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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cle KIST

노벨상 수상자와 한 공간에서 연구…“많이 배우고 오겠습니다”

 

 

 

 

허여울 박사, ‘그라스 펠로우쉽 프로그램’ 국내 최초 선발
매년 전 세계서 10여명 선발…3개월간 통증감소 관련 연구

 

 

세계 최초, 국내 최초, 최초 개발 등 늘 주목받는 ‘첫 시작’. KIST에는 유난히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어 있다. 국내최초 과학기술연구소, 국내최초 프레온 냉매개발, 세계최초 휘어지는 메모리 개발 등 말이다.

KIST가 또 한 번 최초 수식어를 달았다. 매년 전 세계에서 10여명정도만 선발하는 경쟁률 높은 '그라스 펠로우쉽 프로그램(Grass Fellowship Program)'에 KIST 연구진이 선발된 것이다. 한국에서 직접 선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허여울 신경과학연구단 박사는 그라스 펠로우쉽에 '통증관련 연구'를 제안해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펠로우십 기간은 3개월로 미국 해양생물연구소(MBL)에서 지내게 된다. 오는 5월 26일 출국 예정인 허여울 박사는 "신경과학분야의 유명한 연구진들이 MBL에서 활동하는 만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라스 펠로우쉽 준비로 한창 바쁜 허 박사를 직접 만났다. 그의 첫 인상에서 외유내강(外柔內剛)이 떠올랐다. 한없이 상냥한 말투에서 부드러움이 느껴졌지만, 대화 속에서 연구를 향한  강한 의지와 열정이 엿보였다.

 

 

 

선정 비결? “3개월 안에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통증은 개인마다 느끼는 정도나 기간이 다를 뿐 아니라 여러 곳에서 느껴지기 때문에 어려운 점도 많다. 하지만 연구결과가 통증치료에 적용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지난해 여름, 원내 연구진과 함께 MBL에서 2달을 보낼 기회를 얻은 허 박사는 MBL 수업을 듣거나 논문을 작성하는 등 연구생활을 하며 최신 연구 트렌드를 익혔다. 저명한 논문 저자들이 MBL에서 지내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던 그 때, 건물에 붙여진 그라스 펠로우쉽 프로그램 포스터를 발견했다.

 

잘 짜인 프로그램 구성, 특히 스스로 실험 디자인과 연구실 세팅 등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끌린 그는 작년 12월 초 제안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한국에서 직접 선발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마음은 간절했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기다리기를 1달, 지난 1월 합격통보를 받았다.

 

 

 

 

허 박사가 지원한 내용은 우리가 느끼는 통증에 관한 것이다. 그에 따르면 뇌의 시상에서 특정한 패턴을 가진 전기 자극을 주었을 때만 통증감소효과가 있는데, 대뇌피질의 억제성 세포를 자극함으로써 생기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허 박사는 "많은 종류의 억제성 세포가 대뇌 피질에 존재한다. 그 중에 구체적으로 어떤 세포들이 통증감소와 연관되어 있는지를 밝히는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내용은 허 박사가 박사과정동안 꾸준히 해온 연구 분야다. 지속적인 연구로 전문성 및 연구수행 능력을 인정받아 펠로우쉽 멤버에 선정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기간이 짧은 만큼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연구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며 펠로우쉽 합격 비결을 귀띔했다.

 

 

펠로우쉽 기간이 짧은 만큼 획기적인 연구성과를 낸 연구자는 거의 드물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계획을 세워 해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고, 많은 사람과 교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면서 "책임급 연구원이 되기 전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라스 펠로우쉽을 마친 후 계획을 묻자 그는 KIST로 돌아와 다른 방향에서 통증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전기적 자극을 통해 통증관련 연구를 해왔으나 앞으로는 광(光)자극을 통해 선택적으로 자극을 주어 뉴런의 활성화와 비활성화에 대해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 박사는 KIST 위촉연구원으로 지내다 2008년 UST를 통해 KIST와 다시 인연을 맺었다. 최근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창의적인 연구를 주도하는 연구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