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에서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인근 성북장애인복지관과 합동으로 발달장애 아동 및 청소년 40명을 초대하여 우리 원 잔디구장에서 “성북드림놀이터 season 4”를 개최하였다.

 

‘발달장애’란 선천적 또는 발육과정 중 생긴 대뇌 손상으로 인해 지능 및 운동발달 장애, 언어 발달 장애, 시각, 청각 등의 특수 감각 기능 장애, 기타 학습장애 등이 나타나는 증상을 말한다. 이번 행사는 놀이활동과 체험활동을 통해 평소의 긴장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정신적, 육체적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며, 아동들의 모험심과 체력증진을 통한 면역력 강화, 신체조정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기획되었다.

 

성북장애인복지관 관장님이신 선재스님의 인사말씀과 더블어 장애아동뿐 아니라 봉사자분들께서도 함께 즐기고 안전한 행사가 되기를 바란다는 의공학연구소 양은경 소장님의 당부말씀이 있은 후, 신나는 성북 드림놀이터 season 4가 시작되었다. 

 

 

 

봉사자와 발달장애 아동들이 1:1로 매칭이 되어, 물총싸움, 풍선 높이 쌓기, 색깔카드 뒤집기, 에어방방, 볼 풀장, 페이스페인팅, 풍선아트 등 다양하고 재미있는 미니 운동회 형식으로 아이들 뿐 아니라 봉사자들도 동심으로 돌아가 한바탕 함께 즐기고 뛰어 놀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

 

 

간혹, 몇몇 친구들은 봉사자 짝꿍을 쳐다보지도 않고 한가지에만 집중하거나 하염없이 뛰어다니는 친구, 축구골대에서 지칠 줄 모르고 볼을 차는 친구, 혼자만의 대화를 하는 친구도 있었지만, 사전 친구들의 정보 숙지로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아이들과 대화 및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활동을 해주신 봉사자 모든 분들께 감사와 헤어짐의 아쉬워하는 친구들에게 성북 드림 놀이터 시즌 5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아쉬운 행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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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현지의 여러 가지 생생한 뒷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호기심에 든 첫 펜, 오늘은 최근 개막한 ‘2018 러시아 월드컵 - 챔피언 독일의 패배’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뒷이야기’라고 붙인 이유는 독일 축구에 대해 한국/독일 언론의 기사로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들이 아니라, 실제 길거리에서 만나는 독일 축구팬들의 생각, 이를 현장에서 듣고 느끼는 한국인들의 관점에 대해 공유하는 시각도 의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차군단’, ‘월드컵 우승 트로피 4개’와 ‘FIFA 랭킹 1위(18년 6월 기준)로 대변되는 독일은 두말 할 나위 없는 축구 강국이다. 도저히 약점이라고는 찾기 어려운 완벽한 팀으로 각종 언론에서 소개되며, 이에 한국 및 독일 양국의 대표적인 기사 내용들을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 ‘한국 언론’ : 독일은 현 스쿼드로 16강, 8강, 4강을 진출하냐 마냐가 아니라 우승을 하느냐 마느냐로 판단될 것

■ ‘독일 언론’ : 뢰브 감독, 팀정신 부재, 불완전한 조직력 등 무수한 문제점 안고 러시아행


무슨 생각이 스쳐지나가나? 그렇다. 독일 대표팀을 평가하고 바라보는 온도 차가 양국 간에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다.


그럼 도대체 이게 뭘까 축구팬 입장에서는 좀 갸우뚱하기도 한데, 독일 언론이 자국 대표팀에 대한 기대치가 워낙 높아서 충족을 못 시켜서 그런 건지, 아니면 독일인 특유의 항시 부정적인 사고와 최악의 상황을 먼저 생각해보는 태도가 기자의 펜을 통해 담기게 된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필자가 소개하고 공유하고 싶은 주제는 독일 축구팬들은 독일 축구에 대해 과연 어떤 생각들을 하며 관람할까?로 이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를 현장에서 듣고 싶어 6월 17일 일요일, 독일 현지시각 17시에 열린 독일-멕시코와의 조별예선 첫 경기를 관람하러 KIST 유럽연구소가 위치한 독일 자브뤼켄(Saarbrücken)시의 젖줄인 자르강의 강변으로 길거리응원을 나섰다. 


 

 


먼저 길거리 응원 장소의 분위기를 평하자면, 한국의 길거리 응원과 굉장히 유사한 분위기이고, 차이점이 하나 있다면 단체로 응원가를 부르며 적극적으로 응원하는 응원객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독일인들은 차분히 관람하는 스타일이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독일, 멕시코, 스웨덴, 한국이 같은 조에 편성이 되어있어 조별 예선에서 서로 만나게 되는 바(마지막 경기), 이에 우호적인 인상을 주고 싶어 독일, 한국 국기를 지참하고 유럽연구소 이정용 인턴생과 함께 양볼에 독일 국기문양 타투를 하고 가니, ‘얘네 봐라’라는 독일인들의 시선이 꽤나 많이 느껴졌다. 결국은 이로 인해 상호간 인상도 많이 좋아지고 뒤에 소개할 현장 인터뷰에서도 가점 요소가 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경기 결과가 핵심이 아니니 먼저 결과부터 언급하는 게 좋겠다. 조별리그 1차전, 독일-멕시코간 조별리그 첫 번째 경기는 0대 1로 멕시코가 승리했다. 독일 해설진들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한마디로 ‘unerwartet (=unexpected)’. 경기를 풀어가는 과정도 좋지 않고 결과도 최악인 경기라고 혹평을 일삼았다. 멕시코와 비겨도 쓴 소리를 들을 판국에 오히려 졌으니, 이러한 상황은 한국 언론 뿐만 아니라 독일 언론에서도 쉽게 떠올리지 못했었나보다. 하긴, 지난 대회 우승국이고 모국의 선수들, 후배들일텐데...


90분간의 경기 도중 주목할 점은 길거리 응원 현장 반응이었다. 무서울 정도로 차분하고 조용했다. 선수간 전반적으로 호흡이 맞지 않을 때나, 전반 35분 멕시코 선수에게 골을 먹힐 때도 다들 흥분하기보다는 스크린 화면을 향해 손을 뻗으며 ‘말도 안 돼’, ‘이럴 줄 알았다’는 반응 뿐만 아니라 ‘몸값이 수천만 유로인 선수들이 이 수준이라니...’라는 자조석인 목소리도 들렸다. 필자가 자리잡은 테이블 근처에 적당히 흥분수위 조절하며 관람하는 2명의 독일인들이 보이길래 눈여겨 보았다가 맥주 두 잔을 들이밀며 인터뷰를 요청했다. 주제는 ‘독일인이 바라보는 독일 축구’.

 


인터뷰에 응한 Kevin Schmitt씨와 Sebastian Lohr씨는 필자가 들고 온  한국국기와 독일국기를 먼저 보더니 미소를 머금으며 양국(독일, 한국)이 동시에 16강에 올라갔으면 한다는 소망을 하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위에 언급했던 독일 언론의 ‘독일 대표팀 부정적 평가’에 대한 사견을 물으니, “한국인들이 이번 독일 대표팀도 우승 후보로 거론해주는지는 미처 몰랐다”며 “본인을 포함한 많은 독일인들이 근래부터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고 생각하는데 월드컵 개막 전 수차례 평가전에서의 졸전, 선수 간 불협화음이 본선에서 언젠가는 이러한 좋지 않은 결과로 나타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오늘 이 경기를 함께 하는 모든 독일인들은 독일이 단순히 패배하여 침묵한 게 아니라, 평상시 우리 스스로 우려하던 부분이 터졌기 때문에 자조하고 자멸하는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한국인인 나에게 설명해주었고, 덧붙이는 말로 “그럼에도 독일은 반드시 조별리그를 통과할 것이라 믿는다’고 ‘한국에도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며 섬뜩한(?) 덕담을 해주었다. 정답게 서로의 국기를 들며 우애를 다졌다.


 

 

(그 와중에 짤막 문화차이 : 다른 인터뷰어인 Sebastian Lohr씨는 인터뷰는 응하되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사진은 거절했다. 독일은 정말 이런 일이 비일비재)
오늘 이후 독일 패배에 대한 한국 및 독일 양국 언론의 관점의 차이에 대해서도 주목해볼만 하다. 느낌상으로는 아래와 같이 소개가 되지 않을까 궁금증을 일으키게 하는 혼자만의 예상을 해본다.


■ ‘한국 언론’ : 잠깐 미끄러졌지만 우승 후보는 우승 후보, 남은 경기가 더 치열해질 것
■ ‘독일 언론’ : 무기력, 실수 투성이, 이대로는 희망 없어


독일인에 대한 한국인의 고정 관념은 크게 ‘시간 약속 철저’, ‘정직성’으로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에 ‘부정적 사고’도 추가해볼 것을 추천한다. 이들은 생각보다 생활의 많은 면에서 부정적이다. 어느 분야든, 독일인들은 매사 자신감과 실력을 겸비하고 있어 상황에 대처해나갈 수 있음에도 말이다.


특정 기대치가 높아 이에 도달하지 못할 때 나오는 아쉬움과, 어떤 상황 자체를 애초부터 부정적 관점으로 보는 것은 성격이 상이한데 이번 독일 대표팀의 첫 경기 패배에서 살짝 엿볼 수 있었던 독일의 모습은 후자였던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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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방기술 혁신 열쇠 '공동·융합 R&D'

 

이성호 박사

1970년대 우리나라 무기 개발은 온전히 미국에 의존했다. 우리나라는 재래식 무기 개발을 위해 미국 라이선스를 구매했다. 한국 국방 규격은 미국 국방 규격(MIL-spec)을 그대로 번역해 제정했다. 미국 규격에 따라 우리나라 무기를 생산한 것이다. 이 방법으로 군수품을 제조하는 경우 미국에서 구할 수 있는 원료를 기반으로 제조해야 한다. 이에 따라서 수류탄의 폭발 지연 시간 조절을 위해 사용되는 간단한 점토도 다른 나라 원료를 사용하면서 성능이 저하되는 등 많은 문제에 직면했다.

 

그럼에도 선진국 기술 의존도가 높은 이유는 무기 개발에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국방 무기는 일반 소비 제품과 다르게 적용 분야 특성상 사람에게 위험한 제품이 많다. 이 때문에 제품 개발 단계가 매우 복잡하고, 저장 환경 시험을 거쳐야 한다. 실제 군에 적용하려면 길게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더욱이 개발 자체가 군사기밀인 경우가 많아 진행 과정 공개가 불가능하다. 2000년대 들어 국내 기술로 개발된 다양한 무기 체계가 선보여 실전 배치되고 있지만 여전히 선진국 기초 기술에 기반을 둔 것임에는 부인하기 어렵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국방 분야 연구개발(R&D)의 세계 추세를 눈여겨봐야 한다. 선진국 국방 R&D는 대부분 민간 산업체, 대학교, 연구소와 함께 진행된다. 미국은 국가연구비 예산의 절반을 국방 분야에 사용한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미래 지향 국가 프로젝트는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기획하고 집행한다. DARPA는 산·학·연 연계 혁신형 프로젝트를 추진해 민간 분야로 기술을 확산했고, 오늘날 혁신 연구 요람으로 인정받고 있다. DARPA는 초기에 군의 수요에 맞는 기술 개발에 중점을 뒀다. 이후 기초 과학 중심으로 과제를 기획했다. 또 기업과 대학의 야심에 찬 R&D를 지원했다. 연구 결과는 민간 분야까지 확산 적용했다. 이런 노력으로 1970년대 인터넷을 포함한 개인 컴퓨터 시대를 이룩했고, 2000년대 들어와 자율주행과 로봇 사업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국방 혁신의 핵심 기술에서 '복합 소재'를 빼놓을 수 없다.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그래핀은 머리카락 굵기 10만분의 1에 불과하지만 강철보다 200배나 강하다. 이것으로 반도체 소자를 만들면 무기의 초경량화가 가능하다. 또 질화붕소나노튜브(BNNT)로 방호복을 만들면 한 장의 얇은 직물 형태 섬유로도 방사선을 막을 수 있다. 이렇듯 국방 기술 혁신은 복합 소재에서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고 북한의 핵무기 폐기가 언급되는 상황에서 복합 소재 사용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있다. 복합 소재는 전략 물자이면서 경량 소재이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된다. 현재 초경량 자전거, 낚싯대 등 스포츠용품부터 전기자동차 내장재·구조재로 쓰인다. 일본은 건물의 내진 보강재로도 사용한다. 웨어러블 기기, 스마트 로봇, 항공·우주 분야 등 복합 소재 활용 범위는 더욱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국방 R&D 분야의 산·학·연 연계가 미흡하다. 공동·융합 연구의 필요성에 대한 지적이 많다. 융합을 통한 노력 없이는 창의성이 뛰어난 기술 개발에 요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 같은 사실을 주지하고 민간과 군 협력을 통한 R&D 사업 촉진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소재 개발은 국방 분야뿐만 아니라 미래 사회 변화를 선도할 핵심 기술이다. 이에 따라서 복합 소재 연구는 미래 첨단 소재로서의 중요성이 강조돼야 한다. 앞으로도 지원과 투자가 지속해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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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혁신 협력네트워크 구축 속도내자

 

윤석진 부원장

최근 영화 '어벤저스, 인피니트워'가 누적 관람객 1100만을 돌파했다. 앤서니 루소, 조 루소 감독은 신들과 초능력자들이 펼치는 활약상들을 150분 동안 촘촘히 담아냈다. 개봉 이후 2018년도 최고의 SF영화로 자리매김을 해 나가고 있다. SF영화는 단순 유희를 넘어, 시대에 따라 소재를 달리하며 과학적 상상력을 자극하고 도전의 원동력을 제공한다. 20세기 최고 인기 SF영화 주인공은 '로봇'(robot)이었다. 1897년 프랑스 멜리에스의 '어릿광대와 꼭두각시'로 시작한 로봇영화는 아톰, 터미네이터, 로보캅 등을 등장시키며 우리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아 왔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관심에서 밀려나고 있는 추세다. 이는 SF영화가 먼 미래의 주인공을 등장시킨다는 속성으로 볼 때, 로봇은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님을 보여준다 할 것이다. 사실 꽤 오래 전부터 생산 현장에서 힘들고 위험한 작업을 로봇이 담당해 왔다.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지능화된 서비스 로봇이 적용 분야를 넓혀 나가고 있다. 일본에서는 로봇이 노인을 보살피고 있고, 프런트부터 룸서비스까지 로봇이 서비스하는 호텔도 등장했다. 이제 로봇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로봇 산업의 급성장을 쉽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 주력 산업으로서 로봇의 미래는 어디에 있을까? 쉽게 일본을 손꼽을 수 있다. 일본은 로봇 핵심 부품인 감속기, 서보모터, 센서 등에서 세계 시장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세계 산업용 로봇 특허 출원 건수 상위 10대 기업 중에 7개가 '화낙', '야스카와전기', '가와사키중공업' 등 일본 기업이다. 일본 기업들은 이러한 위상을 토대로 미래를 주도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지금 펼쳐지고 있는 상황은 일본 기업의 생각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너무도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경쟁자는 로봇 운영 플랫폼을 장악했다. 거의 완벽하게 자연어를 처리하고 음성 대화가 가능한 기술을 보유했다. 빅데이터 플랫폼에서도 최고의 기업이다. 결정적으로 쉽게 익히고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서비스로 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 이 놀라운 경쟁자가 바로 구글이다. 지금까지 로봇 기업은 외형을 먼저 만들고 지능을 추가해 왔다. 이에 반해 구글은 두뇌를 먼저 만든 것이다. 구글 텐서플로의 강력함, 어시스턴트와 듀플렉스 서비스의 유용함, 플랫폼 장악의 위력을 감안하면 로봇의 미래가 구글에 있다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로봇 미래를 준비하는 구글의 전략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21세기형 혁신 방향도 찾아볼 수 있다. 지금껏 우리는 외형을 먼저 만들고 속을 채워 나가는 전략을 채택해 왔다. 이는 선진국들이 검증하여 성공이 보장된 모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확인되지 않은 길을 선도해 나가야 하는 지금, 외형적 틀을 먼저 짜는 전략은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다. 시시각각 변하는 외부 환경과 시장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 경쟁력 있는 두뇌와 콘텐츠를 먼저 준비하는 전략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최근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강소특구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지자체와 협력하여 핵심기술기관을 중심으로 혁신을 위한 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한 지역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소프트웨어가 준비되어 있는 곳에 시너지를 창출하고 혁신생태계를 완성해 가는 혁신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5월 29일, 홍릉 클러스터링 추진단이 현판식을 갖고 출범했다. 홍릉에는 고려대, 경희대, KAIST 경영대학원 등 유수 대학과 최초의 국책연구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등이 위치해 있다. 또한 2012년부터 홍릉소재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계기로 홍릉의 활성화를 위한 담론의 장이자 협력네트워크인 홍릉포럼을 운영해 오고 있다.

 

지금껏 대한민국 발전의 싱크탱크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 온 홍릉이 이제 글로벌 혁신 클러스터로 재도약하려 하고 있다. 그 기반은 지난 50년간 발전시키고 쌓아온 홍릉의 역량과 인재가 될 것이다. 반세기 전, 홍릉의 시작도 비어 있는 공간에 하드웨어를 만들고 인재와 프로그램을 채워 가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21세기 홍릉은 보유한 역량을 토대로 브레인을 서로 연결하고 꼭 필요한 하드웨어를 구비해 나가게 될 것이다. 혁신의 생태계로서 홍릉은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을 끌어갈 엔진을 기대하는 국민과 국가의 기대에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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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반도체 연구소 장준연 소장

춥고 어두웠던 칙칙한 단색의 겨울이 지나갔다. 강해진 햇살이 이름 모를 들꽃에서부터 봄의 전령사인 개나리, 진달래를 개화시켜 어느덧 들판을 울긋불긋 아름다운 색으로 채운다. 이럴 때면 이상하게도 어린 시절 학교에서 배웠던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는 시가 떠오른다. 나라를 빼앗긴 암울한 현실과 이를 극복할 아무런 힘이 없는 무기력함에 지친 한 지식인의 눈에는 인간세상의 질곡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때만 되면 아름다움의 향연을 벌이는 자연의 위대함은 오히려 사치이고 질시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종전은 한반도에 봄을 가져다주는 듯 했다. 그러나 일제로부터 빛을 되찾아(光復) 온지 불과 3년 만에 6.25 전쟁이라는 비극이 일어났고, 오늘날까지도 한반도를 무겁게 짓누르는 분단의 시대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비극에도 불구하고, 지난 70여 년간 우리 국민들은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발전을 이룩했다. 1960년대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불과 80달러로 아프리카 가나의 GDP 170달러의 절반도 안됐다. 이런 불모지에서 오로지 잘살아보자는 일념으로 경제발전에 매진해 2017년엔 2만 7000달러로 1960년에 비해 대략 340배 상승했고 수년 내에 3만 달러 달성이 예상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에 가입한 190여 개국 가운데 1인당 GDP가 3만 달러 이상인 국가는 불과 27개국이며 마냥 부러워만 했던 이웃나라 일본이 3만7000달러로 이젠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러한 눈부신 발전에는 우리 선배 세대들의 피땀 어린 노력과 희생이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독일에 광부와 간호사 파견, 베트남 전쟁 참전 그리고 중동 건설 현장 등 험지에서 일하며 벌어들인 종잣돈으로 제조업을 일으키고 기술개발에 몰두해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가 간 치열한 경쟁과 내부 사정 등으로 경제발전을 견인했던 자동차, 철강, 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들이 최근 어려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제조업 가동률이 70.3%로 글로벌 경제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69.9%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마지막 보루인 반도체 산업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더구나 향후 성장을 이끌 미래 성장동력 산업발굴이 부진하여 지속적인 경제발전에 큰 저해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남북 정상들의 판문점 회담 및 판문점 선언으로 정치, 안보 분야뿐 아니라 침체에 허덕이는 한국 경제에도 새로운 활력을 가져오리라 여겨진다.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인다. 미북 회담이 가까스로 재개됐지만,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는 모든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불과 수 개월 전만 해도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와 이에 대항하는 북한의 끈질긴 대량살상무기 개발로 한반도는 전례 없는 극도의 위기상황에 놓여있었다. 그러나, 지난 겨울, 평창 동계올림픽을 전후해 북한 입장의 변화가 감지됐고, 올림픽이라는 인류의 축제를 통해 남북 화해무드가 조성됐다. 미북 회담 일정이 살얼음 판 위를 걷는 정국이지만, 우리는 이제 더 멀리 더 넓은 시각으로 다양한 협력을 마련해가야 할 것이다. 

 

올림픽을 통해 조성된 문화·체육 분야의 협력이 정치적 화해분위기에 물꼬를 텄고, 비록 속도가 늦춰지더라도, 우리 과학기술인들은 어떻게 이 흐름을 이어갈지 고민해야할 것이다. 북한의 과학기술 시스템은 우리와 많이 다르다. 국방기술 분야에서는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고 있지만 그 외 민생관련분야나 순수 과학분야는 아직 불모지에 가깝다. 따라서 우리는 우선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협력이 가능할지 고민해야 한다. 이번 정부가 국가 R&D의 핵심지표 중 하나로 국민생활에 밀접한 건강, 환경, 재난·안전 분야에 대한 연구 강화를 꼽았는데, 북한과의 협력에서도 북한 주민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야에서 우선적인 협력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특히, 3대 민간부분의 협력은 북한 주민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있으므로 북한과 남한의 교류를 한발 앞장서 이끌어나가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땅에도 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오고 있다. 잠시 꽃샘추위가 찾아왔다고 해서, 이러한 변화의 물결을 언제까지 지켜만 보고 웅크리고 있을 수는 없다. 물론 섣부른 예단이나 허황된 통일의 꿈은 철저히 경계해야겠지만 과거의 흑백 논리, 이분법적 사고에 갇혀서 모처럼 찾아든 봄기운을 몰아내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될 것이다. 정치·경제·문화, 그리고 과학기술계와 같은 사회 각 분야가 각자의 몫을 해내며 다가오는 봄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을 때, 비로소 이 땅에 봄이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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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그노시스연구단 김인산 박사

2015년 의학잡지인 뉴잉글랜드의학지에 충격적인 사실이 보고됐다. 41세 컬럼비아 남성이 너무나 쇠약해져 병원을 찾았다. 면역력이 극도로 떨어진 에이즈 환자인 그는 온몸에 암 덩어리가 퍼져 있었고, 조직검사상 암 진단이 확정됐지만 이 암은 이제껏 보지 못한 이상한 조직 소견을 보였다. 남성의 몸에서 자라고 있는 암세포는 사람의 것이 아니라 자기 몸에 기생하고 있는 촌충의 암세포였던 것이다.


"암도 전염이 될 수 있나요?" 물론 우리는 암세포는 전염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2016년 2월 22일 뉴욕타임스는 재미있는 기사를 내보냈다. 지구상에는 전염이 되는 암이 3종이 있다고 했다. 동물에서 관찰됐다는 것이다. 개, 타스메니안 데빌 그리고 조개에서 암이 한 개체에서 다른 개체로 전염이 된다는 것이다.

 

이상의 특별한 사례들에서 살펴봤듯이 암의 성장에는 면역시스템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면역은 모든 생명체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갖춘 고도의 복잡한 시스템이다. 즉 외부의 침입자와 내부의 반역자들 공격에서 자신을 지켜 살아남기 위해 개발된 아주 오래되고 정밀한 시스템이다. 우리 인간의 면역체계 기원은 약 5억년 전부터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볼 때 우리가 암을 상대할 때 `우리 면역시스템을 가동시키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암세포는 친구일까, 아니면 적일까. 암세포는 우리 세포에서 유래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암세포는 분명 친구다. 따라서 우리 면역시스템은 형제의 세포에는 면역 관용을 적용하여 적으로 인식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아무리 강력한 면역시스템을 갖추고 있어도 암세포를 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면 항암전략으로는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여기에 아이러니가 있다. 암은 유전자 변이를 동반하는 질환이라는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암유전자 또는 암 억제 유전자 변이는 정상세포가 암세포가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면역치료 관점에서 보면 해로운 유전자 변이가 있어야 면역반응이 더 잘 일어나기 때문에 유전자 변이는 비록 암을 생기게 하는 불행한 일을 만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면역치료가 잘되게 하는 좋은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 돌연변이가 생기면 왜 면역반응을 잘 일으키는 것인가. 유전자 돌연변이가 생기면 그 유전자 정보에 의해 만들어지는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변화를 초래하고 이는 당연히 정상 단백질과 구조 및 기능 차이를 나타내게 된다. 면역은 나와 나 아닌 것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자신의 단백질과 비록 약간의 차이가 나는 것이라도 예민하게 인식할 수 있다. 따라서 돌연변이가 많이 일어나 차이가 나는 단백질이 많이 만들어지면 우리 면역시스템은 그 차이를 보이는 세포를 선택적으로 인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제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다시금 암과의 전쟁을 선포한 연유에는 이 면역체계를 이용한 항암전략이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놀라운 성과에도 불구하고 항암 면역치료는 일부 암에서만 효과가 있고 그것도 약 30% 미만의 환자에서만 효과가 있다. 여전히 많은 암 환자들이 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희망의 빛은 보았지만 그 빛은 아직 너무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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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그노시스연구단 김인산 박사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2016년 국정연설에서 다시 한번 암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뇌종양으로 47세의 젊은 아들을 가슴에 묻은 당시 부통령인 조지프 바이든을 총책임자로 임명하는 감동적인 장면도 연출했다. 1971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메리 라스크가 이끄는 암연구 그룹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암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법령에 서명한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인류는 놀라운 암치료 기술들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우리는 암에 걸려 고통받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점점 더 많이 보게 된다.


3명 중 1명을 넘어 2명 중 1명이 암에 걸리게 되었으니 이제 암은 남의 일이 아니라 곧 나의 일이 된 것이다. 우리는 자신이나 가까운 사람이 암에 걸리면 무척 놀라게 된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 보면 그리 놀랄 일이 못 된다. 한 개의 정자와 난자가 엄마의 자궁에서 수정해 하나의 세포가 된 다음 이분열하여 10개월이 지나면 수십조 개의 세포로 구성된 한 인간이 태어난다. 한 개의 세포가 짧은 기간에 이렇게나 많은 세포로 증식한다니 세포의 왕성한 증식력이 놀랍다. 이는 암세포의 특성이기도 하다.

 

이렇듯 왕성한 증식력의 잠재력을 지닌 세포 수십조 개가 서로 사이 좋게 얌전하게 그리고 조화롭게 살고 있다는 것은 경이로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다시 말해 수십조 개의 세포가 암세포가 되지 않고 얌전하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우리는 암이 생기는 것에 놀랄 것이 아니라 암이 생기지 않는 것에 놀라야 하는 것이다. 이제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우리는 자신의 인생에 있어 암은 죽음과 같이 피할 수 없는 자연 현상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암이 주는 고통과 공포가 너무 크다.

 

우리는 고혈압이나 당뇨병에 걸렸다고 하면 `지금부터 조심 해야겠네` 하고는 그다지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그저 혈압약이나 당뇨약을 복용하면 되고 당장 죽을 병도 아니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도 가능할까? 항암 치료는 왜 고혈압 치료처럼 할 수 없을까? 고혈압보다 치료 과정이 조금은 고통스럽더라도 그래도 치료하면 당장 죽지는 않게 치료할 수는 없을까? 고혈압·당뇨병 등과 같은 만성질환 치료제는 우리 몸의 세포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기능을 조절하는 것이다. 이와 반면에 암치료는 암세포를 죽여야 하는 것이 목적이다. 지금까지의 항암치료제는 환자가 견딜 수 있을 최대 용량을 투여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정상세포마저 죽이게 되는 부작용이 필연적으로 발생해 환자들은 많은 고통을 호소하게 된다. 이렇게 고통스러운 치료에도 불구하고 암세포는 살아남는다. 암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생존과 번식을 하고자 하는 생명체의 본질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암세포 하나를 하나의 생명 개체로 바라보면 이해가 쉽다. 마치 미생물처럼 암세포도 끊임없이 분열하고 자신의 환경이 변화하면 돌연변이를 통해 그곳에 적응해 살아남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 항생제 개발과 여기에 저항하는 균과의 끊임없는 군비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과 같이 항암제 개발과 여기에 맞서 싸우는 암세포와의 영원할 것 같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가 균을 영원히 정복할 수 없다고 받아들인다면 암 역시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공존의 대상으로 생각해야 하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야 하는 것 아닐까.

 

우리는 또 하나의 불편한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한번 암에 걸려 완치된 사람은 암에 한 번도 걸리지 않은 사람보다 다시 암에 걸릴 확률이 두세 배나 높다. 이는 암 완치 기술이 개발되면 될수록 사람이 오래 살게 되고 이는 다시 암에 걸릴 확률이 높은 사람들의 수가 증가한다. 결국 암치료 기술을 개발하면 할수록 암환자는 줄어들기보다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는 논리적 모순을 낳게 된다. 우리 몸의 모든 세포가 암세포가 될 수 있는 내재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고려해 볼 때 우리는 살아 있는 한 자신을 살아 있게 하는 정상세포뿐 아니라 비뚤어진 세포와도 타협할 수밖에 없다는 운명적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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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과기연구 선순환 환경 시급하다

 

장준연 차세대반도체연구소 소장

지난 4월 21일은 '과학의 날'이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시작은 1966년 KIST가 설립되면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듬해인 1967년 4월 21일 과학기술처가 발족하고 그 다음해인 1968년부터 과학기술처의 발족일을 과학기술의 발전과 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과학의 날'로 지정됐다. 

 

최근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는 스마트폰 기술에서 볼 수 있듯, 과학기술은 경제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을 비롯한 대부분 나라에서 과학기술 연구는 시장이 아닌 정부의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의 경우처럼 기술개발이 제품이나 상용화로 무조건 직결되는 것은 아닌 경우가 있고, 원천기술의 개발이 산업화 기술에 이르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비교적 길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우주개발과 같은 국가적 차원의 큰 프로젝트는 당장 경제적 이익을 가져오지는 않지만 국가의 존립과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기에 정부가 주도하는 것이 타당하다.

 

과학기술처의 발족으로 시작된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다소 부침은 있었으나 일관적으로 국가발전을 위한 과학기술의 역할을 강조하며 수립됐다. 1970년대에는 대덕연구단지 건설이 시작됐고 다양한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설립됐다. 이후, '2000년대를 향한 과학기술발전 장기계획', '선도기술개발사업(G7프로젝트)' 등의 장기적인 연구 프로젝트가 80~90년대에 시행됐다. 또한, IMF 경제위기가 엄습한 1998년에는 과학기술처가 과학기술부로 승격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기도 했다. 2001년에는 과학기술기본법이 제정돼 2003년부터 5년마다 제정된 법에 근거한 과학기술분야 최상위계획인 과학기술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2004년에는 과학기술부총리제 시행으로 과학기술의 위상이 더욱 높아지는 듯 했으나, 2009년 과학기술부와 교육인적자원부가 교육과학기술부로 통합되며 연구개발 예산권이 기획재정부로 이관됐고, 이후에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출범,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재개편됐다. 최근에는 R&D 예산의 총괄조정과 R&D 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에 대한 권한이 기획재정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이관돼 과학기술의 위상이 재정립돼가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2월 정부는 '제4차 과학기술기본계획(2018-2022)'을 발표하며, 현 정부의 과학기술방향을 제시했다. "과학기술로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인류사회 발전에 기여"한다는 비전 아래, '미래도전을 위한 과학기술역량 확충', '혁신이 활발히 일어나는 과학기술 생태계 조성', '과학기술이 선도하는 신산업·일자리 창출', '과학기술로 모두가 행복한 삶 구현'이라는 4대 전략이 발표됐다. 그리고 각 전략별로 4~5개의 중점추진과제가 선정돼, 연구자 중심의 연구몰입 환경 조성, 원천적 기초연구 육성,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 제조업 및 중소기업 육성, 일자리 창출, 안전하고 편안한 사회 구현 등의 과제들이 중점과제로 선정됐다. 현재 부각되는 사회문제를 과학기술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4월20일 과학·정보통신의 날 기념식에서 과학기술유공자 32명에게 증서가 수여됐다.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선배 과학자들께서 과학기술유공자로 지정됐다는 점에서 과학기술인의 한사람으로서 자랑스럽고 뿌듯함을 느낀다. 그러나 미래의 과학기술을 이끌어 갈 어린이들에게 과연 과학기술자가 사회에서 성공한 직업으로 인정받고, 선망의 직업인가 하는 점에서는 맘이 편하지 못하다. 

 

금전적인 문제에 얽매이지 않고, 밤늦게까지 주말에도 쉬지 않고 연구 개발에 몰입하는 것이 과거 연구자에게 기대되는 미덕이었다. 워커홀릭 되는 것이 마치 바람직한 것으로 취급받았고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소가 당연하게 여겨졌었다. 그러나 돈도 제대로 못 벌고 일만 열심히 해야 하는 과학자, 연구자는 더 이상 미래 새싹들이 바라는 장래희망 1순위가 아니다. 필자는 이제 과학자라는 직업은 본인의 전문성과 창의성을 발휘하고 나아가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의 준말로 좋은 직장의 조건)이 좋은 직종으로 인식돼야 한다.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소'가 아닌 개인의 시간이 보장되고 저녁이 있는 삶의 기반을 마련하는 연구소이어야 한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을 통해 창의적이고 원천적 연구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고 이러한 성과들의 기술적, 경제적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아 노력에 대한 충분한 금전적 보상이 가능한 선순환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과학기술은 경제발전의 수단으로 취급받고 희생을 강요당한 적이 많다. 정부는 늘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효율성과 성과 면에서 과학기술자들의 반성과 위기의식을 강요해 왔다. 우리 기억 속에 우리나라는 늘 경제 위기였고 그 주요 원인을 정책의 실패나 외부 요인이 아닌 과학기술 성과에 돌렸던 것 같다. 

 

과학·정보통신의 날 기념식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밝혔듯이 한국은 ICT 발전지수 2위, 과학기술 경쟁력 6위로 세계 선두권에 위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인력 양성은 39위, 과학흥미도 26위, 수학과학교육의 질적 수준 36위 등 미래 희망을 담보하는 과학기술의 기반순위는 아직 낮은 단계에 머물러 있다. 과학기술 종사자가 자부심을 느낄 수 있고, 우리 어린이들의 장래 희망이 다시 과학자가 되고, 국민들이 과학자들을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연구 환경, 풍토가 만들어져 경제, 기술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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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귀남 미세먼지사업단 단장

동북아시아에서 일본은 산업화 과정의 극심한 대기오염을 경험하고 극복한 대표적인 나라다. 한국은 2003년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당시 심각한 서울 중심의 대기오염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해 2012년까지 서울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점차적으로 개선되는 가시적 효과를 거두었다. 그런데 2013년 1월 중국 전역을 휩쓴 극심한 미세먼지 오염 이후 전국적으로 고농도 미세먼지의 발생이 빈번해졌다. 또한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도 정체 상태에 머물러 국민들의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가 커져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자연재난으로 여겨지고 있다.

 

에너지 사용은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를 포함해 미세먼지,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일산화탄소 등 다양한 유해 물질을 대기로 배출시킨다. 한국도 1960년대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극심한 대기오염에 시달렸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가정 연료를 석탄에서 도시가스로 전환하고 자동차 연료의 황 함량을 줄이며 사업장 및 자동차 등의 배기가스 기준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이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지출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 몇 년 사이 급격한 산업 발전으로 큰 폭의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산업 발전에는 필연적으로 에너지가 사용되며 중국의 에너지 사용량은 가파르게 증가 추세다. 현재 연료 중에서 상대적으로 오염물질이 많이 배출되는 석탄이 전체 에너지의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동북아시아의 대기오염에 재앙을 부를 것이라 지적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미래에 대한 대비 능력이 부족한 우리 사회의 취약성이 미세먼지 현황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금의 중국 미세먼지 오염은 산업화 과정과 경제 성장에 따른 에너지 소비의 증가가 주된 요인이므로, 과거 선진국 및 한국의 경험처럼 앞으로 극복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의 하류에 자리해 빈번하게 심각한 미세먼지 오염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러한 상황에 슬기롭게 대처하기 위해 국가는 미세먼지 대응 전략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 우선 동북아시아 차원의 비전으로 이 지역 국가들이 '호흡 공동체'로서 인식을 공유하고,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단계적 방안을 마련하고 추진해야 한다. 다음으로 동북아시아의 에너지 사용, 경제 성장 등 환경변화를 반영한 미세먼지 장기 전망을 마련하고, 이러한 시나리오에 근거해 합리적인 국내 미세먼지 대책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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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단상] 4월 과학의 달, 메디치가(家)의 철학을 되새기며

 

 

이병권 원장

이탈리아 피렌체는 잘 알려진 것처럼 당대의 수많은 천재가 재능을 꽃피운 르네상스 발상지였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파도바에서의 교수 생활을 접고 피렌체로 옮겨온 후 지동설 완성, 고배율 망원경 제작 등 탁월한 성과를 연이어 발표했다.

 

미켈란젤로, 보티첼리, 브루넬레스키 등 당대 천재의 재능이 발현된 곳도 피렌체였다. 과연 피렌체의 무엇이 이들의 잠재력을 깨운 것일까. 여기에는 당시 피렌체를 통치한 메디치 가문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창조 재능은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을 때 비로소 만개할 수 있다. 뛰어난 인재에게 어떻게 오롯이 창의 활동에 전념하게 할 것인가. 이는 예나 지금이나 연구 활동을 지원할 때 고려해야 할 변치 않는 본질이다. 최근 정부가 중점을 두고 있는 '연구자 중심 환경 조성'도 이러한 맥락일 것이다.

 

역사에서 천재들의 창조 활동 후원은 메디치가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당시 유럽의 왕족 등 지배 계급은 과학자와 예술가를 직접 고용하거나 후원하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몽유도원도를 그린 안견은 안평대군의 후원을 받았다. 조선 후기 대표 세도 가문이던 안동 김씨와 풍양 조씨가 겸재 정선, 추사 김정희의 열렬한 후원자였음은 익히 알려져 있다.

 

막대한 권력과 부를 소유한 지배층이 과학과 예술을 지원한 것은 단순한 후원 이상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가문의 정치·문화 위상을 과시하기 위한 통치 수단의 일부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메디치가도 은행업으로 성공한 상인 집안의 한계를 극복하고 싶어 했다. 천재들의 성과 창출에 기여함으로써 공화정이던 당시 피렌체에서 정치 입지를 공고히 하려 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르네상스라는 위대한 역사 구심점이 된 메디치가의 후원을 설명할 수는 없다. '과학의 달' 4월을 맞아 그 당시 창의·혁신의 요람 피렌체와 메디치가의 철학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메디치가는 스스로 학문, 지식, 문화예술 그 자체를 이해하려는 치열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제대로 알아야 올바로 지원할 수 있다는 굳건한 신념 때문이었을 것이다. 오늘날 우피치 미술관의 작품, 라우렌치아나 도서관의 방대한 장서는 그러한 철학의 대표 산물이다.

 

또 메디치가는 최고 인재에게 그에 걸맞은 최상의 예우를 보장하였다. 갈릴레오에게 토스카나 대공국에서 당대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고액의 연봉을 지원했다. 여기에는 자긍심이 창의성의 원천이라는 믿음이 작용했을 것이다.

 

메디치가의 철학에서 더 중요한 부분은 창조 활동의 자율성을 존중한 것이다. 작품마다 메디치가에서 원한 기본 방향은 있었지만 진행 과정에서 천재들 나름의 해석과 관점을 적극 수용하였다.

 

무엇보다 자신들의 요구가 이들의 창의성 발휘를 저해할까 늘 경계했다. 마치 오늘날의 '무빙타깃' 개념과 다르지 않다. 이러한 정신과 철학이 인류 역사에서 가장 찬란한 시대라 불리는 르네상스를 만들어 낸 원동력이라 생각된다.

 

 '과학 과학 네 힘의 높고 큼이여, 간 데마다 진리를 캐고야 마네.' 1933년 제1회 과학데이 행사에서 울려 퍼진 '과학의 노래'다. 엄혹한 일제 치하에서도 과학기술을 통해 민족 역량을 일으키고자 한 당시의 뜨거운 희망과 기대를 엿볼 수 있다.

 

많은 시간이 지난 오늘날에도 과학기술과 창의 인재에 대한 국민 기대는 변함없다. 창의·혁신을 위한 아낌없는 후원을 통해 르네상스를 꽃피운 메디치가의 정신과 철학을 뒤돌아보자. 4차 산업혁명이라는 21세기 르네상스를 앞둔 대한민국이 되새겨야 할 가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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