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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cle KIST

"전북에 KIST 분원이?"… 연구소 세워진 사연

 

 

 

 

국내복합소재기술연구소, 11월 8일 개소식 개최
"복합소재 원천기술과 사업화 기술 개발 목표"


한국의 따뜻한 정서와 맛있는 음식, 그리고 문화까지 엿볼 수 있는 전라북도에 KIST가 새롭게 뿌리 내렸다. 전북 KIST 분원이 ‘복합소재기술연구소’라는 이름으로 2008년 1월 개원했고, 건물이 완공돼 2012년 11월 8일 개소식을 앞두고 있다.

 

전주역에서 자가용 20분 거리에 위치한 전북 KIST는 뒤쪽에 봉실산을, 앞쪽에 논과 밭을 두고 있어 풍수지리적으로 좋은 땅에 위치하고 있다. 연구소 안으로 들어가니 축구장, 테니스장, 농구장 시설이 곳곳에 위치해 있었다. 앞으로는 피트니스센터와 당구, 탁구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설치할 예정이다.

 

 

연구동 안에는 농업 중심으로 지역발전을 구축해나갔던 전라북도의 특색을 살리기 위해 자연을 그대로 담은 설계가 눈에 띄었다. 특히 봉실산에서 흐르던 시냇물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흙과 풀을 자연스럽게 위치시킨 배려는 다른 건물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왜 하필 전북이었을까. 원래 전라북도는 평야가 많아 70년대까지는 농업을 중심으로 지역발전을 구축해나갔다. 그러나 70년 후반~80년대로 넘어가면서 국내 경제발전은 공업기술이 주축을 이루게 된다. 이에 전라북도는 차기 먹을거리로 '탄소'에 관심을 뒀고, 국가 연구소를 유치시켜 탄소관련 복합소재기술을 개발함으로써 경제개발의 초석을 이루자는 목표를 갖게 된다. 이러한 배경 하에 KIST는 전북의 지원을 받아 10만 3천평 규모에 행정동, 연구동, 숙소동, 기계동 등 주요 시설을 건립하게 된 것이다.

 

탄소복합소재가 목표로 세워지긴 했으나, 연구소는 탄소나노튜브와 그래핀, 카본블랙 등의 탄소재료를 비롯하여 고분자, 금속, 세라믹 등의 소재 전체를 아우르는 다양한 복합소재를 연구할 계획이다. 지난 10월 1일부로 ▲탄소융합소재연구센터 ▲소프트 혁신 소재연구센터를 구축했으며, 훌륭한 인재들을 유치시켜 내년말에는 총 3개의 연구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3명이서 시작한 연구소, 지금은?

 

 

개원한지 1년이 지난 2009년 1월, 첫 박사급 연구원인력을 채용했다. 그 때 1호 연구원으로 들어온 사람이 현재 탄소융합소재연구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는 구본철 박사이다.

 

미국에서 박사학위생활을 하던 그에게 KIST 연구 환경과 분야는 상당히 탐나는 곳이었다. 물론 아무것도 구축돼 있지 않은 곳에서 생활한다는 자체가 불안하기도 했지만 1호로서 개척해나가는 것도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었다. 전북에 연고지는 없었지만 전북분원에서의 생활을 누구보다 행복하게 생각하고 있다.

 

 

연구소 건물이 완공되기 전에는 전북 테크노파크 두개의 층을 빌려 생활했는데 행정실장과 분원장, 선임 연구원 3명뿐이서 썰렁하기 그지없었다고 구센터장은 당시를 회상한다.

 

"처음에는 정말 실험실에 아무것도 없었어요. 테이블 놓는 것부터 시작해서 장비를 하나하나 구축하는 일을 먼저 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어떤 과제를 수행할지 기획을 했고, 대학과 학연 과정을 맺으면서 인력채용 관련 업무도 봤었죠."

 

2009년 총 4명의 박사인력과 학생 및 위촉연구원 6명 정도의 인력이 구성되면서 본격적으로 연구에 돌입했다. 열심히 연구에 전념한 지 2년 정도 후에는 국외 SCI 상위 5% 논문인Advanced Materials 논문 표지 및 Nano Letters 논문에 실리는 성과를 거뒀으며 특허 또한 국내외 다수 출원/등록 중이다.

 

앞으로 전북 KIST는 복합소재 원천기술개발은 물론이고, 상용화에 가까운 핵심기술을 개발해 기업에 이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 센터장은 "현재 연구동은 1~3동까지 있는데 3동은 기업에 무상으로 임대해 공동 연구할 계획"이라며 "성과가 나오면 연구소 앞에 준상업생산 설비(파일롯동)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복합소재, 전 세계 시장 500억불 바라보지만…"국내 원천기술 부족해"

 

 

전북 KIST가 연구개발 예정인 '복합소재'는 2개 이상의 물질, 즉 A 소재와 B 소재의 강점을 합쳐 시너지를 내는 물질을 개발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쉽다.

 

복합소재는 초경량, 고강도, 고탄성, 내마모 특성을 갖고 있어 비행기, 자전거, 자동차, 로켓 등 다양한 곳에 응용할 수 있다. 특히 복합소재 중 탄소섬유는 자체 강도가 매우 강하면서도 가벼워 비행기나, 로켓 등에 다량으로 들어간다. 구센터장은 "복합소재를 자동차에 쓰면 무게가 가벼워져 연비 절약과 이산화탄소 방출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모든 자동차에 복합소재가 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워낙 고가여서 국내에서 생산되는 차들은 가격 조율 때문에 거의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구센터장은 탄소섬유 복합소재가 비싼 이유를 탄소섬유자체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국내외에서 대량생산이 안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일본은 1970년대부터 관련연구를 해왔고, 현재 ▲도레이 ▲미츠비시 ▲토호 3사가 복합소재시장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2015년 전 세계 복합소재 시장이 500억불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자료가 나오는 만큼 21세기를 이끌어갈 신소재 원천기술을 이제는 우리가 개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점점 비싸지는 기름값에 자동차 업계는 복합소재에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유럽의 경우 연비기준이 미달되면 자동차 수입을 중단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는 상태로 여기에 대응할만한 기술의 개발이 매우 시급한 실정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탄소섬유는 T-300 ~ T-1000까지 여러 단계로 나뉘는데 자동차에 들어가는 탄소섬유(T-300)와는 다르게 우주항공에 들어가는 T-1000은 군사용으로 사용된다고 분류돼 수출 금지품목으로 정해져있어 국방을 위해서라도 개발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그는 "과거에 탄소섬유를 개발하다 중단한 기업들이 많았으나 미래 전망이 좋은 만큼 많은 회사가 재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주식회사 효성이 T-700까지 개발을 완료한 상태로, 국내에서도 T-1000을 개발하려고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정부과제와 예산, 장비를 들여오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는 우수한 인재와 함께 연구개발을 하길 원한다. 최종적으로 분원에 들어올 80여명 박사인력과 240여명의 학생 연구원들에게 거는 기대도 크다.

 

마지막으로 연구소의 재밌는 애피소드가 없냐고 묻자 그는 "이곳을 '사랑이 꽃피는 연구소'라고 부르고 있다"고 말한다. 누군지 말할 순 없지만 연구하면서 생겨난 커플들이 많다고. 이 또한 풍수지리가 좋은 위치 때문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추측해보면서, 그 기운을 이어받아 전북을 복합소재의 도시로, 대한민국을 복합소재 강국으로 만들 KIST 전북분원의 활약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