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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cle KIST

"칸막이 넘어 함께 연구"…KIST 파격실험 주도

 

 

 

KIST '파이오니어쉽'…3개 분야 이상 융합연구 6개 과제 선정
"한 분야로는 획기적 성과 어려워"…화학·재료·BT 등 합종연횡

 


종이 한 장으로 가능한 실시간 질병 진단 시스템, 물과 햇빛만으로 비료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 녹조현상을 예측해 미리 해결하는 장비.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융합'이다.

 

한 분야만 파고드는 연구개발이 한계에 봉착했다. 연구실 칸막이를 낮춰 그 분야 전문가들을 투입하는 등 다방면 기술을 융합하는 새로운 연구개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KIST는 기존 연구 틀을 벗어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융합연구 아이디어 및 연구주제를 선정하는 'KIST 파이오니어쉽(KIST Pioneership)'을 도입했다. 젊은 연구자가 주축이 돼 아이디어를 제출했으며 총 6개가 선정됐다.

 

선정된 과제는 ▲태양광을 이용한 비료생산 원천기술(민병권·대상) ▲박테리오파지를 사용한 기능성 하이브리드 콜라겐 형성(최낙원·최우수상) ▲녹조유발 질소 제거 생화학전극(배효관)▲현장 검진(POC)을 위한 종이진단 시스템 개발(김영수) ▲비닐하우스 비닐을 태양전지 비닐로 대체하는 식물 맞춤형 태양전지(이택성·이상 우수상) ▲보급형 3D 프린터용 금속소재 개발(황준연·이상 장려상)이다.

 

‘태양광을 이용한 비료생산 기술’이 개발되면 우리나라가 4년간 쓸 수 있는 비료를 1년 안에 만들 수 있으며, ‘종이진단 시스템 기술’이 실현되면 오지와 극지 환자를 실시간으로 진료해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장에서 질병·환경 진단 OK…'손바닥 위 종이실험실'

 

 

"극지·오지에 대형장비를 갖고 가기 힘듭니다. 프린터로 인쇄해 현장에서 건강과 환경진단이 가능한 '종이진단 시스템'을 만들겠습니다."

 

현장진단 시스템 중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임신테스트기다. 하지만 제대로 된 현장진단용 시스템은 그리 많지 않다. 김영수 뇌의약연구단 박사는 임신테스터처럼 현장에서 바로 질병과 환경을 분석하는 '종이진단 시스템 아이디어'를 도출했다. 이를 위해서는 재료과학(종이 제작), 유기화학(종이 위 화학반응), 미세공학(종이 위 회로그리기 및 랩온어칩), 생명과학(질병 진단), 환경공학(환경 진단) 등이 필요하다.

 

 

 

종이 위 '랩 온 어 칩(Lab-on-a-chip)으로 혈액이나 식수를 묻히면 종이 위 유기화합물을 만나 결과물을 나타내는 실시간 테스트가 목표다. 종이와 유기화합물 프린트기로 어디서든 쉽게 진단 가능한 것이 핵심이다.

 

종이진단은 하버드 대학의 유기화학전문가 화이트 사이즈 교수의 연구로 한 차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화이트 사이즈 교수가 질병에 포커스를 맞춘 것과 달리 김 박사는 KIST의 강한 연구분야인 '환경'을 추가로 접목하는 안을 내놨다.

 

아이디어는 현장 경험에서 비롯됐다.

"아프리카 질병을 분석하기 위해 현장에 직접 갔었다. 장비를 들고 병에 걸린 사람들의 혈액을 뽑아 기계로 얼리는 것도 큰 일 이었고, 질병관련 샘플을 옮기는 일이라 입국심사도 오래 걸려 한국으로 돌아오는데 3개월이 걸렸다. 3개월은 긴 시간이다. 그 사이 환자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종이진단시스템을 통해 그 자리에서 병을 진단하고 해결해주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김 박사는 뇌의약연구단에서 혈액을 채취해 알츠하이머를 진단하는 연구를 시도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혈중에서 더 정확하고 빠르게 검출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연구 경험을 쌓아 혈액에서 더 많은 질병을 검출할 수 있도록 하겟다. 종이진단 시스템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얽힌 신경조직 풀면?…"뇌질환 발병원인에서 인체재료 개발 가능할 것"

 

 

"우리 몸 조직은 생머리를 가지런히 묶어 놓은 듯한 신경, 근육 다발로 이뤄져있지만 인위적으로 동물세포를 배양하면 얽히면서 특정 방향성 없이 자라죠. 애초에 빗질된 신경다발 조직을 제작할 수 있다면 기존에 할 수 없었던 여러 가지 연구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우리 몸을 구성하는 조직은 빗질이 잘 된 모양의 신경, 근육 다발로 이루어져 있다. 뇌도 마찬가지다. 왜 이런 모양을 띄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뇌의 신경다발이 엉켜있으면 신경장애가 생긴다. 이 때문에 태아 때부터 신경다발은 정렬된 모양을 띈다.

 

최낙원 박사 (바이오마이크로시스템연구단)와 이현정 박사 (스핀융합연구센터), 허은미 박사 (신경과학연구단)는 빗질이 잘 돼 있는 조직을 배양할 수 있는 하이드로젤 제작 방법을 제안했다. 이 분야가 개발되면 선천적 신경장애를 줄이면서도 뇌질환 발병원인을 규명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연구진의 판단이다.  

 

최 박사는 3차원 동물세포 배양을 위한 생체 조직 칩 개발을 연구해왔다. 허은미 박사와 공동 연구를 통해 동물세포 배양에서 방향성 없이 엉켜 배양되는 신경다발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

 

 배양 초기부터 빗질이 잘된다면 조직을 몸에서 배양할 때 훨씬 수월할 것으로 기대한 그들은 잘 정렬된 신경다발 조직을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가능성이 보이는 해결책은 의외로 다른 분야에서 제시됐다. 주인공은 이현정 박사다. 이 박사가 연구하는 '박테리오파지'는 질서정연하게 정렬하는 습성을 갖고 있어 얽힌 신경다발을 풀어주는데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역시 한 개 연구분야로는 어렵다. 재료공학, 화학공학, 바이오공학, 신경과학, 세포생물학 등의 융합연구가 필요하다.

 

최 박사는 "허은미 박사는 신경과학자로 융합연구를 통해 뇌질환 발병 원인이나 기전을 규명하는 기초연구, 진단이나 치료약물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줄기세포나 심근조직세포에서 이 연구가 진행되면 인체재료로도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작년 말부터 아이디어를 모으기 시작했다. 진행하던 연구를 마무리하고 올 중반부터 연구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물과 햇빛으로 비료를 생산한다

 

 

"최근 암모니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무한으로 얻을 수 있는 태양에너지와 공기 중의 질소, 물로부터 광전기화학적으로 암모니아를 합성하겠다."

 

민병권 청정에너지연구센터 박사팀은 비료를 생산하는데 핵심이 되는 암모니아를 물과 햇빛에서 얻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암모니아는 농업 및 반도체분야 뿐만 아니라 자동차 연료 등으로 활용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화합물이다.

 

 

암모니아를 얻기 위해서는 질소분자를 깨야하지만 질소가 워낙 안정된 분자라 자연에서는 번개가 칠 때 그 에너지에 의해 생성되게 된다. 또 다른 방법은 콩과 식물에 기생하는 '뿌리혹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에 의해 만들어 지기도 하지만 그 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다. 

 

1913년 암모니아를 대량으로 개발하는 '하버-보슈법'이 개발됐다. 500℃의 온도와 300bar에 해당하는 압력이 필요한 고에너지 소비형 프로세스지만 100년이 지난 지금도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민 박사는 "전 세계 에너지 사용률의 1~2%가 하버-보슈법에 의한 비료 생산에 사용되고 있는 만큼 새로운 방법의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민병권 박사팀은 원점(자연계)으로 돌아가 뿌리혹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 등을 응용해 질소 고정하는 촉매를 개발하는 안을 내놨다. 그는 "질소고정이 가능한 미생물촉매를 인위적으로 광전기화학전지에 접목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며 "태양광에서 얻어진 광전자를 바이오촉매가 이용할 수 있게 하여 반응력을 최상으로 끌어올려 암모니아를 만들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제안한 방법은 우리나라 울릉도 정도의 면적을 이용해 하루 6시간씩 1년만 노출시켜도 우리나라가 4년 동안 쓸 수 있는 비료를 생산할 수 있다. 민 박사는 " 광전기화학전지 기술과 바이오촉매 개발 등이 필요한 만큼 다양한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들의 공동연구로 가능하다"면서 엄영순 박사(바이오촉매), 황윤정 박사(광촉매), 윤창원 박사(유무기합성), 김상훈 박사(금속촉매) 등이 함께 아이디어를 모았다고 덧붙였다.

 

 

스마트한 효소로 녹조문제 해결한다

 

 

녹조문제가 최근 매년 반복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녹조현상은 물 안의 질소와 인 농도가 높아지면 생기는 현상으로 질소가 발생하는 곳에서 바로 처리하면 유역이 넓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배효관 물자원순환연구단 박사와 엄영순 박사, 이현정 박사는 안정적이고 최적화된 질소처리 방법을 개발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질소와 인처리 기술이 많이 개발됐지만 물 속 미생물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최적화된 처리가 쉽지 않다.

 

그는 "생물소재를 전극에 올려 질소를 처리하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한다"며 "기존에는 미생물을 올려 키웠으나 미생물이 자라면서 두꺼운 생물막을 형성해 질소처리율이 떨어졌다. 우리는 질소처리 효소를 스마트하게 올리는 결합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효소를 전극에 스마트하게 올리기 위해 배효관 박사팀이 제안한 것이 전기 전달 능력이 뛰어난 바이러스 소재와 붙임 능력이 뛰어난 개량효소이다. 바이러스 소재의 머리 부분은 전극이 잘 붙고, 다리 부분은 효소가 잘 붙어 가교역할을 할 수 있다.

 

배 박사는 "효소를 생산하는 기술은 BT, 바이러스 소재는 NT, 이 프로세스를 환경에 적용하는 것은 ET기술이 필요하다"면서 "연구진과 가교역할을 만들어 전극에서 효소 사이에 전기적 전달시스템의 획기적 증가를 2년 전부터 논의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생물환경기술개발은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어 더이상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쉽지 않다. 미생물에서 벗어나 특정적 효소로 시스템을 꾸미는 것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기술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