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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Talk/사내직원기자

[사회공헌 후기] 올 가을은 사회적 약자에게 배려와 나눔을 (김우중)

 

1. 가을의 기준

 

가을은 짧지만 특권을 누릴 수 있는 계절입니다. 선선한 날씨, 기분 좋게 내리쬐는 햇볕, 가지마다 무성하게 걸쳤던 옷을 훌훌 벗어버리는 나무까지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이지요. 시가 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계절, 가을! 훌쩍 지나가는 만큼 아쉬움은 배가 됩니다.

 

가을은 한편 이별의 계절인 것 같기도 합니다. 온도계의 수은이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이면 낙엽은 조용히 땅으로 떨어집니다. 유독 주변에 돌아가시는 분이 많다고 느끼는 것은 착각일까요? 그리고 겨울은 눈 깜짝할 사이에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사진 출처 : 구글이미지>

 

2. 슬픈 자화상

 

어쩌면 가을은 따스함이 가장 필요한 계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환절기가 되면 급격한 온도변화로 많은 노인이 감기나 호흡기질환 등의 병에 노출됩니다. 일조량이 줄어 기분이 우울하고 의욕이 떨어지는 '계절성 정서장애' 현상도 나타나는데요, 최근 우울증으로 자살하는 노인이 급증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위인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인자살률이 그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고 합니다. 장유유서(長幼有序)와 노인공경의 나라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통계가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 적잖이 충격적입니다.

사실 노인과 관련하여 OECD 국가 중 1위인 것은 노인자살률 뿐만이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노인빈곤층 비율에서도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노쇠한 육체와 빈곤으로 사회적 약자로 전락한 많은 노인들이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날이 갈수록 공동체 의식이 흐려지고 사회를 지탱해오던 미덕이 사라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세대 간 갈등으로 전통적 가치관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시대를 막론하고 사회적 약자는 보호받아야 합니다. 사회적 약자는 먼 나라, 다른 세계의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 주변을 살펴봐도 쉽게 마주칠 수 있고 우리 또한 언제든지 사회적 약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3. 봉사 후기

 

이번 달은 장위종합사회복지관에 방문하여 지역 내 65세 이상 무의탁, 저소득 어르신 150분을 대상으로 가을맞이 윷놀이대회 행사, 무료급식 지원, 도시락 배달 및 후원품 전달을 했습니다. 물자원순환연구단 이석헌 단장님을 대표로 녹색도시기술연구소 및 경영지원본부 직원 일동 30여명이 소중한 시간을 내어 참여해 주셨습니다.

 

 

 

 

김상찬 복지관 관장님은 결식노인 도시락배달지원서비스 등 복지관 고유사업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시작으로 KIST 직원들의 임무에 대해 설명해 주셨습니다. 윷놀이 대회 중 유의할 점에 대한 안내가 인상 깊었습니다. 상품 때문에 대회가 과열될 수 있으니 중간에 개입해서 열기를 식힐 필요가 있다는 말이었는데, 대회가 시작하고 나서 그 의미를 알 수 있었습니다.

 

 

 

 

관장님의 오리엔테이션을 끝으로 도시락 배달조, 상품포장조 그리고 윷놀이 대회지원 및 급식지원조가 나눠졌습니다. 저는 윷놀이 대회지원 및 급식지원조에 배정되었습니다.

 

 

 

 

윷놀이 대회는 행사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을 정도로 흥겨웠습니다. 어르신들은 4인 1조로 8개 조를 구성해 토너먼트로 대진하여 승부를 가뤘습니다. 1등상은 무려 쌀 20kg이었는데요, 어르신들의 신경전이 정말 치열했습니다. 노래와 춤으로 응원하시는 분부터 시작해서 옆에서 열광적으로 훈수를 두시는 분까지 행사장의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하나 둘 승패가 갈리고 다시 승자끼리 맞붙습니다. 판이 커지는 만큼 분위기는 뜨거워집니다. 스피커에는 “두껍이 노래” 등 흥겨운 민요가 흘러나옵니다. 여기저기서 탄성과 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아쉽게 진 팀은 다음 토너먼트로 진출한 이긴 팀을 응원합니다.

 

 

 

 

어느덧 준결승이 끝나고 대망의 결승전입니다!  이에 걸맞은 결승전 용 대형 윷이 등장합니다. 아무리 결승전이라도 이렇게 크다니요. 윷을 한분이 한 개씩 던져야 하니 팀의 운명은 이제 모든 팀원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하나, 둘, 셋 구호에 맞춰 윷을 던지고 결국 오늘의 승자가 결정됩니다. 마지막 말이 들어오는 순간 때 환호성과 아쉬움 가득한 탄성이 동시에 터져 나옵니다. 훈훈한 상품 증정식을 통해 1위를 차지한 조에게 쌀 20kg을 전달하였습니다.

 

한바탕 윷놀이가 끝나고 어느덧 점심시간이 찾아왔습니다. 봉사자들은 신속히 배식준비를 합니다. 식판 위로 제육볶음을 가득 담고 비타민 보충을 위해 모둠과일도 접시에 담아냅니다. 식판을 들고 한분 한분씩 직접 찾아가 대접합니다. 밥을 먹지 않아도 뿌듯함에 배가 부릅니다. 식사가 끝나고 식판을 차례차례 치웁니다. 특히 이석헌 단장님이 식사 내내 퇴식구 앞에 서서 음식쓰레기를 버려주시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뒷정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고 도시락배달, 상품포장 조가 복귀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냅니다. 기분 좋게 다 같이 식사를 하고 간단한 단체사진촬영 후 따스한 마음 가득 귀가했습니다.

 

 

 

바로 업무에 복귀해서 피곤했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봉사활동이었습니다. 바쁘게 주어진 업무에 집중하다보면 주변사람을 신경 쓰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가끔 이렇게 울타리 밖으로 나와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분명 깨닫는 점이 있습니다. KIST의 가장 큰 임무는 국민 모두가 행복해지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고 그 시작점은 결국 접점(Moment of Truth)이라는 사실!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별도 : 업무 이야기

 

저는 구매팀에서 “계약”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계약업체를 선정하는 일이 주된 업무인데요, 일을 하다보면 가치판단의 딜레마에 부딪혀 고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분명 업무능력이 탁월하고 우리 원에서 제시하는 단가도 잘 맞춰주고 보고능력도 뛰어난 건실한 기업이 계약상대자로 선정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그렇게 되면 영세한 중소기업이나 사회적기업, 장애인기업, 여성기업 등에 대한 기회가 박탈될 가능성이 큽니다. 객관적인 업무수행능력에서 너무 많은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KIST는 기타공공기관으로서 계약업무에 있어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을 준용하고 있습니다. 이 법률은 1995년 제정된 뒤 여러 차례 개정을 거치면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한 조항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특별법인 “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과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도 최근 주목받고 있습니다.

 

비단 “계약” 뿐만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미국의 소수집단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과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제도도 현실을 완벽하게 반영하지 못해 역차별로 인한 위헌소송이 일어나는 등 반발이 만만치 않습니다.

 

결국 좋은 정책이 탄생하려면 탁상공론이 아닌 현장 중심적 사고가 필요하고, 현장 중심적 사고를 하려면 현장에 자주 가서 접점을 만들고 끊임없는 소통과 고민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매달 지역사회 공헌활동을 통해 현장으로 나서는 KIST의 노력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조직 차원의 노력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라 개인 차원에서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