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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cle KIST

루브르박물관에도 있는 그것? KIST에도 있다!

 

 

 

  

KIST, '400 KV, 6 MV급 중대형 이온빔 가속기' 설치
'바이오·재료·환경·지질·생화학·고고학·지구과학' 등 연구에서 효자노릇 톡톡

  

 

탕탕탕, 드르르륵 요란한 소리가 나는 KIST의 한 건물. KIST 본관 뒤쪽 언덕을 오르니 그동안 공사 중으로 베일에 감춰져있었던 건물이 위풍당당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안정된 블랙톤과 그레이톤, 깔끔한 유리를 활용해 시원시원하게 지어진 이곳은 '가속기 연구동'이다.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는 최근 가속기 연구동을 준공하고 '이온빔 가속기'를 설치했다. 2006년 과학기술부 국가대형장비 구축 기초과제 연구사업에 선정되면서 사업이 시작됐고, 2007년 과기부로부터 KIST 기관고유 사업으로 이관받아 5~6년의 기간을 걸쳐 탄생했다.

 

2월 7일 KIST 개원식에 맞춰 오픈 할 예정으로 밤늦도록 가속기동의 불은 꺼질 줄 몰랐다. 마무리 제작에 고군분투하고 있는 연구자들을 만나기 위해 가속기동의 문을 열었다.

 

 

 

 

 

 

1층에 들어서니 제일먼저 커다란 원통이 눈에 띄었다. 그 뒤로 이어지는 복잡한 구조, 높은 천장은 영화세트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강렬했다. 연구진들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이온빔 가속기 설치에 몸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기다란 이 장비는 '6MV급 중대형 이온빔 가속기'다.

 

송종한 특성분석센터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에 이미 방사광 가속기(포항), 양성자 가속기(경주)가 설치돼 있고 과학벨트 내에 중이온 가속기 들어설 예정이나, 각각 전자구조분석과 임계 핵파쇄, 기초물리연구가 가능한 가속기로 서로 성격이 다르다.

 

이온빔가속기는 분석대상 물질에 우라늄 등 여러 원소들을 고에너지로 가속 충돌시켜 생기는 에너지를 측정해 대상물질의 성분분석과 이온주입, 초미세 가공공정 등에 활용하는 장비로 재료연구분야에 쓰인다. 

 

뿐만 아니라 가속기질량분석(AMS:Accelerator Mass Spectrometry)의 경우 재료연구분야외에 바이오·재료·환경·지질·생화학·고고학 등에서도 사용가능하며, 아주 적은 양으로도 분석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KIST에 설치 중인 이 가속기는 6 MV급으로 정전형가속기로서는 중대형에 속한다. 서울대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보유한 1 MV, 1.7 MV, AMS 전용 가속기에 비해 알루미늄(Al)과 염소(Cl), 칼슘(Ca) 등 무거운 동위원소 분석까지 가능해 생체, 환경 등의 분야에 새로운 학분야로 이용확대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IST의 6 MV 이온빔 가속기는 가속기질량분석(AMS)과 이온빔 연구용으로 활용할 예정이며 가속기 질량분석기는 이미 설치를 완료해 시험 중에 있다.  이온빔 분석용으로 ▲다목적 이온빔 분석 ▲이온주입(Implantation) ▲마이크로빔 등 총 3개의 라인을 먼저 1차 구축할 예정이다. 가속기의 본체와 달리 각 빔라인들은 연구자들의 수요에 맞게 스스로 제작해야하기 때문에 더욱 꼼꼼하고 세심하게 작업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가속기의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이 어디일까. 그는 가속기 앞쪽으로 가더니 비밀의 방문을 열 듯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그러자 수백 개의 총알이 장전된 듯한 구멍이 여러 개 보였다.


송 박사는" '가속기질량분석기(AMS)의 이온원'이라 불리어지는 이 부분은 샘플을 넣는 곳이다. 총 200개의 구멍이 있으며 뒤쪽에 50개의 샘플을 넣을 수 있는 똑같은 AMS 이온원이 존재한다"면서 "샘플은 펠릿(pellet)의 검은 구멍 안에 넣어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예수 수의 진실을 밝혀준 가속기…활용도 무궁무진

 

 

"이온빔 가속기로 남극이나 그린란드에 쌓여있는 눈의 기포를 관찰하면 100년 전 기후 온도와 대기성분이 어떠했는지 등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아주 적은 양으로도 분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죠."

 

 

 

 

 

가속기 관리와 연구 등을 담당하는 특성분석센터의 김준곤 박사는 가속기의 장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대표적으로 신약개발과정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며, 과거의 대기·온도, 유물의 연대측정 등이 가능하다.

 

 

 

 

 

그는 "약을 사람에게 투여했을 경우 어떻게 대사돼 어떤 물질로 분해 되고, 몸속에 얼마나 오래 머물며, 어느 장기로 많이 이동하는지 등이 혈액이나 소변을 통해 측정 가능하다"면서 신약개발과정의 활용가능성을 설명했다.

 

이어 "기존방법으로 많이 활용하는 액체 섬광계수법으로 측정할 경우 1g이상 시료를 필요로 하는 것에 비해 가속기는 1mg의 시료 샘플로도 측정이 가능하며, 측정 시간 역시 며칠 걸리는 시간을 불과 몇 분만에 가능하다. 완전한 비파괴는 아니지만 적은 양으로 연구가 가능하기에 고고학 연구에서도 자주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과거 이태리에서 발견된 예수의 수의가 진품이냐 가품이냐를 두고 실랑이가 벌어졌을 때 진실을 밝혀 준 것도, 경주에서 발견된 묘지의 주인을 찾아준 것도 가속기였다. 송종한 박사에 따르면 실제 루브르 박물관에서 2MV급 가속기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탄소 갖고 있으면 무엇이든 연대분석 가능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가속기로 분석 가능한 걸까.

가속기에 들어갈 시료연구가 이뤄지는 연구실에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1층이 가속기가 설치된 방이라면, 2층에서는 시료관련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시료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인 유병용 특성분석센터 박사는 "탄소를 포함하고 있다면 시료로 제작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유병용 박사는 동식물에서 연대를 측정하는 방법을 예를 들어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대기중의 탄소는 탄소 12, 탄소 13, 탄소 14 가 존재하며, 이중 대부분은 탄소 12 (99 %)와 탄소 13(1 %)으로 나뉜다. 탄소 14는  1조개의 탄소 12중, 하나의 비율로 존재한다.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는 식물의 광합성에 의해식물의 구성 성분이 되고, 초식 동물이 식물을 취하고, 다시 육식 동물이 초식동물을 취해 생태계를 이루기 때문에 생명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탄소 14와 탄소 12의 비율이 일정하지만 생물이 죽게 되면 탄소 공급이 외부로부터 중단(차단)된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탄소 12와 13은 차단된 탄소 그대로의 양을 유지하지만 탄소 14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줄어들고, 5730년이 되면 반으로 준다. 결국 탄소 12와 탄소 14의 비율을 찾으면 연대를 밝힐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이런 특성을 활용해 6만년까지 연대측정이 가능하다. 인류의 발달사와 인류의 기원사를 밝히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또 "시료는 종이·머리카락·뼈·옷,토양, 나무, 목탄, 철기 등이 될 수 있는데 탄소가 함유된 물질이라면 어떠한 것도 가능하다"며 "바닷물 또는 민물 속에 사는 조개도 물속에 녹아있는 탄산 성분을 섭취하기 때문에 조개 껍질 속에 있는 탄소를 추출하여 연대측정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속기를 사용하여 시료의 데이터를 얻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시료를 전처리 하여야 하는데 시료의 종류에 따라서 샘플을 제작하는 시간의 차이가 크다. 시료의 전처리는 시료에 포함된 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물리적 처리 방법을 통한 후에 화학적 방법으로 시료를 처리한 후 시료를 산소 분위기에서 산화시켜 이산화탄소만 취한 후 철가루를 촉매로 사용하고 수소 분위기에서 환원시켜 탄소를 얻는다. 

 

시료를 처리하기 위하여 시간이 가장 오래 소요 되고 중요한 부분은 이산화탄소를 탄소로 만드는 환원 과정으로서 KIST는 더 많은 연구자들이 신속하게 실험해 데이터를 만들 수 있도록 구조가 간단하고 12 개를 동시에 환원 할 수 있는 환원장치를 새롭게 설계하고 제작 중에 있다.

 

[토양 샘플 제작방법 예시]

 

토양의 경우 토양속에 미생물에 의해 유기물이 분해되어 생긴 휴믹산을 연대 측정에 이용한다.  토양속의 휴믹산으로부터 탄소를 얻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토양 속에  나무뿌리 등이 있을 수 있으므로 현미경을 활용해 제거 → 토양 속에 있는 휴믹산을 얻기 위한 화학처리를 한다 → 유기물 시료 확보 → 유기물을 산소 분위기에서·가열시킨다 → 물과 이산화탄소가 생기면 물을 제거한 후 이산화탄소를 탄소형태로 바꿔 시료를 제작한다.

 

 

향후 활용방안…외부 연구자들과 공동사용

 

 

KIST는 이온빔 가속기를 원내 연구뿐 아니라 기업, 학교 등 연구자들과 공용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정부 지원을 받아 설치된 만큼 국가연구시설로 함께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김준곤 박사는 "기업이나 학교가 몇 억을 투자해 가속기를 구입하더라도 공간을 많이 차지할 뿐더러 관리비용이 많이 드는 어려움이 있다"며 "외부 연구자들과 장비를 공용 활용할 수 있도록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KIST는 시료를 만드는 공정과 기술도 함께 공유할 예정이다. 송종한 박사와 김준곤 박사는 "예로 문화재연구소 연구진이 이 장비를 통해 연구를 하고 싶어도 시료를 탄소성분을 만드는 공정이 없으면 어렵다"면서 "장비가 필요하지만 시료 공정이 없는 외부 연구자들을 위해 적극 지원해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속기가 바이오와 지구과학, 환경 등에 사용되는 만큼 관련분야의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장비 활용에 도움이 되도록 개방적인 실험실로 꾸며갈 계획" 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KIST는 6 MV급 중대형 이온빔 가속기 설치와 더불어 400 KV 이온빔 가속기도 함께 설치했다. 이로서 KIST는 기존에 설치한 2 MV 가속기를 포함 총 3대의 이온빔가속기를 보유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