정하는 만큼 그들이 안심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번 분석기법은 우리가 개발한 생체분해성 금속소재를 판단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장기나 혈관 아물어 가는 과정 관찰…더 많은 신소재 개발도


"엑스레이로 관찰도 가능하지 않냐고요? 엑스레이는 형상을 보는 것이지만 우리는 전자현미경을 통해 미세하게 신생골 생성 과정을 원자·분자 단위로 볼 수 있었습니다. 생체분해성 금속소재가 녹으면서 어떻게 신생골이 만들어지는 등을 자세히 관찰한 것으로 향후 장기나 혈관 등이 수술 후 아물어 가는 과정도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김유찬 박사에 따르면 기존의 염색법은 뼈를 채취해 얇게 썰어 염색 후 관찰을 한다. 그러나 염색 과정에서 마그네슘이 녹아 없어진다. KIST가 개발한 소재가 생분해성 마그네슘 합금이기 때문에 이 방법은 사용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착안한 것이 빌라누에바 골염색법이다. 이 염색법은 채취하기 전 미리 관찰하고자 하는 부위에 약을 주입하여 염색을 시켜놓은 뒤 채취해서 관찰하는 것으로 마그네슘이 녹을 염려가 없었다. 여기에 재료연구에 사용되는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쉽게 관찰할 수 없었던 생체분해성 금속과 인체조직간 계면에서 일어나는 연속적 분해거동을 세포에서 원자단위까지 계층적인 분석을 통해 밝혀냈다. 


김 박사는 토끼뼈에 개발한 생채분해성 금속소재를 이식하고 약 1년간 모니터링해 뼈가 아물어가는 과정을 관찰했다. 그 결과 생분해성 마그네슘이 몸속에서 녹으면서 뼈의 주요 성분인 칼슘과 인을 불러모은 뒤 뼈와 같은 조직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생체분해성 금속소재가 녹으면서 뼈의 재료가 되는 칼륨과 인을 불러모아 뼈를 생성했다"며 "신생골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전체적으로는 보통 뼈와 성분이나 구조가 약간 달랐지만 주변골부터 가까운 부분이 뼈처럼 변화하는 과정을 거쳐 완벽하게 뼈로 바뀌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최초기술 개발하는데 '사례'가져와라? "몇 번의 고비 있었지만"


"다른데서 본 적없는 소재로 생체분해성 금속소재를 연구하겠다고 하니 외국 사례를 가져오라고 하더군요. 최초이니 사례가 없어 우리가 증명해 보이겠다 나섰지만 견해차이로 애를 먹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연구에 몇 번이고 고비가 있었지만 그 때마다 운이 좋게 기회가 있었어요."


KIST는 생체분해성 금속소재 연구부터 첨단분석기법까지 U&i(주), 서울아산병원, 아주대병원, 국민대학교 등과 산학연병 컨소시엄을 구성해 기초연구에서부터 임상결과까지 전 과정을 함께 했다.


생체분해성 금속소재 자체를 연구하는데만 약 10여년. 아이디어 하나로 세계 최고이자 최초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나섰지만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연구비가 도중 끊겨 애를 먹기도, 본적 없는 소재이다보니 외국 사례를 가져오라는 요구에 난감할 때도 많았다. 


중간 중간 포기의 기로에 섰지만 U&i가 자체적으로 자금을 끌어와 투자를 하고, 이에 부응할 좋은 성과도 지속적으로 도출됐다. 임상실험에서 환자들 반응도 뜨거웠다. 연구진이 개발한 마그네슘 임플란트가 아주대학교 병원에서 53개의 사례에 이식되었는데, 2차 제거수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소식에 환자들이 나서 임상에 참여한 것이다. KIST는 이 과정에서 어떠한 부작용도 없이 치료를 완료했으며, 이를 통해 판매허가를 획득했다. 



생분해성 금속소재가 현재 시판 중지만 이제 시작이다. 다양한 부위에 사용할 수 있는 또 다른 소재개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꾸준한 연구가 필요하다.  


김유찬 박사는 "KIST가 개발한 생체분해성 금속소재는 재료물성의 한계로 손가락이나 발가락 등 비교적 응력을 덜 받는 부위에 사용가능하게 제작됐다"며 "향후 골 전반에 걸쳐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합금을 개발하고, 이 합금이 체내에서 어떻게 분해되고 신생골을 형성하는지 분석법을 통해 관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발목이나 무릎, 어깨 쪽에 사용 가능한 생체분해성 금속소재의 시장이 매우 크다"며 "뼈 외에도 혈관과 장기 등을 재생시키는 소재를 개발하는 중이다. 우리가 개발한 분석법을 통해 의료용소재 이식 후 제대로 아물어 가는 지 등을 보는 방법으로도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 연구는 KIST 의공학연구소 플래그쉽 연구사업과 서울시 RNBD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되었으며, 연구결과는 세계적 학술지인 미국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PNAS) 1월 4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